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36
36화 싱크로율이 뭔데? (1)
“재영 학생이 혹시 먼저 수치를 확인해 볼까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물어 오는 연구원. 그런 그의 물음에 재영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자…… 그럼 헬멧을 쓰고, 마음 편히 먹고 호흡은 평소대로 유지해 주세요.”
같이 온 보조자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헬멧에 붙은 전극을 재영의 얼굴과 머리 이곳저곳에 붙이고 다니더니, 노트북 화면을 강당의 스크린에 연결하고는 말했다.
“측정 준비됐습니다.”
그 말에 강필준 연구원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지금부터 확인해 볼까요? 재영 학생이 과연 어느 정도의 싱크로율을 보이는지?”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상태에서 눌린 측정 스위치. 헬멧이 작동을 시작하자 강당 모니터에는 이상한 그래프가 나타나더니, 천천히 그 수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머리에 붙은 전극으로부터 송수신되는 전기신호를 통해 뇌가 받아들이는 정보량이 어느 정도인지 기계가 판별하기 시작하는데요. 통상적으로는 10%가 넘으면 아르카디아를 플레이 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어라……?”
10%를 넘어섰는데도 그 상승세가 전혀 늦어지지 않고 폭발적으로 올라가는 재영의 그래프. 그것을 보고서 필준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물 흐르듯이 쏟아 내던 말을 멈추고는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20%.
30%.
40%.
멈출 줄 모르고 올라가는 재영의 싱크로율. 끝을 모르는 듯 떡상 하는 그래프만큼 필준과 보조 연구원의 눈 역시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이, 이게 무슨.”
“대, 대리님! 이거 설마……!”
“이보게, 필준.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러나?”
재영의 싱크로율 수치가 50%를 넘어서자 경악한 표정으로 말조차 더듬으며 횡설수설하는 이 둘의 반응에 김태훈 교수가 다급하게 따져 물었지만, 이 둘은 마치 귀신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모니터에서 단 1초도 눈을 떼지 못했다.
“이게 도대체 뭔데 그러세요?”
너무 격한 반응에 가만히 앉아 있기 뭐한 재영이 의아해하며 물었지만, 그 둘은 서로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느라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혹시 측정 오류는 아닌지 빨리 확인해 봐!”
“……실시간 장비 감지 시스템은 정상이라고 나옵니다.”
“하…… 진짜 미치겠네.”
이제는 안절부절 발을 동동 구르며 치솟는 그래프를 쳐다만 보고 있는 필준. 하지만 재영의 그래프는 한계치에 거의 근접해서야 결국 멈추고 말았다.
-측정 완료. 대상자의 최종 싱크로율, 92.89%.
“92.89%…….”
“이런 미친…….”
믿기지 않는 수치라는 듯,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 멍하니 최종 결과를 보고 있던 이 둘은, 김태훈 교수의 난리에도 한참 동안을 가만히 서서 모니터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 * *
“재, 재영 학생. 혹시 아르카디아 해 본 적 없어?”
“아직은 없어요.”
“그래? 그, 그럼 혹시 다른 게임들은 해 봤어? 일반적인 컴퓨터 게임 같은 것들.”
“……몇 개는 해 본 적 있는데, 자꾸 그런 건 왜 물어보시는 건데요?”
자기 혼자만 흥분한 채 속사포로 쏟아 내는 질문들에 재영이 이상하다는 눈초리를 연신 보내고 있었지만, 필준은 전혀 개의치 않아 하며 그에게 명함 하나를 건네줬다.
“이거 내 명함인데…… 나중에 혹시 바쁘지 않으면 우리 회사 연구실에 잠깐 들러 줄 수 있을까? 몇 가지 검사만 좀 해 보고 싶은데.”
“예? 무슨 검사요?”
“그, 뭐냐…… 아르바이트! 단순한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해! 검사 몇 가지만 받으면 돈도 줄게! 응?”
강의실 안의 모두가 보고 있는 앞에서 거의 애걸하다시피 검사 몇 개만 하자고 연구실로 오라고 하는 그의 기세는 마치 거절하면 납치라도 할 정도로 절박해 보였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있던 김태훈 교수의 언성이 높아졌다.
“자네 지금 뭣 하는 건가!”
흠칫.
