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342
342화 Kill the Pope (12)
헤아릴 수 없는 영겁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위기가 도래했었던 아르카디아.
어마어마하게 깊은 설정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이 가상의 세상 속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수많은 위기와 혼란을 꼽자면, 그것들은 대부분 마계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마족 소환. 역병의 발발. 몬스터들의 대규모 침공. 극악무도한 키메라 실험. 황제의 타락. 이종족과의 피 튀기는 전쟁. 대량 학살과 집단 말살…….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로 아르카디아에서 벌어진 추악하고 끔찍한 여러 사건의 배후에서 언제나 언급되는 악마와 흑마법사들의 존재들. 그렇기에 세인트 제국은 언제나 단 일말의 자비도 없이 이들의 무리가 발각되는 즉시 처단했다.
[바퀴벌레 같은 새끼들. 하여간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어……. 도대체 언제쯤 그 사악한 무리의 자식들을 이 세상에서 뿌리 뽑을 수 있을까?] [흑마법사로 발각된 자의 가족들과 그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 전부를 사악한 악에 타락한 자들로 간주한다. 성스러운 화염 속에서 그 죄를 진심으로 회개한다면 영혼이라도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착한 흑마법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갱생과 회개라는 것이 불가능한 존재들. 신의 버림을 받은 자에게 자비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인권이고 나발이고 연좌제를 시작으로 걸리면 오로지 죽음뿐이라는 극악무도하고 화끈한 방식으로 이들을 상대하던 세인트 제국. 그렇기에 이들은 이 아르카디아에 숨어드는 악을 완전히 처단할 수 없었다.
[너희의 권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내 지옥에서라도 똑똑히 지켜보겠다.] [내가 흑마법사가 된 것은, 오로지 우리 가족을 죽인 네놈들에게 복수하기 위함이었다.] [크크크……. 신이시여, 이 피로 물든 모순된 악귀들에게 진정한 징벌을…….]선과 정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자와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심어지는 거대한 악의 씨앗.
빛이 존재하기에 어둠이 존재하듯, 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악이 탄생하며 언제고 되풀이되는 이 완성된 증오와 복수의 끊이지 않는 영원한 사슬 속에서, 압도적인 세력을 가진 세인트 제국에게 언제나 탄압당하고 온갖 박해를 당하던 흑마법사들은 언제고 이들의 몰락을 염원했다.
그리고 바로 오늘…….
이들이 언제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콰아앙. 콰앙.
쿠쿠쿠쿠쿵.
맹렬하게 빛나는 거대하고 압도적인 신성과 그에 굴하지 않고 패도적인 기세로 맞부딪치는 농밀하고 진한 어둠의 기운.
서로 상극인 힘이 맞부딪치며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하는 그 파멸적이고 초월적인 힘의 파동 속에서 찬란했던 에덴의 유산이 무너지고 있었다.
열렬히 신을 찬미하고 찬양하던 아름다운 음색을 가진 성가대들도.
드높은 천상의 영광을 빛내는 아름다운 조각상과 벽화들이 가득했던 예술품이.
압도적이고 우월적인 권세를 자랑하던, 흰색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웅장한 건축물들이.
모두 산산이 바스러지고 갈가리 찢겨 한낱 부스러기로 화(化)하고 있었다.
하나의 도시를, 하나의 문명을 완전히 파멸시키는 그야말로 신화 속에나 기록될 법한 초월적인 전투.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신의 선택을 받은 인간이 하나 존재했다.
“크으으으…….”
신성 제국을 다스리는 황제이자, 천상의 대리자이자 첫 번째 사도, 교황 아멘.
그는 지옥의 화염과 성화로 타오르고 있는 에덴의 전역을 내려다보며 침음성을 흘렸다.
‘피해가…… 상상 이상으로 막심하군…….’
이미 타락의 힘에 물들어 오염되고 더럽혀진 성지는 이전의 순수한 신성을 잃어버렸고, 신성 제국을 지탱하던 유능하고 재능이 넘치던 독실한 사제들과 신성 기사들이 이 전투에서 순교하고 말았다. 신성 제국의 위엄을 상징하던 아름답고 웅장하던 도시는 처참하고 형편없는 모습으로 변해 버렸으며, 신에 대한 독실하고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던 많은 이들의 가슴에는 신을 의심하는 부덕한 불신(不信)이 자리 잡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다름 아닌 바로 그의 눈앞에 있는 한 존재 때문이었다.
[혼돈의 마왕, 초코파이조아]마왕을 이 땅에 강림시킨 의문의 존재.
도대체 어떻게 마계의 신기를 복구하여 들고 다니는지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서 이 에덴과 천상은 회복 불가능한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신성한 성역, 에덴에 타락의 기운이 잠식합니다.] [에덴의 근원이 오염되기 시작합니다.] [천상의 영향력이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긴급 퀘스트, 타락하는 성지의 수호가 생성되었습니다.]“이게 뭐지……?”
