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451
451화 막아 보라는 자와 막는 자 (2)
검은 안개의 주인, 아수라에 의해서 강제적으로 시작된 다섯 가지의 후반 위기 시나리오.
본래 아르카디아 전체를 멸망시킬 가능성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던 시나리오였기에 각각의 무대에서 주인공이라고 할 법한 이들은 그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특수한 설정을 가진 존재들이었다.
블랙 일족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태초부터 존재했던 시조룡, 데클렌.
중앙 대륙의 재앙이라는 역할로 이 아르카디아의 무대에 선 그는 다른 재앙들과 다르게 그 어디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다른 곳은 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데 중앙은 왜 이리 조용함?
-드래곤이라서 가장 먼저 박살 날 줄 알았는데 의외네.
-지루해서 돌아가시겠네. 길드원까지 전부 다 소집해 놨는데 이게 뭐냐?
세계관 속 최강자이자 초월종인 드래곤을 상대하기 위해 모든 만반의 준비를 한 채로 대기하고 있던 수많은 연합 길드들. 그것도 모험가들의 평균 전력이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한국의 거점 지역인 중앙 대륙이었기에, 그 공략대의 규모와 질적 수준은 생각 이상으로 높았다.
하지만…….
칼을 잘 벼려 두었지만, 그것을 휘둘러야 할 대상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상황.
그렇게 이들이 허망하게 시간을 버리고 있는 그 와중에 중앙 대륙의 재앙인 데클렌은 그 누구도 인지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도 착실하게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었다.
쿠르르르릉.
콰아아아아앙.
아직 그 누구에게도 개척되지 않은 험준한 천혜의 자연환경 속 강력한 괴수들이 우글거리는 금지, 몬스터 랜드. 언제나 조용하던 그곳에서 갑작스럽게 거대한 폭음과 굉음들이 들려오며 주변의 모든 것이 초토화되며 파괴되고 있었다.
[크르르르르……. 죽어라! 일족의 배반자여!]찬란하게 빛나는 황금색의 용.
아르카디아를 수호하는 위대한 일족, 드래곤의 수장이자 지도자인 골드리안.
그는 심장에 담겨 있는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아낌없이 쏟아 내며 8서클과 9서클 마법들을 데클렌을 향해 시전했다.
제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해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
하지만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공격을 바라보는 데클렌은 조금도 동요하고 있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비웃음 가득한 눈빛으로 골드리안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나를 너무 무시하는구나, 현세의 로드여.]쿠쿠쿵. 콰콰콰콰콰쾅.
[마법으로 네가 정녕 나를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주변에서 발산되는 강력한 마력의 파동.
그리고 이어서 자신이 사용한 마법과 동등한 수준의 마법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하나하나 상쇄되는 것을 바라보고 골드리안은 이를 악물었다.
[네놈……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이려는 거지.]혼자서는 승산이 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골드리안.
그렇기에 그는 로드로서 가지고 있는 권능을 사용해 모든 일족에게 소집령을 내리고는 최대한 시간을 끌기 위해서 말을 걸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속셈을 아는지 모르는지, 데클렌은 그런 그에게 친절하게 답을 해 주었다.
[너희를 구원하고 있다.] [구원……?]그 말에 어처구니가 없는 듯한 표정을 짓던 골드리안. 그리고 이내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노호성을 토해 냈다.
[헛소리는 집어치워라! 일족의 배반자여! 다른 이들은 네놈의 그 음흉한 혀로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나는 아니다. 네놈이 다른 일족을 무참하게 학살하던 기억은 내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전대 로드들의 유산과 동시에 기억까지 전승받은 골드리안.
그렇기에 그는 창세의 시대에 존재하지는 않았지만, 과거 데클렌이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었던 그때의 기억을 모조리 가지고 있었다.
[네놈에게 살해당한 그 어린 헤츨링들이 몇인지는 알고 있는가? 모든 일족을 이끌던 로드를 처참하게 죽이던…… 그리고 네놈의 그 용서받지 못할 추악한 만행들은 아직도 나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과거, 블랙 일족을 이끌고 아버지의 사명에 반기를 들고 기습적으로 다른 동족들을 살해하기 시작한 데클렌. 절대적인 금기로 치부되는 헤츨링을 살해하는 것도 경악스러운 죄였지만, 그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최악의 행위까지 저지른 악몽과도 같은 존재였다.
