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458
458화 유저 키우기 (2)
수십억이라는 무지막지한 이용자를 보유한 아르카디아.
전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플레이를 즐기고 있었기에 아르카디아의 대륙을 떠돌아다니는 모험가들의 수는 어마어마했지만, 이들이 가진 영향력은 생각 이상으로 그리 높지 않았다.
-아르카디아가 재미는 있지만, 플레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게 흠임.
-동감. 진짜 제대로 게임하려면 현생 다 포기하고 전업으로 해야 함.
-던전 탐사 제대로 하려면 풀타임으로 뛰어도 3~4일은 족히 걸리는데 직장인은 눈치 보여서 못 하지.
-직장인끼리만 파티 만들어야지. 전업 플레이어 끼면 골치 아픔.
-게임이 재미는 있는데, 너무 하드코어 해서 좀 아쉬움.
-라이트 유저들도 좀 배려해라, 망할 운영사야.
아르카디아에 모든 것을 건 전업 게이머들을 제외하고는 하루에 많게는 3~4시간, 적게는 1~2시간밖에 투자할 수 없는 직장인 게이머들. 그마저 주말에나 겨우 접속하는 이들의 수도 적지 않았기에 실질적으로 아르카디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성장하거나 기반을 닦은 이들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슬라임의 혁명.
-마녀사냥.
-대륙 통합.
-신성의 부활.
-기계문명의 침공.
-제2차 성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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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딴 사정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안 그래도 힘들고 어려운 게임에 장작을 쌓고 기름통을 통째로 던져 버린 채 불을 붙여 버린 몇몇 유저들의 환상적인 트롤링.
그로 인해서 지금까지 벌어진 아르카디아의 수많은 거대 서사들 속에서 대부분의 유저들은 그저 손가락만 쪽쪽 빨아야 하는 구경꾼이나 일개 엑스트라에 지나지 않았다.
-??? 힘들게 싸웠는데 무승부라고?
-내 레벨이 이제 100인데 적이 200레벨이라고? 미쳤습니까? 휴먼?
-이 새끼들은 이걸 지금 깨라고 갖다주는 거냐 아니면 죽으라고 갖다주는 거냐?
-아오! 이 망할 똥망겜 진짜. 환불 마렵게 만드네.
기본적인 밸런스는 개나 줘 버린 상태. 현재 유저들의 수준과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수 년 후에나 벌어질 것으로 예정된 시나리오들을 앞뒤 안 가리고 다 터트리고 다닌 탓에 지금까지 셀 수도 없이 갈리고 고통받은 99%의 유저들.
이들은 결국 어마어마한 피로감을 느끼며 지쳐 버렸다.
1%의 특권층의 성공을 그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에.
감히 상대조차 할 수 없는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적의 등장에.
이 세상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에.
그리고 그 결과. 이러한 99%의 사이에서는 하나의 현상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직도 시나리오 참여하는 블랙말랑카우가 있누? 칵ㅋㅋㅋㅋㅋ
-시나리오 무시하고 그냥 사냥터에서 사냥하는 게 더 효율적임.
-아르팬디아에서 생방송으로 따끈따끈하게 시청 가능 한데, 왜 그 사지로 기어감?
-응~ 어차피 또 개노답 수준으로 만들 거잖아. 안 해~ 안 가~.
-내가 장담하는데 오늘도 주제 파악 못하고 시나리오 참가했다가 바로 죽고 아이템 잃었다고 광광 울부짖는 놈 또 나온다.
학습 효과.
지금껏 수많은 시나리오에서 죽어 가며 본전은 고사하고 사망 페널티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입으며 피눈물을 흘린 대다수의 유저들. 그리고 이들은 그 뼈아픈 기억과 경험 속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정을 내렸다.
저 정신 나간 시나리오에는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는 불참 선언을 내리며 다른 모든 이들을 조롱하며 관망만 하는 결정을 말이다.
그리고 그 결과, 이 아르카디아에 종말을 가지고 올 최후의 서사는 대부분의 모험가들에게 철저히 버림받은 시나리오가 되어 버렸다.
서부 대륙에 자리한 중형급 크기에 달하는 아시모프 백작령.
영지에 자리한 거대한 대평원에서 자라나는 풍족한 곡식과 교통의 요충지인 지리적 이점 덕분에 부유한 영지로 자리매김하던 이곳은 다른 영지들과 다르게 꽤 많은 병사를 두고 뛰어난 기사와 마법사들을 영입하며 적의 침입에 대한 방비를 철저히 해 둔 곳이었다.
“키에에에에에에에!”
“크르르르르르르륵!”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러한 드넓은 평원을 가득 메우며 나타난 기괴한 외형의 키메라 군단들에 의해서 그 모든 노력은 완전히 허사로 돌아섰다.
