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390
390화 인간 시대의 끝이 도래했다 (1)
아르카디아에는 수많은 능력치가 존재했다.
생명력과 물리 공격력을 증대시켜 주는 힘.
마나의 최대량과 마법 공격력을 높여 주는 지능.
빠른 공격 속도와 회피율 그리고 이동속도와 관련 있는 민첩.
소위 말하는 대중적인 능력치 이외에도 어느 특정한 상황과 직업을 갖추어야만 획득할 수 있는 다양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 능력치들이 많았다.
-전사 하실 분들은 인내력 얻고 그거 최소 100 이상은 찍읍시다. 그래야 인듀어 배우고 즉사 안 당하고 버틸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상인이라면 매력은 필수 아니냐? NPC들이랑 협상할 때 매력 높으면 부가 보정치 엄청 쏠쏠한 것 같던데…….
-네크로맨서는 지배력 능력치 얼마 정도까지 올리는 게 좋나요? 지능 2, 지배 2, 체력 1. 이거 맞아요?
수천, 수만 가지의 무수한 갈래로 뻗어 나가는 직업들과 그에 따라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능력치. 그렇기에 정형화된 육성 방식이 따로 정해지지 않고, 자유롭고 다채롭게 자신만의 캐릭터를 육성해 나가는 유저들.
하지만, 그런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그 누구도 절대 건들지 않는 능력치가 하나 존재했다.
행운(Luck).
캐릭터를 처음 생성했을 때, 기본으로 모두에게 주어지는 능력치이지만 가장 활용성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동시에 그 효율성조차 무의미하다는 악명이 자자했다.
-행운은 도대체 어디다 쓰는 능력치임?
-그거 쓰레기임. 크리티컬 확률 높아지기는 하는데 스탯 1당 0.01% 높여 주나?
-산술적으로 크리티컬 100% 찍으려면 행운 스탯만 10,000 찍어야 함.
-그거 찍으면 제작 성공률이랑 품질 좋아진다는 소리가 있기는 함. 근데 정확히 밝혀진 건 아님.
-던전에서 사냥하다가 좋은 아이템 발견할 확률도 높아질걸?
-그거 찍으면 여자 친구 생긴다. 아니면 말고~. ^^
-행운 찍으면 설렁탕 먹을 수 있음.
다른 능력치들의 경우에는 이미 수많은 능력 많은 유저들 덕분에 가장 이상적이고 효율적인 분배와 육성 방식에 대한 자료가 거의 논문에 가까운 수준으로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행운만큼은 그 자료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아르팬디아에 올라온 자료 중에서 행운과 관련한 것들은 유독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추측에 가까운 정보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엘리스라는 초월적인 인공지능에 의해서 관제되고 조율되고 있는 이 환상의 세상에서는 그 어떠한 것도 불필요한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이템 강화 시도……. 행운 수치 35. 보정 수치 3.9%……. 실패.] [히든 퀘스트 단서 접근……. 행운 수치 91. 보정 수치 7.25%……. 성공.]긴박한 전투 상황 속에서나 던전에서 보물 상자를 깔 때. 장비를 제작하거나 채집을 할 때도, 심지어 길을 걸어가거나 아무 생각 없이 멍을 때리는 그 사소한 순간 하나하나에서도 그 모든 것에서 작용하는 행운.
그 행운 수치에 따라서 보정치가 부여되어 그 모든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을 대부분의 유저들은 알지 못했기에 행운에 그다지 큰 비중을 두어 투자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지만, 행운 능력치가 가지는 잠재력과 가능성은 그 어떤 능력치보다도 거대하고 중요했다.
[행운의 포션을 복용하였습니다.] [30분 동안 행운이 60 증가합니다.] [요정의 축복을 사용하였습니다.] [1시간 동안 행운이 1.5배 증가합니다.] [행운의 주사위를 굴렸습니다.] [1시간 동안 행운이 100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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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올려 주는 포션을 들이마시는 것을 시작으로 시그너스의 길드원의 도움을 받아 행운과 관련된 온갖 버프 스킬을 받고 나아가 행운과 관련된 아이템까지 온몸에 떡칠한 스텔라. 한참 동안 행운 능력치를 올리기 위한 아이템들을 사용하고 난 후에야 그녀는 겨우 숨을 돌리며 투덜거렸다.
“아니, 진짜 이 짓거리를 방송 찍을 때마다 반복해야 해요?”
