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351
351화 트롤링도 능력
기존의 상식을 아득히도 뛰어넘는 방대한 연산량.
인간이 가진 한계를 넘어선 초월적인 지능과 인지능력.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방대한 정보를 단 1분 1초도 쉬지 않고 수용하며 처리하는 인공지능.
엘리스(Alice).
이 아르카디아가 게임의 형태로 전 세계인에게 그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녀의 능력이 너무나도 완벽하고 뛰어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요구 조건 충족. 히든 퀘스트 생성.] [특이 사항 소멸. 감시 대상의 등급 하향.] [발생 가능한 예상 시나리오 구축. 돌발 상황 부여.] [특정 사냥터의 과밀화 현상 감지. 유저 분산을 위한 퀘스트 추가.].
.
.
하루에도 수만, 수십만 개가 넘는 크고 작은 이벤트와 특이 동향이 발생하는 아르카디아. 수십억이 넘는 인구가 활발하게 게임을 즐기고 있기에 그녀의 감시망에 걸려드는 문제들은 정말 매일같이 밀려들었지만, 엘리스는 그 어느 하나도 허투루 처리하는 법이 없었다.
가장 최적화된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그에 따른 대비책과 보완점을 A부터 Z까지 준비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적용하는 그야말로 완벽한 수준의 인공지능. 그렇기에 대부분의 잡다한 업무를 휘하 운영 직원들에게 넘겨 두고 있기에 실질적으로 게임 속의 데이터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과 조작을 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그녀밖에 없었다.
실질적인 게임 마스터(Game Master)이자 운영자인 엘리스.
너무나도 막강한 능력과 권한을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는 그녀였지만, 그 어떤 사리사욕이나 이해관계에도 얽매이지 않고 언제나 공명정대하고 원리원칙에 따른 판단만을 내리는 인공지능이자 기계였기에 현재의 시스템은 너무나도 완벽하게 굴러갔다.
물론, 그러한 점 때문에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상황이 완전히 정리된 사태라는 거지?”
게임 안에서나 밖에서나 두 곳 모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럽고 혼란스러웠던 상황. 하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가면서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 가며 새로운 변화에 사람들이 적응해 나가기 시작하자 이미연 사장은 비로소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현재 에덴의 멸망과 신성 제국 세인트의 몰락에 대한 아르카디아 전체의 혼란은 어느 정도 완화된 상태입니다. 또한 유저들 사이에서 신성 계열 직업을 가진 이들의 대규모 직업 이탈이 발생하고는 있지만, 직접적인 불만 제기와 다른 직업과의 충돌과 같은 소요 사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관련 내용에 대한 세부 사항을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관련 보고서를 참고하십시오.]수백, 수천 쪽의 보고서들을 무더기로 모니터 위에 띄워 놓으면서 참고하라는 엘리스. 그런 그녀의 말에 이미연 사장은 관심 없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피곤한 듯, 콧김을 길게 내쉬었다.
“그건 나중에 시간 나면 차차 읽어 보도록 할게. 그보다…… 세계수 쪽에서 발생했다던 변경 사항들은 또 뭐야? 요즘 그것 때문에 온통 시끄럽던데?”
[세 번째 메인 시나리오 말입니까?]에덴의 몰락이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날아온 퀘스트.
그것은 바로 아르카디아 대륙 전체에 거대한 변화를 몰고 오는 서사에 관한 내용이었다.
“응. 저번에 네가 뭔가 언급한 것 같은 기억은 나는데, 내가 요즘 너무 정신이 없어서 사실 제대로 듣지는 못했거든. 정확히 무슨 내용이었는지 다시 설명 좀 해 줄래?”
에덴의 몰락으로 인해서 잔뜩 화가 난 전 세계의 유저들과 종교인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사태 수습에 나섰던 이미연 사장. 그녀가 얼마나 바쁘게 돌아다녔는지 그 누구보다 알고 있었던 엘리스는 그런 그녀의 부탁에 무미건조한 어조로 다시금 상세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먼저 화면의 내용을 확인해 주십시오.] [Act. 3 노블레스(Nobles)]해당 메인 시나리오가 발생하게 된 경위부터 앞으로의 전개와 추가적인 여파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모든 내용을 브리핑하는 엘리스. 그런 그녀의 설명을 진지한 얼굴로 가만히 경청하고 난 이미연 사장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잠에서 깨어난 세계수가 지금까지는 가만히 현재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가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거네?”
