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406
406화 최종장의 서막 (3)
[다음 뉴스입니다. (주)아르카디아의 총괄 사장이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미연 사장은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상현실 게임, 아르카디아의 멸망을 언급하며 게임 속 시나리오의 진행 상황에 따라 서비스 종료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이에…….] [아르카디아의 최종장을 알리는 메인 시나리오가 시작되었다고 선언하며 동시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에게 (주)아르카디아의 지분 15%를 넘겨줄 것이라고 이미연 사장이 직접 언급하였습니다. 이는 과거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에 대응해 서비스를 중단하고 난 직후에 발표했던 사안으로…….] [과연 (주)아르카디아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무엇일까요? 왜 게임 속에 이렇게 위험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또 이러한 콘텐츠를 제한하거나 막아서지 않는 것일까요? 아무리 회사가 운영의 주체라고는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소통을 거부하는 운영사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이미연 사장의 공식적인 발표로 인해서 시끌시끌해진 세상.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 속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이런저런 우려와 의혹을 제기하며 떠드는 대중들과 다르게 이미연 사장을 마주하고 있는 재영은 전혀 혼란스러운 표정이 아니었다.
“역시…… 게임 속의 운영 권한은 사장님께서도 가지고 있지 않았군요?”
이번에 발동했던 후반 위기 시나리오. 대륙 전체를 절멸로 이끌어 갈 그 어마어마한 재앙과 관련해서 그녀는 직접 관리자로서 가지고 있는 권한을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저들을 향해서 간곡하게 부탁할 뿐이었다. 그리고 이미연 사장은 그의 물음에 진솔하게 답했다.
“맞아요. 저 역시 이 회사를 운영하는 관리인일 뿐, 게임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서사를 뒤바꿀 수 있는 권한은 실질적으로 없어요. 모든 것은 무한한 자유와 가능성에 따라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거죠. 제가 하는 일은 그저 지켜보는 것뿐이에요.”
게임을 운영하는 주체이지만, 그 어떠한 개입과 간섭을 할 수 없다는 아이러니한 상황. 하지만 그러한 이미연 사장의 말에 재영은 이제 이해가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렇게 저에게 부탁해 왔던 거군요. 직접 개입할 수 없으니까 간접적으로 게임 속 시나리오의 방향을 바꾸고 아르카디아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막아서기 위해?”
“맞아요. 어떻게 보면 편법인 건 맞지만…… 저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죠. 원칙대로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면 아마도 아르카디아는 지금보다 훨씬 더 이전에 파국으로 치닫고 멸망했을 거예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조금 치사하기는 하지만, 회사를 지켜 내기 위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봐 줬으면 좋겠군요, 재영 학생.”
잘못한 건 맞지만, 그래도 결과만 좋으면 장땡 아니냐는 듯이 눈을 찡긋거리는 이미연 사장. 그런 그녀에게 재영은 푸념하듯이 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그러셨어요? 사전에 별다른 언질도 없었고, 또 제가 전화를 걸어도 연락을 받지 않으시던데…….”
“아, 그 점에 대해서는 미안해요.”
이번 후반 위기 시나리오와 관련해서는 재영과 철저하게 거리를 두며 잠적을 했던 이미연 사장. 하지만 그건 그녀의 의지를 철저히 반한 불가피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이 후반 위기 시나리오와 관련한 내용은 사장님께서도 함부로 개입할 수 없다고요?”
“이번에 발생했던 시나리오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특수한 시나리오예요. 직접 경험해 봤으니 알겠지만, 터무니없고 황당한…… 그러면서도 치명적이고 매우 위협적인, 오로지 파멸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시나리오죠. 그리고 이것들을 만든 사람은…….”
“최고 개발자인지 뭔지 하는 사람 중 하나겠군요.”
“……맞아요.”