수십 종류의 아이템을 사용하고 온갖 버프 스킬을 받아야만 했기에 여간 성가시고 귀찮은 일이 아닌 상황. 하지만, 그런 스텔라의 짜증에도 메이브는 확고했다.
“말했잖아. 분명 행운 스탯이 높으면 소환수가 좋은 녀석으로 나올 확률도 증가한다니까? 그 정보 얻으려고 내가 얼마나 애를 썼는데?”
“확실한 것도 아니잖아요.”
“확실하지 않기는? SSS등급이라고 불리는 신수를 소환하고 계약까지 성공적으로 맺은 소환사가 말해 준 정보인데? 그게 아니었다면 자기도 못 뽑았을 거라고 하잖아.”
리세마라를 통해서 결국 신수와의 계약에 성공한 어느 한 유명한 소환사로부터 얻은 정보. 그렇기에 메이브는 일말의 의심도 할 필요가 없다는 듯,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솔직히 너도 느껴지지 않아? 행운을 최대한 높이고 소환을 시작하면 최소한 이상한 놈들은 이제 안 튀어나오잖아.”
냉혹한 멸시자 이후에도 수천, 수만 마리의 몬스터를 소환해 가며 행운 능력치의 효과를 그녀 역시 어느 정도는 체감하고 있었다.
‘확실히…… 다른 것 같기는 한데…….’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꽝이라고 불릴 정도로 괴상망측한 소환수는 현저히 적게 나오는 것 같은 기분. 그렇기에 스텔라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조금 번거롭고 귀찮겠지만, 그래도 조금만 참아 줘. 다 널 위해서 하는 일이잖아? 다른 때는 상관없는데, 생방송으로 스트리밍 촬영을 하는 동안은 이상한 녀석들이 계속 튀어나오면 방송이 늘어지고 시청자들이 지루해져서 진행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소재를 추구하는 시청자들.
이들에게 이차원의 병정개미 같은 것만 계속해서 소환해 대는 행태를 반복할 수는 없어 불가피한 일이었기에 스텔라는 알겠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아. 알겠어요. 아이템 지속 시간도 지나가는데 이만 방송 시작하죠.”
다른 길드원들도 가득 있는 상황에서 길드 마스터인 자신의 말을 끊는 스텔라의 행동에 살짝 기분이 상한 듯한 그였지만, 이내 힐끔 저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길드원들을 바라보다 입을 다물었다.
“그러지…….”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그녀.
이 시그너스 길드 내부에서도 그녀의 악랄한 행태에 치를 떠는 이가 많았지만, 그런데도 메이브는 아쉬운 소리 하나 할 수 없었다.
“자, 시청자 여러분. 오늘도 반가워요.”
방송을 시작한 듯, 화사한 미소와 함께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는 스텔라. 인성 문제를 제쳐 둘 정도로 현재 그녀의 위상은 어마어마했다.
-와. 벌써 방송 시작했어요?
-이번에는 무슨 극악의 사냥터 공략할 예정임?
-저번에 그 뒤틀어진 황천의 파수꾼, 엄청나게 강하던데. 그거 이번에도 소환할 거예요?
차원의 문지기로 전직하고 난 후, 한 달.
그 한 달의 시간 동안 스텔라는 어마어마한 업적들을 기록했다.
[유럽 대륙의 금지, 몰락한 왕가의 무덤 공략 성공.] [400레벨대 던전, 봉인된 영원의 미로 클리어.] [최악의 레이드 몬스터, ‘히드라’ 최초 격파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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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하게 강력한 몬스터들을 처치하고 극악의 사냥터들을 공략하기 시작한 그녀.
그 이후로 엄청난 수의 유입과 함께 구독자 수 역시 급상승하며 엄청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이후로 그녀의 실시간 시청자 수는 그야말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스텔라! 스텔라! 스텔라! 스텔라!
-아……. 나도 저렇게 강력한 소환수들 부리고 싶다.
-저거 진짜 완전 사기 아니냐? 너무 강하던데.
-와……. 나도 저렇게 말 잘 듣는 소환수 데리고 다니고 싶다.
이 아르카디아에서 소환수들의 갑질 속에서 고통받던 소환사들의 우상이나 다름없는 스텔라를 시기와 질투, 부러움과 같은 다양한 감정 속에서 그녀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 그런 그들의 성화에 스텔라는 오늘의 콘텐츠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제가 오늘 와 있는 곳은…… 바로 일본 대륙에 자리한 사냥터 중 하나인 도깨비 왕의 소굴입니다! 레벨은 대략 300대 초중반.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수와 엄청난 체력과 공격력 때문에 극악의 난이도를 가진 곳으로 유명했던 곳이죠.”
