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359
359화 권력의 무서움 (1)
대통령을 비롯한 일가 친족의 신변과 안전을 책임지는 유일무이한 전문 경호 기관이자 특별 무력 기관인 대통령 경호처(Presidential Security Service).
최근 그 빛이 많이 바래기는 했지만, 과거 권력의 핵심 중추의 역할을 하기도 했던 이곳은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서 수많은 기밀 정보를 취급하고 다루면서 아직도 어마어마한 명성을 자랑하며 그 위세가 대단했다.
소속 요원 하나하나가 고도로 훈련받은 유단자들과 뛰어난 기술과 지능을 보유한 인재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청와대 전체를 방호하고 주요 인사를 경호하며 군대와 경찰을 제외하고 총기의 휴대와 사용을 법적으로 허가받은 유일한 국가기관인 대통령 경호처.
하지만 지금 이 조직을 지휘하는 경호처장 유현상은 영문도 모른 채 대통령의 집무실에 끌려와 아연실색한 얼굴로 자신의 앞에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앉아 있는 그를 마주하고 있었다. 자신과 똑같이 창백한 표정으로 들어온 수도 방위 사령관과 국정원장과 함께 말이다.
“내가 부른 이유는 비서실장에게 이미 전달받았겠지?”
“그렇습니다.”
“예…….”
이미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하고 청와대로 들어온 세 사람.
그렇기에 지금 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그리고 이들의 앞에 앉아 있는 전기찬 대통령이 얼마나 분노한 상태인지를 알기에 세 사람은 그의 눈조차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다른 불필요한 것들은 묻지 않겠네. 책임 소재라거나 이러한 일이 발생하게 된 경위 같은 것들에 신경 쓰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도 짧으니 말이야.”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의 친족이자 그의 소중한 손녀딸이 이름 모를 어느 폭력 조직에 납치당한 사상 초유의 사태. 이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경호처장이나 국정원장은 그런 전기찬 대통령의 말에 순간적으로 움찔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이들에게 말했다.
“자네들이 지금까지 파악한 내용에 대해서 낱낱이 보고하게.”
관련 상황을 확인한 지 불과 한 시간도 되지 않은 상황. 하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기밀 정보와 첩보를 다루는 국정원장과 경호처장답게 이들은 그 짧은 시간 동안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파악한 상태였다.
“저희가 확인한 바로, 채연 양을 납치했던 이들은 서울 강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동명파라고 하는 폭력 조직의 일원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현재 해당 조직에 대한 세부적인 첩보를 경찰 측으로부터 인계받아 분석하고 있으며, 이들의 정확한 목적은 아직 파악하는 중입니다.”
“채연 양이 납치당한 장소의 CCTV들이 사전에 작동을 중지시킨 정황이 파악되어서 주변 블랙박스를 긴급 수거하여 확인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가 입수한 정보들을 종합해 보면…….”
그 짧은 시간에 통신 기록까지 들춰 내면서 확인한 정보. 그중에서 전기찬 대통령은 자신이 모르고 있던 사실 하나가 경호처장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순간적으로 얼이 빠진 표정을 지었다.
“채연이가 남자 친구의 자취방에 놀러 갔었다고……?”
“통신 기록을 확인한 결과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가장 마지막에 채연이가 가장 친한 친구와 주고받은 메시지.
그 안에 적혀 있는 메시지의 사본을 보여 주며 경호처장은 조금 변명하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 갔다.
“채연 양이 경호 요원들을 일부러 따돌리는 경우가 최근 급증했었는데, 이것이 주요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에게는 그냥 친한 친구 정도로 이야기를 했었는데 지금 보면 그 정도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으음…….”
채연이가 직접 써서 보낸 메시지 기록. 그것에 적혀 있는 ‘남자 친구’라는 단어. 그것을 보며 전기찬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몇 가지 키워드들이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채연……. 남자 친구……. 자취방……. 둘이서만 과제……?’
무언가 할아버지로서 감히 용납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그 남자 친구라는 존재의 신원 정보를 확인한 그의 눈에는 이채가 어렸다.
“그 남자 친구라고 하는 이 녀석…… 무언가 낯이 익는데?”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는 사진. 그리고 그런 전기찬 대통령의 중얼거림에 국정원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끼어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해당 인원은 불과 몇 달 전에 일본 정부에 의해서 납치를 당할 뻔했던 전적이 있던 인물입니다.”
