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445
445화 민수는 못 말려 (3)
(주)아르카디아의 총괄 사장, 이미연.
그녀는 자신조차도 어쩌지 못하는 이들의 일방적인 결정에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종말 시나리오라뇨?”
“농담이 아니라 정말이라고요? 아니, 지금 진짜 미친 겁니까?”
엘리스에 의해서 종말 시나리오가 시작된 이후, 관련 정보가 내부적으로 퍼지기 시작하자 회사 전체가 그야말로 핵폭탄이 터진 것처럼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이미연 총괄 사장님, 해당 시나리오의 추진과 관련해서 저희는 일절 동의할 수 없습니다.]“사장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닙니다. 아무리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안이라 할지라도 분명히 이건 대표로서 나서서 막아야 합니다.”
“야, 그거 들었어? 우리 회사 이제 곧 문 닫는다더라?”
“엥? 뭔 개소리야? 그건?”
“진짜야. 위의 부장급들 죄다 이직 자리 알아보고 난리 났대.”
전 세계 지사를 책임지는 사장단을 비롯해 임원진과 각 부장, 과장급의 실무진들은 그야말로 거품을 물고 떼로 달려들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고, 거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 말단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망한다거나 문을 닫을 거라는 헛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개판 오 분 전인 상황.
하지만 이미연 사장은 이러한 회사의 분위기를 제대로 수습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엄밀히 말해서 이들이 하는 말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아…….”
홀로 집무실에 앉아 깊은 한숨을 내쉬는 이미연 사장.
방금까지 자신에게 진심 어린 읍소를 하며 정신 나간 짓을 그만해 달라고 사정하던 권명한 전무를 내친 직후였기에 그녀도 마음이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심리적 불안정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음악이라도 틀어 드릴까요?]그런 그녀에게 말을 걸어오는 엘리스. 그러자 이미연 사장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쓸어내리며 답했다.
“그래. 좀 평화로운 음악으로 하나 틀어 줘.”
[알겠습니다.]짤막한 대답 이후에 들려오는 아름다운 음악 소리. 평상시라면 금방 마음이 편안해질 것만 같은 그런 음악이었지만, 이미연 사장은 잠깐의 노력 끝에 이내 포기하고는 말했다.
“그냥 꺼 줘, 엘리스.”
[알겠습니다.]그 말에 곧장 음악을 종료하는 인공지능 엘리스. 이미연 사장은 정적에 물든 집무실에 가만히 앉아 잠깐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그녀에게 또다시 물었다.
“엘리스, 혹시 시나리오와 관련해서 어떻게 하기로 이야기가 됐어?”
[어떤 것 말입니까?]“세부적인 것들 말이야. 아직 논의가 안 됐었잖아. 그건 어떻게 됐어?”
민수가 멋대로 발동한 최종장, 종말 시나리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아수라의 강림을 의미하는 것일 뿐,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지와 관련해서 그 어떤 것도 결정된 바가 없었기에 이미연 사장은 직원들을 상대할 때마다 크나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나도 직원들한테 뭐든 설득이든 설명이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뭘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언제까지고 기다리라고 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 특히나 이 망할 집무실만 나서면 귀신같이 따라붙어서 계속 잔소리만 해 대는 권명한 전무를 상대하려면 더더욱.”
자신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사장이면 뭐든 해 보라고 달라붙는 권명한 전무. 그의 과도한 반응에 잔뜩 짜증이 난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미연 사장이 그런 그를 상대로 무어라 할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니, 그럴 거면 그냥 시나리오 발동도 알려 주지 말지, 왜 시나리오의 제목만 공개한 거야? 아무런 정보 없이 종말이라는 제목만 붙어 있으니까 죄다 게임 망했다고 오해하고 있잖아.”
최종장, 종말(終末).
그 짤막한 이름 말고는 그 어떤 정보도 제공되지 않은 직원들. 그로 인해서 온갖 추측과 거짓 소문들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었고, 권명한 전무를 비롯해 사장단들이 반기를 들고 이렇게까지 달려드는 것도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최고 개발자님과 최고 관리자님 사이에서 해당 시나리오와 관련해서 의견 충돌이 많아 오랜 시간의 격론이 오갔습니다.]“그렇겠지. 민수가 하려는 짓을 가장 싫어할 사람이 잭 본인이니까.”