“타락하는 성지의 수호……?”
엘리스가 아르카디아 전 대륙에 퍼져 있는 신성 계열 직업을 가진 모든 유저들에게 긴급 퀘스트를 부여할 정도로 위험천만한 상황. 천상과 아르카디아의 대륙을 잇는 핵심적인 교두보이자 거점 역할을 하는 에덴. 이곳이 마왕과 데스브링어가 뿜어내는 타락의 기운에 오염되기 시작하자 그 영향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우웅.
지금까지 충만하게 밀려오던 그 천상의 힘이, 한껏 열려 있던 드높은 천상과의 연결이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심각한 표정을 하는 아멘. 그런 그에게 재영은…… 아니, 사탄은 짜증 난다는 얼굴로 말했다.
[하찮은 저항을 포기하고 그만 목숨을 내놔라.]생각 이상으로 개연성의 양이 충만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과도하게 시간을 끌며 낭비했다가는 재영에게 무슨 잔소리를 들을지 모르는 탄. 까딱하다가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하고 강신이 해제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점점 조급해지는 그였지만, 그래도 마왕의 가오를 지키며 최대한 오만하고 여유로운 자태로 아멘을 향한 설득을 시도했다.
[나뿐만 아니라 태초의 죽음 역시 네 녀석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네놈 역시 잘 알고 있겠지. 만약 너를 비롯해 이 에덴이 태초의 죽음에 의해 먹혀 버린다면, 이 아르카디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건가?]아버지의 첫 번째 자식이자 아주 오랜 과거에 봉인되어 버린 태초의 죽음.
그의 존재를 방주의 기록을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정확히 그의 부활이 몰고 올 결과를 알지 못하는 아멘은 그런 탄의 말에 무언가 의구심 가득한 눈빛을 지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지……?”
이 아르카디아의 강력한 위협이라고 판단되어 그 누구보다 가장 먼저 이 세상에서 축출된 존재, 태초의 죽음.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알 리가 없는 아멘을 향해 탄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정말 모르나 보군…….]적을 상대로 굳이 구구절절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
그렇기에 탄은 다시금 데스브링어를 치켜들며 강렬한 타락의 기운을 뿜어내며 말했다.
[내가 아니더라도 너의 죽음은, 그리고 이 에덴의 몰락은 확정적으로 정해진 운명이다. 감히 인간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는 거대한 서사. 그 무의미한 저항은 포기하고 나에게 그 목숨을 바쳐라. 그렇다면 이 이상의 무의미한 희생은 없을 것이라고 마왕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이미 수많은 곳이 파괴되고 수많은 이들이 죽음을 맞이하였지만, 아직 살아남아 고통에 신음하고 공포에 절규하는 많은 이로 가득한 에덴. 단 한 명의 죽음으로 얌전히 물러나겠다고 한발 물러서는 탄이었지만, 아멘은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고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제안으로 나를, 그리고 이 에덴을 모욕하는 건가? 타락의 군주여.”
우우우웅.
천상의 대리자이자 첫 번째 사도로서 수많은 사명으로 얽매인 교황. 그가 가지고 있는 강대한 신성 권능과 모든 특별한 힘을 제약하던 모든 조건이 이 순간 모조리 해방되며 아멘의 몸에서 지금껏 느껴 보지 못한 강대한 신성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차르륵.
묘한 문양들이 한가득 그려져 있는 십자가 형태의 목걸이. 찬연한 백색으로 빛나고 있는 그 목걸이를 한 손으로 붙잡은 그는 눈을 감고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주여, 지금 주께서 선사한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대지를 한 무리의 사악한 마귀가 침략해 오고 있습니다.”
[경고. 특수 NPC, 교황 아멘. 이상 현상 감지.] [성지 절대 방어의 사명 발동. 모든 리미트 해제 조건 충족.] [리미트 완전 해제. 특수 트리거 발동.] [Code – 213. 긴급 조치 가동.] [집중 분석 모드로 전환.]“그대의 종은 이 성역을 지키는 방패이자, 사악한 악의 무리를 처단하는 창이며, 굳건한 믿음과 신앙을 지키는 신도들의 불빛이자 등대이니…….”
“지금 이 자리에서, 당신의 종에게 힘의 해방을 허락하소서.”
투두둑.
기도를 외우며 동시에 거칠게 자신의 목에 달려 있던 목걸이를 뜯어낸 아멘.
그리고 그 순간, 그로부터 거대하고 강력한 광채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궁.
-와……. 갑자기 뭐지?
-이젠 나도 모르겠네. 또 무슨 상황인데?
-에라 X발 ㅋㅋㅋㅋㅋ. 그냥 뇌 빼고 보련다.
