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429
429화 마계 (10)
초월적인 신성을 품고 있는 한 계의 절대적인 지배자이자.
창세의 순간부터 이 가상의 세계에 함께했던 존재.
대천사 미카엘. 그리고 마왕 사탄.
그저 탄생과 동시에 전지(全知)와 전능(全能)에 가까운 신성을 가지게 된 이들이었지만, 그에 반대급부로 절대적인 사명과 제약에 얽매여 꼭두각시나 다름없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선은 악을 경멸하며, 악은 그러한 선을 비웃는다.] [선은 선의 모순에 타락하여 악이 되고.] [악의 구렁텅이 속에서 언제나 선은 그 희미한 빛을 발한다.] [선에서 악은 탄생하고 악에서 선은 탄생하나니…….] [선악의 끝없는 영원불멸한 투쟁 속에서 이 세상은 언제나 안식을 찾지 못하리라.]이 아르카디아를 지탱하고 있는 강력하고 견고한 법칙들.
이른바 세계관이라는 설정에 따라 움직이는 NPC로서 탄과 엘 사이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본인 스스로조차도 감히 통제하거나 막아설 수 없는 강제성이 부여된 제약이나 다름없었다.
걸어오는 싸움을 막거나 피할 수도 없고, 언제나 늘 그러했듯이, 영원히 화합하지 못하고 서로를 물어뜯으며 대립해야만 하는 둘.
그 거대한 세계의 설정 아래에서, 이 아르카디아에 또 다른 신화 속 이야기가 쓰이고 있었다.
우우우웅.
감히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광휘를 뿜어내며 화염의 검을 들고 있는 초코파이조아.
그의 머리 위에 적혀 있는 새로운 칭호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연신 채팅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누…….
-교황…… 초코파이조아……?
-이게 말이 됨……? 아니, 저 초코파이조아는 사제랑은 전혀 상관이 없는……?
-아니, 그것보다 저기 손의 저 검은 설마……?
교황의 새로운 탄생. 그리고 성지의 부활.
그것만 해도 경악스러운 일이었지만, 초코파이조아의 손에서 맹렬하게 성화(聖火)를 뿜어내고 있는 신비로운 검의 정체를 알아본 이들의 제보에 채팅창은 그야말로 난리가 나 버렸다.
-무스펠하임……? 미친! 저게 왜 저 새끼 손에 들려 있는데?
-? 그게 뭔데?
-검색도 못 해 봄? 직접 검색해 보든가.
-천계의 신기……? 이게 뭔…….
불타오르는 영원의 검.
천상을 대표하는 신기이자, 거룩한 영광의 성위라 불리는 대천사, 미카엘의 무구.
과거, 이 세상을 잠식해 가는 악을 몰아내고 대륙 전체를 불태웠던 전적이 있는 그 악명 높은 강력한 신기가 다시금 이 아르카디아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에 이들은 경악했고, 또 깊은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저 초코파이조아는 정체가 뭐냐?
-ㄹㅇ;; 정령사야? 슬라임 마스터야?
-예전에는 마왕도 했었고 천사도 했었음.
-정령왕도 소환했었지?
교황을 죽이고 나아가 에덴을 몰락시킨 장본인이 차기 교황이 되어 버린 기묘한 상황. 도무지 종잡을 수조차 없는 여러 행보에 수많은 이들이 혼란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의 반응은 (주)아르카디아의 임직원과 비교해서는 우스울 정도였다.
“도대체 이게 뭐야! 갑자기 왜 저 유저가 교황이 되어 버리는데!”
안 그래도 특급 감시 대상으로 지정되어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밀착 감시를 하고 있던 초코파이조아. 세계수의 진영을 대표하는 사도로 플레이를 하는 그는 분명히 많은 영향력을 가진 대상인 것은 분명했지만, 교황으로 선출되는 것은 이들조차도 감히 예상조차 하지 못한 돌발 변수였다.
‘이런 망할 엘리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지?’
분명 마계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날 것이라고 분석했던 시나리오의 결말.
그로 인해서 이와 관련한 대비책을 준비하던 권명환 전무는 갑작스럽게 변해 가는 시나리오의 전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속으로 신음했다.
“당장 다시 갱신된 데이터들 확인해! 기존과는 뭐가 달라진 건지 철저하게 비교 분석 해서 보고해! 시간 없으니까 빨리!”
시시각각으로 변해 가는 서사.
