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396
396화 마법 몰락 (2)
아르카디아의 첫 번째 후반 위기의 테마(Theme).
기계 문명의 침공.
가장 처음 이 후반 위기를 마주한 이들은 깨닫지 못했다.
[흥, 금속 덩어리들 주제에 건방지게 어딜 감히 인간을.] [유기체들의 무서움을 보여 주지. 하잘것없는 도구 쉑 ㅋㅋ.] [이건 자존심 문제임. 어떻게 만물의 영장 앞에서 말살이니 뭐니 운운함?]그저 이 상황이 하나의 거대한 이벤트이며, 분명히 자신들이 승리할 것이라고.
하지만…….
쿠쿠쿠쿵. 콰콰콰콰콰콰쾅.
저 멀리에서 쏟아지는 광자포들의 포격.
그로 인해서 근처에 다가가기도 전에 회색빛으로 물들며 쓰러지는 유저들. 검과 화살과 같은 병장기가 채 닿지도 않는 먼 거리에서 날아오는 공격들은 강력하면서도 100%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명중률을 자랑했다.
[생체 반응 감지. 포격 시스템 연산 가동.] [광자 포격 충전……. 발사.]“크윽……. 이, 이건 완전 사기 아냐?”
“아니, 좀 싸우기라도 할 수 있어야지, 이건 완전 개죽음이잖아!”
전투가 아니라 그저 일방적인 학살에 지나지 않은 전장. 허망한 얼굴로 하늘 위에서 떨어지는 무수히 많은 광자포의 포격을 바라보며 회색빛으로 물들어 사라져 가는 유저들. 그리고 그 포격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굳건했던 성벽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하나의 도시를 완전히 파괴하고.
그 안에 남아 있는 생체반응이 모조리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어느 하나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을 철저하게 말살하고 난 이후에야 가동을 멈추는 포격. 그러고 나서야 정찰 드론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이어서 방금까지 인간들의 영역이었던 곳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너지 공급망 건설……. 신호 수신기 설치…….]기계 군단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건설 드론들. 그렇게 일본 대륙의 곳곳에서 이러한 비슷한 현상이 벌어짐에 따라 조금씩 그 저울추는 기울어 가기 시작했다.
[기계 문명의 침식률 9%…….] [반물질 발전소 건설 완료. 에너지 가용률 1,200% 증가.] [드론 생산 공장 구축. 드론의 추가적인 생성 시작.]가장 필수적인 시설들을 하나하나 완성해 가고 영역을 조금씩 확장해 가자 그에 따라 빠르게 늘어나는 기계 군단들. 이전과는 다르게 그저 전투와 말살만을 위해 설계된 로봇들이 생산 공장에서 튀어나와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던 (주)아르카디아의 위기 관리 대응 팀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했다.
“이거…… 너무 확장 속도가 빠른 거 아닌가요?”
후반 위기가 시작되고 회사 전체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2주일.
그 짧은 시간 동안 일본 대륙의 대부분을 장악해 자신들만의 문명을 구축한 게슈탈트. 그 확장 속도와 점점 늘어만 가는 기계 군단의 군세를 보며 이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해졌다.
“대충 전력의 차이가 어느 정도 되나?”
심각한 표정으로 물어 오는 권명한 전무의 물음에 강태훈 부장은 손에 든 태블릿을 조작하며 데이터를 확인하고는 이내 굳은 얼굴로 답했다.
“일단, 유저들의 평균 레벨이 150대임을 고려하면 드론 1대당의 전투 교환비는 19:1입니다. 19명이 동시에 달라붙어야 드론 하나를 겨우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이죠.”
여러 지역에서 드론들과 충돌하는 유저들의 전투 데이터를 분석해서 도출된 통계. 그것만 봐도 지금 등장한 이 기계들이 현재 유저의 수준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나마 마법사들의 경우에는 그 교환비가 현저히 낮아졌습니다. 2:1 정도로 화력을 집중시킬 수만 있다면 생각보다 꽤 쉽게 처치할 수 있는 것 같더군요.”
전사와 성기사, 암흑기사와 같은 칼 든 뚜벅이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평균 교환비를 깎아 먹었다면, 마법사들이 유일하게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 하지만, 그런 강태훈 부장의 말에 권명한 전무는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그러면 뭘 하나……. 저 사이오닉 분열기인지 뭔지에 막혀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데.”
