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412
412화 인턴이 너무 강함 (3)
(주)아르카디아와 KG 전자의 직원들 사이에서 벌어진 다툼.
그저 직원 개개인의 자그마한 일탈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였지만, 언론에 대서특필되어 버리자 이번 일은 그저 사소한 문제가 아니게 되어 버렸다.
콰앙.
“김영진! 너 이게 무슨 짓이야!”
잔뜩 화가 난 듯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문을 박차고 집무실 안으로 들어서는 김영찬 상무. 하지만 그를 맞이하는 김영진 전무의 얼굴에는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어디서 감히 형 이름을 그렇게 버릇없게 부르나? 여기 회사야. 정신 차려.”
무례하기 짝이 없는 동생의 행동을 꾸짖으며 대범한 형 행세를 하는 김영진 전무. 그리고 그는 바쁘다는 듯이 검토하고 있던 보고서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채 물었다.
“아침부터 왜 그렇게 흥분한 상태로 나한테 찾아온 거야? 무슨 일이라도 있어?”
“……지금 이 상황에서도 발뺌할 거야?”
전혀 영문을 모른다는 듯이 물어 오는 그의 뻔뻔한 태도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바라보며 으르렁거리는 김영찬 상무. 그는 책상 위에 오늘 자 신문을 거칠게 내려놓으며 따져 물었다.
“이거…… 형 작품이지?”
KG 전자와 (주)아르카디아의 직원들끼리 있었던 패싸움을 아주 신랄하게 까발리는 뉴스 기사. 그것을 찬찬히 읽던 김영진 전무는 이내 별것도 아니라는 듯이 피식 웃으며 신문을 밀어냈다.
“난 모르는 일이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부정하는 형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험악한 얼굴로 추궁하는 김영찬 상무. 하지만, 그의 말에 김영진 전무는 너무나도 태연한 얼굴로 따져 물었다.
“대충 기사 보니까 영업점 직원들 몇 명이 사고 친 거 같은데 그게 왜 내 작품이라는 거냐? 그런다고 나와 회사에 무슨 이익이 있다고 그런 짓을 하겠어?”
“그거야 내가 추진하고 있는 가상현실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형의 입지가…….”
흥분한 사이에 자기도 모르게 속내를 털어놓을 뻔한 김영찬 상무. 하지만 순간 당황한 얼굴로 입을 굳게 다물자 김영진 전무는 마치 놀리기라도 하는 듯 빙글빙글 웃으며 물었다.
“내 입지? 내 입지가 뭐? 설마 너, 그 KG 랜드인가 뭔가 하는 그거 회사 내에서 내 영향력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추진하는 거냐?”
“……전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추진하는 거야.”
차마 부정할 순 없는 사실인지, 전부 회사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항변하는 김영찬 상무. 하지만, 그런 그의 말에 김영진 전무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냉소적으로 중얼거렸다.
“개소리하지 마라, 동생아. 미래에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너나 나는 일단 이 회사의 이익보다는 다른 것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
회사의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한 경쟁을 하는 사이. 그 어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일단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그는 형의 말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아버지께서 이런 더러운 수작질을 벌이는 걸 알면 그냥 넘어가지는 않으실 텐데.”
“흥, 내가 지시했다는 증거는 있고? 다시 말하지만 나는 네가 말하기 전까지 관련 내용은 전혀 알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를 테면 일러 보라는 듯이 자신 있다는 얼굴로 중얼거리던 김영진 전무. 그는 관심 없다는 듯이 보고서에 다시 눈을 돌리며 말했다.
“이번 사건에 관한 처리는 걱정하지 마라. 회사에 손해를 끼친 직원들은 그 어떠한 선처 없이 절차대로 징계 처리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요구하기도 전에 앞장서서 관련 직원들을 처벌하겠다고 나서며 그는 히죽 웃었다.
“그보다…… 나한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음모론 내세우면서 따지는 것보다 일단 그 사업부터 어떻게 잘 수습해 봐야 하는 거 아니냐?”
자신이 잔뜩 뿌려 놓은 재부터 수습해 보라는 듯이 말이다.
* * *
KG 전자의 가상현실 사업부의 박진태 부장과 고동호 대리.