그것이 가리키는 결말과 그에 따른 후폭풍을 대비하기 위해서, 권명한 전무는 직원들을 닦달했다. 그렇게 (주)아르카디아의 임직원들은 오늘도 바쁜 하루를 이어 가고 있었다.
자신들이 계획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은.
이 세상의 이야기가 가져다줄 후폭풍을 막아서기 위해서 말이다.
* * *
마왕 사탄.
그는 이 세상에서 다양한 수식언으로 불리곤 했다.
위대한 어둠의 군주.
형용할 수 없는 공포.
모든 타락한 자들의 지배자.
타오르는 지옥의 절대자.
.
.
.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수식언으로 불리며 이 세계에 손을 뻗치며 아르카디아 전체를 피와 공포로 물들였던 그.
하지만 그중에서 탄이 가장 선호하는 수식언은 따로 있었다.
[가장 오래된 옛 어둠]이따금 아르카디아에서 절망과 비탄 속에서 복수를 갈망하며 울부짖는 인간과 영혼의 계약을 맺으며 세상을 뒤흔들어 어둠 속에서 암약해 왔던 그.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상황이 완전히 정반대였다.
“어디 끝장을 보자, 이 망할 치킨 새끼야.”
치킨과 묘목의 수작질에 잔뜩 약이 올라 복수심에 불타오른 탄. 그런 그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자신이 과거에 대면했던 어둠의흑염룡이 기거하고 있는 마룬 왕국이었다.
“에……. 일단 현재 상황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이번 시나리오에 참여하고 있는 길드원의 수가 대략 9만 명 정도입니다. 대부분이 현재는 말단에 가까운 마왕군으로 활약하는 상황이기는 한데. 그래도 악업 수치를 모아서 최대한 전력 상승에 매진하는 방향으로…….”
지루한 표정으로 옥좌에 앉아 길드 간부의 정기 보고를 들으며 멍청한 표정으로 있는 그. 딱 봐도 따분해 죽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정신이 콩밭에 가 있는 것 같은 그의 뒤통수를 툭툭 치며 탄은 말했다.
“야.”
“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지, 탄의 부름에 무심코 고개를 돌린 어둠의흑염룡. 그리고 그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불만에 찬 아기 임프의 모습에 순간 당황하더니 이내 탄의 머리 위에 적힌 그의 수식언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 당신은……?”
가장 오래된 옛 어둠.
과거 사제와 성기사들에게 마녀사냥을 당해 죽을 뻔한 위기에서 구해 주는 것도 모자라 과분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부여해 주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린 의문의 존재.
그가 다시 나타났다는 사실에 어둠의흑염룡은 경악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인지 모두가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
“마스터님? 왜 그러십니까?”
“무슨 문제 있슴까?”
“크흐흠…….”
여러 관료 NPC들과 길드 간부들이 의뭉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 마치 허공에 대고 중얼거리는 미친놈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지만, 그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탄은 자신의 앞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말이야. 지금 여기서 한가롭게 왕 놀이나 하면서 앉아 있어도 된다고 생각해?”
“예……? 그게 무슨…….”
갑자기 나타나자마자 갈굼부터 시작하는 탄. 그 앙증맞은 크기 때문에 무섭기는커녕 귀여운 수준이었지만, 그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험악한 기세에 어둠의흑염룡은 자기도 모르게 잔뜩 움츠러들었다.
“다른 자식들은 죄다 저 전장에 나가서 묘목 새끼랑 치킨 새끼들 밀어 버리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네 자식은 모험가 중에서 그나마 가장 쓸 만하면서 이런 한적한 곳에 틀어박혀서 보고나 듣고 있어? 어? 이러라고 내가 너한테 투자한 줄 알아?”
“그, 그게…… 아니라.”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전장에 나가서 몇몇 도시를 홀로 쓸어버리며 활발하게 이 마계의 정복전에 참여하고 있었던 초코파이조아. 안 그래도 마룬 왕국 주변의 일대 도시들을 모조리 집어삼키고 그에 따른 후속 정비를 하러 잠깐 왕성에 들린 것이었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지금 뭐 하고 있냐고 갈구는 탄에게 억울함을 느끼는 흑염룡이었다.
“후……. 됐다……. 내가 말해서 뭐 하겠냐. 하여간 쓸 만한 놈들이 주변에 없는 거야 당연한 내 팔자인데 뭐.”
갑자기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악생(惡生)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는 탄. 그리고 그는 한참 동안 어둠의흑염룡을 빤히 바라보다 물었다.
