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374
374화 화폐 전쟁 (10)
공산당이라는 단일 정당의 지도 체제로 움직이는 중화인민공화국.
하지만 이 공산당은 세 개의 파벌로 나누어져 있었다.
공청단과 태자당 그리고 상하이방이라는 이름으로 나뉘어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서로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며 집단 지도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세력들. 그리고 지금 현재 중국 내부의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태자당의 시엔 창 중국 주석이었다.
[우리 위대한 중화인민공화국과 자랑스러운 인민들의 궐기를 위해서! 우리 공산당은 유지경성(有志竟成) 하여 노력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력을 뛰어넘어 중화의 위대함을 세계만방에 떨칠 수 있도록 인민 모두가 총력을 다할 것을 명한다!]인민의 부유와 중국 전체의 풍요를 부르짖으며 정권을 잡았던 그.
하지만 야심 찼던 그의 계획과 다르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가상현실이라는 새로운 경제권의 탄생. 미국의 경제적 패권의 고착화?
-수많은 기술 혁신에 미국으로 몰리는 수많은 자금. 미국의 또 다른 전성기가 시작되는가?
-가상현실이라는 새로운 메타버스(Metaverse)의 탄생. 전통적 산업 질서의 몰락.
엄청난 신기술을 우르르 쏟아 내며 빠르게 변화해 가는 세상.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이미 정점에 이르렀던 미국의 경제는 또다시 그 끝을 모른 채 저 멀리 상승하고 있었고, 반대로 중국에 몰려 있었던 자금은 순식간에 빠져나가며 순식간에 쪼그라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줄어들기는커녕 좁힐 수 없는 수준으로 간극을 넓혀 가며 저 멀리 나아가는 미국. 그리고 그런 세계적인 움직임에 저항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중국의 움직임.
황금의 길(Golden Road).
그 세부적인 사항을 보고받은 시엔 창 중국 주석은 꽤 유의미한 성과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총책임자인 재정부장을 치하했다.
“쉽지 않은 과업이었는데 아주 완벽하게 일을 처리했군. 고생이 많았네, 러위즈 페이 재정부장.”
“아닙니다. 이게 다 주석님께서 신속하게 현명한 결단을 내려 주신 덕분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골드의 기존 가격에서 자그마치 4배에 달하는 가격 상승을 불러오며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혼란을 불러온 그. 그 덕분에 이미 금융권과 여러 국가에서 골드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함께 많은 숙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빗발치고 있었기에 시엔 창 중국 주석은 그의 술잔에 술을 따라 주면서도 연신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외교부장이 바로 몇 시간 전에 이야기하더군. 미국에서 잔뜩 화가 나서 거품까지 물면서 격렬하게 항의했다고 말이네. 아무래도 우리가 한 짓 때문에 계획이 많이 어그러진 것 같은 모양새였다지?”
미국 국무부에서 직접 나서서 골드의 시세 조작에 관해서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 그도 그럴 것이, 골드를 전 세계적으로 공인된 가상 화폐로 만들어 달러와 함께 앞으로 펼쳐질 거대한 가상 세계 시장의 경제적 패권을 쥐어 그 지위를 확고히 하려던 이들에게 중국의 행보는 그야말로 다 된 밥에 똥을 싸지른 것이나 다름없었다.
“뭐…… 제까짓 놈들이 항의해 봤자 어떻게 하겠습니까? 우리 인민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투자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고, 또 그러한 과정에서 정부가 직접 개입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데 말입니다.”
공식적으로는 개인의 투자에 불과한 중국인들의 골드 매입. 물론 동시다발적으로 수백, 수천 조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된 상황이었지만 이를 중국 정부와 엮을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었기에 재정부장은 웃음을 참지 못한 채 낄낄대며 말했다.
“아마 미국 대통령도 엄청나게 이를 갈고 있을 겁니다. 자국의 여러 투자회사들과 은행들의 자금 역시 이 골드 매입에 대거 투입되었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을 테니까요. 크하하하하!”
중국 정부의 선매입 이후 그 누구보다 빠르게 냄새를 맡은 수많은 투기 자본들의 집단적인 참여. 그 움직임은 전 세계적이었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다름 아닌 미국이었다.
[오우! 고객님, 최근에 좋은 상품이 출시돼서 그러는데요. 혹시 생각 없으신가요?] [골드 거래요? 레버리지를 10배 정도로 설정해서 계약을 하시죠.] [저희가 최근에 골드의 선물거래 상품을 새로 출시하였거든요? 이게 요즘 엄청 뜨는…….]자기들 마음대로 파생 상품이라면서 수십, 수백 배의 레버리지가 가능한 선물 계약과 ETF를 출시하며 수중에 존재하지도 않는 골드를 가지고 온갖 거래를 하고 있던 미국의 수많은 거래 회사들. 미국 행정부가 골드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다른 규제도 없이 온갖 상품들이 출시돼서 떠돌아다니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 투자 열기와 투입된 자금의 규모는 상상 이상으로 어마어마했다.
