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402
402화 종의 진화 (4)
아르카디아의 후반 위기이자 통합 대륙의 세 번째 메인 시나리오.
Act. 3 기계 문명의 침공.
이 아르카디아의 종말이라는 결말을 써 내려가며 무차별적으로 모든 유기체를 제거하고 정화해 나가는 완고하고도 비정한 말살자(抹殺者), 게슈탈트.
원시적인 기술력 따위로는 감히 상대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최첨단의 화력을 보유한, 그야말로 압도적인 존재로서 단신으로 이 세계 자체를 파괴할 힘을 가진 그는 분명히 자신에게 부여된 설정과 사명에 따라 그 임무를 착실하게 수행해 나가고 있었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고, 심지어 이 세계를 만들어 낸 원작자조차도 막아설 수 없는 이 세계의 정해진 결말. 하지만, 이 광기가 가득 흘러넘치는 무대 속에서 예정된 이야기와 서사가 완전히 뒤바뀌고 있었다.
“뀨우우우우웅!”
아르카디아의 가장 열등하고 나약한 존재였던, 그야말로 이 세계에서 하등 쓸모없는 무의미한 생명체, 슬라임.
언제나 밑바닥에서 인간을 비롯해 수많은 종족에게 멸시받으며 괴롭힘을 당하던 이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역할과 위치를 부정하며 피를 흘리고 투쟁하며 이미 정해진 운명을 거부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에 따라 기존의 설정과 다르게 계속해서 성장하고 진화하며 영역을 확장해 나가며 종족의 격(格) 자체를 뒤바꾸던 슬라임들.
종족 전체를, 그리고 이 세계 전체를 위해서 끝없이 희생하며 달려드는 이들을 통해서 이 거대한 재앙 앞에 멸망이라는 결말로 치닫고 있던 이야기가 전혀 다른 전개로 쓰여 가기 시작했다.
쿠우우웅.
“막아라! 저기 저 망할 포탑부터 부숴!”
“뀨우우우우웅!”
“크으윽……. 이 망할 칼잡이 새끼들아! 어떻게 이 젤리들보다도 못 싸우냐!”
“아! 한 방만 맞아도 뒤진다고!”
“뀨아아아아아아앙!”
기계 군단 VS 유기체 연합.
이 기계 의식의 핵심 코어가 있는 심장부라 절대 물러설 수 없는 기계 군단. 그렇기에 이들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이들의 총공세를 막아 내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콰콰콰콰쾅. 퍼어어어엉.
반물질 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막대한 에너지를 한 점에 응축시켜 투사하여 일대의 모든 것을 섬멸하는 최종 공성 병기 하전 입자포를 시작으로, 강력한 폭발력을 자랑하는 광자포와 레이저 포대가 쉴 새 없이 가동하며 빛을 뿜어내는 상황.
가엘 연방의 마법 포탑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사기적인 파괴력과 화력을 선보이며 전장 전체를 완전히 불바다로 만들며 초토화했기에 그 엄청난 수적 우세를 자랑하던 슬라임들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우우우웅.
혹독한 환경과 상황에 대응하여 오로지 종의 생존(生存)을 목적으로 스스로를 변화해 나가는 유기체의 특권이자 권능, 진화(Evolution).
스러져 간 동족의 희생 속에서 유전자에 각인된 그 진화의 인자가 발현하며 살아남은 이들은 변화하고 또 변화해 가기 시작했다.
[특성, 신축성이 강화됩니다.] [특성, 폭발 저항이 강화됩니다.] [특성, 화염 저항이 강화됩니다.] [특성, 물리 내성이 강화됩니다.].
.
.
이전보다 더욱 강화된 슬라임들. 그리고 이들은 일본 대륙의 절반을 장악한 자신들의 서식지에서 태어나고는 이내 자신들의 동족이, 그리고 그들의 군주가 있는 곳을 향해 통통거리며 뛰어나갔다.
“뀽!”
“뀨웅! 뀨웅!”
일본 대륙의 절반을 잠식한 초록빛의 물결.
도무지 그 수를 파악할 엄두조차 안 날 정도로 엄청난 수의 슬라임들이 죽고 생성되며 전장으로 달려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이들은 하나같이 할 말을 잃었다.
-와……. 진짜…….
-저게 도대체…… 몇 마리야?
-ㅋㅋㅋㅋ. 진짜 게임 돌아가는 꼴 좀 봐라.
-죽어도 무한정 다시 살아나서 무지성 돌격. 이건 드래곤이라도 못 막겠는데……?
-슬라임이 이 세계관 최강 종족이었음. 몰랐어?
