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372
372화 화폐 전쟁 (8)
인류 최초로 공인된 가상의 화폐이자 전 세계의 국제적인 통화로 자리매김하는 골드.
통상 1골드에 10만 원이라는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던 이 골드가 어마어마한 상승세를 보이며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상승세는 무서울 정도로 조금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긴급 속보. 1골드당 시세 35만 원 돌파.
-불과 3일 만에 자그마치 350%의 경이적인 상승률. 그 원인은?
3일.
상승이 시작된 지 3일 만에 기존 가격의 3.5배나 폭등한 골드의 가격. 24시간 자유로운 거래에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활성화된 시장에서 전 세계인이 활발하게 거래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상승을 거듭할 수 있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이미연 사장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만 갔다.
[이게 그렇게 심각한 상황인가요?]그런 이미연 사장의 똥 씹은 얼굴을 보며 묻는 아르카디아의 창조주 잭. 가상현실을 넘어선 현실의 세계에는 별로 관심이 없던 그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온갖 복잡한 정치, 경제적 상황은 그냥 생각도 하기 싫은 머리만 아픈 이야기에 불과했다.
“심각하죠. 그 망할 중국 정부가 뒤에서 제대로 한탕 해 먹으려고 마음 단단히 먹고 철저하게 준비한 모양이더라고요. 엄청난 자금을 끌어들여서 경매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골드를 모조리 싹 쓸어 갔어요. 자그마치 총 유통량 중에 40%에 달하는 막대한 양을요.”
물론 그게 전부 중국 정부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는 돈은 아니겠지만 유명 연예인부터 대기업 총수, 고위 관료를 시작으로 듣도 보도 못 한 중국인 계정의 골드 지갑마다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수십조에 달하는 가치의 골드가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며 이미연 사장은 말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말에 잭은 동의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뭐…… 많기는 하네요. 그래도 이 정도면 그냥 ‘조금’ 많은 수준 아닌가요? 총 발행량의 40%도 아니고 지금까지 풀린 골드의 가치라고 해 봤자…… 귀여운 수준인 것 같은데…….]히죽 웃으며 중얼거리는 잭.
이 아르카디아를 직접 설계하고 만든 제작자로서 그는 이 아르카디아의 경제를 장악하겠다고 골드를 사재기하는 중국 정부의 발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아르카디아에 존재하는 모든 재화의 97.49%가 아직도 NPC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어요. 모험가들이 보유하고 또 이들 사이에서 유통되고 있는 자산은 고작 2.5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죠. 그런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사재기를 해서 골드의 시세 가치를 높이겠다고요……?]이론적으로 기존 NPC의 부가 모조리 유저에게 넘어간다고 한다면 자그마치 50배에 육박하는 물량이 추가로 풀리게 될 상황. 그렇기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중국 정부는 자연스럽게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건 완전히 남 좋은 일 시켜 주는 멍청한 짓이네요. 골드 벌어서 생활비 마련하던 일반 사람들만 아주 좋아 죽겠는데요?]기존에 게임에서 골드를 벌어다 생활비와 용돈을 충당하던 사람들만 갑작스러운 시세 폭등에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그리고 실제로 아프리카를 비롯해 아르카디아로 생계를 유지해 살아가던 지역과 사람들은 환희에 가득 차 있었다.
-오오오! 아르카디아 만세!
-3일 동안 게임 속에서 골드 수급하면 한 달 월급이 나온다고?
-골드 채굴 가즈아! 원화 채굴 가즈아!!!
-이 정도 가격만 유지한다면…… 우리 아이도 학교에 보낼 수 있겠어!
그렇기에 잭은 이번 일을 그렇게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인위적으로 조작된 시세가 다시금 되돌아올 것으로 생각하며 말이다.
[그냥 신경 쓰지 말고 내버려 두는 건 어때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골드를 채굴하는…… 이게 아니지……. 벌어들이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늘어만 날 테고 시세도 결국은 자연스럽게 기존의 가격으로 돌아오게 될 것 같은데요?]하지만, 그런 잭의 말에 이미연 사장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네? 뭐가요?]“시간이 지나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하락할 것이다. 오히려 골드를 사들인 중국 정부만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될 것이고 그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잭은 이 세상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예요. 세상은 그리 이성적으로만 돌아가는 곳이 아니거든요.”
