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376
376화 화폐 전쟁 (12)
초월종 드래곤.
전 대륙을 통틀어 채 20마리도 안 되는 아주 적은 수의 개체임에도 불구하고 세계관 최강자이자 아르카디아의 모든 부의 80%를 홀로 독차지하고 있다는 속설이 널리 퍼져 있는 이 이기적인 종족의 일원이었던 케르베니안.
수천, 수만 년의 시간 동안 잠들어 있던 그의…… 아니, 레드 일족의 모든 유산에 대한 처분을 맡게 된 애플과 레몬은 그야말로 폭풍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도, 도대체 이 물건은 어디서 난 것인가?”
애플이 가지고 온 물건을 보며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바말 제국의 황제. 그의 눈앞에 있는 거대하고 고풍스러운 장식으로 치장된 푸른빛의 대검과 갑옷을 보며 커다란 충격에 빠진 듯 자기도 모르게 권좌에서 벌떡 일어섰다.
“어떻게 ‘서리 폭풍의 한기’가 완전한 형태로……?”
서리 폭풍의 한기 세트.
전설 등급의 세트 아이템이라고 분류되는 이 물건을 바말 제국의 황제에게 가지고 온 애플은 경악한 얼굴로 권좌에서 내려와 체통에 맞지 않게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는 그에게 정말 교과서에 실려도 될 정도로 완벽한 영업 사원의 모습으로 혓바닥을 세차게 놀려 댔다.
“과거, 위대한 서리 폭풍의 군주라고 불리던 초대 황제 베히모스 님께서 사용하셨던 이 물건이야말로 제국의 가장 소중하고 가치 있는 보물이 아닙니까? 아주 우연한 기회에 이 보물과 관련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고 저희 상단이 어마어마한 시간과 자금을 들여 노력한 끝에 결국에는 완전한 형태로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단신으로 그 험난하고 분열되었던 북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바말 제국을 세운 초대 황제.
서리 폭풍의 군주, 베히모스.
그가 사용하던 과거의 무구이자 바말 제국의 정통성과 상징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역사적 가치를 가진 보물. 과거 베히모스의 죽음과 함께 완전히 그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그 제국의 유산이 다시금 완전한 형태로 자신의 앞에 돌아왔다는 사실에 현 바말 제국 황제의 얼굴에는 기쁨과 동시에 다급함이 어렸다.
‘이건……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우리 제국의 손에 넣어야 한다.’
그 자체라도 강력한 힘을 품고 있는 뛰어난 고대의 장비이지만, 황권의 상징이자 그 증표나 다름없는 물건들. 그만큼 베히모스가 이룩했던 찬란했던 업적과 그 황금시대에 대한 열망과 향수가 아직도 제국 전체에 짙었기에 그는 생글생글 친절한 영업 미소를 얼굴에서 지우지 않는 애플을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
“일단…… 우리 제국의 보물을 다시 찾아서 나에게 가지고 와 준 점에 매우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군…….”
황제의 이례적인 감사 표현에 황송하다며 허리를 숙이는 애플.
“아닙니다. 우리 파이 상단이 이렇게 클 수 있었던 것은 바말 제국과 황제 폐하의 자비로운 은덕 덕분입니다. 제국과의 교역을 통해서 많은 이익을 얻는 상인으로서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빈말이라고 해도 듣는 사람이 절로 미소가 피어날 수밖에 없는 겸손한 대답. 그런 그의 말에 황제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무엇을 원하는가? 이렇게 소중한 제국의 보물을 가지고 왔는데 그냥 가져가기에는 나의 명예가 허락지 않네.”
상품의 가격이 얼마냐는 직접적인 황제의 물음. 그리고 그 물음에 애플은 또다시 황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온갖 아부성 발언을 이어 갔지만, 그는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따라서 이 물건을 얻기 위해서 수많은 상단의 목숨이 희생되었고, 또한 저희 역시 이 보물들을 넘겨준 대가로 본래 주인에게 막대한 골드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거래에서는 그 어떤 이권이나 현물이 아닌, 오로지 골드로만 보답을 해 줄 것을 간곡하게 청하나이다.”
온갖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현찰 박치기로만 거래하겠다는 애플. 그리고 그런 그의 말에 황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게 하지. 그래서…… 얼마 정도면 되겠는가?”
도무지 그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제국의 보물. 그렇기에 거래를 하는 양자 간의 의사가 가장 중요한 이 상황에서 애플은 가장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답했다.
“대략 5천만 골드 정도면 합리적인 가격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5, 5천만 골드……?”
