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383
383화 똥망겜 (3)
아르카디아가 처음 출시되고 난 후,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던 직업, 마법사.
아직 많은 정보가 풀리기 전에는 그저 광고 영상 속에서 그려지는 그 화려하고 강력한 화력을 투사하는 마법사의 위용과 중세 판타지라는 로망과 낭만에 멋모르고 수많은 유저가 이에 뛰어들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마법사를 선택한 이들은 대부분 후회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으으으……. 마나 수급이 왜 이렇게 힘들어…….”
“하……. 스킬 랭크 올리려면 마법 실험을 해야 한다는데 실험 한 번 하는 비용만 300만 원이다. 이거 미친 거 아니냐?”
“마법서 하나가 5천만 원……?”
마법 몇 번만 써도 금방 부족해지는 마나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뒤에서 응원만 해야 하는 민폐가 되어 버리고, 성장을 위해서는 여느 직업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과금을 필요로 하는 그야말로 금수저만이 할 수 있는 돈 먹는 하마와도 같은 직업.
그렇기에 성장을 위해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거나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야만 한다는 사실에 일반 유저들 사이에서 마법사의 길을 포기하고 다른 직업으로 뒤늦게 전향하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무지막지한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마법사로 꾸준히 성장해 온 소수의 유저들. 그들 중에서도 별빛의 마녀, 스텔라는 그 누구보다 빠르게 앞서 나가며 독보적인 존재로 거듭나 있었다.
거대한 규모의 늪지대.
독기를 가득 머금은 듯, 초록빛의 독무를 뿜어내며 거품이 계속 올라오는 그 유독한 늪지 속을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스텔라. 은빛으로 빛나는 로브를 머리까지 뒤집어쓴 덕분인지 모든 것을 녹여 버리는 그 독기에도 멀쩡한 그녀는 천천히 그 늪지의 수면을 밟으며 늪지의 중심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수면 위를 걸으며 늪지대를 이동하고 있던 스텔라. 그리고 그녀가 늪지의 중심에 있던 어느 작은 바위에 도착하는 순간, 늪지대 전체가 떨리기 시작했다.
[더러운 피의 늪지대의 포식자들이 먹잇감의 냄새를 감지했습니다.] [더러운 피의 원천을 노리고 있는 먹잇감에 늪지대의 모든 생물이 위협을 느낍니다.] [은신 효과가 해제되었습니다.] [존재 은폐가 간파되었습니다.] [다수의 적이 등장합니다.] [긴급 퀘스트, 비상 탈출이 생성되었습니다.]들켰다는 메시지와 함께 심상치 않게 물보라를 일으키며 출렁거리기 시작한 늪지대. 그리고 그걸 보고 스텔라는 아쉽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늪지대 중앙에 놓여 있던 잔을 집어 들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결국 2천만 원짜리 미션은 실패했네요. 나름 큰돈이 걸려 있어서 신경 썼는데도 6랭크 은신 등급 수준으로는 불가능했나 봐요.”
스트리밍창의 자신이 실패한 것을 보며 재밌다는 듯이 빠르게 채팅을 써 내려가는 시청자들. 이들의 반응을 보며 스텔라는 아쉽다는 듯이 연신 입맛을 다졌지만, 그녀는 조금도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크르르르르르…….”
“키아아아아아!”
“캬아아아아아악!”
군침을 잔뜩 흘리며 사방에서 등장하는 수십 수백의 오염된 악어 무리. 사방에 지독한 산성액을 뿌려 대는 이들의 위용과 험악한 생김새는 보는 이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했지만, 스텔라는 오히려 미소 지었다.
“다행히 오염된 하운드 무리는 등장하지 않았네요. 그 녀석들은 여간 이동속도가 빨라서 대응하기 너무 까다로운데, 악어들만 이렇게 많으면 뭐 간단하죠.”
자그마치 180레벨 후반대의 몬스터들 사이에서 완전히 포위당해 있는 상황.
제아무리 레벨과 능력치가 높다 하더라도 이렇게 많은 수백, 수천 마리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도망치는 것도 감히 장담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스텔라는 이런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듯이 등 뒤에 메어 두었던 스태프를 집어 들었다.
우우우웅.
그녀의 마력과 공명하며 강대한 빛을 뿜어내는 스태프. 늪지대 전체를 잠식하는 거대한 마나가 맹렬한 기세로 폭풍처럼 그녀를 중심으로 휘몰아치고 있는 그 모습은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질 정도로 장엄한 광경이었지만, 스텔라는 연신 허공을 바라보고 연신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비즈니스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에? 여기서 비전 마법을 쓰라고요? 그건 솔직히 마나 포션값 낭비…… 500만 원이나 후원해 준다고요? 아, 그럼 당연히 써야죠, 고객님.”
