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331
331화 Kill the Pope (1)
인과율의 선구안.
이 세상의 흐름을 읽어 내고 단편적이나마 앞으로 불어닥칠 미래에 대한 예지를 할 수 있는 강력한 권능을 가진 대천사 미카엘.
그녀는 지금껏 몇 번 경험해 보지 못한 거대한 서사의 흐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 중심에 자신들의 본거지인 세인트 제국이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이럴 수가……. 이 정도의 거대한 규모라면…….’
아르카디아 전 대륙을 집어삼키며 휘몰아치는 인과의 폭풍우.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거세게 움직이기 시작한 그 흐름을 강렬하게 느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긴장한 얼굴로 침을 꿀꺽 삼켰다.
‘성마대전……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과거 전 대륙을 양분하며 피로 물들였던 아르카디아의 거대한 참극, 성마대전.
세계수를 영원한 잠에 빠지게 하고 그 거대했던 대륙을 8개로 갈라 놓았던 그 신화 속의 이야기를 압도할 정도로 거대한 서사. 그리고 그 무대가 세인트 제국이라는 사실은 그녀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만히 놔두기에는 너무 위험해…….’
천상의 모든 개연성을 긁어모아 개입한다고 하더라도 수습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게 움직이는 운명의 흐름. 그렇기에 미카엘은 섣불리 움직이기보다는 최대한 침착하게 앞으로의 향방을 결정했다.
“저기 덱스 님……?”
“응? 왜?”
계속해서 특강 한 번만 해 달라며 쫑알거리는 탄의 끈질긴 애원에 기가 질렸는지, 엘의 부름에 반색하며 답하는 재영. 그런 그에게 그녀는 환하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
“혹시 세인트 제국에 잠깐 들를 수 있을까요?”
* * *
북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길드, 홀리 크로스.
이 길드를 이끌던 길드 마스터, 할렐루야의 영원한 안식과 동시에 이 길드에 소속되어 있던 모든 이들에게 동시다발적으로 메시지가 날아왔다.
[길드 마스터, 할렐루야가 길드를 탈퇴하였습니다.] [길드를 승계할 부길드 마스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길드가 강제 해산 되었습니다.]“이, 이게 뭐야?”
“길드 해산? 갑자기 무슨 상황이지?”
갑작스러운 고위 간부들의 탈퇴 메시지들. 그리고 이어지는 길드 강제 해산까지.
그 어느 하나 이해할 수 없는 조치들에 수천…… 수만 명에 이르는 길드원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내 몇몇 길드원들이 현실에서 이들과 직접 연락해 상황을 파악하고는 경악했다.
“네……? 그,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캐릭터가 완전히 삭제당했다니요?”
[진짜야! 마지막 플레이 영상 보내 줄 테니까 확인해 봐. 나만이 아니라 그때 있었던 사람들 모두 다 똑같이 당했다고.]길드 마스터, 할렐루야와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던 사이인 길드원 하나가 메일로 받아 본 영상. 그리고 그 영상 안에서 이들은 너무나도 불길한 보랏빛 단검을 휘두르며 한 명 한 명 홀리 크로스 길드의 핵심 간부들을 암살해 나가는 한 사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르스……? 처음 보는 이름인데……?”
영상을 확인하며 홀리 크로스 길드를 공격한 범인의 정체를 확인한 그.
무슨 배짱인지, 자신의 닉네임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는 그의 새빨간 안광에는 감히 그 깊이를 파악할 수 없는 지독한 증오와 원한이 뒤섞여 있었다.
“이건 도대체가…….”
동영상임에도 순간적으로 흠칫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 하지만 그 어떤 정보도 드러나지 않은 존재였기에, 그리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기에 그는 잠깐 고민하다 이내 인터넷을 켜서 해당 영상을 어딘가에 올렸다.
-캐릭터가 갑자기 삭제되었습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도무지 클릭을 참을 수 없게 하는 강렬한 어그로를 끄는 제목으로 말이다.
* * *
전 세계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는 (주)아르카디아.
완벽한 수준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유일무이한 가상현실 게임을 운영하는 이 회사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기울이고 아낌없는 지원을 해 주는 부서는 다름 아닌 고객 만족 서비스 부서였다.