너무나도 냉소적이고 비관적으로 이야기하는 이미연 사장. 그런 그녀의 말에 잭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하려 했지만, 이미연 사장의 말이 빨랐다.
“엘리스, 너랑 내가 예측했던 자료랑 보고서 잭한테도 공유 좀 해 줄래?”
[알겠습니다.]그런 그녀의 말에 즉각적으로 잭의 눈앞에 떠오르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들.
수백, 수천 개가 넘는 어마어마한 양의 문서와 사진, 영상 자료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왔지만, 기계와 뇌와 100% 상호작용이 가능한 잭은 그저 찰나의 시간 동안 그 모든 자료를 인지하고 종합하여 그녀가 말하는 것을 통찰했다.
[이건…… 도대체……?]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사례와 상황들.
그것들은 모두 광기 어린 탐욕에 가득 찬 인간들의 추악한 행동들이었다.
[이번 가상 화폐 골드가 상승하게 된 이유는 제로에 가까운 낮은 금리,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와 각국 정부가 돈을 뿌리는 유동성 확대 공급 정책과 맞물려서 시장에 풀려 있는 막대한 자금이 가상현실에 대한 투자로 몰려가 나타난 현상입니다. 이미 국제적으로 공인되어 정식 통화로 결정된 이상 앞으로 시세 상승은 계속해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추가적인 분석을 듣고 투자 상담을 받고 싶으시다면 010-3xxx-xxxx로 문자 한 통…….] [100% 수익 보장. 가상 화폐 골드의 상승세. 초단기 수익 50% 보장. 목표 수익률 달성 실패 시 전액 환불. 지금 바로 전화 주세요.] [골드 떡상 가즈아~! 개당 100만 원 가즈아!!!!] [신용 대출, 주택 담보 대출 풀로 땡겨서 15억 질렀습니다. 인생 역전 도전합니다!!] [존버하십쇼! 여러분! 존버가 답입니다. 흔들리는 파도에 동요하시면 안 됩니다. 100만 원 갈 때까지, 꾹 참고 기다리는 겁니다. 성투!]자신이 사지 못한 상황에서 불과 3일 만에 3배가 넘게 올라 버린 골드의 가격. 그것만으로도 배가 아픈데 재빠르게 움직여 막대한 이익을 얻은 자들의 성공담이 인터넷을 통해 이곳저곳에서 돌아다니기 시작하자 그것을 본 사람들의 눈이 돌아가 버렸다.
그렇게 전 세계의 수많은 소규모 개인 투자자들이 제 발로 지옥을 향해 들어가고 있는 상황. 이런 개미들의 투자 행렬도 기가 막히는 상황이었지만, 잭은 그 이상의 막장으로 치달아 가는 상황에 코가 막혔다.
[자, 잠깐만요. 지금 연기금과 같은 공적 자금이랑 기관 자금까지도 이 광기 어린 투자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는 거예요?]“네. 소로스의 미라클 인베스트먼트에서 주도적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다른 헤지펀드들과 여러 기관을 설득해서 이 투기 행렬에 동참하고 있어요. 브로커들 중에서는 자기들끼리 이상한 파생 상품까지 만들어 가면서 레버리지까지 끌어다 쓰고 있고요.”
돈 냄새를 그 누구보다 빠르게 맡고 선제적이고 전략적으로 움직인 소로스. 명성이 드높은 그가 나서서 골드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입을 열고 떠벌리고 다니기 시작하며 온갖 기관의 자금들까지 움직이기 시작하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번져 가고 있었다.
[하…….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아무리 상식이 없다 하더라도 이게 얼마나 어처구니없고 심각한 상황인지 깨달은 잭. 만약 이 상황에서 중국이 이익 실현에 나서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안 봐도 뻔했다.
“만약 이 상황에서 가격이 내려가게 된다면 엄청나게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게 될 거예요. 물론 그들을 옹호하는 건 아니에요. 뭐가 되었든 골드를 이런 정신 나간 가격에 산 건 스스로 결정한 본인의 선택이고 또 이 정도 상황이면 이건 투자가 아니라 그냥 광기 어린 투기에 불과하니까요.”