이미 전에 몇 번 언급했었던 최고 개발자의 존재. 이미연 사장이 자신도 권한상 어쩔 수 없는 문제들이 여럿 있다고 이야기했었기에 그 의문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재영은 진심으로 감탄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 최고 개발자인지 뭔지 하는 작자는 진짜 미친놈이긴 한가 보네요…….”
“뭐……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듣긴 하더라고요.”
이 세상에서 제일 미친놈이라고 불리며 악명을 떨치는 김민수.
그가 싸지를 똥 무더기로 인해서 온 대륙 전체가 혼란에 허덕이고 있는 것을 떠올리며 이미연 사장은 묘하게 쓴 웃음을 지었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기자회견에서 제가 이야기한 것과 같이 후반 위기 시나리오는 계속해서 시작되며 이 아르카디아를 멸망시키기 위한 위협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 과정을 막을 수 있는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재영 학생뿐일 거예요.”
“……저한테 너무 많은 것을 기대는 거 아닌가요?”
오직 나만이 이 세계의 멸망을 막을 수 있다.
무슨 중2병의 감성이 충만한 나이도 아니고, 그런 오글거리는 멘트에 적응할 수 없는지 인상을 살짝 찡그리는 재영. 하지만 이미연 사장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저도 지금의 상황이 달가운 건 아니에요. 최소한 3년…… 아니, 5년만 더 나중에 이 후반 위기 시나리오가 발동되었다면 지금보다는 더 많은 이들에게 기대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그 재앙의 씨앗이 너무나도 빠르게 싹을 틔우고 말았어요.”
엘리스의 관조 아래에서 이미 수백, 수천 번도 넘게 돌려 본 시뮬레이션.
그 수많은 시뮬레이션 속에서 이 세상을 구원할 영웅이 될 가능성을 가진 이들을 찾아보고 또 찾아보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시나리오 No. 334…… 실패.] [시나리오 No. 829…… 실패.] [시나리오 No. 1,234…… 실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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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도 결국 아수라의 그 사악한 흉계를 막아서지 못하고 쓰러지는 이들.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공략법을 찾아내고,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해결책을 도모하기에는 아르카디아의 유저들은 현실적으로 그럴 만한 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결론은, 앞으로 지금과 같은 후반 위기 시나리오가 계속해서 벌어질 것이고, 그 누구도 막아 내질 못할 거란 거예요. 물론 제가 카메라 앞에서 그런 소리를 했다가는 회사가 당장에 박살이 날 테니까 차마 하지는 못했지만…… 생각한 것 이상으로 상황은 암울해요.”
자신의 말을 믿으라는 듯이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이미연 사장. 그리고 그녀는 재영의 손을 꼭 붙잡으며 간곡하게 말했다.
“하지만…… 아주 희박하지만, 그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해요. 이 아르카디아의 멸망이라는 비극이 아닌, 수십억의 유저들을…… 그리고 아르카디아에서 살아가는 주민들과 이 회사를 지켜 낼 수 있는 행복한 결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그 가능성이.”
“…….”
이 세상을 지켜 내고 모두가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결말을 만들어 달라.
그녀의 이 애매하고도 난해한 부탁에 재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하나만 물어보죠.”
“뭐든 물어보세요.”
“제 히든 클래스…… 그것도 혹시 그 최고 개발자가 관련된 건가요?”
재영이 우연히 얻은 직업, 난세의 방랑가.
이전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지만, 이제는 무언가 알 수 있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깽판을 쳐 주세요. 밖에서 지켜볼게요, 당신이 만들어 갈 이 세상을.]전직 과정에서 들려왔던 장난기 가득한 어린아이의 목소리. 그때는 그저 아무 의미 없는 것으로 대충 흘려들었지만, 지금에 와서야 그때의 그 말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 최고 개발자,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자의식이 엄청나게 과잉이라는 건 알겠네요. 아무리 가상현실을 만든 원작자라고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신 행세를 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며 게임 속 세상이 어지러워지는 그 모습을 재미난 구경거리로 지켜본다…….”
