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356
356화 조별 과제의 비극 (5)
최근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붐을 일으키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상현실 산업.
가상현실의 발달과 융성으로 인해서 수많은 기존의 여러 산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으면서 쇠락해 나가고 있었지만, 반대급부로 전에는 없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주목을 받으며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인류 사회 전체의 모습을 바꾸어 가고 있었다.
-무너지는 여행 산업. 쇠락해 가는 세계 유명 관광지들의 눈물.
-막대한 수익 감소에 경악하는 방송계. 연예인들의 출연료 삭감 논란.
-TV에서 멀어진 대중들. 최근 전 세계가 열광하는 가상 콘텐츠의 열풍.
미즈니사의 공격적이고 저돌적인, 무식하기까지 한 무차별적인 자금 투자로 인해 탄생한 판타스틱 유니버스를 시작으로 수많은 여행과 레저를 주제로 한 가상의 여행지가 만들어지며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여행 업계. 거기에 루시드 드림으로 만들어지는 기존에 없던 수많은 창작물이 방송가 일대에 거대한 폭탄을 터트려 버렸다.
“이런 미친? 출연료가 기존의 절반이라고?”
“그……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립니까? 광고를 그냥 빼겠다니요?”
“단가 맞춰 주기가 어렵다고요……? 도대체 그게 무슨…….”
“아니, 저번에 우리 소속사에서 한 명 캐스팅하기로 이야기 다 마쳤지 않았습니까? 예? 그냥 이번 작품을 완전히 가상현실로 구현하기로 했다고요?”
상상력을 현실에 구현할 수 있는 설비, 루시드 드림.
그것을 통해 기존과 다르게 제작비를 얼마나 절감할 수 있는지 그 어마어마한 가성비가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하자 기존의 영화와 드라마 같은 영상물의 제작 방법의 패러다임 전체가 완전히 뒤바뀌기 시작했다.
“이런 게 어딨어요! 이번에 꼭 저 영화계에 데뷔시켜 준다고 약속했었잖아요!”
그 패러다임의 변화로 피를 보게 된 사람 중 하나인 세형. 그는 기존에 추진되고 있던 영화 제작이 갑작스럽게 엎어졌다는 소식을 듣고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매니저를 향해 소리쳤다.
“계약서까지 다 쓴 상태인데, 여기서 위약금까지 물면서 취소하겠다고요? 그 제작사 정신 나간 거 아니래요? 이미 보도 자료까지 쫙 뿌린 상황인데 이딴 식으로 취소해서 저 물 먹이면 앞으로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런데요?”
한때 대한민국을 호령하는 초인기 아이돌로 엄청난 유명세를 누렸었던 세형.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 그 자리를 후배 아이돌들이 점점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하며 그 빛이 바래기 시작한 그가 배우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 오랫동안 준비했고 기다렸던 기회. 그 첫 단추가 순식간에 어그러지자 잔뜩 악에 받친 그였지만, 세형의 매니저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아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세형아, 우리 솔직히 이야기해 보자. 너 이번에 개봉한 옥토퍼스 게임이라고 알지?”
“알죠. 그 문어 대가리 영화 말하는 거 맞죠?”
문어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조직에게 납치된 수백 명. 각각 사회의 밑바닥에서 처참한 인생을 살아가던 이들에게 거액의 상금을 걸고 서로 목숨을 걸고 치열한 게임을 벌이게 하는 이 데스 서바이벌 영화는 최근 전 세계에 뜨거운 파란을 불러왔다.
“전 세계 관객 수만 자그마치 21억 2,435만 9,231명. 역대 초장기 부동의 박스 오피스 1위 유지. 개봉 첫 달 만에 전 세계 역대 흥행 수익 1위 탈환. 그 이외에도 수많은 부분에서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성적을 보여 주고 기존 순위를 완전히 갈아치우며 어마어마한 돈을 긁어모은 그 영화의 제작비가 얼마인지 알아?”
잔뜩 흥분한 어조로 속사포로 말을 쏟아 내는 매니저의 물음에 살짝 당황한 세형은 눈을 잠깐 깜빡이다 살짝 주눅이 든 모습으로 대답했다.
“몰라요……. 얼만데요?”
그리고 그런 세형의 물음에 매니저는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5…… 억이요?”
그 말에 맹렬하게 고개를 좌우로 젓는 매니저. 그리고 세형은 이어지는 그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입을 벌렸다.
“500만 원.”
“예……? 5, 500만 원이요?”
화들짝 놀란 세형. 그리고 그는 말이 되냐는 듯 퉁명스러운 어조로 따지듯이 물었다.