아무 생각 없이 무지성 투기나 일삼는 이들에게는 일말의 관심도 없다는 이미연 사장. 하지만 그녀는 이것만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얼굴로 싸늘하게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게 된다면 큰 피해를 본 각국 정부들은 골드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겠죠. 막대한 손해를 본 유저들의 반감 역시 높아질 테고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부들 역시 지금처럼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해 나갈 수도 없을 테고요.”
[그러면 중국 정부만 막대한 차익을 벌어들여 배부르게 되고, 또 골드와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 강화를 저지하고 둔화시키려는 목적까지 동시에 달성할 것이 분명하고요. 이제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겠네요.]엘리스를 통해서 관련 정보들을 모조리 뇌에 주입받고 이미연 사장의 설명에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조금 더 깊게 파악한 잭. 그렇기에 그는 이 단순한 골드의 가격 상승의 뒷면에는 조금 더 복잡한 국제 외교와 정치적 문제가 뒤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가상 화폐와 가상현실의 영향력이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전 세계에서 미국의 입지와 영향력이 더욱 커지게 되겠죠. 뭐가 되었든 이 회사와 아르카디아를 이루는 원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전부 미국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니까요.”
미국 기업인 코퍼레이션 아르고스와 실리코프. 그리고 한국의 기업인 아진 전자.
이 세 회사가 원천 기술을 모조리 보유하고 핵심 기술과 설비를 철저한 기밀로 취급하고 보유하고 있었기에 중국으로서는 이들의 성장에 그저 배알만 꼴릴 뿐이었다.
“중국의 영향력이 조금도 먹히지 않는 이 강대한 기업체들을 앞세워 전 세계의 경제를 잠식해 나가는 미국. 그리고 이제는 골드라는 듣도 보도 못 한 화폐를 발행해 위안화의 지위까지 위협해 나가고 있으니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겠죠. 그래서 이런 식으로 어떻게 한번 제대로 훼방을 넣어 보겠다는 속셈인 것 같기는 한데…….”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을 흐리는 이미연 사장. 그런 그녀의 말에 잭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 상황은 알겠어요. 그런데 저희가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게 있나요? 사장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이건 저의 권한도 이미 오래전에 벗어난 문제 아닌가요?]아르카디아의 방대한 대륙 전체에 얽혀 있고 맞물려 있는 거대하고 복잡한 경제 시스템.
그건 제아무리 창조주인 잭이라고 하더라도 쉽사리 건들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일단 골드를 뭐 복사하거나 생성해서 팔아 치워서 시세를 조정하거나 하는 그런 방법은 애초에 저로서도 불가능한 건 아시죠?]“정신 나갔어요? 그런 짓을 벌였다가는 회사 전체가 그냥 공중분해될걸요?”
시세 조정을 위해서 인위적인 개입이 불가능하도록 모든 수단을 철저하게 제거하고 제한한 아르카디아. 그렇기에 이런 외부의 공작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생기기는 했지만, 공정성과 투명성이 골드가 가상 화폐로서 국제적인 인정을 받는 데 가장 주요하고 근본적인 요소였기 때문에 잭이 말한 방법은 절대적으로 실현 불가능하고 또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짓이었다.
[그럼 뭘 어떻게 해 달라는 건가요?]“일단…… 제가 생각하고 있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해요. 그런데 그게 또 제 맘대로 처리할 수 있는 건 아니라서 확실하지는 않아요.”
[무슨 방법인데 그래요?]“골드를 저희가 만들어 낼 순 없죠. 하지만 NPC한테서 그 골드를 뜯어낼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있기는 하잖아요.”
[그 말은…… 설마……?]아직 아르카디아의 경제권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NPC들.
그들에게서 골드를 뜯어내겠다는 이미연 사장의 말에 잭은 그게 무슨 소리냐며 물어보다 이내 무언가를 깨달은 듯 얼어붙었다. 그리고 그런 잭에게 이미연 사장은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는 듯이 콧김을 크게 내쉬며 중얼거렸다.
“우리 비밀 친구한테 한번 물어봐야죠. 어떻게, 수중에 있는 골드들 좀 현금화할 생각 없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