자신들의 약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는 듯, 데르미안의 드래곤 하트를 이용해서 최우선으로 설치하고 가동을 시작한 사이오닉 분열기. 그리고 그 분열기가 발동하면 마법사들은 순식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반인에 가까운 수준으로 변해 버렸다.
-저 사이오닉 분열기 디버프 미친 거 아니냐?
-ㄹㅇ;; 나 5서클인데 그 디버프 맞으면 순식간에 3서클 마법사로 변함.
-그게 문제임? 캐스팅 시간이 2배로 늘어나는 것 때문에 마법 하나 쓰기도 전에 죽음.
-그 정도는 양반이지. 4서클 마법 써 봤음? 걍 정신 나갔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어마어마한 페널티에 전력이 순식간에 급감해 버리는 마법사들. 특히 4서클을 시전한 이에게 적용된 페널티의 영상은 어마어마한 공분을 사고 있었다.
[제가 원래는 6서클인데요. 저 사이오닉 분열기의 디버프를 맞아서 사용 가능한 마법이 4서클이에요. 보이시죠? 그런데 여기서 제가 4서클 마법을 시전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세요.]그리고 갑자기 시작된 리듬 게임.
엄청난 빠르기로 내려오는 8개의 노트와 1개의 턴테이블을 정확한 타이밍에 누르며 미친 듯이 손가락을 놀리던 그. 그리고 3분이라는 꽤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4 서클 마법을 시전할 수 있었다.
-저게 그 페널티인지 뭔지라는 거야?
-미친 새끼들인가 ㅋㅋㅋㅋㅋㅋ 마법에서 갑자기 웬 리듬 게임인데?
-난이도 무엇……? 8개의 노트에 턴테이블까지 달려 있는데 저렇게 미친 듯한 빠르기면 어지간한 고수도 연습 없이는 절대 클리어 불가능한 수준인데?
일반인이라면 절대 불가능한 수준의 난이도. 유저들에게 있어서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사실 이건 원래부터 존재하던 시스템이었다.
[고작 마법서만 얻었다고 그냥 초고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그건 정당하지 않아.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진 이들이 평생에 걸쳐서 이룩하는 경지인 7서클 마법부터는 유저라 할지라도 감히 사용할 수 없도록 하자고. 어마어마한 난이도의 페널티를 줘서 수백, 수천 번의 연습을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말이야.]재앙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가진 마법들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제약. 그 때문에 가장 쓸 만한 전력들이었던 상위 랭커들조차 100%의 화력을 투사할 수 없었다.
“마법사가 유일한 무기였는데, 이렇게 되면 다른 방법이 없지 않나…….”
이제는 다 틀렸다는 듯이 절망 어린 얼굴로 중얼거리는 권명한 전무.
비록 혼잣말이었지만, 모두가 다 듣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직위가 높은 그가 그런 이야기를 하자 상황실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침울해졌다.
“…….”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직원들. 그 어색하고 음울한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가 문을 열고 상황실 안으로 들어왔다.
“어머. 다들 왜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서 있나요?”
“사, 사장님.”
갑작스러운 그녀의 등장에 깜짝 놀란 권명한 전무. 하지만 그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이미연 사장이 다 알겠다는 듯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넌지시 말했다.
“표정들이 다 어두운 것 보니 벌써 포기하셨나 보네요. 상황이 생각한 것보다 더 좋지 않죠?”
“그게……. 그렇습니다.”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이 사태를 바라보며 타개할 방책을 고민해 봐도 도무지 없는 상황. 그렇기에 권명한 전무는 솔직하게 그 심각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일본 대륙 전체가 저 기계 문명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저 전투 드론의 생산 설비들이 완공되어 양산을 시작했고, 에너지 수급마저 원활해지면서 근접 전투만이 아니라 원거리 포격 드론들까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그 밸런스가 급격하게 무너졌습니다. 유일한 대항마라고 생각되던 마법사들마저도 사이오닉 분열기라는 것에 다들 패닉에 빠져 있고요.”
마탑의 NPC들을 비롯해 마법사 유저들마저도 모두가 하나같이 어쩔 줄 몰라 하는 상황. 그렇기에 권명한 전무는 이미연 사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일본 대륙을 넘어서 다른 대륙으로의 확장을 시작하게 된다면 막을 수 없습니다. 중앙 대륙인 한국 대륙을 시작으로, 모든 대륙이 저 게슈탈트에게 모조리 먹힐 것입니다.”