그 말에 위엄 넘치는 황제조차도 일순간 할 말을 잃고 얼어붙은 상황. 그리고 그의 옆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재상을 비롯한 고위 귀족들의 얼굴이 똥 싶은 듯 험악한 표정으로 변해 갔지만, 애플은 마치 이럴 걸 예상했다는 듯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자…… 이제 진짜 게임 시작이네…….’
우우웅…….
그리고 그 순간 발동되는 수많은 스킬과 아이템의 효과들.
[스킬, ‘신들린 연기’가 발동되었습니다.] [스킬, ‘상술’이 발동되었습니다.] [스킬, ‘욕심쟁이의 기만’이 발동되었습니다.] [스킬, ‘협상’이 발동되었습니다.].
.
.
상인으로 플레이 하는 이들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소양이자 자질.
협상력.
말도 안 되는 거래를 성사시키며 최대한의 이익을 챙겨 나가는 그 본분을 위해서 애플은 협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모든 능력을 총동원하며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전설급 세트 하나를 5천만 골드에 팔아 치우는 이 말도 안 되는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 * *
애플과 레몬이 서로 각각 흩어져 파이 상단의 모든 인맥과 영향력을 총동원해 이 아르카디아 대륙 전체의 수많은 군주와 권력자들 그리고 부호들에게서 골드를 뜯어내고 있는 그때.
재영은 케르베니안의 레어에서 가만히 앉아 경매장 시스템 창을 열어 놓고 골드 시세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1골드: 354,300원
“와……. 독하다, 독해. 이래도 안 떨어진다고?”
1골드당 35만 원 선에서 계속해서 횡보하고 있는 가격대. 그걸 보면서 재영은 기가 질린다는 듯이 지금까지 자신이 판매한 골드의 총액을 힐끗 바라보았다.
[정산금: 350조 2,935억 2,313만 2,569원]애플과 레몬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팔아 치운 아이템의 대금을 황금 고블린이 가지고 오는 족족 경매장에다가 던져 버린 재영. 대한민국 전체 국가 예산의 절반이 넘는 수준의 어마어마한 양의 골드를 팔아 치웠지만, 가격이 조금이라도 내려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어디에선가 천문학적인 매수세로 벽을 쳐서 막아 내는 것을 보고 재영은 중국의 위대함을 여기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아니, 도대체 중국은 얼마나 돈이 많은 거야? 이렇게 미친 듯이 팔아 치웠는데도 가격을 유지한다니, 어디 국가 예산이라도 끌어다가 쓰기라도 하나…….”
자신이 아니라 일반적인 아르카디아의 유저들이었다면 그 누구도 절대 막아서거나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세력. 그렇기에 재영은 묘한 승부감을 느끼며 오기가 생긴 얼굴로 투덜거렸다.
“어디 한번 누가 이기나 해보자. 아직 팔아 치울 건 한참이나 남았다고.”
아직도 케르베니안의 레어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재화들. 물론 대부분의 잡다한 전설급 아이템들과 골드는 오래전에 처분하고 환전한 지 오래였지만, 그런데도 아직 비싼 값어치를 자랑하는 물품들은 가득했기에 재영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또다시 골드를 가져다줄 황금 고블린을 기다리고 있었다.
“야, 주인.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물건 팔아 치운다고 하더니 그 많은 골드는 또 다 어디 갔어?”
벌써 3일 넘게 가만히 앉아서 황금 고블린이 가지고 오는 골드만 아기새처럼 족족 받아먹는 재영. 그런 그의 옆에서 흥미진진한 얼굴로 지켜보며 두루마리를 꺼내 들고 무언가를 기록할 준비를 하고 있던 사탄은 지루한 얼굴로 뒹굴뒹굴하며 신경질을 부리고 있었다.
“내가 그래서 말했잖아. 너희랑 관련된 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그런 탄의 짜증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대꾸하는 재영. 하지만 엘은 무언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이계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요?”
모험가를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방랑자로 인식하고 있는 아르카디아의 존재들. 보통 그에 대해서 어떠한 관심도, 언급도 하지 않던 이들이기에 직접적으로 이계를 언급하는 엘의 물음에 재영은 일순간 뜨끔한 표정을 지으며 에둘러 말했다.
“뭐…… 엄밀히 말하자면 비슷해. 그것보다는 그냥 친구 부탁 들어주는 게 더 크고.”
“친구요……?”
“뭐야. 주인, 친구도 있었어?”
재영의 말에 불신 어린 표정을 지으며 되묻는 탄과 엘.
이 둘의 반응에 재영은 비로소 고개를 돌리며 퉁명스럽게 따져 물었다.