이 둘은 아침부터 갑자기 터진 비상사태에 회사에 출근도 하지 않고 곧장 (주)아르카디아에 출장을 내고 달려갔다.
“아이고오, 우리 부장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제대로 한 방 맞았는지 눈에 새파랗게 멍이 든 양민혁 부장.
값비싼 음료수까지 들고 와서 쩔쩔매며 연신 저자세로 허리를 굽히는 두 사람이었지만, 그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앉아 싸늘한 태도로 일관하는 양민혁 부장. 그런 그에게 박진태 부장이 정말 조심스럽게 사과의 말을 꺼냈다.
“저희 직원들이 뭣도 모르고 큰 실수를 했습니다. 제가 대신해서 정말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의 부서는 KG 전자의 영업 팀이랑은 전혀 관련이 없었지만, 그런 걸 구구절절 설명해 봤자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라는 것을 알기에 일단 고개부터 숙이는 둘. 하지만, 사태가 벌어진 지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분노는 사과 한마디로 가라앉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했다.
“박진태 부장님…… 제가 여기 회사에 출근하기 전까지 어디에 있었는지 아십니까?”
“예……? 그…… 그게…….”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한 기색으로 말을 흐리는 그. 하지만 대답을 들으려고 한 말이 아니라는 듯이 양민혁 부장은 혼자 말을 이어 나갔다.
“경찰서에 있었습니다. 기분 좋게 회식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려다 이유도 없이 얻어맞고 난생처음으로 경찰차 타고 끌려가서 조사서까지 쓰고 나왔습니다. 뭐…… 목격자도 많아서 아무런 혐의 없이 풀려나오긴 했지만…… 일이 다 끝나고 나니 출근할 시간이 되어 있더군요.”
잠도 자지 못하고 경찰서에서 나온 그대로 곧장 출근한 양민혁 부장.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식은땀만 뻘뻘 흘려 대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
“두 분이 어제의 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건 알겠습니다만…… 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두 분에게 괜찮다고 말하길 기대하고 오신 겁니까?”
공은 공. 사는 사.
아무리 공적인 일과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은 구분해야 한다고 하지만, 인간인 이상 양민혁 부장은 도무지 KG 전자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 그게…….”
“오늘 아침에 회사에 오자마자 전무님께서 부르시더군요. 제가 어제 그 인간 같지도 않은 작자들 때문에…… 얼마나 개망신을 당했는지 아십니까?”
말을 하면서도 분노를 애써 참는지 파르르 입술이 떨리는 그.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시한폭탄 같은 양민혁 부장을 보며 박진태 부장과 고동호 대리는 어쩔 줄 몰라 쩔쩔맸다.
“당분간 KG 전자의 프로젝트는 잠정 중단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부, 부장님, 제발 그것만은……!”
분명 마지막 미팅까지만 해도 긍정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답했던 양민혁 부장. 하지만 완전히 돌아선 것 같은 그의 모습에 두 사람은 아연실색했다.
“괜히 반복해서 헛걸음하지 않도록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두 분에게는 죄송한 말이지만, 루시드 드림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작자들이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 디자인&개발 팀 직원 중에서 KG 전자의 프로젝트를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군요.”
“…….”
어제 회식 자리에서 모두에게 단단히 미운털이 박힌 KG 전자. 몰상식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이들의 횡포를 직접 경험한 직원들이었기에 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같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이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관련 결정은 제가 독단적으로 내리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상부에 어제 있었던 일이 보고되었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리 기분 좋은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언론에까지 양사의 이름이 대대적으로 거론된 상황에서 이런 합작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자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었고요. 결과적으로 앞으로 한동안 외부 사업 추진은 자제하라는 지침도 내려온 상황입니다.”
회사와 회사 사이의 신뢰 관계의 붕괴.
이것을 다시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양민혁 부장의 말에 두 사람은 이 문제가 단순히 둘이서 사과하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끝났어…….’
‘영업 팀 그 망할 새끼들이…… 기어코 사고를…….’
앞으로 가상현실과 관련한 그 어떠한 사업도 KG 전자의 이름을 달고는 진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는 두 사람. 하지만 양민혁 부장은 이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축객령을 내렸다.