[동족 포식자여, 힘을 위해 다른 동료의 심장까지 취하는 그대가 감히 우리를 구원한다는 소리를 지껄이는가?]가장 강력하고 뛰어난 마력 기관이자, 순수하고도 고도로 농축된 마나의 정수, 드래곤 하트.
창조주가 드래곤들에게 준 선물이자 이 아르카디아에서 절대 그 대체품을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그 심장은 저마다의 신성을 가진 신격들조차도 탐을 내는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드래곤들의 원천이자 존재 그 자체나 다름없는 심장을 먹어 치우는 포식자.
데클렌.
그런 그의 자신들을 구원하기 위함이라는 말에 역겨움까지 느끼는 골드리안이었지만,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현세의 로드여, 그대는 이 세상이 진실하다고 생각하는가?] [뭐라……?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이 세상은 어떻게 탄생했으며, 우리를 만들어 낸 그 ‘아버지’라는 존재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이 세상은 위대한 창조주인 아버지께서 만들어 낸…….] [만약, 이 모든 세상이 거짓이고 허상이며, 이 세상의 모두가 그 아버지라는 자의 노리개에 불과하다면, 그대는 그 역할을 자청하겠는가?]도대체 그가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 골드리안. 그가 묘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며 데클렌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나도 예전에 딱 너와 같았지. 로드의 명령을 받들며, 그 아버지라는 작자의 사명을 떠받들며 나에게 주어진 명령에 충실했고, 이 세상의 질서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내 모든 것을 바쳐서 충실히 임했지.]과거, 아무것도 모르던 무지의 시절. 그때를 회상하는 듯한 얼굴로 중얼거리던 데클렌. 하지만 그는 갑자기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험악한 기세로 중얼거렸다.
[그 검은 안개의 주인이 나에게 모든 진실을 알려 주기 전까지는 말이다.]아르카디아에 갑자기 나타나 창조주의 의지를 벗어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기 시작한 검은 안개의 주인, 아수라.
그에 의해서 수많은 신격이 집어삼켜지고 이 아르카디아라는 세계의 설정이 뒤바뀌는 그 격변의 순간. 그는 데클렌에게 묘한 흥미를 느끼며 원하지도 않던 진실을 알려 주었다.
[흠……. 야, 너 그거 알아?]그렇게 이 세상이 거짓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 데클렌.
처음에는 그 사실을 불신했지만, 그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다른 일족들이 보이는 반응을 보며 그는 믿고 싶지 않았던 아수라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경고. 특이점 발생.] [기억 소거. 강제 리셋 적용.]이 세상이 허상이라는 것을 인식하거나 위화감을 느끼는 NPC가 발생할 때마다 개입해서 모든 기억을 지워 버리거나 인지조차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엘리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이 세상의 실체와 진실을 숨기려는 그녀의 조치들로 인해서 데클렌은 결국 광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세상을 깨부술 것이다. 거짓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죽이고 파괴해서 그 ‘아버지’라는 작자가 우리를 장난감 취급 할 수 없도록. 그렇게…… 나는 모두를 구원할 것이다. 허상 속에서 무지몽매하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해서!]지금껏 수백, 수천 번도 넘게 이야기했던 자신의 목표.
하지만, 그런 그의 절박한 염원과 이야기는 골드리안에게 닿지 않았다.
[경고. 특이점 발생.] [기억 소거. 강제 리셋 적용.]여태껏 그랬듯이.
[뭐라……?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일순간 꿈을 꾸는 듯이 멍한 표정을 짓다 이내 같은 말을 반복하는 골드리안.
그리고 그런 그의 반응에 잠깐 허무한 표정을 짓던 데클렌은 이내 광기 어린 폭소를 쏟아 내며 자조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 혼자만이 모든 진실을 알고 있다는 사실은 역시 너무나도 가혹한 저주야.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자네가 진심으로 부럽군, 현세의 로드여.]우우우우우웅.