-도대체 이 게임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유미야! 죽지 마! 죽으면 우리도 방송 못 보잖아.
-ㅋㅋㅋㅋ 윗 새끼는 사탄인가 진짜.
모두의 상상을 초월하는 한계 이상의 전투. 도무지 어떻게 결말로 흘러갈지 모르는 이 상황을 일반 유저 중에서는 유일하게 살아남아 실시간 방송으로 중계하고 있는 유미는 미친 듯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이 모든 광경을 빠짐없이 눈에 담고 있었다.
‘엄청 긴장되고 숨 막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밌어!’
마치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전장에 가서 목숨을 걸고 취재를 하는 종군기자가 된 것 같은 아찔함. 하지만 그 누구도 쉽사리 볼 수 없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직관하고 있는 그녀는 묘하게 느껴지는 우월감과 특별함에, 그리고 자신의 채널에 미친 듯이 들어오는 실시간 시청자들의 수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는 구독자 수에 미소 지었다.
‘죽지만 않고 살아남으면…… 진짜 대박이겠다.’
단 한순간에 어마어마한 어그로를 끌며 모든 사람의 뇌리에 자신의 닉네임을 각인한 유미. 그렇기에 그녀는 반드시 살아남고야 말겠다는 각오를 다잡으며 두 눈으로 똑똑히 교황을 바라보았다.
“엥……?”
화려한 광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교황, 아멘.
평소에 인지하고 호리호리한 노인의 모습으로 지팡이를 들고 다니며 강력한 신성 마법으로 수많은 이적을 보여 주었던 그.
하지만, 지금 새롭게 변화된 그의 모습은 그 누가 봐도 경악할 수준으로 달라져 있었다.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대흉근.
타조알이라도 들어가 있는 것같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른 이두박근.
거기에 누가 봐도 ‘와…….’라며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선명하게 갈라져 있는 광배근까지.
보기만 해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우락부락한 근육 노인의 모습으로 등장한 아멘. 그리고 그런 그의 손에는 분명 작은 목걸이의 형태였던 십자가가 그의 몸체보다 더 큰 거대한 크기로 돌변해 있었다.
“저게 뭐야…….”
노인의 모습이지만 바라보기 민망할 정도로 박력 넘치는 그의 몸매. 그리고 그것을 유미와 함께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던 시정차들에 채팅창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과 호응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이런 씹 ㅋㅋㅋㅋㅋㅋ 교황이 헬창이였어?
-교황님, 삼대 몇 치세요? 예?
-???: 교황님, 운동 어케 하면 그렇게 되요? 예? 좀 알려 주세요.
-진짜 게임 수준 미쳐 돌아가네 X발 ㅋㅋㅋㅋㅋㅋㅋ
-와……. 근데 진짜 남자가 봐도 반하겠다. 근육 미쳤다.
일반적인 유저들이 보기에는 어처구니가 없는 황당한 전개.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탄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진지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쉽게 갈 일을 어렵게 가겠다는 건가? 신기, ‘자비(Mercy)’까지 꺼내든 이상,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하게 될 거야. 네놈이나 그리고 이 에덴과 천상이나, 전부.]우우우웅.
천계의 신기이자, 오로지 교황에게만 사용이 허락된 최종 무기, 자비.
이름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묵직하고 험악하게 생긴 그 십자가를 어깨에 둘러메고는, 교황 아멘은 그 모든 것을 각오하고 있다는 듯이 초연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주여, 당신의 종이 이 세상의 악을 멸하고자 하나니…….”
쿠웅.
“이 어리석은 타락의 군주에게 신의 무한한 자비를.”
에덴 전체의 대지를 울리는 거대한 굉음을 내며 땅에 박히는 십자가. 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순된 그의 모습을 보며 이를 관전하고 있던 재영과 유저들은 정말 할 말이 많았지만, 갑작스러운 새로운 손님의 등장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행히 늦지 않았군…….”
아직 교황이 멀쩡한 것을 보며 안심하는 죽음의 사도, 모르스.
상황 파악을 할 시간도 없이 그는 보랏빛의 기운을 잔뜩 뿜어내며, 모든 신성력을 집어삼키며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채로 험악한 근육을 잔뜩 부풀리고 있는 교황 아멘을 바라보며 선언했다.
“신성 제국의 교황, 아멘. 순환의 집행자이자 죽음의 사도이자, 네놈 때문에 죽은 트레지 마을 사람들의 이름을 걸고…….”
철컥.
“네놈을 처단하겠다.”
태초의 죽음의 신기인 보랏빛 단검을 고쳐 잡으며 전투태세를 갖추는 모르스.
천계와 마계 그리고 명계라는 하나의 계를 대표하는 존재들이 맞짱을 까는 다시 없을 희대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신성한 성지 에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