재잘거리며 시청자들과 소통하면서도 마법을 계속해서 준비하고 있는 스텔라. 그런 그녀를 노리며 천천히 접근하던 늪지 악어들은 이내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입을 잔뜩 벌리고는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키에에에에에에에!”
“캬아아아아악!”
단숨에 두 동강으로 나눠 주겠다는 의지가 가득 담겨 있는 공격. 하지만, 그런 악어들의 공격보다 스텔라의 마법이 더 빨랐다.
“빅뱅(Big Bang)”
우우우웅.
그 순간. 스텔라를 중심으로 모든 빛이 사라졌다.
깜깜하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허.
그리고 찰나에 가까운 그 짧은 공허와 어둠 속에서 눈이 멀어 버릴 것만 같은 새하얀 빛과 함께 어마어마한 폭발음이 터져 나갔다.
콰앙.
그리고 그와 동시에 스텔라를 향해 달려들던 악어들이 흔적도 없이 증발해 나갔다.
콰콰콰콰콰콰콰.
그녀를 중심으로 사방을 향해 빠르게 퍼져 나가는 강렬한 빛의 에너지. 늪지대 전체를 향해 퍼져 나가는 그 어마어마한 에너지의 파동이 끝나고 새까맣게 타 버려 형체도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몬스터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자 스텔라의 방송을 시청하고 있던 이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와! 역시 스텔라 님의 빅뱅은 언제 봐도 강력하다니까?
-캬. 누나 역시 멋있어. 저도 누나처럼 강력한 마법사가 되고 싶어요!
-[‘별빛의 마녀 수호단장’ 님이 5,000,000₩을 후원했습니다.]
-별빛! 별빛! 언니 오늘도 너무 예쁘시네요!
그녀를 따르는 추종자이자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후원 행렬들이 끊이지 않는 순간. 그리고 스텔라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싱긋 미소 지으며 꽤 성의 있는 팬 서비스로 화답했다.
“뭘요. 저는 여러분이 만족하셨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쁜걸요.”
언제나 친절하고 매너 가득한 태도를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방송을 진행해 가는 스텔라. 너무 자극적이지도,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게 딱 적절한 호흡과 분위기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는 그녀는 그 험난하고 비정한 야생으로 악명 높은 아르팬디아에서도 나름 유명 BJ로서 탄탄한 입지를 갖추고는 꽤 후한 평가를 받고 있었다.
-햐. 역시 히든 클래스는 클라스가 다르다니까.
-별빛의 마녀 정도면 솔직히 탑 티어지. 사냥도 잘하고. 콘텐츠도 재미있게 잘 뽑고. 착하고. 거기다 예쁘기까지? 구독을 안 할 이유가 없다니까?
-게다가 버는 수익의 일정 부분은 매달 고아원에 기부하는 거 알아?
-진짜 이 바닥에 몇 없는 극호감 스트리머.
수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스텔라.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안티는 존재했다.
-우어어어! 우리 마법 전사 안젤리나 님을 괴롭히던 악당!
-힘! 법사! 힘! 법사!
-네년의 뚝배기에 우리 안젤리나 누나의 흉측하고 우람한 철봉(?)이 심판을 내려 주리라!
-헤으응……. 안젤리나 눈나…….
1서클 대마법사. 뒤지지 않으면 뒤질 때까지 패는 코리안 크레이지 매지션. 올 힘 법사.
온갖 괴상망측하고 기괴한 수식어로 불리며 수많은 남성 유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안젤리나. 그녀를 추종하고 따르는 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스텔라가 방송을 시작하면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갖 테러를 자행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우리 누나의 마법서를 빼앗으려고 해?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어?] [네놈 때문에 우리 누나가 삐뚤어졌잖아! 책임져!] [바로 그때였어요. 우리 누나가 그 흉측한 철봉을 휘두르며 모두의 뚝배기를 사정없이 깨트리기 시작하게 된 게…….]별빛의 마녀 스텔라. 달빛 마도사 안젤리나.
듣기만 해도 무언가 연관이 있다는 냄새가 강하게 풍겨 오는 직업명. 그리고 이 둘 사이에 있었던 과거의 비화가 안젤리나의 방송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공개적으로 알려지고 난 후, 누나(?)의 복수를 하겠다며 끈덕지게 스텔라의 방송에 찾아와 실시간 채팅으로 혼쭐을 내 주는 안젤리나의 시청자들이었다.
