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337
337화 Kill the Pope (7)
이 아르카디아의 생명과 죽음의 순환을 관장하는 자이자 한때 존재했던 명계(命界)의 지배자였던 존재.
데스(Death).
가장 먼저 창조주에게 버림받아 검은 안개의 주인, 아수라에 의해서 아르카디아 대륙 어딘가에 위치하던 어느 산맥 깊숙한 곳에 강제로 처박혔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우연히 찾아온 운명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너의 복수를 도와줄게. 그 대신, 이 세상에 죽음을 가져다줘.]신성 제국에 의해 소중했던 이들을 잃고 울부짖는 한 모험가.
절망과 비탄에 빠진 그의 가슴속에 복수심을 일깨우며 자신을 찾아온 그에게 복수를 위한 힘까지 쥐여 준 데스. 그리고 그 결과…… 그의 신성을 짓누르고 있던 태초의 봉인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정한 형태로 지금의 상황을 아슬아슬하게 버텨 내고 있었다.
쿠웅. 쿠웅.
본래라면 몸을 일으킬 수도 없을 정도로 짧은 쇠사슬에 발이 묶여 있어 꼼짝도 하지 못했을 태초의 죽음. 하지만, 지금의 그는 자유롭게 작은 구덩이 안을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게 늘어선 쇠사슬을 세차게 잡아당기며 땅에 깊숙하게 박혀 있는 말뚝을 뽑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우우우웅.
한참을 잡아당겼지만, 은은한 빛을 뿜어내며 그를 옥죄어 오는 봉인. 그것을 보며 검은 아이는 아쉽다는 눈빛으로 말뚝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아직은…… 부족한가……?”
영겁의 시간 동안 그 검은 아이를 속박해 왔던 봉인. 지금 당장이라도 이 빌어먹을 말뚝을 뽑아 버리고 아르카디아에 다시금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는 애써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조금만 더…….”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해진 자신의 존재(存在)에.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진 구속(拘束)의 힘에.
그는 저 밖에서 모험가들이 가지고 있는 불사의 권능을 집어삼키고 천상의 힘을 먹어 치우며 자신의 부활을 위해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자신의 사도를 떠올리며 차분한 얼굴로 다시금 자리에 주저앉았다.
우우우웅.
한계를 모른다는 듯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자신의 신성(神聖)을 온몸으로 느끼며.
* * *
아르카디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한 총체적인 운영과 관리를 책임지는 회사.
(주)아르카디아.
전 세계에만 수십, 수백 개의 지사가 설립되어 운영되는 이 회사에서 북미와 한국 지역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 지부는 그야말로 전시 상황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초비상사태로 이번 일에 대한 총체적인 대응을 하고 있었다.
“캐릭터가 삭제되었다는 항의 민원인들이 회사 사옥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든 막아서고 있지만, 경비 인력으로는 무리라고 합니다!”
“언론 측에서 계속해서 관련 자료 제공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당장 내놓지 않으면 기사 맘대로 쓰겠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지금 피해 규모 산출한 데이터 보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향후 시나리오 전개 방향에 대한 예상 시나리오 A, B, C 안 방금 메일로 보냈습니다!”
“고객 만족 서비스 팀에서 상담 인력 긴급 파견 요청 들어왔습니다!”
미친 듯이 울려 대는 전화기들 사이로 이리저리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온갖 서류들이 이리저리 전달되고 전달되는 치열한 사무실 속의 전장. 그 안에서 자신이 맡은 업무를 수행하며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처리하기 위해 말단 사원부터 팀장까지 모두가 두 발로 뛰어다니기 바빴고, 그 모든 것들을 진두지휘하는 강태훈 부장의 목소리가 사무실 안을 가득 메웠다.
“경비 말고 경찰 불러! 지금 이 상황이 경비 인력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냐! 조금이라도 폭력적으로 나서면 곧바로 법적으로 대응해!”
“언론 그 망할 새끼들한테 다시 한번 더 기사가 아니라 소설 써 대면 진짜 완전히 아웃이라고 경고해. 알겠어? 앞으로 광고고 나발이고 그냥 우리한테서 기삿거리 얻을 생각은 하지도 못할 거라고 확실하게 전해!”
“피해 규모 산출 데이터 보낸 놈 누구야! 어? 이게 맞아? 지금 나한테 2시간 전 데이터를 최신 데이터라고 보낸 거냐?”
“각 부서에서 남아도는 인원들 있으면 당장 민원 대응 업무로 돌려! 사람이 없으면 청소 아줌마라도 앉혀 놓고 시키라고!”