보기만 해도 기가 질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물량 공세.
아무리 귀여운 외모와 울음소리를 가지고 있다지만 최소 수천만에서 억 단위까지도 나갈 것 같은 어마어마한 개체 수에 모두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이 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계 군단이 엄청 사기적이긴 한데…… 그래도 슬라임들한테는 안 되네…….
-제아무리 강한 놈도 다구리 앞에서는 꼼짝 못 해! 우리 슬라임들이 좀 치네 ㅋ.
-왜 난 저 게슈탈트인지 뭔지가 불쌍해지는 거지……?
전투 기계 하나에 수백, 수천 마리의 슬라임이 달라붙어 산산조각을 내는 광경을 보며 적에게 묘한 동정심을 가지는 사람들. 그도 그럴 것이 분명 게슈탈트의 화력은 어마어마했지만, 압도적인 물량으로 모든 것을 밀어 버리는 저 초록빛 젤리들의 향연은 같은 편이 봐도 너무할 정도였다.
“뀨우우우웅!”
방어 시설의 주변에까지 다가온 슬라임들. 그것을 보며 방어 포탑 하나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초록빛 슬라임 하나를 조준했다.
하지만…… 그 순간 거대한 폭발이 기계 구조물 안에서 터져 나오더니 이내 수많은 방어 포탑들이 가동을 중단하고 모조리 멈추어 섰다.
[비상. 비상. 제1구역 에너지 저장소 파괴.] [유기체 침입 감지. 사이오닉 에너지 반응 감지.] [즉각적인 말살. 최우선 제거 대상.] [자체 방호 프로토콜 가동. 긴급 복구 작업 시행.]그 어떠한 유기체의 진입도 허락하지 않는 기계들만의 영역에 더러운 버러지가 돌아다닌다는 것을 감지한 게슈탈트. 그는 빠르게 파괴된 에너지 저장소의 복구를 시작함과 동시에 수많은 전투 드론을 급파해 즉각적인 제거를 명령했다.
하지만…….
콰아앙. 콰앙. 콰아아앙.
그 고도로 발전하고 개량된 전투 알고리즘을 탑재한 드론들과 일 대 다수로 싸우면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엄청난 전투력을 가진 안젤리나와 카시야스.
그 둘은 말 그대로 미쳐 날뛰며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었다.
콰아앙.
“이 망할 놈아! 혼자 멋 부리지 말고 당장 이놈들 어그로 가져가라고!”
퍼어엉.
“조금만 더 부탁한다. 나랑 상성이 안 맞는 녀석들이군.”
콰지지직.
“아오! 그러게 그냥 싸우지 말고 도망치자니까. 죽으면 이게 다 너 때문인 줄 알아!”
“걱정하지 마라. 네 뒤는 내가 책임질 테니까.”
수십, 수백 마리의 전투 드론에게 포위당한 상황에서도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항전하는 둘. 그렇게 내부와 외부에서 유기체들과 게슈탈트가 치열한 결전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엘리스의 연산회로는 전력으로 이 모든 것을 관조하고 분석하며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 예측하기 시작했다.
[통합 방어 시스템 가동률 42%. 파괴율 25%…….] [잔여 에너지 29%. 에너지 공급망 63% 파손. 에너지 결손…… 심각.] [드론 생산 설비 가동 중단. 무기 체계 복구 시스템 파괴.] [데이터 보관소 무결성 훼손. 데이터 손실 발생.] [코어 시스템 파괴 가능성 폭증…….]내부의 침입과 외부의 끝없는 공세 속에서 비축해 놓은 에너지와 자원이 바닥나 가며 결국 한계에 봉착한 게슈탈트. 그리고 그가 궁지에 몰렸다고 판단한 엘리스는 이 후반 위기의 마지막 페이즈를 발동하고야 말았다.
[시나리오 No. 239 적용.]쿠우우웅.
갑작스럽게 거대한 굉음을 내며 흔들리는 대지.
요란한 진동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 그 거대한 금속 구조물을 보며 슬라임과 인간들은 일순간 당황한 얼굴로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뭐지……?”
“저게…… 움직인다고……?”
하나의 거대한 도시나 다름없던 게슈탈트의 행성 배열망.
이 세계 전체를 장악하고 지배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이 담겨 있던 그 거대한 최첨단의 함선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모두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내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는 그 기계 의식체를 보며 사람들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어렸다.
“저건……?”
“이런 미친…….”
쿠웅.
수백 미터에 달하는 초거대 로봇.
