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354
354화 조별 과제의 비극 (3)
서민 대학교 가상현실 공학부에 2학년으로 재학 중인 강태수.
그는 어릴 때부터 남부러울 것이 없을 정도로 축복받은 인생을 살아왔다.
업계에서 꽤 인정받는 중견 기업의 사장인 아버지와 서울 지검의 검사인 어머니를 두고 있는 그. 거기에 집안 자체가 꽤 돈과 인맥이 빵빵한 편에 속했기에 태수는 어릴 때부터 소위 상류층의 삶을 살아왔다.
돈이면 돈.
권력이면 권력.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축복받은 가정 환경.
거기에 누가 보더라도 인정할 정도로 잘생긴 외모와 다른 또래 친구들보다 우월한 키 덕분에 그는 어디에서나 주목받고 눈에 띄는 존재감을 자랑했다.
[역시 태수는 대단해!] [저, 저기…… 태수야, 사실 나 예전부터 널 좋아했어!] [호호호! 태수는 언제나 믿음직하구나.]초등학교 때부터 반 친구들부터 선생님까지 모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아이. 그 많은 사랑을 너무 어린 나이에서부터 받아 왔기에, 그것은 결국 독이 되어 그에게 되돌아왔다.
[네까짓 게 뭔데?] [하찮은 새끼들……. 어디 주제도 모르고 감히……?] [집안도 변변찮은 것들이. 누구 앞에서 덤벼들어?]적당한 수준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넘어서서 오만과 자만, 그리고 자아도취에 빠져 버린 태수.
그렇게 그는 겉으로는 모범적인 학생의 모습을 연기하면서도 뒤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악랄하고 잔혹한 악마와도 같은 존재로 학교 전체를 장악했다.
절대로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뒤에서 다른 이들을 돈과 권력으로 조종하며 원하는 바를 이루어 내고야 마는 태수. 그렇기에 그는 대학교에 진학하고 난 이후에도 학창 시절에 철저하게 자신을 따르던 수족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쿵. 쿵. 쿵. 쿵.
듣는 순간 심장이 두근거리는 강렬하고 무거운 비트. 그리고 화려한 레이저와 불빛들이 반짝이며 수많은 젊은 남녀가 춤을 추고 있는 강남의 초대형 클럽. 그 커다란 스테이지를 뚫고 들어간 태수는 이내 위층에 자리한 최고급 룸에서 이미 진탕 퍼마시고 있는 한 무리의 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 태수야. 왔어?”
“이야……. 이거 진짜 오랜만이네?”
“대학교 간다더니, 이제는 얼굴 한번 만나 보기도 힘들다?”
그의 등장에 히죽거리며 반기는 고등학교 동창들. 하지만 태수는 자신이 도착하기도 전부터 이미 한껏 취했는지, 새빨개진 얼굴로 최고급 양주들을 퍼마시며 온갖 추잡하고 역겨운 음담패설을 쏟아 내는 이들을 단 한 번도 친구들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역시……. 머리에 든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짐승 같은 새끼들인 건 여전하군…….’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한심한 수준의 인간들. 하지만 태수는 그런 것들을 어느 하나 내색하지 않고 반갑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잘들 지냈냐?”
“그러엄~. 야, 요즘 우리가 얼마나 잘나가는데.”
“우리도 이제 코 묻은 애들 용돈 뜯어 가는 클라스가 아니지! 암!”
“태수야, 이 새끼 이번에 사채까지 끌어다가 외제 차 뽑은 거 아냐? 진짜 미친 새끼야.”
“크크크……. 야, 그걸 사채라고 말하면 안 되지. 우리 형님한테 그냥 빌린 거잖아.”
알고 싶지도, 그리고 듣고 싶지도 않은 온갖 한심하고 질 낮은 이야기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해 대는 동창들. 하지만 태수가 그 모든 것을 내색조차 하지 않고 이런 쓰레기 같은 이들과의 관계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이들의 배경 때문이었다.
