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362
362화 권력의 무서움 (4)
대통령의 손녀딸을 납치 및 살해하려고 했던 동명파.
하지만 이들의 그 극악무도한 만행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다음 뉴스입니다. 어젯밤 동명파라고 불리는 범죄 조직에 대한 기습적인 소탕 작전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은 최근 서울에서 유통되고 있는 신종 마약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해당 조직이 중국에서 마약을 몰래 대량으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되었다며 추가적인 여죄를 조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검찰에서 오늘 유한 건설에 대한 본격적인 압수 수색을 진행하였습니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번 압수 수색은 2년 전 유한 건설에서 추진한 강남 지역의 재개발 사업과 관련한 불법 행위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이미 이들의 온몸에 잔뜩 묻어 있는 수많은 피와 더러운 오물들. 숨기려고 해도 도무지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악행이 가득했기에, 검찰과 경찰에서 조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들의 극악무도한 범죄 행위들이 하나둘 속속들이 공개되기 시작하자 전국이 떠들썩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와……. 그러니까 건설사가 조폭들이랑 엮여서 경쟁업체 사장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리고 그 회사 날로 집어삼켰다 이 말이네?”
“미친 새끼들 아냐? 재개발 허가받으려고 담당 공무원 뇌물 먹이고, 거기에 기존 거주민들한테는 푼돈만 주고 다 내쫓았다더라.”
“아니, 코스피에 상장도 된 회사가 조폭이랑 손잡고 그런 극악무도한 짓을 벌였다고? 진짜 그게 말이 돼? 무슨 영화도 아니고…….”
지상파 TV에 광고도 송출하는 나름대로 명망 있는 기업의 추악한 민낯이 낱낱이 세상에 공개된 상황. 이들과 서울을 지배하던 동명파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들이 뜨거운 언론의 취재 열풍에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기 시작하자 경찰과 검찰에 대한 사람들의 비난 여론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경찰이랑 검찰은 죄다 병신인가? 이런 것도 못 잡고 뭐 했대?”
“인정. 최소 십 년 이상은 이런 식으로 해 먹었다는 말인데, 이걸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고?”
“유한 건설에서 사주해서 살해당한 피해자 수만 해도 최소 수십이라고 하던데……. 이쯤 되면 건설 회사가 아니라 그냥 살인 청부 회사 아니냐?”
도를 넘어선 지나친 이들의 악행에 부글대기 시작한 민심. 그리고 이런 긴박한 상황 속에서 올라온 한 기사가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몰고 오기 시작했다.
-충격. 유한 건설 강만철 사장의 아내, 서울지검 부장검사로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져.
검사들의 최상위 엘리트 코스이자 누구든 발령받기를 원하는 서울지검에서…… 그것도 부장검사라는 고위 직급에 있는 강만철 사장의 아내에 관한 정보가 흘러가면서 사람들은 지금껏 자신들이 알지 못하던 이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그림자를 보고는 경악했다.
-그러니까……. 지금 건설사 사장인 남편은 여기저기 돈 먹이면서 살인 청부 하고 다니고, 검사인 아내는 일부러 그 조폭 새끼들 뒷배 봐주면서 이들이 저지른 범죄들 다 덮고 다녔다는 거네?
-와……. 이거 실화냐? 여기 대한민국 맞음?
-ㅋㅋㅋㅋㅋ. 진짜 나라 꼴 아주 잘 돌아간다.
-그 새끼들 전부 다 사형시키면 안 되냐? 교도소에 가두는 세금도 아까운데.
-하여간 국가 수듄…….
갑작스러운 대형 사건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경찰과 검찰. 경찰청장과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며 허리 굽혀 사과할 정도로 절박하게 움직였지만, 정치권에서 득달같이 물어뜯으려고 달려들며 일이 더더욱 복잡하고 요란하게 흘러갔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 전기찬 대통령은 자신을 찾아 청와대에 방문한 한 젊은 여성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일이 잘 해결돼서 정말 다행이에요, 대통령님. 국무장관님께서도 심심한 위로를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
“아니네. 오히려 내가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야지. 그 아르고스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해서 더 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으니 말이야.”
전 세계에 눈을 두고 모든 것을 감시하고 분석하는 아르고스의 눈. 이 시스템을 미국 정부가 비밀리에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지금까지 많은 도덕적 혼란과 회의감이 들었던 그였지만, 오늘 처음으로 그 혜택을 입은 전기찬 대통령은 이제는 깨달을 수 있었다.