“아니, 그게 말이 돼요? 그 영화에 들어간 특수 효과가 얼마나 많고 또 배우나 엑스트라도 얼마나 많은데요? 게다가 그 거대한 규모의 세트장까지 고려하면 500만 원으로는 절대 불가능해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 그리고 그런 세형의 이야기에 매니저도 동의했다. 그냥 아무런 대사도 없는 지나가는 엑스트라의 일당만으로도 나가게 될 무의미한 수준의 예산. 하지만 이 옥토퍼스 게임에서는 전혀 달랐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 하지만 그 모든 게 허상이면 가능해.”
“허상…… 이라고요?”
“그래. 허상.”
돈도, 인지도도, 그렇다고 그럴듯한 경력도 없는……. 가진 것이라고는 그저 풍부한 상상력뿐인 어느 이름 없는 한 무명의 크리에이터로부터 탄생한 작품.
옥토퍼스 게임.
그 누구의 지원과 도움 없이 그가 홀로 이 영화를 만들어 낼 때 사용한 금액이라고는 그저 제작 기간 4달 동안 사용한 생활비와 식비, 500만 원이 전부였다.
“그 많은 인력도, 거대하고 방대한 규모의 세트장도, 자신이 머릿속에 그리는 배우들의 모습을 수십 번 연출할 필요도, 그 까다로운 장소 협조와 서류 작업 하나 할 필요도 없이 그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완전히 만들어지고 완성되었어. 그것도 아무런 지원이나 투자 하나 없이 말이야.”
조 단위의 금액을 벌어들였고, 앞으로도 그 이상의 돈을 벌어들일 어마어마한 초대박 IP의 탄생. 하지만 이러한 창작물이 탄생하는 데 막대한 자본력이나 기술력도, 유명 배우들의 연기력과 촬영 팀의 연출 능력도 그 어느 하나 필요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영화 업계는 말 그대로 경악했다.
“옥토퍼스 게임이 탄생한 이상, 성공할지도 모르는 영화 하나를 만들겠다고 수백억의 자금을 투자하는 게 다른 투자사들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이겠지. 잘만 하면 최소한의 자본으로도 천문학적인 이익을 챙길 수가 있을 텐데.”
“그래도 지금까지는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는 그랬지. 하지만 앞으로는 아니야.”
세형의 말을 끊으며 무미건조하고 차갑게 이야기하는 매니저. 그는 세형에게 하루아침에 달라진 이 비정하고 냉정한 현실을 알려 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대중과 세상에게 배우들의 유명세와 연기력에 개의치 않는 상황이 온 것 같다. 세형아, 이번 일은 나도 안타깝지만…… 다른 쪽으로 진로를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세상은 빠르게 변화해 나가고 있었다.
현실이지만 분명히 허구 속 이야기인 영화와 드라마 속의 배우보다.
허상이지만 그 누구보다 현실 같은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가상의 인물들에게 열광하며.
그 누구보다 독창적이고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자들과 이들이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에 사람들은 주목했다.
크리에이터라고 불리는.
전 세계의 수많은 ‘진짜’들에게 말이다.
* * *
모든 진짜들의 선구자이자 진짜 중의 진짜.
임재균.
그는 자신의 자취방에 앉아 노트북을 앞에 두고 무어라 연신 떠들고 있는 채연을 보며 너무나도 몽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재균아. 재균아? 너 내 말 듣고 있니?”
“응……? 으응……?”
머릿속으로 앞으로 채연과 함께할 수십 년 후의 찬란한 미래를 그리고 있던 재균. 미래의 손자까지 상상하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재균은 이내 자신의 입가에 흐르고 있던 침을 황급히 닦고는 입맛을 다셨다.
“미, 미안. 잠깐 놓쳤네.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어?”
“너랑 재영이가 조사한 자료들이랑 나랑 태수가 조사한 자료랑 비교하다가 서로 모순되는 내용이 몇 가지 있어서. 이것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어.”
“그래……? 잠시만…….”
채연이 표시해 놓은 부분들을 가늘게 뜬 눈으로 확인하던 재균은 이내 그녀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 있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 이거는 전에 김태훈 교수님이 이야기했던 내용이야. 루시드 드림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싱크로율과 구현 능력의 효율성과 역학 관계에 대해서 분석한 논문이 있는데, 거기에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과를 도출하였고, 이걸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그 효용성에 대해서 따로 논거 하자면…….”
꽤 고차원적인 이론과 관련 논문을 설명하는 재균. 그런 그의 이야기를 진중한 얼굴로 듣고 있던 채연은 이제 확실히 이해가 된다는 듯 활짝 웃으며 소리쳤다.