“본사의 입장과 관련해서는 정식으로 공문을 발송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방금 하신 사과는 받도록 하겠으니 다시는 이런 번거로운 걸음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군요.”
앞으로는 상종도 하지 말자는 통보를 끝으로 돌아서려는 그를 당황한 기색으로 바라보던 두 사람. 그들은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며 주춤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 둘의 뒤에서 무언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장님, 대리님.”
“어……?”
“네가 왜 여기에……?”
깔끔한 양복 차림으로, 한 손에 서류 봉투 하나를 들고 있는 신입 인턴.
윤재영.
둘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그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지만, 재영은 한 손에 든 서류 봉투를 흔들며 말했다.
“차장님께서 보내셨어요. 워낙 경황이 없어서 서류도 못 챙기고 가신 것 같다고 저보고 혹시 모르니까 가져가 보라고 하셨거든요.”
“어……? 아…….”
KG 랜드라는 큼지막한 제목이 적혀 있는 서류 봉투. 그것을 얼떨결에 받아 든 박진태 부장은 이어지는 주변의 상황에 경악했다.
“어? 재영이 왔어?”
“와! 이게 얼마 만이냐? 잘 지냈어?”
“웬일로 양복을 또 입고 왔대? 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있어?”
“요즘은 왜 이렇게 놀러 안 오냐? 재균이는?”
방금까지만 해도 그렇게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싸늘한 침묵만이 맴돌던 사무실 안.
하지만 재영의 등장으로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환한 미소를 짓고 따뜻한 얼굴로 바뀌며 인사를 건네는 (주)아르카디아의 직원들과 양민혁 부장의 태세 전환에 두 사람의 사고 회로는 완전히 정지했다.
“아, 재영 학생 왔나?”
“네, 부장님. 소식은 들었어요. 괜찮으세요?”
“아니 뭐…… 재수 없게 똥 밟은 거지 뭐.”
“그래도 기분 많이 상하셨겠어요. 사장님께서도 한 소리 하셨다면서요?”
“허허……. 벌써 그런 소문까지 들었어……?”
“에이 뭐…… 여기 오는 사이에도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던걸요.”
“후……. 어쩌겠냐. 한동안은 튀지 않게 조용히 지내야지.”
“그래도 부장님 정도면 금방 넘어가지 않을까요? 사장님이 이런 거에 그래도 관대하잖아요.”
방금까지만 해도 자신들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던 양민혁 부장을 상대로 마치 삼촌과 조카 사이 같은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는 재영의 모습을 보며 얼어붙은 박진태 부장과 고동호 대리. 이 둘이 멍청한 얼굴을 한 채 서 있는 것을 보고 방금까지는 둘의 손에 없었던 두툼한 서류 봉투를 곁눈질로 쳐다보며 양민혁 부장은 의아한 눈초리로 물었다.
“그보다…… 재영이 너 이 두 분하고 아는 사이야? 아까 그 서류 봉투는 뭐고?”
언제나 편안한 옷차림으로 회사를 드나들다가 양복을 입고 나타난 재영.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그는 재영으로부터 상상도 하지 못한 답변을 들었다.
“아, 저 최근에 인턴 일 시작했거든요.”
“뭐……?”
“인턴……?”
“예. 서민 대학교에서 한 학기를 인턴으로 대체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학기 시작하자마자 신청해서 이제 한 달 조금 하고 있죠.”
그 말에 일순간 조용해진 사무실.
마치 박진태 부장과 고동호 대리와 비슷한 얼굴을 한 채, 사고가 정지한 듯 멍한 얼굴로 가만히 재영을 응시하던 양민혁 부장은 이내 혹시나 하는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설마…… 그럼 네가 일하고 있는 회사가…….”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질문이 무엇인지 눈치챈 재영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네. KG 전자에서 임시로 일하고 있어요.”
“…….”
“…….”
방금까지 다시는 보지 말자고 선언하며 축객령을 내렸던 KG 전자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윤재영.
대충 어느 정도 어떻게 상황이 돌아가는지 눈치챈 양민혁 부장은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끔뻑끔뻑 눈을 깜빡이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서 말했다.
“아까…… 저희랑 논의하고 싶던 프로젝트가 뭐라고 하셨죠?”
우디르도 울고 갈 법한 신속한 태세 변환을 마무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