지금껏 자신이 게임 속에서 이루었던 그 모든 것들이 그저 누군가의 장난이자 유희거리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불쑥 든 재영. 그리고 그러한 사실에 대해서 그가 느끼는 감정은 명백한 불쾌감이었다.
“이거 생각할수록 꼴받는데요? 누구 마음대로?”
철저하게 아르카디아의 혼란과 파괴만을 불러일으킬 것을 의도하고 기획한 개발자. 유저들을 엿 먹이는 방법만을 고민했다는 것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듯, 그가 만들어 내고 기획한 것들이 미치는 여파들을 떠올리며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죄송하지만 그것과 관련한 정보는 저로서도 말씀드릴 수 없어요. 재영 학생이 상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그 권한을 넘어서는 내용이니까요.”
자기도 그 부분에는 답해 줄 수 없다는 이미연 사장. 그렇지만 그녀는 내심 기대한다는 듯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하지만…… 재영 학생이 이 아르카디아의 최종장을 마무리하고 약속된 지분 15%를 받게 된다면…….”
“받게 되면요?”
“그때는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될 거예요. 이 회사와 가상현실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 낸 최고 개발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이 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거대한 비밀을 말이죠.”
“그게 무슨 소리죠……?”
무언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꺼내는 이미연 사장. 그리고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재영이 되물어 보자 그녀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일본 정보부가 재영 학생과 재균 학생을 납치했을 당시, 미국 해군이 직접 나서서 두 사람을 구출해 줬죠?”
“그랬죠…….”
“그때도 잠깐 이야기했었지만…… 정말 미국이 일본과의 외교적, 군사적 마찰을 감수하며 고작 대학생 두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제7함대를 움직였을까요?”
“그건 그때 재균이가 미국 국방성과 함께 비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서 그런 거로…….”
(주)아르카디아에서 제공한 정보를 기반으로 한미 정보 당국의 긴밀한 협조와 비밀 작전으로 구출이 진행되었다고 알고 있었던 사항. 미군의 차세대 군사훈련 프로젝트 개발에 참여하고 있었던 재균의 독특한 상황 때문에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알고 있었지만, 이미연 사장은 그게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
“고작 개발 프로젝트 하나 때문에 양국 간의 동맹 관계를 위협할 수 있는 군사적 압박을 가한다? 재균 학생에게는 조금 미안한 이야기지만, 제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구출할 만한 인재는 아니죠.”
“그 말씀은…….”
이미연 사장이 하는 말의 저의가 무엇인지 눈치챈 재영. 그가 의미심장한 얼굴로 입을 열려고 했지만, 그녀가 먼저 그 대답을 내놓았다.
“맞아요. 전부 재영 학생을 위해서 벌인 짓이에요. 재영 학생은 그 이상의 위험도 감당할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예요?”
22살의 미필 대학생 윤재영.
그저 게임을 잘하는 것 말고는 그 어느 하나 특출 날 것 없는 시골 태생의 자신에게 미일 양국의 외교 관계를 파국으로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무엇이든 감당할 가치가 있다는 이미연 사장의 말에 당사자인 재영은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재영 학생은 그 누구보다 게임을 좋아하죠? 어떤 험난하고 악랄한 난이도에도…… 모두가 공략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난제도 보란 듯이 해결하고 결국 그 공략법을 찾아내서 숨겨진 엔딩을 찾아내고야 말잖아요. 개발자의 의도와 상상을 뛰어넘어서는 방법까지 활용해서.”
이미 오래전부터 게임계의 전설이라고 칭송받던 덱스.
그 위명을 언급하며 이미연 사장은 혼란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재영에게 말했다.
“모든 진실을 알고 싶다면 이 게임을 클리어 해 보세요. 멸망이라는 확정적인 결말로 나아가는 가상의 세계를 지켜 내고 숨겨져 있는 진정한 끝(True Ending)에 도달해야 하는 극악의 난이도의 게임을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최고 개발자의 정체를 비롯해 이 세상에 숨겨진 거대한 비밀을 알 수 있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