참다못한 교수의 사자후. 지금껏 자신의 말을 무시한 이들의 행태에 단단히 화가 난 듯, 얼굴이 벌게진 그는 으르렁거리며 필준에게 말했다.
“설명해 보게, 도대체 이 싱크로율 수치가 뭐길래 자네가 이렇게 체면도 잊고 방정맞게 굴고 있는지.”
그 말에 이성이 돌아온 듯, 필준은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강의실을 돌아보았다. 정말 단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모두가 자신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 그는 약간의 민망함을 느끼며 헛기침을 한 뒤 입을 열었다.
“크흠…… 죄송합니다. 이거 너무 흥분해서 제가 정신 줄을 잠깐 놓고 있었군요. 일단 싱크로율이라는 것은 뇌가 얼마나 기계와 정보를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지표입니다.”
다 알고 있는 사실. 아까도 설명한 것이기 때문에 다들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필준의 다음 말에 모두의 표정이 일순간 뒤바뀌었다.
“아까 설명하다 말았는데…… 기본적으로 싱크로율이 10%만 넘어가면 아르카디아를 즐기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측정한 성인의 평균 싱크로율 수치가…….”
“14%입니다.”
“……뭐라고?”
“그럼 쟤는 뭔데?”
“재영이는 92.89%인데…… 그럼 도대체 평균치의 몇 배야?”
바로 앞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92%라는 무지막지한 수치를 보이고 앉아 있는 싱싱한 증거(?), 재영이 있었기에 강당에 있는 사람들 모두 그의 말을 쉽사리 믿을 수 없었다.
“저희가 지금까지 찾았던 최고의 싱크로율을 보인 사람이 26%입니다. 이 정도면…… 진짜 가상현실을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요. 저기 학생, 혹시 진짜 아르카디아 안 해?”
“아, 안 한다니까 왜 자꾸 그래요.”
가만히 앉아 있던 사람을 불러다 모두의 앞에서 동물원 원숭이 취급을 하며 자꾸 귀찮게 하는 필준 때문에 슬슬 짜증이 나려는 재영. 딱 적절한 타이밍에 김태훈 교수가 중재에 나섰다.
“일단 알겠네. 이 부분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나랑 따로 하고…… 일단 남은 학생들에 대한 검사부터 하도록 하게.”
“아, 예. 알겠습니다. 재영 학생, 진짜 잊지 말고 나한테 꼭 연락 좀 줘.”
눈까지 찡긋하며 애써 친한 척하는 필준. 하지만 재영은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자, 그럼 다음으로…… 어! 거기 손든 남학생, 이름이?”
“강태수입니다.”
“그래요. 강태수 학생이 두 번째로 측정해 보죠.”
앞으로 나가면서 재영과 눈이 마주친 태수. 그는 마치 경쟁자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매섭게 재영을 째려보더니 이내 단상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뭐야……?’
마치 너만 잘난 거 아니니까 우쭐하지 말라는 듯한 시선. 하지만 재영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은 채 태수의 검사가 시작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또다시 검사가 시작되고 나타나는 그래프.
아까 첫 번째 검사와는 다르게 현저히 느린 속도로 올라가는 그래프. 태수는 고개까지 돌려 자신의 그래프가 올라가는 것을 직접 확인하며 물었다.
“근데 이거 원래 이렇게 느린 건가요? 아까랑…….”
그의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멈춰 서는 그래프. 그리고 검사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측정 완료. 대상자의 최종 싱크로율, 14.13%.
“예, 14.13%. 딱 평균이네요.”
“……벌써 끝났다고요?”
“그럼요. 저기 앞에 결과 나왔잖아요.”
정말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필준과 보조자. 마치 이게 정상이라는 듯한 반응에 태수는 오히려 혼란스러울 지경이었다.
“딱 정상인의 수치가 나온 거니까,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이 정도면 뭐 가상현실을 이용하거나 운용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정도니까요. 태수 학생은 아르카디아 하고 있나요?”
“예.”
“뭐, 플레이 하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거예요. 원래 10%의 싱크로율만 넘어가면 정상이니까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손을 휘휘 저으며 장비를 벗기는 필준. 하지만 태수는 재영과 말도 안 되는 격차를 보이는 검사 결과가 마음에 안 드는지 표정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그, 그럼 아까 말씀하신 게 정말로…….”