간도 크게 한국 내에서 비밀리에 시행되었던 일본 정보부의 불법적인 요인 납치 작전. 그로 인해서 전기찬 대통령 역시 강력하게 항의하며 직접적인 조치를 구상했었기에 그 기억이 생생했는지, 의외라는 듯이 눈을 크게 뜨며 중얼거렸다.
“허……. 이런 놈이 우리 채연이랑 사귀고 있다고? 그것도 아무도 모르게?”
능력은 그 누구보다 출중할지 몰라도 외모적인 면에서는 그 누구의 호감도 살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재균. 그런 그와 함께 있다가 채연이 우연히 이러한 납치극에 휘말렸다는 사실에 전기찬 대통령은 알 수 없는 짜증을 느끼고 있었다.
‘이래서 내가 그토록 남자는 조심해서 만나라고 잔소리를 했건만…….’
이 세상에 믿을 수 있는 남자는 아무도 없다는 지론을 채연에게 펼치고 다녔던 전기찬 대통령. 손녀딸을 애지중지하는 할아버지의 사랑을 담아 한 조언이었지만, 그런 그의 조언을 완전히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다 결국 사고를 친 그녀에 대해 생각하며 복잡해진 머리를 흔들다 이내 전기찬 대통령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가상현실 기술에 탁월한 재능을 가져 타국 정보기관에 강제로 납치당할 뻔까지 했던 인재와 현직 대통령의 손녀딸을 동시에 납치했다……. 이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전기찬 대통령의 물음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대답하는 두 사람. 그리고 이들은 진지한 얼굴로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현재 국정원의 분석관들이 추정하는 바로는 아마 다른 정부를 배후에 둔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습니다. 일본 측에서 이런 무리한 짓을 연달아 시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중국, 러시아…… 아니면 북한 측의 사주를 받은 것일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전채연 양의 신원이 일반 대중이나 언론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노출된 적이 없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번 일은 일반적인 납치와는 다르게 더 큰 목적성과 악의적인 음모가 깔려 있다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현직 대통령의 일가족을 납치하여 이를 통해서 분명 보다 큰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협박의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동명파가 이번에 저지른 짓이 절대 용서받지 못할 천인공노한 국가에 대한 반역 행위이자 쿠데타나 다를 바 없는 행위라고 말이다. 물론 아르고스를 통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그 모든 경위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는 전기찬 대통령으로서는 이 둘이 하는 이야기가 터무니없기 짝이 없는 망상 소설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의 말에 동조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소중한 손녀딸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안전하게 구출하는 것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자네들이 생각하는 바로는 지금 이 모든 게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어느 국가가 뒤에서 조종하며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다…… 이 말인가?”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일반적인 범죄 조직에서 벌이기에는 그 후폭풍이 너무 큰 사안. 그렇기에 그런 전기찬 대통령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잠깐 고민하다 이내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한 사람을 불렀다.
“수도 방위 사령관.”
“중장! 김철중!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경호실장과 국정원장 옆에서 굳은 얼굴로 목석처럼 서서 이 모든 상황을 가만히 듣고 있던 수도 방위 사령관, 중장 김철중. 그런 그에게 전기찬 대통령은 말했다.
“방금 국정원장과 경호처장이 하는 이야기 다 들었겠죠?”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익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군의 힘을 빌리지는 않았겠지만, 정확한 이들의 목적을 확인하지 못하는 이상 저는 혹시 모를 추가적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예방적인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사령관님을 불렀습니다.”
“……?”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의아한 눈빛을 보내는 세 사람. 그런 이들에게 전기찬 대통령은 선언했다.
“현 시간부로 동명파라는 범죄 조직을 적국과 내통하여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국익의 심각한 저해를 불러올 목적을 가진 이적 집단이라고 간주하겠습니다.”
“예……?”
“지금 그 말씀은…….”
엄밀하게 따지자면 경찰 측에서 개입해야 할 문제. 하지만, 전기찬 대통령은 이 문제를 조금 더 특별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현 시간부로 헌법과 법률이 대통령인 저에게 허락하는 모든 권한을 이용하여 이 이적 단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철저히 뿌리 뽑겠습니다. 지금부터 수행되는 모든 작전은 철저한 군사기밀로 취급하며 수도 방위 사령부와 국가정보원 그리고 대통령 경호처는 모두가 협력하여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서 이 이적 행위에 관련된 모든 인원을 색출하고 처단하십시오.”
조금 과격한 범죄 조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전복과 헌정 질서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간첩 집단으로 말이다.
