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452
452화 막아 보라는 자와 막는 자 (3)
블랙 일족의 수장이자 태초부터 존재했던 드래곤 데클렌.
홀로 이 세상의 진실을 깨달은 자이자, 그 고독한 외로움 속에서 결국 광기에 물들어 버린 그는 언젠가 모든 드래곤을…… 나아가 이 아르카디아 전체를 멸망시킬 운명을 가진 존재였다.
[후반 위기 시나리오, 용의 분노]그렇기에 후반 위기 시나리오라는 최고 등급으로 판정을 받은 그의 서사.
자신을 만든 창조주를…… 나아가 이 세상을 끝장내고야 말겠다는 데클렌의 행보를 막아서기 위해서는 본래라면 수많은 모험가의 역량이 총집결해야 할 정도로 까다롭고 험난한 조건들을 충족해야 했다.
[신의 금속, 헬리움을 찾아서] [신기 제작, ‘아스칼론’] [용살자(龍殺者)의 노래] [용왕, 아슈페텔의 비밀 서고] [검은 안개 속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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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과 관련한 수많은 대륙급 시나리오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획득할 수 있는 보상들.
히든 클래스, 용 살해자.
신기, 아스칼론.
드래곤 로드를 비롯해 수많은 드래곤들의 조력.
그 이외에도 그의 힘을 약하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최대한 동원해야만 물리칠 수 있는 절대적인 강적이자 세계의 재앙, 데클렌.
하지만 그런 그를 상대하기 위해 기존에 계획되었던 그 모든 안배는 강대한 힘 앞에서는 완전히 무의미한 것으로 변질되었다.
그 모든 설정과 필요 조건을 찍어 누르는 압도적인 힘에 의해서.
콰아아아앙. 퍼어어어어엉.
폭발적인 굉음과 함께 사방을 초토화하는 충격파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상황.
데클렌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감히 상대조차 할 수 없는 강적이었지만, 지금 그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몰아치는 일개 한 인간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크으으……. 네놈…… 네놈은 도대체 정체가 뭐냐!]갑자기 등장해서 그저 말 한마디로 자신의 행동을 속박한 모험가.
이 아르카디아의 세계관에서 가장 우월한 초월종이자 그중에서도 거의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고대종이었기에, 일개 인간 따위에게 자신이 멈칫했다는 것도 수치스럽고 분노할 만한 일이었지만, 이어지는 상황들 속에서 데클렌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앙.
“진짜 더럽게 단단하네. 이렇게 계속 패는데도 아직도 안 죽어?”
자그마치 천 미터에 달하는 거대하고 육중한 몸체를 지닌 데클렌과 그런 그와 다르게 고작 이 미터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체구의 재영.
비교하자면 인간과 개미의 싸움과도 같이 압도적인 체격의 차이로 데클렌이 이기는 게 당연하고 지당한 일이었지만, 상황은 그러한 일반적인 상식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일개 인간 따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힘을 가지고 있는 거지?]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외형의 인간.
마나도, 오러도, 정령력도…… 그 어느 하나도 가지지 않은 평범한 인간처럼 보였지만, 이상하게도 그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강신, 드래곤 슬레이어 카인] [강신, 신궁, 아멜리아] [강신, 진실의 대마도사, 멀린] [강신, 광폭자, 베르세크] [강신, 스피릿 마스터, 엘데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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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에는 폭발적인 괴력을 뿜어내며 강력한 검강을 쏟아 냈고.
때로는 강대한 마력을 발산하며 고위 마법을 시전했으며.
한순간엔 기묘한 힘이 담겨 있는 화살이 그의 심장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검술, 마법, 궁술, 정령술……. 수많은 영역에서 평생토록 수련해도 다다를 수 없는 경지에 이미 올라와 있는 것 같은 그의 전투 방식.
그것만 해도 경악스러운 일이었지만, 데클렌은 수천…… 아니, 수만 배가 넘어가는 그 체급의 차이 속에서도 전혀 주눅 들거나 위축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을 상대하고 있는 그의 무위에 감탄했다.
[인간, 내가 본 그 어떤 인간보다도 강하군.]압도적인 강함에 오만함과 자만심에 사로잡혀 있는 그조차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재영. 하지만 그런 자신의 칭찬에도 그는 전혀 감흥이 없는 듯한 얼굴로 투덜거리고 있었다.
“강하긴 뭐가 강해? 별로 대미지 박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얼마나 체력이 많은 건지, 아니면 방어력이 더럽게 높은 건지는 몰라도 제대로 된 피해도 들어가지 않는 것 같은 데클렌. 그런 그를 보며 재영이 짜증 난다는 듯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자 탄이 그 작은 날개를 퍼덕거리며 다가와 눈을 빛내며 은근한 어조로 속삭였다.