“그래서…… 대략 어느 정도의 가격에서 정리할 생각인가? 대충 이야기를 들어 보니 다른 녀석들은 1,000위안 정도에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걸로 아는데…….”
1,000위안.
한화로 대략 20만 원 선에서 평균 매입가가 형성되어 있는 다른 세력들.
그렇기에 어느 정도까지 이 광기를 끌어갈 생각이냐는 시엔 창 중국 주석의 물음에 재정부장은 너무나도 확신에 찬 얼굴로 답했다.
“현재 골드의 가격은 2,132위안입니다. 아직까지 전 세계적인 패닉 바이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추가적으로 저희를 제외하고 시세를 조정할 수 있는 수준의 막대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는 곳은 아무도 없으니 대략 4,000위안 선에서 전량 처분할 생각입니다.”
500위안이었던 가격에서 자그마치 8배나 뻥튀기된 가격에서 모조리 팔아 치우겠다는 재정부장의 말에 시엔 창 중국 주석은 머릿속에서 수익이 얼마인지 잠깐 계산하더니 이내 탐욕스러운 눈빛을 지으며 음흉하게 미소 지었다.
“우리 충실한 인민들은 얼마나 성의를 표하기로 했지?”
“대략 기존의 투자 자금에서 30%의 수익을 갖고 나머지는 당과 정부의 위대한 과업을 수행하기 위한 자금으로 자진해서 헌납하기로 서약했습니다.”
자그마치 800%의 수익률을 달성했지만 거기에서 30%를 제외한 770%의 수익을 강탈해 가는 피도 눈물도 없는 중국 정부. 하지만 양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러한 조치에 중국 주석은 만족스러운 듯 클클거리며 웃었다.
“이거…… 우리 당이 지금보다 훨씬 더 부유해지겠군.”
태자당의 장기 집권을 확고히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업이자 성과가 될 수도 있을 법한 절호의 기회. 어마어마한 전리품과 함께 당당하게 연임을 선언하는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고 그는 자신의 앞에 있는 재정부장에게 술잔을 내밀며 말했다.
“우리 중화와 인민들에게 펼쳐질 황금의 길을 위하여.”
* * *
중국에서 조금 이른 샴페인을 터트리며 자축하고 있을 그때.
재영은 너무나도 오랜만에 보는 두 사람을 만나 반기고 있었다.
“두 분 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고 계셨죠?”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몰라보게 바뀌어 버린 애플과 레몬.
이전과 다르게 휘황찬란하고 고풍스러운 옷차림을 하고 있는 이 둘은 보기만 해도 거상(巨商)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품격 있고 고귀한 기세를 자연스럽게 풍겨 대고 있었다.
“그럼요. 덱스 님이야말로 잘 지내셨죠?”
“덱스 님 근황 아주 잘 지켜보고 있었어요! 쪽지도 간간이 남겼는데 혹시 못 보셨어요?”
하지만 그런 성장과 변화와는 관계없이 예전처럼 재영을 존경과 신망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깍듯이 대하는 둘. 그도 그럴 것이 애플과 레몬이 운영하는 파이 상단의 지분 50%를 가지고 있는 덱스는 은인이면서 동시에 자신들과 동등한 파트너이자 동업자에 가까웠기 때문에 이 둘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극진하게 그를 대하고 있었다.
“제가 쪽지는 거의 안 보거든요. 사실, 어지간해서는 게임 인터페이스들 대부분은 잘 열어 보지도 않아요.”
‘어차피 쓸 일도 없지만…….’
스킬도, 아이템도, 레벨도, 능력치도. 그 어느 하나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그. 게다가 칭호라고 있는 것들 역시 죄다 기괴하고 이상한 것들만이 수두룩해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쌓이기에 재영은 가능한 모든 기능을 비활성화해 두고 모든 게임의 인터페이스를 최소한으로 설정해 두고 있었다.
“그보다…… 제가 오늘 두 분을 찾아온 것은 조금 어려운 부탁이 있어서 그렇거든요.”
“어려운 부탁이요?”
레몬의 말을 에둘러 흘려 넘기며 용건을 꺼내는 재영. 부탁이 있다는 말에 정말 의외라는 듯이 그를 바라보던 애플은 이어지는 재영의 말에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최근에 골드가 좀 필요한 일이 있어서…… 물건들 좀 팔아 달라고 부탁하려고요.”
“아. 그런 거였어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아주 신속하고 정확하게 가격을 책정해서 판매해 드릴게요!”
“정말요……?”
예전에 드래곤의 두개골 하나 팔아 달라고 했다가 변태 스토커 무리에게 자신의 팬티 브랜드를 스스로 밝히는 수치스러운 플레이(?)를 해야만 했던 재영. 그렇기에 그는 조금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애플은 그 눈빛의 의미를 이해하고는 즉각적으로 해명했다.