“예? 아, 아까 저 친구요? 물론이죠. 비록 초창기의 기술이기 때문에 검사를 받아 본 표본이 매우 적은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이 26%라는 걸 고려한다면…….”
필준은 다시금 탐난다는 눈빛으로 재영을 힐끗 바라보고는 말했다.
“아마 저 재영이라는 학생이 전 세계에서 제일 높은 수치가 아닐까 싶네요.”
필준의 말에 누군가가 궁금증을 참지 못했는지 손을 들으며 물었다.
“저 싱크로율이라는 게 높으면 뭐가 좋은 거죠?”
“음…… 아직 연구 단계인 내용이라 저희도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일단 싱크로율이 높은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보여 주는 큰 공통점들은 있죠.”
가상현실을 제일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기계와 거의 완벽에 가까운 동조가 가능한 자. 이들은 가상의 공간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며 본능에 가까운 수준으로 모든 기능과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 발휘한다.
“게임을 예로 들자면, 본능에 가까운 엄청난 피지컬로 모두를 압도하는 실력을 보이며 두각을 드러내죠. 이건 신기하게 가상현실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컴퓨터 게임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더라고요.”
“그 말씀은…….”
“예. 쉽게 말하자면…… 싱크로율이 높으면 게임을 잘한다고 보면 돼요.”
그 말에 모두가 재영을 힐끔 쳐다보았다. 아르카디아를 하지 않는다는 재영. 그런 그가 게임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모두가 이 아이러니함에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서 그랬던 건가?’
필준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뜨끔했던 재영.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마치 자신의 비밀스러운 과거를 다 알고 있는 것처럼 필준이 정확하게 그의 능력을 짚어 냈다.
괴물 같은 상황 판단 능력과 피지컬의 천재.
일인무적.
베일 속의 은둔자.
전설의 리그 비공식 세계 최고 랭킹 1위, 덱스.
모두의 찬사를 받으며 환호했던 그의 실력은 그야말로 프로게이머들을 압살하는 것을 넘어서 가지고 논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말이 안 되는 수준. 단순히 전설의 리그라는 게임뿐만 아니라, 수많은 게임에서 랭커로 활동하며 엄청난 유명세와 함께 무수히 많은 사건으로 한 획을 그어 왔던 재영이지만, 그 누구에게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었다.
‘귀찮은 건 딱 질색인데…….’
괜히 나와서 어그로를 끌어 버린 것 같아 내심 후회하고 있었는데, 필준은 그런 재영의 속내도 모른 채 직접 나서서 말뚝을 박아 버렸다.
“만약 재영 학생이 지금이라도 아르카디아를 시작한다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상상만 해도 기대된다는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필준. 그는 모두가 바라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재영을 엿 먹였다.
“랭커에 오르는 건 시간문제 아닐까 싶네요.”
“…….”
시기, 호기심, 질투, 분노, 열등감. 수많은 감정이 뒤섞인 눈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느끼며 재영은 속으로 복수를 다짐했다. 언젠가는 이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말이다.
“자…… 그러면 다음 사람?”
“…….”
“음…… 없나요?”
이미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며 치욕을 당한 태수 때문인지 모두가 검사를 꺼리며 주저하는 상황.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민망한 표정으로 재차 묻고는 필준은 이내 한 사람씩 지목해 검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영과는 비교 자체가 부끄러울 정도의 처참한 수치들. 이 때문에 결국 검사 결과는 비공개로 당사자들에게만 몰래 보여 주는 방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자…… 그럼 검사는 다 해 봤네요. 어때요? 꽤 재미있는 시간이었죠?”
“…….”
모두가 똥 씹은 표정을 한 채 아무런 호응도 해 주지 않는 처참한 분위기.
“하하…… 그럼 이것으로 전 이만…….”
그러한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어색한 웃음을 짓고는 강의실을 나가 버린 두 사람을 째려보고, 김태훈 교수는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오늘 강의는 이걸로 끝.”
그저 싱크로율이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던 김태훈 교수. 하지만 재영이라는 말도 안 되는 괴물 때문에 그의 숭고한 의미는 완전히 다르게 변질되어 버렸다.
저마다 특별하다고 생각하며 꿈과 희망에 부풀어 있던 학생들. 이들에게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는 가혹한 현실을 알려 줌으로써, 파릇파릇한 새싹을 짓밟아 버리며 교수는 오늘의 강의를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