가끔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불의를 보고도 눈을 감아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일단 제가 찾아오게 된 안건부터 처리하죠. 상황이 괜찮았다면 국무장관께서 직접 한번 방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조금 무리가 아닐까 하는 의견들이 있어서요. 부득이하게 만만한 제가 대신 좀 가서 살펴보라고 부탁을 했거든요. 혹시,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프리즘 프로젝트에 대한 위험이 될 만한 추가적인 사안이 있던가요?”
국무장관을 대신해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어 오는 여성. 그런 그녀의 물음에 전기찬 대통령은 잠깐 입을 우물거리며 고민했다.
미국에서도 최고위급 관료들…… 그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이들을 제외하고 그 존재조차도 알지 못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아르고스.
이것이 가지는 전략적 가치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를 한 나라를 통치하는 대통령으로서 그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그는 한참이나 진중한 얼굴로 무언가를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수습은 어떻게든 됐네. 채연이와 관련해서 그 어떤 정보도 외부에 흘러가지 않았고, 구출 작전과 관련한 일체의 모든 내용은 앞으로도 철저히 기밀로 봉인되어 있을 것이네. 최소한 이 행정부 내에서 아르고스와 관련해서 의구심을 가질 사람은 없으니 미국 정부에도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 주겠나?”
“그런가요……?”
그런 전기찬 대통령의 말에 묘한 눈빛으로 지그시 바라보며 되묻는 여성. 하지만 그녀는 문득 자신이 뭘 하고 있는가 싶은 표정을 짓더니 이내 피식 웃으면서 소파에 앉았다.
“어머……. 죄송해요, 대통령님. 이제는 국무부 소속도 아닌데 괜히 옛날 생각이 나서 저도 모르게 외교관 모드로 행동하고 있었네요.”
“그랬나……? 전혀 모르고 있었군.”
아까와 다르게 훨씬 편한 얼굴로 자리에 앉는 여성. 하지만, 그런 그녀를 대하고 있는 전기찬 대통령은 이전보다 더욱 긴장한 느낌이었다.
“예. 사실 제가 걱정할 일도 아닌데요, 뭐. 국무장관님이 그래도 제 예전 직속상관이다 보니 아직도 어려운 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자기를 그냥 편하게 헬렌이라고 불러 달라고도 하는데요, 뭐…….”
외교관을 꿈꾸는 젊은 청년들이라면 누구든 들어가기를 염원하는 국무부. 그곳에서 대통령 승계 서열 4위의 수석 각료, 국무장관(Serectary of State)을 모시는 수행 비서 출신이었던 유진. 그녀는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련한 표정을 짓다 이내 전기찬 대통령의 말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서…… 그 꼬맹이 녀석은 요즘 뭐 하고 있는가? 미국에서 틀어박혀서 아예 한국에 돌아올 생각도 안 하는 것 같던데.”
“민수…… 님 말이에요?”
국무장관을 버리고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직장을 바꿔 버린 유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진은 자신이 손을 잡은 존재가 이 세상에 재림한 사탄 새끼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어마어마한 거금에 목줄이 채워져 버린 그녀는 아직도 그 정신머리 없는 미친놈이 싸질러 대는 똥을 치워 대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요즘은 뭐…… 잠잠해요. 평상시에는 NASA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고. 미국에 있는 아진 전자의 공장이랑 연구소에 왔다 갔다 하면서 뭔지는 모르겠지만 엄청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어요. 저한테는 가끔씩 말도 안 되게 비싼 첨단 장비랑 설비들 구해 오라고 시켜 대면서요.”
민수 이야기가 나오자 사람이 돌변한 듯, 어마어마한 한탄을 쏟아 내며 도무지 입이 쉴 줄을 모르는 그녀. 하지만 전기찬 대통령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듯 그녀의 말을 중간에 끊으며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혹시…… 그 녀석이 이번에 한국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있는가……?”
“민수 님이요……?”
한국에서 벌어진 이 사태를 그가 알고 있냐는 물음. 그리고 그런 전기찬 대통령의 물음에 유진은 진심으로 미쳤냐는 듯한 얼굴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마도 모를걸요? 이미 알았으면 또 눈깔 뒤집혀서 한국으로 곧장 돌아와서 온갖 깽판을 부려 놨을걸요?”
모르고 있을 거라는 유진의 말에 반색하는 전기찬 대통령. 그리고 그는 정말 안도했다는 듯이 깊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행이군……. 정말 다행이야…….”
“그럼요. 혹시라도 괜히 민수 님 앞에서 이상한 소리 해서 또 그 발작 스위치 눌러 버리지 마세요. 안 그래도 요즘 너무 잠잠해서 제가 더 불안하다고요. 조만간 또 터질 것 같아서.”