“주인, 그러지 말고 나랑 저 치킨 새끼랑 그거 하자니까? 그거?”
마치 잔뜩 기대된다는 듯한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무언가 큰 오해(?)를 살 법한 발언을 하는 탄. 그런 그의 말에 재영은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며 탄을 바라보았다.
“안 돼.”
“아! 왜!”
단호하게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는 재영을 보며 불만에 가득 찬 표정을 짓는 탄은 재차 설득을 계속해 나갔다.
“저 대형 도마뱀을 상대하려면 나랑 저 치킨 새끼 하나만으로는 절대 무리라니까? 그때처럼 우리 둘의 힘을 동시에 활용한다면 몰라도, 지금 그렇게 어중이떠중이들 힘 빌려서는 절대 못 이겨.”
“맞아요. 저 드래곤은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었던 반역자. 일반적인 용종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품고 있어요.”
탄의 말에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엘.
하지만, 그런 이 둘의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재영은 연신 그러고 싶지 않다는 듯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라고 그러고 싶지 않겠냐? 그런데 너희 중 하나만 해도 잡아먹는 개연성이 어마어마한데 둘을 동시에 강신하면 그걸 어떻게 감당하라고?”
과거, 성마대전을 끝내기 위해서, 화려한 등장을 연출하기 위해서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선과 악의 융합을 시도했던 재영.
전례가 없는 그 불가능한 일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그 당시에 소모되었던 개연성의 양은 식은땀이 절로 날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때 모양새만 잡고 제대로 힘을 쓰지 않았는데도 억 단위로 개연성이 들어갔는데, 저 재앙 하나를 잡기 위해서 전력을 다한다? 아무리 봐도 가성비가 안 맞아.”
최고 개발자인 아수라의 첫 번째 시나리오.
지금만 해도 그 스케일과 수준이 답이 없을 정도로 암담한 상태였는데 앞으로 두 개의 시나리오가 남은 이상, 재영으로서는 최대한 보유하고 있는 개연성을 아껴 두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최소한의 지출, 최대한의 효율.
그것이 이 난세의 방랑가라는 직업이 가장 중시해야 할 원칙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재영은 지금의 상황을 쉽게 해결할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럼 뭐 어떻게 하려고?”
“일반적인 강자들의 수준으로는 안 된다면, 그 이상으로 수준을 높여 봐야지.”
“뭐?”
“정령들은 신경도 안 쓰는 것 같고, 마법은 진짜 답이 없고, 신성력이나 마기도 크게 영향을 안 받는 것 같은데……. 역시 물리력이 답이겠네.”
아르카디아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능.
그 모든 것을 활용한 공격을 한번씩 시도하면서 데클렌의 반응을 확인한 재영.
그는 자신의 앞에 마주한 이 재앙을 공략하기 위한 가장 최적의 방법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냥 뒈질 때까지 두들겨 패는 것이 가장 최적의 방법이라는 것을 말이다.
“강신, 올 웨폰 마스터, 칼립소.”
우우웅.
만병지왕의 힘을 가져 모든 무구를 극한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칼립소의 힘을 빌려 온 재영은 곧장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엘을 향해 말했다.
“엘, 신기 하나만 좀 빌릴게.”
“네……? 아, 네.”
그리고 그 순간 재영의 앞에 복잡한 마법진과 함께 이내 창 한 자루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 힘은……? 설마……?]“울부짖어라, 하늘을 꿰뚫는 창이여.”
우우우우우우우웅.
재영이 들고 있는 창이 공명하며 기묘한 빛을 내고 그 안에 강력한 신성이 맺히기 시작했다.
[네놈…… 그 무기는 설마……?]열등하고 비천한 인간 따위는 절대 발휘할 수 없는 초월의 힘.
오롯한 신위와 신격을 품고 있는 강력한 신성의 발현에 데클렌의 눈이 떨리기 시작했지만, 재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 힘을 발산했다.
[신기 발동, 롱기누스의 심판]천상이 보유하고 있던 신기 중 하나이자, 창의 형태를 한 신화급 무기.
성창, 롱기누스(Longinus).
신마저도 죽일 수 있다는 신살(神殺)의 힘을 품은 그 강력하고 파괴적인 천상의 신기가 자신을 향해 날아들자 데클렌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궁극의 방어 마법을 시전했다.