자신이 공들여 만든 세계를 그저 재미만으로 망가뜨리려는 민수. 그를 막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며 상대하고 있을 잭을 떠올리며 이미연 사장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다행히 모든 사안에 대한 합의점에 이르렀습니다. 정확한 시나리오의 세부적인 내용은 미정이지만, 대략적인 틀과 규칙은 모두 정립되었습니다.]“그래……? 좀 더 자세히 말해 줘.”
어느 정도 그림은 그려졌다는 말에 눈을 빛내는 이미연 사장. 그리고 그녀는 꽤 진지한 얼굴로 엘리스가 말하는 그들의 합의안에 대해서 분석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종말 시나리오는 총 세 번에 나누어서 진행될 예정인데, 그 난이도는 현재 아르카디아의 상황에서 공략이 가능한 수준으로 제한된다, 이거네?”
[그렇습니다.]“흠……. 그 수준을 네가 직접 판단한다는 건 좋은데…… 결국 전체적인 역량보다는 클리어의 가능 여부에 좀 더 집중한다는 말이잖아.”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무언가 불만이 가득해 보이는 이미연 사장의 반응에 엘리스가 되묻자 그녀는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말했다.
“그러면 지금 안 그래도 악화한 여론이 더 나빠질 게 안 봐도 뻔하니까 그렇지. 몇몇 극소수의 유저들이 활약하기만 하고 나머지는 전부 아무것도 못 하고 그 거대한 시나리오에 휩쓸리기만 할 거 아냐.”
현재의 아르카디아 대륙에서 유저들에게 큰 화제가 되는 유행어들.
될 놈만 되고, 안될 놈은 안된다.
히든 클래스가 다 해 먹는다.
돈 없으면, 템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현질 똥망겜.
인류 최초의 가상현실이자 다시 없을 갓겜이라고 칭송받던 과거와 다르게 본격 개돼지 게임이 되어 버리며 오만 욕을 전부 다 얻어먹고 있는 아르카디아. 그리고 이러한 욕을 먹게 된 가장 주효한 원인은 바로 전체적인 파워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 완전히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메인 시나리오들의 난이도 자체가 현 유저들 대부분은 감히 도전도 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도 악랄한 수준이잖아. 안 그래도 이번 2차 성마대전 시나리오 때문에 민심도 흉흉한 상태인데 여기서 종말 시나리오까지 진행한다? 유저들 입장에서는 미치는 거지.”
운영진으로서 아르카디아가 처한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이미연 사장. 하지만 엘리스에게 그런 유저들의 불만과 짜증은 그 어떤 고려의 대상도 아니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전체적인 유저들의 수준을 고려한다면 그 어떤 것도 종말에 이르는 재앙이 될 수 없을 테니까요.]그들의 불만과 징징거림은 안중에도 없는 엘리스. 그녀에게 오직 중요한 것은 한 가지였다.
[아르카디아의 현재 상황에서 공략법은 분명 존재하지만, 최고 관리자님이 최대한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가능한 최고 수준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재앙으로 진행될 겁니다.]“……진짜 너도 못 말리겠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고 개발자님의 뜻도 반영해서 이 아르카디아가 멸망하는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 수준으로 진행될 테니까요.]민수와 잭, 그 둘의 사이에서 미묘한 줄다리기를 하는 엘리스.
그녀와 그 이후에도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 있던 이미연 사장은 갑자기 말을 멈추는 엘리스의 이상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 그래? 엘리스? 무슨 문제라도 있어?”
[관리자님께서 직접 보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뭘……?”
무어라 할 새도 없이 켜지는 스크린.
그리고 그것에 등장한 아르카디아 속 어느 식당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미연 사장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저 둘은……? 아니, 저기서 뭘 하고 있던 거야?”