“알겠네. 내 그러도록 하지. 그러면…….”
그 이후로 유진과 짧게 담소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마친 전기찬 대통령. 다음 일정을 위해서 그녀를 떠나보내던 그는 문득 스쳐 지나가는 호기심에 물었다.
“아, 그래서 그 민수 녀석이 또 뭘 만들고 있는 건가?”
“민수 님이요……? 글쎄요……. 무슨 로켓 만드는 것 같긴 하던데……?”
“로켓을 말인가……?”
“예. 로켓이요. 우주에 날려 보내는 그거요.”
“그렇군……. 생각보다 평범하게 지내고 있었군.”
NASA와 협업해서 로켓을 만드는 것 같다는 유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는 전기찬 대통령. 그런 그의 말에 유진도 동의한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한마디를 던지고는 떠나갔다.
“그러니까요. 저도 처음에 무슨 우주 전함이라도 만들려는 줄 알고 얼마나 기겁했었는데요?”
* * *
“으아아! 과제 끝!”
“자유다! 드디어 자유가 찾아왔어!”
“방학! 방학! 방학! 방학!”
“끼아아아아앙! 술 먹자! 술! 오늘은 먹어야 해!”
과제의 최종 제출을 마치고 환호하며 이리저리 흩어지는 대학생 무리들. 그리고 그런 이들 무리 속에서 재영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재균과 채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태수는 어디 갔대? 수업도 안 들어오던데 과제 제출하는 날에도 코빼기도 안 보이네? 무슨 일 있나?”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최근 소식을 잘 모르는 눈치의 재영. 그런 그의 물음에 재균은 무언가 찔리는 듯, 뜨끔하며 진땀을 흘렸다.
“아, 아마 휴학했을걸? 앞으로 한동안 학교 안 다니지 않을까?”
“뭐……? 휴학? 아니, 갑자기 걔가 왜? 방학이 얼마나 남았다고?”
재균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물어 오는 재영. 그런 그의 물음에 재균은 연신 눈을 좌우로 굴리며 애써 말을 흐렸다.
“그, 그러게? 나도 정확히는 몰라. 그냥 안 나오니까 그런 거 아닐까…….”
“너…… 뭔가 알고 있구나? 뭔데? 궁금하게 하지 말고 말해 줘. 빨리.”
눈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무심함의 대명사인 재균. 그런 그가 태수의 휴학을 눈치채고 이렇게 먼저 말해 줄 리가 없었기에 재영은 날카로운 눈으로 재균을 바라보며 추궁하기 시작했다.
“뭐야. 어디 소문 안 낼 거니까 말해 줘. 태수랑 혹시 진짜 담판이라도 낸 거야? 응? 둘이 혹시 진 사람이 휴학하기로 하고 사나이의 맞짱이라도 깐 거야?”
“그…… 그게, 그러니까…….”
“응? 응? 응?”
마치 재균을 놀리듯이 능글맞게 웃으며 계속해서 묻는 재영. 하지만 그는 어쩔 줄 몰라 쩔쩔매던 재균의 옆에 찰싹 달라붙는 한 사람을 보고는 진심으로 경악한 채 얼어붙었다.
“맞아, 재영아. 재균이가 태수랑 둘이 나를 사이에 두고 한판 제대로 했어.”
“뭐……?”
전채연.
새내기 때부터 2학년을 마치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간만 보며 어장 관리를 해 오던 그녀가 먼저 다가와 재균에게 대놓고 팔짱을 끼는 모습에 일순간 재영을 비롯한 주변의 모두가 시간이라도 멈춘 것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우리 재균이가 얼마나 멋있었는지 모르지? 태수 그 자식은 그냥 한 방에 퍽! 하고 나가떨어지더라니까?”
“……?”
“……?”
도무지 상상이 안 가는 장면.
하지만 어색한 웃음을 씩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재균을 바라보던 재영은 이어지는 채연의 말에 뇌가 생각을 정지했다.
“그러니까 우리 남친 좀 그만 괴롭혀, 재영아. 쑥쓰러워서 대답하기 곤란해하잖아. 가자! 재균아. 우리 오늘 같이 영화 보기로 했잖아?”
질질 끌려가듯이 채연의 손을 붙잡고 어디론가 떠나가는 재균. 그런 그를 멍하니 바라보던 재영은 또다시 밀려오는 묘한 감정에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저런 진짜를 천재 크리에이터라고 부르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 대중이나.
그 잘난 태수를 버리고 결국에는 재균을 선택한 채연이나.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 세상이 미친 것이 틀림없다고 말이다.
“이 지구 작가 새끼…… 진짜 개연성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