하지만 스텔라는 그런 이들의 등장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오히려 여유 가득한 태도로 이들을 맞이하며 미안한 얼굴로 씩 웃어 보였다.
“전에도 사과했었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저도 정말 반성하고 있어요. 아무리 상위 전직을 위한 퀘스트 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아무런 협의도 없이 실력 행사를 통해서 강제로 빼앗으려고 한 건 분명히 제 잘못이 맞아요.”
이미 오래전에 있었던 과거의 일. 게다가 결과적으로 안젤리나가 본인의 직업과는 전혀 다른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구축하고 걸어 나가고 있었기에 스텔라는 다시금 고개 숙이며 깽판을 부리고 있는 안젤리나의 추종자들에게 사과했다.
“다시 한번 모든 분에게 물의를 끼친 점에 대해서 사과드립니다. 저의 경솔한 행동 때문에 피해를 받았던 안젤리나에게도 이미 진심 어린 사과를 전했고 또 너무나도 다행스럽게도 안젤리나가 제 용서를 받아 주어서 원만하게 화해를 한 상태예요. 앞으로도 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며 이를 만회하고 보답하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나갈게요. 봉사 활동도 많이 하고 기부와 같은 선행도 계속해 나갈 생각이에요.”
뻔뻔하게 나가거나 아예 무시로 일관하며 사건을 무마하려 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잘못을 인정하며 깔끔하게 사과를 하는 대응을 한 스텔라.
오히려 화를 내는 것이 무안할 정도로 과하게 사과하며 잘못을 빌고 용서를 구하는 그녀의 모습에 동정 여론이 더 우세해지는 분위기였다.
-어휴. 또 저 사과무새들 또 왔어?
-사과를 수십 번 넘게 해도 사과해라 ㅇㅈㄹ. 치매 온 노인네 새끼들이냐?
-피해자가 용서했다는데 자기들이 뭐라고 나서지? 어휴.
-스텔라 님! 이제 저런 놈들 요구에 반응하지 마세요. 사과를 아무리 해도 저것들은 변하지 않는다니까요? 그냥 스텔라 님 욕하고 싶어서 저러는 관종 새끼들이라고요.
-병먹금.
당장에 험악한 기세로 안젤리나의 추종자들을 욕하며 스텔라를 옹호하는 채팅들이 창을 가득 메우고 있는 상황. 화력으로 감히 비빌 수도 없을 만큼 압도적인 상황이었지만, 그런데도 스텔라는 너무나도 인자하게 이들을 감쌌다.
“너무 그러지들 마세요. 제가 잘못한 일이고 이게 다 저의 업보인걸요. 언제나 저를 쫓아다닐 그림자이고 주홍 글씨가 될 것이라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각오하고 있었어요. 저를 싫어하고 비난하는 게 싫다고 그걸 피하고 도망치고 싶지는 않아요.”
바보 같을 정도로 순하고 착한 모습을 보이는 스텔라.
자신을 욕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의 편을 들어 주며 이게 다 자신의 잘못으로부터 비롯된 업보라며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그녀를 보며 답답하다는 듯이 온갖 조언을 채팅으로 써 내려가던 시청자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어지는 스텔라의 말에 모두가 멈칫했다.
“그래서, 내일 안젤리나를 다시 만나기로 했어요.”
-뭐……?
-안젤리나를 만난다고……? 그 미친X을?
그렇게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괴롭혔던 안젤리나와 다시 재회할 것이라는 스텔라의 말에 경악한 시청자들. 그리고 그런 이들에게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폭탄선언을 내뱉었다.
“그리고 안젤리나가 저의 미래를 기원한다는 의미로 자신의 마법서를 저에게 넘겨주기로 했어요. 이미 자신에게는 이 이상 필요치 않은 물건이라고 하면서요.”
-뭐……?
-진짜 그걸 주기로 했다고? 그냥……?
별빛의 마녀, 스텔라.
그녀가 다른 마법사와 차별화된 이유이자, 동 레벨의 마법사들보다 압도적이고 강력한 전투력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었던 원천.
별빛 마도서.
그리고 그 별빛 마도서의 다른 반쪽이자 그토록 지금껏 그녀가 갈구해 왔던 안젤리나의 달빛 마법서. 그것을 비로소 손에 넣게 되었다는 사실에 스텔라는 그 누구보다 기대됐는지, 살짝 상기된 얼굴로 모두에게 선언했다.
“네. 저 내일 별빛 마녀의 상위 직업으로 드디어 전직할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