확정적인 미래를 예언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권명한 전무를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응시하던 이미연 사장. 그녀는 이내 살짝 미소를 짓더니 이내 조금은 풀어진 얼굴로 장난스러운 어조로 그를 꾸짖었다.
“전무님이 그렇게 비관적으로 말씀하시면 돼요?”
“비관적인 게 아니라 사실이 그렇습니다.”
자신의 판단이 맞다고 이야기하는 권명한 전무. 하지만, 그런 그에게 이미연 사장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이들이 싸우고 있어요. 그 이유는 분명 모두가 다르겠지만, 분명히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다고요.”
“그렇기에 우리가 이렇게 벌써부터 절망하고 포기하면 안 되죠.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내고,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죠.”
직원 한 명의 컴퓨터를 잠깐 만지작거리며 상황실의 모니터를 갑자기 조작하는 이미연 사장. 그런 그녀의 돌발 행동에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무심코 대형 스크린을 향해 고개를 돌린 이들은 모두가 경악한 얼굴로 얼어붙었다.
[쏴라! 전부 발사!] [크하하하하! 마력 포탑의 위력을 맛봐라! 이 망할 새끼들아!] [어딜 감히 우리 가엘 연방을 넘봐? 전부 뒤져라!] [쿠쿠쿠쿵. 쿠콰콰콰콰쾅.]거대한 성벽에서 저 멀리 쏟아지는 붉은빛 무리들. 일본 대륙과 한국 대륙을 잇는 관문이자 교두보의 역할을 하는 가엘 연방.
바로 얼마 전 쇼엔 제국과의 전쟁 때문에 하나의 요새처럼 완벽하게 방비된 그곳에 접근한 기계 군단들에게 이들은 캐논필리아 학파의 특제 아티팩트, 마력 포탑의 화끈한 맛을 제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터져 나가는 파괴적인 마력에 수많은 드론들이 속수무책으로 파괴되는 상황. 경미한 피해가 있었지만, 수천 대가 넘는 드론을 파괴하며 이들은 승리의 함성과 같은 환호를 쏟아 내고 있었다.
[더 크게! 더 강하게! 화력이야말로 마법 공학의 진정한 길이다!] [우어어어어! 캐논필리아 학파여! 영원하라!] [화력! 화력! 화력! 화력! 화려어어어억!]“저, 저게 도대체…….”
“이럴 수가……. 저건 설마 그때 그……?”
불과 몇 달 전.
일본의 역사적 참극의 재현이자 국가적 능욕이라며 어마어마한 이슈를 불러왔던 가엘 연방. 그곳에서 탄생한 마력 포탑으로 드론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마는 이들을 보며 모두가 경악한 얼굴로 얼어붙었다.
“캐논필리아 학파는 다들 아시죠? 저번에 저한테 저 마력 포탑이 밸런스 붕괴 수준으로 사기적이라고 어떻게든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하셨던데…….”
권명한 전무가 거의 이미연 사장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저건 아니라고 읍소하며 칼질을 하려고 눈을 붉혔던 마력 포탑. 하지만 그때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버티던 이미연 사장은 묘하게 뿌듯한 눈빛으로 영혼이 빠져나간 것 같은 권명한 전무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때 그러지 않기를 잘한 것 같죠?”
“…….”
분명 밸런스적으로 문제가 있던 마력 포탑.
하지만, 지금 이 거대한 위기 앞에서 그 마력 포탑은 새로운 하나의 희망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리고 상황실에 있는 모든 이들은 가엘 연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며 가슴속에 아주 작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뚜쉬! 뚜쉬! 마력탄의 맛 좀 봐라. 이 망할 기계 쉐리들아!] [어디 감히 인간을 대체하려고 해? 고철로 만들어 주마, 다 덤벼!]리볼버를 통해서 마력탄을 투사하는 캐논 슈터로 전직한 유저들이 아직 남아 있는 드론 잔당을 그리 어렵지 않게 무찌르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파이어볼트. 파이어볼트. 파이어볼트. 파이어볼트…….] [콰앙. 퍼엉. 콰콰콰콰쾅.]보기만 해도 흉측해 보이는 거대한 철봉을 휘두르면서 드론을 단숨에 박살 내 버리고 1서클 마법, 파이어볼트를 난사해 가며 혼자서 수백 마리의 드론들을 모조리 고철로 만들어 버리는 한 사람을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