전투가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 수준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단련시킨 병사들과 뛰어난 기사들을 모조리 잃어버린 영지군. 수많은 생명체가 한데 뒤섞인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곤충의 모습을 한 이들은 소름 끼치는 소리와 괴성을 내며 달려들었고, 영지군은 이들의 공세에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성벽 안으로 간신히 도망쳤지만, 이들은 거칠게 자신들의 길을 막아서는 거대한 성벽과 성문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고 있었다.
콰아앙. 콰아아앙.
사마귀처럼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고, 머리에 달린 거대한 뿔 모양의 단단한 외골격을 부딪치자 거대한 굉음과 함께 떨리는 성문. 본래라면 아무리 거대한 공성 추를 가지고 와서 수십, 수백 번을 두드려도 꿈쩍도 하지 않을 단단하고 견고한 성문이었지만, 이 키메라들의 강력한 공세에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조금씩 틈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우지직. 꽈드드득.
“크윽! 방어선이…… 방어선이 뚫리고 있습니다!”
성문 뒤에서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숨어 있던 병사들. 이들은 싸울 의지가 전혀 없는 듯, 터져 나간 문 틈새로 보이는 키메라들의 모습에 덜덜 떨면서 소리쳤다.
“으으으……. 사, 살려 줘!”
“우린…… 다 죽고 말 거야!”
“으아아아아아아! 도망쳐! 얼른!”
“어, 어딜 도망가는 거냐! 무기를 들고 끝까지 버텨라! 우리 뒤에 있는 그대들의 가족들은 생각도 하지 않느냐!”
순식간에 패닉에 빠져 아비규환이 된 수비군. 그리고 그들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며 전열을 유지하려는 기사들. 하지만 그런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영지의 책임자이자 이들의 군주, 아시모프 백작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과 모든 이들의 터전인 이곳으로 미친 듯이 들어오려는 저 끔찍한 괴수들을 바라보며…… 지금 이 순간이 이 영지의 최후의 순간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키에에에에에에!”
“캬아아아아아!”
강렬한 굉음과 함께 두 쪽으로 터져 나간 성문.
그리고 이내 괴성을 내지르며 빠른 속도로 몰려오는 수백, 수천의 괴물들은 허겁지겁 달려들어 자신들만의 축제를 벌이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악!”
“커억……!”
으지직. 뿌드드득.
땅이 붉게 물들고, 방금까지 살아 숨 쉬던 이들이 단말마를 내지르며 쓰러진다.
저 추악한 괴물들이 게걸스럽게 그들의 살점과 뼈를 씹어 먹는 그 기괴하고 참혹한 장면을 바라보며, 그는 하늘을 향해 신을 원망하고 저주했다.
“아아아……. 신이시여…….”
자신의 영지에 도래한 지옥.
끝없는 절규와 고통의 비명들이 사방에서 가득한, 죄 없는 수많은 영지민들이 죽어 가는 그 최후를 끝까지 지켜보며 아시모프는 원망했다.
“끝까지 우리와 함께하겠다고 약속했거늘…….”
이계의 존재이자 이 아르카디아를 방랑하는 불멸의 존재.
모험가.
아무것도 없는 그저 부랑자 같은 이들을 꺼리는 영주들도 많이 있었지만, 나름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고, 경제적으로 튼실한 영지였기에, 아시모프는 이러한 모험가에게 꽤 친화적인 정책들을 많이 추진했었다.
그렇기에 그의 백작령에는 언제나 수많은 모험가로 북적거렸고, 또 언제나 활기가 가득했다. 이 기괴한 괴물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진심으로 부럽구나……. 이 지옥에서 도망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치 이 거대한 재앙이 도래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춘 모험가들. 그의 영지를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약조한 길드들 역시 하루아침에 모조리 사라져 버린 것을 보며 아시모프는 그제야 자신이, 그리고 자신의 영지가 버림받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키에에에에에에에!”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서 있는 아시모프를 발견한 어느 한 키메라.
그 괴물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던 그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거대한 발톱을 멍하니 응시한 채 그저 힘없이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원망스럽구나. 재앙에서 도망친 비겁한 겁쟁이들이여.”
그렇게 아시모프 백작의 진심 어린 원망과 절망이 뒤섞인 탄식 속에서 서부 대륙의 어느 한 영지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아르카디아 대륙 전체에 휘몰아치는 거대한 서사 속에서, 수많은 모험가에게 완전히 버림받은 채로 말이다.
* * *
아시모프 백작령과 같은 비극이 사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서부 대륙.
대거 이탈해 버린 99%의 모험가들 때문에 모든 피해가 단 한 번의 죽음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NPC에게 집중되며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재앙을 막아 내도 서부 대륙 전체가 회생 불가능한 수준으로 붕괴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 하지만, 그런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죽음을 무릅쓰고 나서는 아주 극소수의 유저들은 분명히 존재했다.