“아, 태수야. 그러고 보니까 우리 큰형님이 너 만나러 간다니까 우리한테 직접 안부 인사 좀 전해 달라고 하더라. 아버님께 혹시라도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 달라고.”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대한민국 최대 폭력 조직, 동명파.
그 동명파의 보스가 아버지의 안부를 물었다는 말에 태수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감사하다고 전해 드려. 최근에는 재개발 관련해서 크게 추진하는 게 없어서 아마 아버지께서도 따로 연락할 일이 없는 것 같은데……. 내가 한번 안부차 전화하라고 따로 말씀은 드려 볼게.”
본래 재개발이 활발한 시기에 강제 철거 용역으로 동명파의 조직원들을 대거 동원해서 손쉽게 일을 처리했던 태수의 아버지. 하지만 아진 건설이 추진하는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언더 월드가 시작된 이후로 재건축이나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건설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는 대부분 완전히 중단된 상태였기에 그때의 끈끈했던 관계보다는 조금 소원해진 것이 사실이었다.
“크크크……. 그래. 말씀은 따로 안 하셨는데, 아무래도 큰형님께서도 너희 어머님 쪽에다가 뭔가 아쉬운 부탁 해야 할 게 있는 것 같던 눈치더라고.”
“그래……? 최근에 뭐 사고라도 친 게 있는 거야?”
서울 지검의 부장 검사로 있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부탁할 게 있다는 친구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 태수. 하지만 친구는 그런 건 아닐 거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 큰 건 아니고…… 최근에 약 좀 몇 개 팔다가 짭새들한테 잡힌 애들 몇 명 있거든? 아마도 그거 너무 깊숙하게 헤집지 말고 잡힌 녀석들 정도로 조용히 끝내 달라고 하거나 뭐 그 정도일 것 같긴 해.”
불법적인 용역 깡패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마약 밀매, 밀수, 사채, 사기 등 돈이 되는 것이라면 뭐든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이들. 그렇기에 동명파에게 태수는 감히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존재나 다름없었다.
돈과 권력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회인 대한민국.
그렇기에 그 두 개를 모두 가지고 있는 태수는 이들에게는 소중한 고객님이자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 원만하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파트너이자 동반자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건 태수에게 역시 마찬가지였다.
언젠가는 아버지를 회사를 물려받아 수천억대의 자본금을 가지고 있는 중견 건설사 사장 자리에 오르게 될 그. 그렇기에 자신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 동명파와의 이 우호적인 관계는 지속해서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이 자식들이 과연 조직에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으려나…….’
내세울 건 아무것도 없는 그저 일개 양아치 건달에 불과하지만 자기 말이라면 무엇이든 듣던 충실한 개들. 그렇기에 태수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에 미소 지으며 잔을 내밀었다.
“그래. 아버지께 내가 다 잘 말씀드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크으으. 역시 태수! 쏴라 있네!”
“의리! 의리!”
“마시자! 마셔!”
“우리의 영원한 우정을 위해! 건배!”
한 병에 수십만 원 하는 양주를 물 마시듯이 들이켜며 돈 걱정 없이 마음껏 음주 가무며 온갖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는 이들. 그렇게 온갖 옛날이야기를 하며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한 친구가 태수를 향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아. 그러고 보니 태수 너 여자 친구는 있냐?”
“여자 친구?”
“어. 너 예전에 고등학교 때도 그 누구냐…… 채연이라는 여자애만 쫓아다녔잖아.”
“맞아. 태수 이 자식, 얼굴도 잘생기고 몸도 좋아서 주변의 유명한 여자애들한테 고백은 엄청나게 받았으면서도 결국에는 죄다 거절했었지?”
“가만 보면 태수도 꽤 순정적인 남자라니까? 나 같았으면 그냥 아주…….”
“크하하하. 고릴라같이 생긴 그 얼굴로 무슨? 꿈 깨라, 이 새끼야.”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속에서 금세 지나쳐 간 이야기. 하지만 그런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태수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조용히 술잔을 단숨에 기울였다.