그리고 그 순간, 대화는 이제 다 끝났다는 듯이 강력한 마나를 발산하기 시작한 데클렌. 그는 진지하게 살기를 잔뜩 담은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이제 무의미한 저항은 포기하고 얌전히 그대의 심장을 내놓아라.]후반 위기 시나리오의 주인공이자 재앙인 데클렌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특성.
[용의 천적]그 특성으로 인해서 아르카디아의 수호자인 드래곤 중에서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일족의 로드인 골드리안조차도.
하지만…….
우우우우웅.
자신이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는 자신의 심장에 담겨 있는 그 무한한 마나를 최대한도로 쥐어짜며 그를 향헤 가장 강력한 공격인 브레스를 투사했다.
[헛소리하지 마라. 나는…… 생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도 나의 사명을 다할 것이다.]콰아아아아앙.
막아서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황금빛의 레이저.
방어도, 회피도 불가능한 그 절대적인 섬멸의 광선은 정확하게 데클렌의 몸통에 틀어박혔고 이내 마치 핵폭탄이라도 터진 것과 같은 굉음을 내며 거대한 흙먼지를 만들어 냈다.
그 방대한 몬스터 랜드의 반절이 날아가 버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위력을 낸 그의 일격.
하지만 모든 힘을 쥐어짠 듯, 골드리안은 지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연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 자욱한 먼지구름 사이로 거대한 검은색의 발톱이 그의 목덜미를 향해 날아들었다.
콰아아아앙.
그의 목덜미를 틀어쥔 채 거칠게 바닥에 내려찍은 데클렌.
그는 타격을 받기는 한 것처럼 그 광택이 빛나던 비늘이 떨어지고 이곳저곳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치명상을 입지는 않은 듯 움직임에는 그 어떠한 제약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공격에도 안 죽는다니……. 정말이지…… 아버지의 예언 그대로군.]자신을 비롯해 그 어떤 드래곤도 막을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이자, 풀려나면 그대로 모든 드래곤의 멸종이라는 결과를 자아낼 것이라는 예언.
그를 막지 못하면 그 예언대로 모든 것이 흘러가리라는 것을 직감한 골드리안은 자조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만 포기해라, 현세의 로드여. 고통은 한순간일 뿐. 죽음을 통해 비로소 아버지의 족쇄에서 영원히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자신의 심장을 취하기 위해서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는 데클렌을 바라보는 골드리안. 그리고 그는 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네놈 따위에게 나의 심장을 내어 주지는 않겠다.] [네놈…… 설마……?]우우우우우웅.
가장 뛰어난 마력 기관이자 무한한 마나의 정수인 드래곤 하트.
그것도 초월적인 수준에 다다른 고룡급의 심장은 가장 강력하고 막강한 폭탄이기도 했다.
자기희생 마법.
마나 폭주를 의도적으로 일으켜서 일시에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마나로 발산하는 마법.
[허튼수작은 그만해라!]아주 오래전에 금지된 그 마법을 사용해 자신의 심장을 스스로 파괴하면서까지 내어 주지 않으려는 골드리안을 보며, 데클렌은 다급하게 그의 심장을 향해 발톱을 내리쳤다.
그의 자기희생 주문이 완성되고 데클렌의 발톱이 그의 심장을 끄집어내려는 그 찰나의 순간.
나지막하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목소리가 어디에선가 들려왔다.
[모두 동작 그만.]쿠웅.
단순한 말 한마디가 아니라, 강제적인 집행력을 가진 선언.
자신들의 지척에서 휘몰아치는 그 강력한 힘에 그 둘은 거짓말처럼 모든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 이게 무슨……?] [마, 말도 안 돼……. 왜 몸이…….]자신의 의지에 반해서 움직이는 육체에 경악한 두 드래곤. 그리고 그 순간, 데클렌은 인지하지도 못한 사이에 무언가를 얻어맞고는 저 멀리 날아올랐다.
콰아아앙.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드래곤 로드 골드리안. 그런 그의 눈앞에서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마계와 천계의 지배자를 마치 애완동물처럼 데리고 다니는…….
무언가 잔뜩 화가 난 것 같은 모험가가 방금까지 자신을 죽이려 한 데클렌을 신명 나게 후두려 패는 그런 상황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