“너, 저번에 내가 말했던 거 기억하지?”
“예……? 무슨…….”
“내가 다 떠먹여 줄 테니까 넌 그냥 꼭꼭 씹어서 제대로 삼켜 주기만 해 달라고 한 거. 기억 안 나?”
“아…… 예. 기억납니다.”
자신에게 아르게이머의 정수를 박아 넣으며 했던 이야기. 영문도 모르는 상황에서 강대한 힘을 부여받고 결국 암흑 왕국을 이끄는 군주가 될 수 있었던 과거를 떠올리는 어둠의흑염룡에게 탄은 비장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이번에 그 망할 치킨 새끼가 모든 것을 걸었다.”
“예……?”
아무리 천상이 마계에 비해서 막대한 양의 개연성을 비축해 두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교황의 기본적인 업(業)도 쌓지 않은 무자격자를 사도로 지정하며 자신의 신기까지 쥐여 준 미카엘의 행보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건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쉽사리 끼어들 수 없을 정도로 판돈이 무지막지하게 걸려 버린 이 터무니없는 도박. 지금이라도 빼든가 아니면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모든 것을 걸든가. 단 두 가지 선택지가 남은 상황에서 탄은 결국 결심을 내렸다.
“쫄리면 뒈지라면서 말이야……. 그런데 지금 이 상황에서는 아무리 봐도 쫄려서 빼면 안 될 것 같거든?”
우우우우웅.
“그게 무슨…….”
상황 설명도, 그 어떤 이해나 합의도 없이, 그저 일방적인 통보에 지나지 않는 탄의 이야기.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어둠의 기운에 흑염룡은 당황한 얼굴로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발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네가 네크로맨서가 아니라 암흑 기사였다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야……. 그건 참 아쉽네.”
죽음의 지휘자로서 수만의 언데드 군단을 이끄는 그. 감히 그 어떤 암흑 기사도 상대할 수 없는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 그를 보며 탄은 진심으로 아깝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어쩔 수 없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니까.”
“부디 이번에도 꼭꼭 잘 씹어서 삼켜 줬으면 좋겠다.”
“그게 무슨…… 크윽……?”
그러면서 그는 그 어떤 예고도 없이 새까만 힘이 잔뜩 응축되어 있는 손을 다시금 흑염룡의 가슴에 박아 넣었다.
푸욱.
“모든 타락한 자들의 군주이자 혼돈의 마왕으로서 명한다.”
우우우우웅.
마계의 지배자이자 모든 악마들의 군주로서 그 역시 모든 개연성을 밀어 넣으며 지금껏 존재하지 않던 자신의 사도로서 어둠의흑염룡을 완전히 재탄생시켰다.
“그대의 발걸음이 닫는 곳은 지독한 저주와 부패한 악취만이 가득할지니, 죽음 속에서 고통받는 망자들의 분노와 한은 그 누구도 안식을 취할 수 없게 만들지어다.”
어둠의흑염룡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 끈쩍거리는 어둠의 기운.
“너는 죽되 산 모든 이들의 군주이자, 죽음의 군단을 이끄는 나의 사도이니, 타락한 모든 영혼을 이끌어 이 세상에 모든 망자들의 분노와 한을 똑똑히 보여 주어라.”
공기를 오염시키고, 대지를 더럽히고, 수많은 영혼을 타락시키며 끝없는 한과 분노로 영원히 고통받게 만들고, 부패한 악취만이 가득한 죽음의 영역. 그리고 그 대지에서 튀어나오는 수많은 언데드들.
마룬 왕국의 왕성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 죽음의 대지(Death Field)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기묘한 이변을 모두가 경악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을 그 순간.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보겠다는 탄과 엘의 영혼을 건 맞다이의 최후의 수가 완성되었다.
“죽음의 군주(Death Lord)여, 나의 사명을 받들어 천상의 사도를 죽여라.”
어둠의흑염룡에게 죽음의 군주라는 광오하기까지 한 칭호를 부여하며 탄은 그에게 초코파이조아를 죽이라고 명령했다.
“그의 죽음으로 이 세상은 완전히 마계의…… 그리고 나의 앞에 무릎 꿇게 될 것이다.”
이미 뒤틀릴 대로 뒤틀려 버린 2차 성마대전의 이야기.
하지만 지금 이 둘의 최후의 모든 것을 건 도박판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금 완성되었다.
[시나리오가 갱신되었습니다.] [Act. 4 제2차 성마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