한때는 일본 유저들이 가득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버려져 NPC들만이 존재하는 대륙. 방송을 보고 이곳까지 찾아오며 온갖 추태를 부릴 수 있는 진상 유저는 극히 드물어 일부러 선정한 장소였기에 그녀는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 일본 대륙까지 갔어?
-언제 또 거기까지 이동했대? 마룬 왕국 근방이었으면 바로 달려갔는데.
-언제쯤 스텔라 얼굴 한번 직접 볼 수 있을까……. 에휴…….
오늘은 조금 편하게 방송을 진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아무도 모르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스텔라는 쾌활한 얼굴로 말했다.
“일단…… 저번에 소환했었던 뒤틀린 황천의 파수꾼은 마지막에 죽었거든요. 그래서 다시 새로운 소환수를 소환해야 해요.”
-오……? 그게 죽었다고? 어케 죽었누…….
-이번에는 과연 또 뭘 소환하려나……?
-이러다 드래곤이라도 소환하는 거 아냐? ㅋㅋ
-드래곤 서머너……. 진짜 그러면 지리겠다.
소환수를 새롭게 소환해야 한다는 스텔라의 말에 엄청난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 그런 이들의 기대 속에서 그녀는 아무런 경각심 없이 스킬을 발동했다.
“차원 균열.”
우우웅.
그녀의 스킬 발동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회색빛의 기운.
그리고 이내 차원의 균열이 생성되며 그 안에서 소환수 한 마리가 튀어나와야 했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변에 스텔라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어……?”
고오오오오.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차원의 균열. 그것은 분명 이전과 같은 차원의 균열이었다.
하지만…….
“크, 크기가 뭐 이래……?”
“저게 도대체…….”
그녀보다 더 놀란 듯 경악한 얼굴로 술렁거리는 시그너스의 길드원들. 이들이 있는 하늘 전체를 가득 메우는 것 같은 그 거대한 균열은 마치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불길한 전조를 가득 풍겨 대고 있었다.
-뭐지……?
-와……. 더럽게 크네.
-뭐가 튀어나오려고 저러나?
아직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서 튀어나오는 거대한 형체를 보고 난 사람들은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얼어붙었다.
쿠구구구구궁.
엄청난 스파크를 일으키고 그 거대한 차원의 틈새를 찢어발기며 등장한 존재의 외형. 그리고 그것을 본 메이브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우…… 우주선……?”
최소 1,000m의 길이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금속성의 기체. 분명 엄청난 질량과 부피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지만, 중력을 거스르는 듯 공중을 가만히 부유하는 그것을 보며 모두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그 순간.
위이이잉. 위이이잉.
그 우주선 내부에서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비상조치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경고. 경고. 비정상적인 차원 이동 감지.]머나먼 차원 어딘가. 그곳에서 조용히 우주를 방랑하다 갑작스럽게 강제로 차원의 균열을 넘어서 전혀 생소한 어딘가로 소환된 우주선.
그 우주선을 통제하던 관제 인격은 그 즉시 자율적인 판단을 통해서 현재 상황을 파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타키온 레이더 가동. 등록되지 않은 차원 좌표 확인…….]함선 자체에 장착된 레이더를 가동하고 주변의 정보를 수집한 관제 인격.
그리고 그 관제 인격은 자신을 멍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수십 명의 인간을 보고는 즉각적으로 비상 프로토콜을 가동했다.
[1급 비상사태 발령! 유기체 감지! 유기체 감지!] [즉각적인 방어 프로토콜 발동! 공격 드론 사출.]퍼퍼펑. 퍼퍼퍼펑.
그리고 우주선의 몸통에서 빠르게 지상을 향해서 날아오는 거대한 금속형 기체들.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장면을 끝으로 스텔라와 시그너스 길드의 방송은 종료되었다.
높은 행운 수치.
강력한 소환수에 대한 탐욕.
미친 듯한 속도의 소모적인 소환 플레이.
이 삼박자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운명처럼 다가온 어느 이차원의 우주선.
비로소 이미연 사장이 손톱을 물어뜯으며 고심하던 이 아르카디아의 대륙에서 최초의 후반 위기가 드디어 막을 열었다.
인간 시대의 끝을 도래할 기계 문명의 침공이라는 테마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