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358
358화 조별 과제의 비극 (7)
“어. 그래, 일은 잘 처리하고 왔어?”
동명파를 이끄는 일인자인 김춘배. 그는 사무실로 급하게 들어오는 김 실장과 영길을 보며 물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물음에 김 실장은 굳은 낯빛으로 말했다.
“형님,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문제……?”
춘배의 의아해하는 물음에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 영길. 그런 그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춘배는 이내 곤란하다는 듯이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그러니까, 그 재균이라는 녀석을 몰래 데리고 오려고 했는데 그러는 도중에 우연히 채연이라는 여자애가 그 상황을 목격해 버렸다 이 말인가?”
“그렇습니다. 분명히 헤어지고 그 새끼 자취방을 나서는 것까지 확인하고 작업을 시작했는데, 뭘 놓고 갔다고 다시 돌아오는 바람에 일이 틀어졌습니다.”
“그래서…… 그냥 둘 다 데리고 왔다 이 말이네? 괜히 내버려 뒀다가는 곧장 경찰에 신고 들어가서 괜히 일을 그르치게 될까 봐?”
“……면목 없습니다.”
춘배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입을 다무는 영길. 그런 그를 바라보던 춘배는 심각한 얼굴로 뒤에 서 있는 김 실장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이 상황, 어떻게 생각해?”
이번 일은 자신에게 맡겨 달라고 호언장담하던 김 실장. 하지만 그 역시 이런 돌발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듯 꿀 먹은 벙어리처럼 굳게 입을 다물었다.
“우리 철부지 도련님께서 흠모하는 계집애까지 같이 데려온 상황이야. 그 남자애는 어차피 아무도 모르는 곳에 조용히 묻을 심산이었으니 상관없겠지만, 다른 한쪽은 이야기가 다르잖아?”
유한 건설의 후계자인 태수의 심기를 거스를 수도, 그렇다고 재균이 납치당하는 상황을 목격한 유일한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보내 줄 수도 없는 상황. 그렇기에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춘배와 김 실장이 고심하고 있는 사이, 영길이 아주 난처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저기……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무슨 문제?”
이걸 말해야 하나 주저하던 영길. 하지만 이내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재균의 자취방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낱낱이 실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춘배와 김 실장의 표정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점점 험악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거기서 애새끼 한 명이 혓바닥 하나 잘못 놀려서 이번 일이 태수가 사주했다는 것을 두 사람이 다 눈치챈 것 같다고?”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씨…….”
영길의 말에 욕지거리를 내뱉는 김 실장과 춘배. 그리고 그 둘은 이내 서로의 눈을 마주 보고는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 아무래도 이번 일은 조용히 묻어 버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네 생각도 그렇지?”
“예. 그 철부지 도련님이 좋아하는 여자애라고 하더라도 입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상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그 임재균이라고 하는 녀석이 가진 유명세나 명성을 생각하면 혹시 모를 위협은 제거하는 게 최선입니다.”
태수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이번 일을 계획했던 김 실장. 하지만, 일이 이렇게 흘러가자 그 누구보다 빠르고 냉정하게 태수를 포기하며 춘배에게 강력하게 이야기했다.
“어차피 이번 일에 태수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는 저희 손에 들어와 있습니다. 아무리 우리 쪽에 원한을 가지게 된다 하더라도, 쉽사리 움직일 수도 없을뿐더러 강만철 사장 측에서 오히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저희보다 이번 사태를 조용하게 묻으려고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중견 건설사로서 수천억대의 자본금을 굴리는 유한 건설의 사장님과 서울지검에서 부장검사라는 직함을 단 태수의 부모님. 이번 사태가 세상에 퍼져 나가게 된다면 그 후폭풍으로 잃을 것이 가장 많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떠올리며 춘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긴 하지. 아마도 우리보다도 더 사력을 다해서 사건 자체를 은폐하려고 하겠지.”
그 대신 이번 일에 대해서 앙심을 품게 될 것이 분명한 상황. 유한 건설과의…… 아니, 강만철 일가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다가 벌어진 이 사고에 대해서 연신 아쉽다는 표정을 짓는 춘배. 하지만 그는 이내 결심했다는 듯이 김 실장과 영길을 향해 말했다.