“아! 그래서 완전히 반대되는 결과가 나왔구나. 하긴, 내가 조사할 때는 싱크로율과 관련된 효율성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효용성이 떨어지는 비(非)적합자의 수치를 대입하면 얼추 너희 자료가 맞겠네. 역시 재균이! 대단해!”
엄지를 추켜세우며 칭찬해 주는 채연의 말에 잔뜩 어깨가 올라간 재균. 그는 헤실헤실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헤헤. 논문들 하나하나 다 읽어 보느라 고생 좀 하긴 했지.”
그러면서 뿌듯하게 한쪽 구석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책과 인쇄 논문들을 가리키는 재균. 그것을 본 채연은 깜짝 놀란 눈초리로 재균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너 설마 혼자 이걸 다 쓴 거야? 재영이는 아무것도 안 하고?”
“으응……? 아, 아냐.”
“아니긴 뭐가 아니야. 딱 봐도 보이는데.”
“헤헤헤…….”
다 안다는 듯한 채연의 말에 아무 말 없이 멋쩍은 미소를 짓는 재균. 그런 그를 지그시 바라보던 채연은 이내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긴……. 나도 뭐 네 파트너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은 없네. 보고서 최종 정리 하는 날인데 태수도 갑자기 사정 생겼다고 빠져 버렸으니까.”
과제를 하는 와중에는 그래도 내심 도와주는 척 열심히 참여하던 그. 하지만 최종적으로 보고서를 완성하는 날인 오늘 갑자기 불참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왜? 무슨 일 있대?”
태수의 이야기가 나오자 순간적으로 움찔한 재균. 하지만 그런 그의 물음에 채연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몰라? 무슨 집에 참여해야 할 행사가 있다나 뭐라나……. 관심 없어.”
“그래……?”
“응…….”
“…….”
순간적으로 서로 할 말이 없어져 어색한 침묵이 감도는 상황. 재균이 이럴 때는 무슨 말을 꺼내야 하나 머릿속으로 잔뜩 고심하고 있는 그때 채연이 짐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어느 정도 정리는 된 것 같으니까 먼저 일어나 볼게. 나 오늘 야간에 친구 아르바이트 대타 뛰어 주기로 했거든.”
“버, 벌써 가게?”
너무 대놓고 아쉬운 표정을 짓는 재균. 하지만 채연은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고는 장난스럽게 어깨를 툭 치며 답했다.
“나중에. 이제 방학도 하는데 시간 되면 같이 한번 영화나 보러 갈래?”
“여, 영화?”
“응. 그 옥토퍼스 게임인가? 나 그거 아직 안 봤거든.”
그러면서 채연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그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너랑 같이 보려고 일부러 아껴 두고 있었지롱~.”
그 말에 얼굴이 잔뜩 새빨개진 재균. 그가 어쩔 줄 몰라서 안절부절못하는 반응을 알게 모르게 즐기며 채연은 재균을 향해 손을 흔들고는 이내 현관문을 열고 떠나갔다.
띠리릭.
그녀가 떠나가고 난 후 홀로 남은 재균.
그리고 그는 한 손으로 가슴을 부여잡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하아…….”
얼굴을 보기만 해도, 같이 있기만 해도, 목소리만 들어도 자기도 모르게 요동치는 심장. 하지만 방금 채연이가 한 말을 들으며 재균의 그 심장은 정말 터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으흐흐흐…….”
갑자기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혼자 바닥에 웅크린 상태로 웃음을 흘리기 시작한 재균. 그 웃음소리는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바닥에서 지랄발광해 가며 폭소하기 시작했다.
“크흐흐흐흐……. 크헤헤헤헤헤헤헤헤.”
채연과 단둘이서 즐기는 영화 관람.
상상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오는 이 두근거리는 마음을 잔뜩 느끼며 행복에 겨워 있던 재균은 이내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초인종 소리를 들었다.
“응? 뭐지……?”
평소에는 울릴 일이 없는 초인종. 하지만 이내 주문한 택배가 도착했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에 무심코 현관문을 열어 버린 재균은 자신의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세 사람을 보고는 얼어붙었다.
“여. 네가 재균이니?”
검은색 양복에 광나는 구두를 착용하고 있는 건장한 체격의 남성들. 딱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험상궂은 얼굴의 난생처음 보는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미소 짓고 있는 것을 보고 재균은 이들에게서 먹잇감을 노리는 전형적인 포식자의 냄새를 맡았다.
‘이런 씨…….’
언제나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는 사냥감의 신세였던 재균. 본능에 가까운 영역으로 자신이 엿된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들에게서 진득하게 풍겨 오는 살의를 온몸의 감각으로 느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