알반적인 수준의 민원을 넘어서서 온갖 말도 안 되는 요구 사항을 들이밀며 갑질에 가까운 깽판을 벌이는 진상 고객들. 세계적인 기업인 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기상천외한 진상들이 한데 모이는 (주)아르카디아의 상담 센터는 언제나 극심한 정신적 피로도에 고통을 호소하는 직원들로 가득했다.
-이 정도면 고객님이 아니라 손놈 새끼들 아니냐?
-하……. 진짜 월급이고 나발이고 이러다가 내가 정신병 걸려서 뒈질 것 같다.
-미친 진상 새끼들은 진짜 좀 회사에서 나서서 법적 대응 하면 안 되냐?
평상시에도 온갖 미친놈들이 전화를 걸어 대며 악랄할 정도로 깽판을 쳐 대는 바람에 업무 강도가 과중한 상황. 하지만, 가끔 아르카디아에 중대한 사건이 벌어질 때면 그 노동 강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캐논 슈터? 그거 어떻게 하면 되는 건가요?] [아니, 장난하세요? 게임 밸런스 어떤 놈이 잡은 거예요? 핵이 왜 나옴?] [버섯구름 씹 ㅋㅋㅋㅋㅋ 제정신이세요?] [운영 왜 이따구로 하시나요? 매니저랑 이야기하고 싶으니까 당장 바꿔 주세요.] [환불 어떻게 해요? 이런 똥망겜 더는 하고 싶지 않네요.]온갖 항의성, 문의성 질문들이 쏟아지며 단 1초도 숨 돌릴 틈 없이 미친 듯이 울려 대는 전화기. 거기에 두 손으로 수화기를 집어 들고 이야기를 하며 전력투구하는데도 대기열이 천 단위까지 올라가는 기염을 토해 내고 있자면 아무리 강철 멘탈을 자부하는 자라 하더라도 사표를 내던지고 도망칠 정도였다.
그렇기에 고객 만족 서비스 부서, 일명 CS(Customer Service)라고 불리는 이 부서에 유달리 어마어마한 성과급과 승진 가산점을 비롯해 온갖 특혜들을 뿌려 대는 (주)아르카디아.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인력은 언제나 부족하기 짝이 없었다.
“이름이 피터라고 했나? 우리 부서에 자원했다지?”
서류를 힐끗 확인하며 긴장된 얼굴로 정장을 입고 앉아 있는 라틴계의 한 청년을 바라보며 묻는 중년의 백인. 그런 그의 물음에 피터는 군기가 바짝 든 목소리로 답했다.
“아. 네, 매니저님! 그렇습니다.”
“흠……. 원래는 드리머 캡슐 사업 팀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3년 정도 일했으면 본인 업무에도 꽤 적응했을 텐데 왜 굳이 우리 부서로 이전을 신청한 거지?”
(주)아르카디아 북미 지역에서 가장 최악의 부서로 악명 높은 고객 만족 서비스 부서. 본래 직원들조차 의무 기한만 채우고 곧바로 다른 부서로 도망가기에 언제나 사냥하듯이 업무를 담당할 직원들을 다른 부서에서 질질 끌고 와야 했기에 자발적으로 이 지옥으로 걸어 들어오는 피터가 그로서는 너무나도 신선했다.
“저…… 그게…….”
자신의 물음에 대답하기를 주저하며 눈치를 보는 피터. 그런 그를 보며 매니저는 말했다.
“전혀 눈치 볼 것 없으니까 솔직하게 대답하게.”
뭐든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편하게 답하라는 매니저의 말에 피터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내 조금 부끄럽다는 듯이 말했다.
“이 부서에 자원해서 3년 이상의 기한을 채우면 원하는 부서에 갈 수 있다고 해서 신청했습니다.”
“호……? 가고 싶은 부서라도 있는 모양이지? 거기가 어딘가?”
“전략 기획실입니다.”
북미 지역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핵심 부서이자, 임원 승진을 노리는 이들의 엘리트 코스로 알려진 이 부서에 들어가고 싶다는 피터의 말에 매니저는 수긍이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대한 꿈을 품고 있는 야망 가득한 녀석이었구먼. 그래…… 그 정도면 우리 부서에 자원할 만하지. 아무쪼록, 이곳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기를 바라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할 이야기는 다 끝났다며 악수를 하고는 손을 휘휘 저으며 그를 돌려보내는 매니저. 사무실 밖으로 나서며 피터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는 이내 마음 깊숙이 자신이 했던 각오를 다잡았다.