“그, 재균이랑 채연이라고 했지? 영길이는 두 사람 전부 아무도 찾을 수 없게 만들어 놔. 그 흔적도 찾을 수 없게 철저하게 처리하고 묻어 놔서 확실하게 일 처리를 하라고. 또 이상한 실수 같은 거 하면서 일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김 실장은 유한 건설 쪽에 가서 얼굴 비치고 상황 설명 직접 좀 해 줘. 피치 못할 상황이니까 같이 지옥으로 끌려가고 싶지 않으면 태수인지 뭔지 하는 그 정신머리 없는 도련님 허튼짓 못 하게 내부 단속 철저히 좀 해 달라고 협조 부탁하고.”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 둘을 모두 아무도 모르게 죽여서 처리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춘배. 하지만 그런 그의 끔찍한 명령에 영길과 김 실장은 너무나도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유한 건설 측과 이번 일과 관련해서 협의하고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 회장님.”
인사를 하고는 자신의 방을 떠나가는 둘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춘배. 그는 하나 까먹었다는 듯이 영길의 뒤에 대고 소리쳤다.
“아, 그리고 그 혓바닥 잘못 놀려서 일 이렇게 그르친 새끼, 조만간 내 앞에 데려와. 그 혀를 내가 직접 잘라 버릴 테니까.”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형님.”
그 말에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사과하고는 방문을 닫고 사라지는 영길. 방 안에 홀로 남은 춘배는 무언가를 고심하다 이내 책상 서랍에 있는 시가 하나를 꺼내 물었다.
“후…….”
입안을 메우는 독한 시가 연기를 즐기며 그는 너무나도 평온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자신이 방금 내린 결정이 무슨 여파를 몰고 올지 전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 * *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전기찬.
전임 대통령의 무능으로 인해서 시작된 어마어마한 레임덕으로 인해서 생각보다 손쉽게 정권 탈환에 성공하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그.
하지만 생각보다 국정 운영이라는 것은 그렇게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당선된 후 얼마 되지 않아서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주변 인사들의 수많은 비리와 스캔들. 거기에 온갖 크고 작은 사회적 이슈들로 인해서 지지율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치달았지만, 그는 하나의 계기를 통해 부활을 넘어 기적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경이적인 수준의 국민적 지지를 얻게 되었다.
[이 대한민국에 집 없어 서러운 이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끝없이 치솟는 이 부동산 문제를 저 전기찬이 모든 정치 생명을 걸고 완벽하게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천만 인구가 살아가는 이 수도 서울의 깊숙한 지하에 천만 인구의 도시, 언더월드(Under World)를 만들겠습니다!]프로젝트, 언더월드
아진 그룹과 손을 맞잡고 추진된 이 극비 프로젝트.
기득권과 여야를 가리지 않은 입법부 전체의 방해 공작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추진된 프로젝트. 이로 인해서 탄핵을 당할 위험에까지 처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살아남았다. 아니, 전대의 그 어떤 대통령도 이룩하지 못한 어마어마한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추앙받는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전기찬 대통령의 지지율 93%. 공산주의에 가까운 비현실적인 수치.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 고질적인 대한민국의 부동산 문제 청산이 그 이유.
-무엇이든 가능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대통령. 그 기반은 강력한 국민적 호응.
일부 기득권이 가장 혐오하고 증오하는 대상이 되었지만, 대다수의 평범하고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찬사와 응원을 받는 전기찬 대통령. 그는 바쁘게 국정을 운영하며 어제와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미국과의 정상회담과 관련해서 대통령님께 몇 가지 확인하고 결정해 주셔야 할 사안들이 있습니다. 먼저 최근 한미 동맹과 관련해 군사기지를 추가적으로 확장하는 안에 대해서…….”
비서실장을 비롯한 보좌관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브리핑을 받으며 피곤한 얼굴로 서류를 뒤적거리던 그. 하지만 갑작스럽게 바지에서 강하게 울리는 진동음에 그는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몰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그 내용을 확인했다.
“이, 이건……?”
화들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전기찬 대통령. 그의 돌발 행동에 비서실장을 비롯한 보좌진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대통령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비서실장의 물음. 하지만 전기찬 대통령은 심각한 얼굴로 하염없이 자신의 휴대폰을 들여다보고는 이내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네. 그보다…… 회의는 한 30분 뒤로 미루어도 되겠는가? 내가 잠깐 머리가 어지러워서 그러는데.”