[그렇습니다. 불카누스의 신성의 부활과 태초의 죽음의 등장. 그리고 가장 강대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던 신성 제국의 약화가 해당 시나리오 발생의 촉매제로 작용했습니다.]이 아르카디아에서 거의 독점에 가까울 정도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던 천상. 하지만 이들이 한순간의 실수로 휘청거리게 되자 일시적으로 무주공산이 된 이 대륙에서 마치 빈집 털이를 하듯이 자신의 세력과 영향력을 키워 나가려고 적극적으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세계수.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에게 허락된 모든 힘과 권능을 사용해 가며 자신의 수족이자 추종자인 엘프들의 격을 한층 더 높여 주었다.
[기존에 세계수의 영역에 잔존하고 있던 엘프 일족 전체가 하이 엘프로 승격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기본적인 능력치와 영향력에 대한 조정이 이루어졌으며, 추가적인 퀘스트와 새로운 직업 그리고 NPC들의 기본적인 등급 자체가 일괄 재조정되었습니다. 또한…….]기존의 엘프들과 다르게 고귀한 혈통을 타고나 뛰어난 신체 능력과 우월적인 마나 감응력. 거기에 압도적인 지능과 아름다운 외모까지 가진, 그야말로 모든 것에서 특별한 사기적인 존재라고 알려진 귀족 중의 귀족이자 전설 속에서나 이야기되는 일족.
하이 엘프(High-Elf).
이 종족이 다시 아르카디아에 출현했다는 엘리스의 보고에 이미연 사장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관련 자료를 다시금 찬찬히 살펴봤다.
“하이 엘프라……. 세계관 설정에 따르면…… 이 아르카디아에서는 성마대전 당시 세계수가 영면에 잠든 시점으로 완전히 멸종한 걸로 나오는 종족들이네?”
[그렇습니다. 그들은 세계수의 자식들이자 가장 많은 축복을 받고 탄생한 존재들. 세계수가 없다면 이들 역시 존재할 수 없는 그런 종족들입니다.]“간단히 말하자면…… 세계수의 친위대 같은 녀석들인데…… 이들을 이용해서 아르카디아의 정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겠네.”
[정확합니다.]세계수에 의해 탄생하고, 그녀의 뜻과 의지를 이 아르카디아에 실현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일족. 그렇기에 강대한 힘과 권능을 겸비하고 있는 존재로 완전히 재탄생한 엘프들의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며 이미연 사장은 골치 아프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결론적으로 멜리사라는 엘프 여왕이 레벨 500대의 하이 엘프 퀸으로 변경되었다는 말인데……. 이 정도면 거의 세인트 제국의 아멘 수준 아니야?”
[그렇습니다. 현재 멜리사의 NPC 등급은 최근 사망한 세인트 제국의 교황, 아멘과 동등한 전설 등급으로 상향되었습니다.]본래 300레벨대의 특수 NPC였던 멜리사.
하지만 그녀의 레벨이 500대로 조정되며 세인트 제국의 교황과 동등한 수준으로 완전히 재조정되었다는 내용을 훑어보면서 이미연 사장은 본래 엘프들의 마을이 세인트 제국의 심장부인 에덴과 맞먹을 정도로 강대한 전력을 보유한 세력으로 완전히 급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시나리오가 유저들에게 요구하는 방향성은 어떻게 될 예정인 건데?”
[현재 완벽하게 시나리오의 흐름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세계수의 휘하에 편입될 수 있는 우호 세력의 결집에 필요한 전반적인 모든 과제와 과업들을 해결하는 것이 주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수인족과 요정족 그리고 엘프의 핏줄을 이은 다양한 혼혈종들과의 이야기가 주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들 사이에서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된 많은 갈등과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하나로 통합시키는 것이 주요 방향성입니다.]혈통에 그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엘프와 수인족.
그렇기에 이들은 지금껏 그 누구보다도 극렬하게 자신과 다른 이들을 배척하고 경계하며 또 멸시했다. 절대 회복될 수 없는 감정의 골을 수백, 수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아 온 이들. 대륙 전역 어딘가에 숨어서 살아가고 있을 이들을 설득하고 다시 하나로 규합한다는 까다롭고도 방대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거대한 서사.