‘멍청한 새끼들……. 내가 괜히 그 망할 년한테 얼쩡거리는 줄 아나?’
전채연.
고등학교 때부터 같은 동창이었던 채연을 처음 만났을 당시, 태수는 그녀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가지지 못했었다.
예쁘장하게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평범한 수준에서 조금 나은 정도밖에 되지 않은 수준. 연예인에 버금갈 정도로 그렇게 뛰어난 외모는 아니었기에 태수의 눈으로 보기에는 그럭저럭 봐 줄 만한 정도가 다였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학교 옥상에서 그녀의 담임 선생님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엿들은 이후부터, 태수는 그 이후로 오로지 채연과 엮일 수 있는 기회만을 노리며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연정을 품은 모든 남자를 철저하게 짓밟으며 채연의 앞에서 언제나 완벽한 남자 친구의 모습을 행세하며 말이다.
‘채연이가 가진 배경만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아버지의 회사를 지금보다 몇십 배는 더 부풀릴 수 있다고.’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학생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배경을 가지고 있던 그녀. 지금까지 아무도 이러한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준이었기에 태수는 그 이후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하지만…….
그러한 태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음……. 미안하지만 태수야, 나는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수많은 고백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거절하며 자신을 밀어내던 채연. 그리고 그때 태수는 처음으로 자신이 목표로 하는 여자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정상인과는 조금…… 아니, 아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누구도 받아 보지 못한 고백! 그저 그런 고백을 하는 사람과는 만나고 싶지 않아.]사랑 고백에 이상하리만큼 집착하는 채연. 그렇게 그녀의 철벽에 난항을 겪던 태수. 그리고 최근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 상황은 점점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헤헤헤……. 채연아! 뭐 해?] [헤헤……. 채연아, 호…… 혹시 시간 있으면 나랑 같이 점심 먹을까?]과거 태수와 같은 고등학교를 다닐 때 감히 채연에게 연정을 품어 악랄한 수준으로 괴롭히며 짓밟았던 희생자 중 하나였던 동창생.
임재균.
재균을 서민 대학교에서 다시 만났을 때. 태수는 처음에 그를 자신의 경쟁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버러지 같은 존재가 점점 갈수록 강대한 영향력을 가진 존재로 급성장해 나가자 태수는 그제야 초조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버러지 같은 변태 스토커 새끼가 감히…… 내 여자를 노려?’
엄밀히 말하자면 아직 사귀지는 않는 사이지만, 이미 자신에게 넘어왔다고 생각하는 그. 그렇기에 주제도 모르고 넘보지 말아야 할 것을 넘보는 재균에 대한 분노로 태수는 연거푸 술잔을 들이켰다.
갑작스럽게 돌변한 태수의 분위기. 그리고 그것을 감지한 친구들은 이내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야…… 태수야, 무슨 일 있냐?”
“갑자기 왜 그래?”
돈도, 권력도 없는 평범한 집안. 거기에다 능력도 뭣도 없는 한심한 버러지 같은 존재였던 재균. 하지만 그랬던 그가 전 세계인의 찬사와 사랑을 받는 아티스트가 되었다는 사실은 태수의 그 오만한 자존심으로는 도무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실이 아니었다.
‘가상현실 기술만 없었으면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음험한 변태 새끼일 뿐인 놈이.’
가상현실, 아르카디아.
그가 이룩한 모든 것이 그저 시대를 잘 타고난 운에 불과하다는 강렬한 자기 합리화를 되풀이하던 중 태수는 문득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6명의 충실한 개들이 눈앞에서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태수는 갑자기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에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저기…… 그러고 보니까 나도 부탁할 게 하나 있는데…….”
채연과 자신의 관계 사이에 계속 끼어들어 물을 더럽히고 훼방을 놓는 미꾸라지 한 마리.
이 풀리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방법을 떠올린 태수는 싸늘한 얼굴로 이들에게 한 가지 마술을 물었다.
“혹시 너희들 사람 하나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사라지게 만드는 방법 알아?”
사람 하나 없애는 마술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