마치 어린 시절에 모든 어린이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그 변신 로봇과도 같은 모습으로 변해 버린 게슈탈트의 본체를 바라보며 전 세계가 활활 불타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X발.
-진짜 (주)아르카디아 운영진들 완전 골 때리는 새끼들이네…….
-이거 보고 확신했다. 이 시나리오 기획한 새끼는 분명 경쟁 회사에서 심어 놓은 스파이임.
-저거 저작권침해로 고소 안 당하냐?
-What the FXXX.
-진짜 세계관 붕괴가 어디까지 가는 걸까……?
중세 판타지 세계에 등장한 초미래적인 SF 세계관에서나 등장할 전투 로봇. 그것만으로도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 로봇의 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전 입자포는 장난이 아니었다.
[말살 개시.]콰아아앙.
등 뒤에 탑재된 양자 엔진을 가동하며 엄청나게 빠른 기동성으로 슬라임들의 접근을 불허하고 엄청난 화력으로 일방적인 학살을 시작한 게슈탈트. 그렇게 이 전장의 판세가 또다시 기울어지고 있는 그 순간.
재영은 이건 아니라는 듯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아니, 이런 상황에서 변신이라니. 이건 솔직히 반칙이지.”
무슨 전대물도 아니고, 거대 로봇으로 변신해서 불리했던 판세를 마치 어린아이 손 뒤집는 것처럼 바꿔 버리는 불합리하고도 불공평한 상황.
지금까지 피 흘리며 쓰러져 간 슬라임들의 노고와 희생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이런 식으로 공략법을 뒤엎어 버리는 것을 보며 그는 무언가를 결심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게 무슨 소리야, 주인?”
처음 듣는 소리라는 듯이 의아한 눈초리로 물어 오는 탄.
그런 그에게 재영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했다.
“별다른 건 아니야. 그냥 이런 식으로 저쪽에서 개연성 없게 나온다면 이쪽에서도 개연성 없이 나가겠다는 말이야.”
우우웅.
사악한 미소를 짓자 온몸에서 회색빛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재영. 그리고 그는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어디, 장르를 전대물로 바꾸고 싶다면 이쪽에서도 맞춰서 놀아 주지. 누가 이기나 보자.”
이 게슈탈트라는 후반 위기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자, 이 정신 나간 무대를 기획한 자.
검은 안개의 주인 아수라.
그가 만들어 낸 씨앗 중 하나이자, 개연성을 대가로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설정 외의 존재이자, 이 세계의 정해진 서사를 뒤흔들며 세상을 어지럽히는 존재.
난세의 방랑가(Bard of Anarchy).
재영은 자신의 강력한 의지를 담아, 이 슬라임들에게…… 그리고 이들의 군주인 로드 오브 슬라임에게 막대한 개연성을 몰아 넣으며 그 말도 안 되는 발상을 이 가상의 세계에…… 그것도 수십억이 넘는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이 와중에 강제로 적용했다.
[개연성 100,000,000이 영구적으로 소모됩니다.]1억.
자그마치 마계의 신기인 데스브링어를 5개나 복구시킬 수 있을 만큼 천문학적인 양의 개연성을 단번에 투하한 재영.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개연성의 폭풍 속에서, 맥없이 죽어 나가고 있던 슬라임들에게서 기묘한 이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뀨우웅!”
“뀨웅! 뀨웅!”
“뀽! 뀽!”
“뀨앙! 뀨앙!”
재영의 개연성으로 인해 탄생했고, 그 누구도 만들지 않았던 설정 외의 존재.
모든 슬라임의 군주, 로드 오브 슬라임(Lord of Slime).
슬라임이라는 종의 격을 완전히 뒤바꾸게 된 계기이자, 수많은 슬라임의 희생 속에서 탄생한 그 존재는 다시금 사방에서 몰려드는 초록빛의 물결들 속에서 또다시 변화하기 시작했다.
촤아아아악.
꿀렁꿀렁.
엄청난 수의 슬라임들이 자신의 몸을 희생하고 하나로 동화하자 그 몸집을 거대하게 부풀리는 로드 오브 슬라임. 수십 미터의 육중한 크기를 자랑하던 그 거대한 보스 몬스터가 수백 미터…… 아니, 수천 미터에 달할 정도로 부풀어 오르며 커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이들은 결국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야 말았다.
“뀨아아아아아아아아앙!”
수백 미터의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초거대 로봇, 게슈탈트가 마치 장난감처럼 보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로 성장하며 또 한 번의 진화를 거듭한 모든 슬라임의 황제.
슬라임 엠퍼러(Slime Emperor)의 탄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