모든 부서에서 쏟아지는 온갖 문제 보고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며 지시를 내리는 강태훈 부장.
위기 관리 대응 팀을 책임지는 그는…… 아니, 이 (주)아르카디아 한국 지부의 비상사태에 부서와 직급을 막론하고 절대적인 총괄 책임자로서 모두에게 명령과 지시를 내릴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그는, 가능한 회사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이번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었다.
‘후……. 정말 장난이 아니군.’
갑작스럽게 벌어진 사태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주)아르카디아의 직원들. 그런 이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고 있는 강태훈 부장조차도 처음 겪어 보는 초유의 사태에 당황한 것은 이들과 매한가지였다.
‘캐릭터 강제 삭제가 가능한 직업이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이미연 사장의 지시로 이루어진 정보 접근 권한의 상향.
그 덕분에 권명한 전무를 비롯한 위기 관리 대응 팀의 직원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관해 비교적 상세한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었고, 그리고 그 실체를 파악한 이들은 경악했다.
캐릭터의 강제 삭제.
필멸(必滅)의 권능이라는 이름으로 죽음과 동시에 캐릭터 자체를 영구히 이 아르카디아에서 지워 버리는 말도 안 되는 힘을 가진 유저의 탄생.
일반적인 게임이어도 난리가 날 사안이지만, 게임을 단순히 플레이 하는 데만 해도 캡슐 가격만 수천만 원이 들어가는 이 아르카디아에서는 그 후폭풍이 다른 여느 게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이건 진짜 전 세계적인 소송전이 벌어질 수도 있겠어……. 아니, 그보다 이런 식의 데이터 삭제는 불법 아닌가?’
뭔가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상황. 거기에 이미 대규모 집단 소송을 예고한 북미 쪽 유저들의 상황을 보고 있자면 한국 역시 그렇게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다.
“으아아아! 도대체 저 자식은 왜 하필이면 우리 쪽으로 오는 건데!”
“제발…… 제발 애꿎은 불쌍한 유저는 건들지 마라……!”
“아오! 저 똥멍청이 새끼들은 도대체 왜 저런 위험한 곳에 찾아가는 건데!”
신성 제국의 주요 대도시들을 하나하나 방문하며 그들 모두에게 영원한 죽음의 안식을 선사하는 모르스. 이미 그에 대한 악명이 아르팬디아를 통해서 이곳저곳에 퍼져 나간 이후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꼭 그를 찾아가는 미친놈들은 존재했다.
[유하!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제가 할 콘텐츠는요~! 바로 요즘 화제인 그 죽음의 사도를 찾아가서 그를 직접 구경하는 거예요. 어때요? 재밌겠죠?] [에이, 설마 캐릭터가 삭제된다고 하더라도 게임사가 그냥 내버려 두겠어요? 분명히 복구해 주겠죠. (주)아르카디아에서도 공식적으로 답변 못 하고 있잖아요? 분명 버그니까 그런 거예요. 어떤 미친놈들이 이런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요?] [그 모르스인지 뭔지 하는 놈으로부터 이 신성 제국을 지키겠습니다! 제가 비록 30레벨의 쪼렙이지만 악으로! 깡으로! 그 망할 놈을 막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형님들!] [미션으로 후원금 천만 원 이상 걸면 내가 신성 제국 탐방하기 콘텐츠 진짜 찍는다.]날이 갈수록 미친 듯이 험난해지는 아르팬디아의 구독자 수 경쟁.
시간이 점차 지나갈수록 그저 그런 일반적인 콘텐츠로는 자극조차 되지 않는 듯, 그 기준이 높아져만 가는 시청자들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서, 그리고 한 번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채널을 급성장시키기 위해서 이들은 자신의 캐릭터가 날아갈지 모르는 상황을 감수하며 그 사지를 향해 제 발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똥오줌도 못 가리는 한심한 머저리 같은 새끼들. 저래 놓고 캐릭터 삭제됐다고 전화해서 징징거리기만 해 봐라…….”
아르카디아에서 이럴 듯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평균 이하 수준에서 그치는 여러 스트리머들. 어그로 한번 어디 제대로 끌어 보겠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죽음의 사도의 먹잇감을 자처하는 이들을 보며 강태훈 부장은 이를 갈았다. 아직도 그 끝이 짐작조차 되지 않는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직원들 사이로 뛰어들며.
오늘도 (주)아르카디아 임직원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시작되고 있었다.