“투항을 거부하고 저항한다면 관련자 전원 사살해도 좋습니다. 제 손녀딸과 그 납치된 인원을 무사히 구출하는 데 총력을 다해 주십시오.”
그렇게 몇 사람의 어리석은 선택의 대가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후폭풍으로.
* * *
서울의 어느 한 달동네.
다 쓰러져 가는 빈집과 폐건물들이 가득한 이곳에 재균과 채연은 포박된 채 감금되어 있었다.
“미, 미안해, 채연아. 괜히 나 때문에…….”
같이 꽁꽁 묶인 채 어느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방치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중얼거리는 재균. 앞으로 자신들이 어떻게 될지 전혀 알 수 없는 위험천만한 상황이기에 더욱 불안해하는 그였지만, 이상하게도 채연은 너무나도 침착했다.
“너무 미안해하지 마. 네가 잘못한 게 아니라 태수 그놈이 완전 미친놈이라서 그런 건데 뭐.”
재균에게 이 모든 게 태수가 벌인 짓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채연. 그리고 그녀는 너무나도 쉽게 그 말을 믿어 주었다.
“집착이 심했는데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네. 그보다 태수가 집은 잘산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무서운 아저씨들이랑도 관련이 있었다니……. 이거 고백하는 거 받아 줬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잖아?”
전혀 몰랐다는 듯, 사귀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안도하는 채연. 그런 그녀의 반응에 재균조차 너무 황당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채, 채연아, 그런데 지금 그게 중요한 일이야?”
두 팔과 다리를 밧줄로 꽁꽁 묶은 채로 아무도 모르는 폐가에 자신들을 버려 두고 어딘가로 사라진 험악한 아저씨들. 이들이 언제 돌아와 자신들을 어떻게 할지 모르기에 한시라도 빨리 이 묶인 밧줄을 풀고 달아나야 했기에 재균의 얼굴은 초조함으로 일그러졌다.
“어떻게든 일단 이 밧줄을 풀고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지만 어떻게든 발버둥 치려고 꿈틀대는 재균. 하지만, 그는 갑자기 자신의 앞에서 풍겨 오는 묘한 샴푸 향에 얼어붙었다.
“재균아, 혹시 내 머리띠 보여?”
몸을 굴려서 재균의 코앞까지 다가온 채연. 바로 자신의 눈앞에까지 다가온 채연의 뒷모습을 보고, 그리고 재균의 코에 밀려오는 그녀의 향취에 그는 일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재균아? 재균아? 내 말 듣고 있니?”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문득 채연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 재균. 그는 이내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어……. 어! 듣고 있어. 왜 그래?”
“내 머리띠, 거기 잘 보면 이상한 스위치 같은 거 있어. 혹시 보이니?”
“스, 스위치?”
그냥 최근 유행을 타는 집게 핀의 형태로 되어 있는 채연의 머리띠. 하지만 아주 가까이에서 본 재균은 거기에 아주 절묘하게 숨겨져 있는 스위치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보, 보여! 여기 이상한 누르는 곳이…….”
“그래, 거기. 그거 좀 눌러 줄래?”
“뭐……?”
갑자기 머리띠의 스위치를 눌러 달라는 채연의 정신 나간 부탁. 재균은 일순간 멍청한 표정을 짓다 이내 자신의 두 팔을 내려다보고는 말했다.
“그, 그렇지만 나 손이…….”
“입으로 하면 되잖아, 입으로.”
“이, 입으로……?”
“어. 입으로 해 줘.”
뭔가 대화만 듣고 있자면 크나큰 오해(?)를 할 법한 상황. 재균이 새빨개진 얼굴로 채연의 머리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 동안 씨름한 끝에 그 스위치를 누르자, 그녀의 머리띠에서 붉은빛의 작은 LED가 빛나기 시작했다.
“돼, 됐어! 무슨 불 들어왔는데?”
“그래? 다행이다. 그럼 이제 기다리면 되겠네.”
불이 들어오자 다 됐다며 안도하는 채연. 그런 그녀의 말에 당황한 재균은 이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물었다.
“채연아, 그런데 그게 도대체 뭐야?”
“그거? 위치 추적 장치.”
“위치 추적 장치……?”
“응.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돼.”
머리띠에 위치 추적 장치를 숨기고 다니고 납치당한 상황에서도 웃으며 여유 있는 모습의 그녀를 보며 재균은 깨달았다.
눈앞에 있는 그녀는 어쩌면 자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제정신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