“뭐야? 그 물음은. 꼭 내가 친구 같은 건 없을 것처럼 말한다?”
그렇게 사교성 있게 사람들에게 다가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닌 재영. 하지만 탄은 그런 재영에게 너무나도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당연한 거 아냐? 내가 봤을 때 주인같이 악랄한 인간은 친구 같은 건 만들지 않아. 그냥 이용할 가치가 있는 놈들만 영혼까지 쪽쪽 뽑아 먹는 노예로 만들…… 읍! 읍!”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마, 망할 박쥐 새끼야.”
샐쭉한 재영의 표정을 보며 황급히 탄의 입을 틀어막는 엘. 자기가 뭐 못 할 말을 했냐는 듯이 격렬하게 발버둥 치며 저항하는 탄과 그런 그를 제압하는 엘의 툭탁거리는 모습을 잠깐 쳐다보던 재영은 이내 말을 말자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고개를 돌렸다.
“어. 왔어요?”
언제 돌아왔는지 재영의 앞에 서 있는 레몬과 황금 고블린.
그 둘을 반갑게 맞이하며 재영이 손을 흔들자 레몬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킬킬킬. 주인님, 말씀하신 대로 마탑과의 거래를 완료하고 왔습니다.”
상급 마족이자 창고지기인 황금 고블린.
그 어느 곳이든 원하는 곳으로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일종의 권능을 가진 그는 애플과 레몬을 아르카디아 대륙 방방곡곡으로 이동시키며 말 그대로 실시간으로 온갖 종류의 거래를 성사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꽤 큰 거래를 마치고 온 레몬.
그녀를 기대감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재영이 물었다.
“어때요? 거래는 잘됐어요? 마탑에서 개거품 물고 난리를 쳤으려나?”
마법과 관련된 일이라면 일단 눈부터 뒤집혀서 달려들고 보는 광기 어린 집단. 이들 앞에 자그마치 20권이나 되는 8서클 마법서 전권 세트를 들이밀었으니 그 반응은 아마 돈 주고 봐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숨을 크게 내쉰 레몬은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예……. 진짜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농담이 아니라 제가 거래를 파투 냈다면 아마 죽여서라도 그냥 강탈해 가려고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마탑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을 강탈하기 위해서 통 크게 내린 결정. 그리고 이번 거래에서 재영이 요구하는 최소한도의 가격대는 정신 나간 수준이었기에 레몬은 사실 지금까지도 이번 거래가 성사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얼마에 팔아넘긴 거예요? 설마 진짜 10억 골드에 팔아 버린 건 아니죠?”
최소 10억 골드.
자그마치 현 시가로 350조 원에 달하는 부모님 모두 미국 가신 가격을 최소 가격으로 불렀던 재영. 하지만 그런 그의 물음에 레몬은 정말 피곤하다는 듯이 기가 빠진 목소리로 자신의 성과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가격 듣고 미쳤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요?”
제아무리 돈이 많은 마탑이라 하더라도 절대 융통이 불가능한 수준의 가격대. 하지만 돈이 없다고 포기하기에는 8클래스 마법서 전권 세트는 도무지 참을 수 없는 상품이었다.
“그래서 말씀하신 대로 거래를 없는 것으로 하기로 하고 일어서는데 갑자기 마탑주들이 붙잡더라고요.”
그렇게 레몬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기 시작한 5대 마탑들. 그리고 이들은 이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마탑이 보유한 모든 자산을 모조리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뭐…… 그다음에는 완전히 개판 그 자체였어요. 통신구로 온갖 이상한 마법사들이랑 연결해서 설전을 나누고 듣도 보도 못 한 괴상한 옷차림의 마법사들까지 전부 모여서 뭐라 상의하더니 이내 마녀들까지 직접 찾아오더라고요? 아마 한국 대륙 말고 전 대륙의 모든 마법사 세력들을 모조리 다 불러들인 모양새였어요.”
이 방대한 아르카디아의 수많은 마법 결사대와 세력들을 모조리 끌어모은 5대 마탑. 그리고 아르카디아의 모든 마법사 세력이 가진 자금을 여기저기서 끌어들인 결과, 이들은 단 한 번도 인간들에게 자유롭게 허락된 적 없는 금단의 지식을 손에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얼마예요?”
이제 잡설은 그만두고 결론만 말하라는 재영의 추궁에 레몬은 힘없이 미소 지은 채 두 손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5억 골드. 원하셨던 가격보다 50% 더 비싼 가격으로 거래 완료요.”
15억 골드.
현 시세로 자그마치 525조 원에 달하는 이익을 한 방에 벌어들인 레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