“흐으으으…….”
잔뜩 긴장한 얼굴로 활을 붙잡고 있는 120레벨 궁수, 베루스.
그는 바들바들 떨리는 몸을 온 힘을 다해 억누르며 공포 영화에나 나올 법한 끔찍한 모습의 키메라 한 마리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크르르르르르…….”
그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한 주둥이에서 침을 뚝뚝 흘리며 5개나 되는 눈을 이리저리 굴려 가며 탐색전을 벌이는 키메라. 지금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베루스는 그럴 수 없었다.
“이보게…… 베루스……. 이제 난 틀렸네.”
이미 키메라에게 공격을 받은 것인지, 치명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어느 한 노인. 그는 힘없는 목소리로 베루스를 친근하게 부르며 도망치라고 종용했다.
“자네가 감히 상대할 수 없는 적이네. 괜히 살 만큼 산 노인네 하나 때문에 그 소중한 목숨을 헛되이 날리지 말게나.”
“헛소리하지 마! 이 망할 할아범! 어차피 난 뒤져도 다시 살아난다고! 잊었어?”
자신을 버리고 도망치라는 말에 발끈하며 소리를 버럭 지르는 베루스. 하지만 그런 그의 말에 노인은 묘하게 슬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부활한다고 해도, 그 목숨의 소중함이 크지 않은 건 아니지 않나. 전에 나한테 와서 죽음에 대해서 엄청나게 불평을 늘어놓지 않았나.”
사망 페널티.
24시간 접속 제한을 비롯해 경험치와 스킬 숙련도 감소, 아이템과 소지 골드 유실 등…….
레벨이 높아짐에 따라 그에 따른 복구 비용과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시스템. 그렇기에 120레벨의 베루스가 죽는 것은 일개 NPC 목숨 하나 구하는 것이랑 비교했을 때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손해였지만, 그는 그런 비인간적인 선택지를 고를 수 없었다.
“X발! 뒤져도 싸우다가 뒤지는 게 낫지. 할아범 버리고 도망치면 내내 X 같을 것 같다고!”
베루스의 까마득한 초보 시절.
우연히 인연을 맺고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자주 교류하던 꼬장꼬장한 노인 NPC.
아무런 퀘스트도, 아이템도 주지 않는 그저 평범하게 마을을 돌아다니며 산책을 즐기는 노인네에 불과했지만, 베루스에게는 언제나 자신을 반겨 주는 친근한 할아버지였다.
“죽어! 이 망할 벌레 새끼야!”
“캬아아아아아아아!”
콰아아앙. 퍼어엉.
그렇기에 죽을 것을 각오하고 키메라와의 1:1 사투를 벌이기 시작한 베루스.
근접전이 불리한 궁수였기에 최대한 거리를 벌리며 화살을 쏘아 대는 그였지만, 키메라의 기본적인 능력치들은 그를 압도하고 있었다.
“크으윽……. 생긴 거랑 다르게 더럽게 빠르네!”
우우우웅.
하지만…….
그의 목걸이가 은은한 빛을 내기 시작하자 활시위에 걸려 있는 화살에 기묘한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신궁, 아멜리아의 믿음]아주 우연히 발견한 고대 유적에서 발견한 에픽 장신구. 그 아이템에 깃든 힘을 발동시키며 베루스는 온 힘을 다해 기원하듯이 소리쳤다.
“제발 한 방에 뒤져라! 이 새끼야!”
[급소 명중] [폭발의 시]단일 개체의 급소에 틀어박혀 동시에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는 힘이 깃든 화살.
그의 가장 강력한 필살기이자 일주일에 단 한 번만 발동 가능한 비기가 키메라의 안면에 정확히 틀어박히자, 이내 거대한 폭발을 내며 터져 나갔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수백, 수천 개의 조각으로 나뉘어 사방으로 튀어 나가는 키메라의 체액과 머리 파편들. 그리고 이내 힘없이 쓰러져 가는 몸체를 보며 베루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진짜…… 뒤질 뻔했네.”
그저 살아남은 것에 기뻐하고 있는 그.
하지만, 이내 자신의 눈앞을 빼곡하게 채우는 메시지에 베루스의 표정에는 당혹감이 어렸다.
[키메라를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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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긴급 회피가 5랭크로 상승하였습니다.] [스킬, 속사가 4랭크로 상승하였습니다.] [스킬, 애로우 마스터리가 7랭크로 상승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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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스킬 숙련도.
그 모든 것이 말도 안 되게 올라간 상황.
그것을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가 내뱉은 말은 단 한 마디였다.
“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