[합의를 끝내고 식사를 하고 있던 와중이었습니다.]이미 회색빛으로 물들어 쓰러진 두 유저. 하지만, 그 주변에 몰려들어 있는 그들의 동료로 보이는 수십의 인원들과 민수로 추정되는 캐릭터의 머리 위에 적혀 있는 텍스트를 보며 이미연 사장은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런 식으로 대놓고 등장하겠다는 거야? 벌써?”
검은 안개의 주인, 아수라.
과거, 이 세계의 찬란했던 황금기를 무너뜨리고 수많은 신격과 문명을 파괴한 존재이자 앞으로 또다시 아르카디아에 등장해 모두에게 멸망을 가져다줄 그.
그런 어마어마한 위명을 가진 자가 아르카디아의 대륙 어느 한 레스토랑에서 나타나 시비가 걸려 싸우고 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코미디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 광경에 이미연 사장이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때, 엘리스가 말했다.
[시네마틱 모드 전환. 아르카디아의 모든 시간 동결.]“뭐……? 갑자기 무슨 시네마틱은 시네마틱이야? 그런 건 애초에 준비된 것 없…….”
별다른 것도 준비된 적 없는 미정의 시나리오.
그런데 갑자기 아르카디아의 모든 시간을 정지하는 엘리스를 보며 이미연 사장은 무어라 따져 들었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든 이들에게 송출되고 있을 그 시네마틱 영상이 그녀에게도 보이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아르카디아의 모든 모험가 여러분. 검은 안개의 주인, 아수라입니다.]아수라라는 위명과 다르게 너무나도 공손하게 인사를 건네는 민수. 그의 모습과는 다르게 어느 말쑥한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런 그의 얼굴에서도 이미연 사장은 분명하게 그의 광기를 느낄 수 있었다.
[다르게는…… 이 세상을 만드는 데 지대한 관여를 한 최고 관리자라고도 불리죠.]“이런 미친…….”
기존 설정이 아니라 자신이 이 세상을 만든 핵심 개발자라는 것을 밝히는 아수라. 그리고 그는 이어서 모두에게 분명하게 선언하고 있었다.
[뭐…… 많은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들려드릴 수도 있지만, 다들 바쁘실 테니까 결론만 말씀드릴게요. 제가 처음 이 게임을 구상할 때부터, 이 게임의 엔딩도 사실 정해 놨었어요.]멸망.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강대한 존재에게 모두가 최후를 맞이하는 그런 비극적인 엔딩.
데우스 엑스 마키나.
아르카디아의 모든 시간을 정지해 놓고는 자신의 기획 의도를 이야기하고 있는 민수. 그런 그를 이미연 사장은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그저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사실 게임 수명은 다했는데 질질 끌면서 단물만 빨아먹으려는 몇몇 게임들 보고 생각해 둔 거였는데, 너무 빨리 시나리오들이 소진되어 가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뭐가 되었든, 일단 만들어 둔 시나리오니 폐기할 수도 없고…… 그래서 일단 진행하기로 했어요. 무한한 자유, 무한한 가능성 아래에서 종말을 맞이하지 않고 또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자신의 의지로 벌여 놓은 일을 두고 아몰랑을 시전하는 민수.
그리고 그는 자신의 선포를 보고 있을 모든 이들에게 진심을 담아 말하고 있었다.
[제가 다시 이 아수라의 모습으로 등장할 일은 없을 거예요. 이 공지 이후로는 기존에 설정되어 있는 아수라의 AI가 움직이기 시작할 테니까요. 하지만, 저의 사악하고 악랄한 계획을 부디 모험가 여러분이 잘 저지해 주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만약 실패했다가는 그날로 저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실업자 신세가 되어 버릴 테니까요.]서비스 종료를 간접적으로 경고하며 그는 그 특유의 광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최종장 시나리오가 진행되는 동안 모든 과정은 기여도로 측정될 것이고, 그 기여도가 가장 높은 한 사람에게는 (주)아르카디아의 지분 15%가 지급될 겁니다. 세금 처리까지 완벽하게 된 온전한 지분 15%가요.] [여러분 모두, 그 15%의 주인공이 되어 (주)아르카디아의 주인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당근을 손에 쥐고 흔들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