대충 눈치로 무언가 있다는 것을 직감한 보좌진들. 그렇기에 비서실장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통령을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밖에서 잠깐 쉬면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대통령님.”
비서실장의 손짓에 눈치껏 쏜살같이 빠져나가는 직원들. 혼자 남은 집무실 안에서 전기찬 대통령은 두 번 세 번 다시금 꼼꼼히 방 안에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르고스.”
그리고 그 순간.
청와대를 상징하는 봉황의 인장이 그려져 있는 그의 컴퓨터가 검은색으로 물들더니 이내 몇 가지 텍스트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3급 관리자, 대한민국 대통령, 전기찬. 확인되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정보를 감지하고 분석하는 아르고스의 눈 프로젝트의 핵심이자 가상현실 아르카디아을 운영하는 엘리스의 모체가 되는 초인공지능 시스템, 아르고스.
그가 부름에 응답하자 전기찬 대통령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지금 휴대폰에 전송된 메시지, 무슨 말인가? 내 손녀딸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니?”
방금 자신의 휴대폰에 날아온 메시지. 그것은 다름 아닌 손녀딸인 채연에 관한 아르고스의 경고였다.
-저에게는 관리자님을 비롯한 주요 친족에 대한 신변의 위험이 임박했을 때, 이에 대한 경고와 가능한 모든 조치를 이행할 의무가 있습니다. 해당 명령에 따라 제 감시망에 감지된 관련 사항을 고지한 것입니다.
이 아르고스 시스템에 3급 관리자 권한을 미국 정부로부터 아주 최근에 부여받은 전기찬 대통령. 실질적으로 그가 전 세계의 정보망을 감시하고 있는 이 아르고스의 방대한 데이터에서 얻어 낼 수 있는 정보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지만, 아주 특정한 조건에 따라서 여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이 바로 그러한 경우였다.
“그렇다면 내 손녀딸이 어디에 있고 왜 위험에 처한 것인지 정확히 설명해 주게.”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기찬 대통령의 모니터에 수많은 정보들을 쏟아 내기 시작한 아르고스. 온갖 곳에서 수집되어진 정보들이었지만, 그 퍼즐 조각들이 하나하나 얽히고 짜맞추어지며 이 현실에서 아무도 모르고 있을 하나의 거대한 음모가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동명파와 유한 건설, 이 둘 사이의 커넥션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 채연이와 그 재균이라는 남자애와의 관계를 끊어 내기 위해서 이런 일을 벌였다는 건가? 채연이가 위험에 처한 건 우연히 그가 납치당하는 걸 목격해서 벌어진 일이고?”
-그렇습니다.
“허…….”
듣기만 해도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이야기. 하지만, 지금 상황이 너무나도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었기에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현재 관리자님의 손녀가 살해당할 확률이 88%로 확인되었습니다.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드립니다.
지금 당장 손녀딸을 구출하라는 아르고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그녀의 위치가 확인된 서울 어딘가의 지도를 제공하며 그 자취를 감추었다.
“…….”
다시 일반적인 모습으로 돌아온 컴퓨터. 하지만 바탕화면에 새롭게 생성된 폴더를 보며 그는 방금 한 대화가 꿈을 꾼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다시 입장하는 비서실장과 보좌진들. 이들은 너무나도 심각하고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는 전기찬 대통령을 보고는 이내 움찔하며 멈춰 섰다.
“저기…… 대통령님. 혹시 무슨 불쾌하신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총대를 메고 조심스럽게 물어 오는 비서실장. 그런 그의 물음에 전기찬 대통령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통보할 뿐이었다.
“미안하지만 오늘 일정은 전부 취소해 주게.”
“……?”
아직 할 일이 산더미인 상황. 당장 시일을 다투는 촉박한 회의와 안건들도 많았기에 어지간한 일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그 이후 이어지는 대통령의 말은 폭탄을 터트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 손녀딸이 납치되었다는 첩보가 들어왔거든.”
“예……?”
“그, 그게 무슨……?”
너무나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비서실장과 보좌진들. 하지만 대통령은 농담이 아니라는 듯 너무나도 싸늘하고 살기 섞인 목소리로 그들에게 명령했다.
“지금 당장 경호실장이랑 국정원장 그리고 수도 방위 사령관이든 경찰청장이든 이 문제를 해결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 가리지 말고 전부 불러오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