[절대 방어] [견고한 철갑] [무너지지 않는 성벽] [만년의 빙벽]롱기누스가 날아가는 그 찰나의 순간에 하나하나가 9서클에 달하는 최고 등급의 방어 마법들을 발동한 데클렌. 하지만, 그 강력한 초월 등급의 마법들이 겹겹이 막아섰음에도 불구하고 롱기누스는 빠르게 자신이 목표한 대상을 향해 날아갔다.
[꿰뚫고 꿰뚫어 꿰뚫지니.] [막을 수 없는 일격.] [일발필중.]천상을 대표하는 주요 무구는 아니지만, 롱기누스는 엄연히 신의 힘을 담고 있는 무기.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절대적인 설정(設定)은 제아무리 강력하고 견고한 9서클의 마법들이라고 하더라도 감히 막아설 수 있는 그러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쿠구구구궁.
그 어떤 것도 막아설 수 있는 자신의 방어 마법들을 너무나도 간단히 관통하며 날아드는 롱기누스. 그것을 바라보며 반응하려 했지만, 너무나도 빠르게 날아드는 그 일격을 데클렌은 피할 틈도 없이 정통으로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그 이쑤시개 같은 작은 창이 만들어 낸 위력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타격을 받으며 저 멀리 날아가 바닥에 처박히는 데클렌. 그리고 그 광경을 골드리안은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것 같은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크으윽……. 어떻게 일개 인간 따위가…… 신기를……?]그 한 방에 이전과 다르게 치명상을 입은 듯 잔뜩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신음하고 있는 데클렌. 하지만 그는 저 멀리서 어느새 자신의 지척에까지 다가온 재영을 바라보고는 하던 말을 전부 다 마치지 못했다.
촤악.
그의 견고한 살가죽을 가르는 일격.
그리고 그 상처로 스며들어 육신에 침투하는 강력한 힘에 데클렌의 눈동자는 잔뜩 커졌다.
[이…… 이 힘은 설마……?]자신의 육체를 옥죄는 강력한 저주의 힘.
그리고 그 재영의 손에 들려 있는 기괴한 형태의 단검을 보고 그는 소리쳤다.
[영원한 저주(Eternal Curse)! 그건 또 어떻게?]천계와 마계.
서로 완전히 상반된 두 계의 신기를 자유자재로 집어 들고는 하나하나 치명적인 일격을 날리는 정체불명의 인간.
영겁에 가까운 시간을 살아온, 창세의 순간부터 수많은 지식과 비밀들을 알고 있던 데클렌은 자신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을 애써 부정하며 중얼거렸다.
[일어날 수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찌 비천한 인간 따위가 감히 나를,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창세의 순간부터 그 누구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채 탄생했으며, 이 세상의 실체를 깨닫고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어 영겁에 가까운 시간을 봉인된 채로 살아오며 그 누구도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재앙으로 거듭난 데클렌.
그는 한낱 벌레만도 못한 인간 따위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격렬한 분노를 느끼며 자신의 힘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나는……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이를 구원할 구원자! 고작 네놈 같은 인간 따위가 막아설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쿠구구구구구궁.
이전과 다르게 기세가 완전히 변한 데클렌.
마치 레이드 중에 최종 페이즈에 돌입한 보스 몬스터와 같은 심상치 않은 기세가 그로부터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지만, 재영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내가 왜 레벨도 어중간한 칼립소의 힘을 빌렸는지 알아?”
올 웨폰 마스터라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지만, 분명 그보다도 강한 존재가 가득한 천계와 마계의 영웅들. 하지만 그중에서도 재영이 특별히 그를 소환한 것은 다름 아닌 그의 비전 스킬 때문이었다.
만병지왕.
모든 무구를 자유자재로, 그저 의지만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기적인 스킬.
그 스킬을 발동함과 동시에 재영은 막대한 개연성을 대가로 천계와 마계의 무기고를 자유로이 개방했다.
“네놈같이 덩치만 큰 놈은 물량으로 밀어 버리는 게 가장 효과적이거든.”
우우우우우웅.
[아아아……. 이럴 수가…….]경악에 물든 얼굴로 신음하는 드래곤 로드, 골드리안.
그는 천계와 마계의 힘을 잔뜩 품고 있는 수많은 신기와 강력한 병장기들의 파도를 보며 멍하니 입을 벌렸다.
재영의 의지에 따라 마치 수족처럼 움직이는 수천의 병기들.
그리고 그것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컨트롤하며 재영은 각각의 병기들이 품고 있는 모든 힘을 일시에 해방했다.
“어디 이것도 버텨 봐라, 이 피통만 더럽게 큰 도마뱀 자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