이 시나리오의 최종 결과가 무엇인지를 확인한 이미연 사장은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엘븐 킹덤의 부활을 알리는 서막이라…….”
과거, 신화의 시대에 존재했던 세계수의 문명.
엘븐 킹덤.
그 강대했던 문명을 다시금 현세에 부활시키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며 그녀는 문득 무언가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것 같은 데자뷔를 느끼며 멈칫했다.
“잠깐만……. 이 장면, 분명 어디서 봤던 것 같은데……?”
[어떤 장면을 말씀하시는 겁니까?]그게 무슨 소리냐며 물어 오는 엘리스.
그런 그녀의 물음에 이미연 사장은 정말 이상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저번에도 분명히 너랑 비슷한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았는데……? 아닌가? 뭔가 신화의 시대 관련해서 지금 이거랑 엄청 똑같은 걸 들었던 느낌이 났거든.”
본래라면 서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런가 보다 하며 넘어갈 만한 상황. 하지만 모든 정보를 기록하고 저장하는 인공지능인 엘리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연 사장의 기시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끄집어내 왔다.
[관리자님께서 말씀하시는 것과 일치하는 대화 기록을 1건 발견했습니다. 해당 사항을 확인해 주십시오.]“이건…….”
몇 달 전.
두 번째 메인 시나리오인 신화의 시대를 열었던 불카누스의 부활.
그 이후 아이스 버그였던 그곳에서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에 대해서 보고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미연 사장은 드디어 생각났다는 듯이 두 손을 맞부딪치며 소리쳤다.
“맞아! 옴닉(Omnic)!”
화염과 강철. 그리고 모든 대장장이의 신. 불카누스.
그의 부활과 함께 모든 난쟁이 일족이 결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하나의 거대한 세력을 구축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그녀의 표정은 시시각각으로 변해 갔다.
“엘리스, 아르카디아 대륙의 전체 세력 구도를 좀 보여 줄래?”
[알겠습니다.]모니터에 띄워지는 아르카디아의 대륙 전도.
각각의 영역을 지배하고 있는 세력들이 알록달록한 색깔로 표시되어 있는 그 지도를 보며 이미연 사장은 깨달을 수 있었다.
“옴닉과 엘븐 킹덤. 거기에 신성 제국과 암흑 왕국이라…….”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화된 신성 제국이지만, 그럼에도 전 대륙에 강대한 영향력을 떨치는 이들. 하지만 이 이상 다른 세력을 섣불리 공격할 엄두도 낼 수 없을 정도로 약화되었기에 다른 세력들이 확고히 이 아르카디아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어 버렸다.
어둠의흑염룡이 지배하는 암흑의 마룬 왕국.
나는야똥손을 중심으로 모이고 있는 난쟁이들의 도시, 옴닉.
거기에 초코파이조아를 필두로 새롭게 탄생하려 하는 세계수의 성역, 엘븐 킹덤까지.
과거의 그 찬란했던 문명들을 다시 부활시키려고 하는 조짐들과 이 거대한 흐름을 이끌고 있는 여러 명의 모험가들의 움직임들을 살펴보며, 이미연 사장은 정말 질린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 모든 것들의 중심에는 우리 고객님이 있는 상황이네?”
마녀사냥 당시, 리치 아르게이머의 정수를 어둠의흑염룡의 가슴에 쑤셔 박았던 것도.
광산 노예에서 구르고 있는 나는야똥손을 구출해 내 불카누스의 사도로 성장시킨 것도.
82레벨 전사로 억울함을 호소하며 고통받던 초코파이조아의 겜생을 뒤바꿔 놓은 것도.
그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한 사람이 존재해 왔다는 사실에 그녀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걸 모두 의도하고 움직였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신이 내린 천재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게 할 정도로 한 사람이 했다고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는 업적.
“정말이지…… 이것도 진짜 능력이다, 능력.”
그렇게 이미연 사장은 오늘도 지끈거리는 두통에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댔다.
이 세상을 혼자서 좌지우지하며 흔들어 대는 어느 한 사고뭉치 트롤러의 만행(?)의 결과물들을 살펴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