“지, 진짜예요. 예전에는 몰라도 지금 저희 파이 상단은 몰라보게 성장했다고요!”
“흠……. 그런가요?”
“예! 정 불안하시면 저희 상단에서 그냥 최고가로 매입해 드릴게요. 덱스 님은 모르시겠지만, 저희가 굴리고 있는 골드의 규모가 얼마나 어마어마한데요? 뭐든 다 사 드릴 수도 있어요.”
정 불안하면 상단에서 직접 매입해 주겠다며 호언장담하는 애플. 그런 그의 대답에 재영이 마치 재밌다는 듯이 음흉한 미소를 짓자 레몬은 조금 불길한 표정으로 물어 왔다.
“저…… 덱스 님. 그런데 골드가 필요하시다고 하셨는데 어느 정도나 필요하신 건가요……?”
“흠……. 글쎄요…….”
정확하게 생각은 안 해봤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던 재영. 그리고 그는 손가락을 쥐었다 펴며 무언가를 머리로 생각하더니 이내 말했다.
“대충 어림잡아서…… 한 100억 골드?”
“예……?”
그 말에 순간 망치에 머리를 세게 두드려 맞은 듯 얼어붙는 애플과 레몬. 그리고 한참 동안이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이들은 이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100억 골드라니요?”
“덱스 님…… 그게 도대체 얼마인지는 아시고 하는 말씀이세요……? 그걸 현재 골드의 시세로 환산해서 계산하면…….”
100억 골드.
기존의 가격으로는 1,000조 원. 현재의 시세로는 자그마치 4,000조 원에 달하는 부모님 두 분 다 미국에 가 버린 정신 나간 규모의 금액. 아무리 이 게임이 지구에 맞먹는 거대한 규모의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상식을 벗어난 수준이었기에 이들은 이건 아니라는 듯이 식은땀까지 흘리며 말했다.
“덱스 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저희라도 불가능합니다.”
“마, 맞아요. 100억 골드라뇨? 그 정도면 그냥 이 아르카디아에 있는 전 대륙의 모든 골드를 긁어모아야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준이에요. 아무리 우리 상단이 크다 하더라도 그 정도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을 리가…….”
이 세상의 모든 골드를 긁어모아야 할 것이라는 레몬의 말.
그리고 그 말에 재영은 바로 그거라는 듯이 손을 튕기며 레몬을 가리켰다.
“바로 그게 제가 원하는 거예요. 이 아르카디아에 존재하는 모든 골드를 싸그리 다 긁어모으는 것.”
“예……?”
“제가 원하는 건 골드를 유저들한테서 뽑아내라는 게 아니에요. 아직 유저들에게 넘어가지 않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한 NPC들의 골드를 최대한 긁어모아서 저에게 가지고 오라는 말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애초에 두 분을 찾아오지도 않았죠. 그냥 아이템을 경매장에 올려서 처분하면 되는 건데 말이죠.”
일반 유저들의 호주머니에 있는 골드가 아니라 아직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눈먼 골드를 노리고 있는 재영. 그리고 그는 너무나도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정도까지 시간을 줬으면 파이 상단도 이제 전 대륙을 향한 유통망은 어느 정도 형성해 놓았겠죠?”
“예…… 예……?”
아직 정확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 애플과 레몬. 이 둘이 의아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자 재영은 아무 말 하지 않고 그 둘에게 손을 건넸다.
그리고 영문도 모른 채 그 손을 맞잡은 두 사람. 재영은 그 둘의 손을 꼭 잡고 능글맞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은신처 이동.”
파앗.
“이, 이게 무슨…….”
“여, 여긴 도대체……?”
순식간에 배경이 바뀌고 영문도 모른 채 어딘가로 끌려온 애플과 레몬. 하지만 이들은 당황할 겨를도 없이 주변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얼어붙었다.
황금의 산.
보석의 바다.
수많은 신비하고 진귀한 마법 재료들의 강.
만리장성을 쌓은 것처럼 늘어서 있는 위험천만한 힘과 기운을 품고 있는 유물과 장비들.
빼곡하게 꽂혀 있는 고귀하고 드높은 지식과 비밀들이 수록되어 있는 수많은 서적들.
이루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케르베니안의 유산이 가득한 이 레어에 애플과 레몬을 데려온 재영은 이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엇을 팔든 상관하지 않을게요. 어차피 저한테는 딱히 실용성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니까.”
“……?”
“……?”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 두 사람.
그 둘을 향해 재영은 말했다.
“이 아르카디아에 존재하는 모든 왕국과 도시에 여기 있는 물건들을 최대한 비싸게 팔아먹으면서 바닥에 떨어진 브론즈 하나까지 탈탈 털어서 가져와 주세요. 시간은…… 딱 일주일 드릴게요.”
상인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자 지옥을 선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