* * *
강태훈 부장이 부하 직원들을 진두지휘하며 선봉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그 순간.
권명한 전무는 자신의 직속상관이자 (주)아르카디아의 최종 책임자인 이미연 사장의 집무실에서 이번 사태를 막기 위한 개입을 간곡하게 요청하고 있었다.
“사장님, 지금이라도 당장 최고 개발자들에게 연락해서 즉각적인 개입을 요청하셔야 합니다. 그 ‘순환의 집행자’라는 히든 클래스를 가진 유저를 막아서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태초의 죽음이라는 신성이 부활하게 된다면 앞으로 벌어질 일은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을 겁니다.”
본래라면 이미연 사장만이 접근할 수 있었을 정보인 태초의 죽음에 관한 설정들. 하지만 그녀가 권명한 전무의 권한을 상향시켜 준 덕분에 그 역시 이번 사태가 불러올 최악의 결말이 무엇인지를 사전에 인지할 수 있었다.
“한 번 죽으면 캐릭터가 삭제되는 패치가 적용된다니요. 이건 단순한 사과문으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닐 겁니다. 말 그대로 아르카디아라는 게임을 넘어서 회사 전체를 완전히 파멸로 몰고 가게 될 겁니다!”
잘만 돌아가던 게임을 하루 한순간에 단 한 번만 죽어도 캐릭터가 삭제되는 극한의 하드코어 게임으로 만들어 버리려는 상황. 도대체 이런 설정을 게임 속에 왜 집어넣었는지, 그 개발자들의 정신머리를 조금도 이해할 수 없는 그였지만,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상황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이미연 사장의 태도였다.
“무한한 자유도 좋고 무한한 가능성도 좋습니다, 사장님.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일단 유저가 존재해야만 이룰 수 있는 것들 아닙니까? 정말 그 태초의 죽음이라는 신성이 부활하고, 앞으로 아르카디아 속 죽음이 진정한 죽음이 되어 버린다면, 그 누구도 남아 있지 않을 겁니다.”
가상현실 아르카디아.
모든 것이 허상임을 알고 있음에도, 사람들이 이러한 가상 속 세상에 열광하는 이유.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권명한 전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하나였다.
“그 어떤 역경도, 그 어떤 어려움과 고난도 몸으로 부딪치고 또 부딪쳐서 결국에는 이겨 내고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점. 수십, 수백 번을 죽어도 다시 한번 도전할 무한한 기회가 있는 세상. 사람들은 그렇기에 이 아르카디아에 열광하는 것입니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비정한 현실.
그 현실 속에서 수많은 선택과 모험을 포기하고 안정된 선택만을 강요받아 온 사람들에게 위험천만하고 목숨이 아슬아슬한 아찔한 모험과 선택을 할 수 있는 이 아르카디아는 하나의 탈출구이자 해방구나 다름없었다.
“부디 이 회사를 그리고 가상현실을 즐기는 모든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의 결정을 해 주십시오, 사장님!”
그렇기에 권명한 전무는 회사를 위하는 진심을 담아 이미연 사장에게 애원하다시피 읍소했다. 제발 지금 이 정신 나간 광기를 막아서기 위한 직접적인 개입을 허락해 달라고 말이다.
“…….”
하지만, 그런 권명한 전무의 말에 이미연 사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그를 쳐다만 봤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전무님, 그거 아세요?”
“뭘…… 말입니까?”
“저 역시 이번 사태를 막아 내기 위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요.”
“예……?”
자기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이미연 사장.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말에 권명한 전무는 의아한 얼굴로 입을 벌렸다. 집무실에 틀어박혀 그 어떤 지시도 내리지 않고 그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그녀.
하지만 그런 권명한 전무를 대하는 이미연 사장의 태도는 당당하기 그지없었다.
“전무님과는 조금 다른 방향이기는 하지만…… 저도 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를테면…… 항공모함을 하나 정도 움직일 수준이랄까요?”
“……?”
생뚱맞게 항공모함을 운운하며 자기도 노오력을 하고 있다는 이미연 사장.
그러면서 그녀는 모니터를 힐끗 바라보고 무언가를 살펴보더니 이내 묘한 미소를 지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 아르카디아를 플레이 하는 유저들의 저력은 전무님이 상상하시는 것 이상으로 강하니까요. 분명, 이 위기를 막아설 누군가가 나타날 거예요.”
그러면서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권명한 전무를 향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물론 그게 이 세상을 구원할 영웅(Hero)일지, 더 악질적인 극악무도한 악당(Villain)일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