‘앞으로 3년…….’
언제나 일개미처럼 이 회사의 부속품으로 일해 오던 피터. 하지만 그의 야망은 그 정도로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전략 기획실에서 2년. 그리고 부장 승진 이후 5년……. 그리고 임원 승진 후에는 기회를 잘 노린다면…… 지사장까지도 가능하겠지?’
북미 대륙을 총괄하는 지사장 자리까지도 노리고 있는 그.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그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는 인세의 지옥이라고 평가받는 고객 만족 서비스 부서에 스스로 그 몸을 담갔다.
자신의 앞에 불어닥칠 미래를 조금도 상상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후…….”
짧게 숨을 내쉬며 마음을 다잡은 피터.
그리고 그는 자신의 부스 앞에 붙어 있는 기본적인 응대 매뉴얼을 살펴보고는 이내 인트라넷에서 업무 할당을 활성화하였다.
위이이잉.
상담 업무를 개시하자마자 요란하게 울리는 신호음.
곧장 통화를 수락한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그야말로 교과서에 실려도 될 정도로 친절함이 잔뜩 묻어 나오는 모범적인 응대.
하지만, 그런 그의 진심 어린 첫 응대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목소리는 잔뜩 날이 서 있었다.
[저기요, 갑자기 제 캐릭터가 삭제되었거든요? 이거 왜 이런 거예요? 버그예요?]“네? 캐릭터가 삭제되었다고요?”
자신이 받을 거라 엄선한 수백, 수천 개의 예상 문의 내용 중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생소한 질문. 그렇기에 피터는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자초지종, 해당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도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며 관련 내용에 대한 정보를 인트라넷에서 검색했다.
“네. 캐릭터명이…… 할렐루야라고요? 아. 네. 알고 있습니다. 그 홀리 크로스 길드의…….”
생각보다 유명한 거물의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라며 캐릭터 정보를 조회하려던 피터. 하지만 그는 모니터에 떠오르는 붉은색 경고등에 말끝을 흐렸다.
[열람 제한. 권한이 부족합니다.]자신으로서는 확인할 수 없는 정보.
그렇기에 제대로 된 답변을 드릴 수 없기에 그는 순간적으로 진땀을 흘리다 이내 조심스럽게 상부에 전화를 넘겼다.
“제 매니저에게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자신의 직급으로는 어쩔 수 없는 문의 내용.
그렇기에 잔뜩 화가 난 듯 날이 서 있는 첫 전화를 관리자에게 넘기고 난 후 쉽지 않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고 있는 그때.
또 다른 전화가 걸려 왔다.
“하아……. 진짜 쉴 틈이 없네…….”
첫 번째 통화를 넘긴 지 채 5초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만에 울려 대기 시작한 전화. 이 악명 높은 노동 강도는 농담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며 다시 전화를 받은 피터는 무언가 익숙한 듯한 문의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기요. 제 캐릭터가 삭제되었다는데요. 이거 왜 이런 거예요?]또다시 캐릭터가 삭제되었다고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상한 문의가 걸려 온 상황.
무언가 이상함을 직감한 피터는 묘한 표정으로 힐끗 저 위에서 자신이 넘긴 통화를 받는 매니저를 바라보았다.
심각한 얼굴로 전화를 받으며 다른 한 손으로는 마우스를 붙잡고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매니저. 그리고 그는 이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기겁하는 듯싶더니 이내 자신의 책상 위에 있는 커다란 붉은색 스위치를 한 손으로 눌렀다.
위이잉. 위이잉.
요란하게 울리는 비상음.
그리고 CS 센터 앞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에는 모두가 볼 수 있는 커다랗고 붉은색의 글씨로 하나의 문구가 띄워져 있었다.
[Code, RED. 비상 상담 시스템 가동.]거대하고 원대한 야망을 품고 고객 만족 서비스 부서에 자원했던 피터는 근무 첫날부터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악의와 분노. 그리고 증오와 원망이라는 감정으로 똘똘 뭉친 개 빡친 소비자들이 얼마나 악랄하고 잔혹하고 비정한 악마 같은 존재인지.
이곳이 왜 인세의 지옥이라고 불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