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46
46화 마녀사냥 (7)
아르카디아에서 벌어진 선과 악의 대립 구도.
비록 게임 속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이 사건은 게임 밖 세상에 커다란 경종을 울렸다. 지상파 방송에서도 계속 언급되고 있을 정도로 화제가 되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말이다.
[선과 악, 이 두 개의 세력이 대립하면서 서로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비록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가히 내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규모로 온 도시와 마을이 온통 폐허로 변해 가고 있죠.] [그렇습니다. 악 진영 쪽이 점령한 도시를 성 진영 쪽이 또다시 탈환하면서 도시 자체를 모조리 불태운 사례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도대체 게임사는 왜 이런 이벤트를 계획했을까요?]그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고, 도리어 많은 상처와 반목만을 불러일으키게 될 이벤트. 어느 정신 나간 기획자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르긴 몰라도 게임 자체를 망하게 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 볼 정도였다.
[음…… 전 어쩌면 게임사가 모두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 메시지요? 음…… 도대체 어떤 메시지를 말씀하시는지 잘 모르겠군요.]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선과 악이라는 두 가지로 모두를 규정하고 서로를 배척하고 죽고 죽이는 아비규환이 게임 속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번 가정해 보죠. 사회자님은 이 선과 악 중에서 어느 세력에 속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예? 그야 당연히 선 아니겠습니까? 저 이래 보여도 소싯적에 모범상도 탄 아주 바른 생활 사나이입니다.]장난스럽게 받아치는 사회자. 하지만 다시 돌아온 질문에 그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래요. 그러면 과연 성 진영이 정말 선한 존재들일까요? 아무런 이유 없이 그저 악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600만, 아니 5,000만이 넘는 사람들을 무참히 죽이는 이들을 과연 선한 존재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요?] […….]이성과 도덕심이 완전히 마비되고, 선과 악이라는 이데올로기에 매몰되어 인간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자들로부터 파생되는 비극. 아르카디아 속에서 성 진영의 유저들은 퀘스트 초기에 자그마치 600만이 넘는 악인들을 이유도 없이 일방적으로 학살하며 과거 세계사에 쓰였던 거대한 비극을 재현해 내고 있었다.
[우리는 과거 두 번에 걸쳐 일어난 세계의 대전쟁을 통해 교훈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아르카디아라는 게임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 있자면, 벌써 우리는 과거로부터 뼈저리게 얻은 교훈을 잊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렇게는 생각해 본 적 없는 것 같네요.]게임사 직원이 이 말을 들었으면 거품 물고 방방 뛰며 난리를 쳤겠지만, 이미 자기들 마음대로 말도 안 되는 의미를 부여하며 게임사가 숭고한 이유로 이 퀘스트를 만들었다고 단정 짓고 있었다.
[전 개인적으로 악 진영을 응원합니다. 성 진영의 거센 억압과 탄압을 이겨 내고 결국에는 승리하는 약자들과 소수자들의 모습을 말이죠.]* * *
전쟁은 참혹하다.
끝없이 늘어진 시체. 언제 어디서 날아와 터질지 모르는 포탄. 단 한 번의 실수로도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긴박함. 이 모든 것이 개개인의 행동을 억제하고 자제시키지만, 아르카디아 속에서의 전쟁은 조금 달랐다.
“가자아아아앗!”
“난 한 놈만 팬다. 나 죽인 놈은 기억하고 그놈 죽을 때까지 쫓아간다.”
“죽여 봐! 죽여 봐! 어차피 나 쪼렙이라 마나 낭비임!”
죽음이 없는 전장. 특히나 사망 페널티까지 완전히 사라진 탓에 즉시 그 장소에서 부활이 가능해 악 진영의 유저들은 그야말로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크으으윽! 다 꺼져라! 신의 심판!”
콰아앙.
어느 고위 사제가 날린 범위 스킬. 하늘에서 떨어진 새하얀 번개가 굉음을 내며 유저들을 휩쓸었다. 회색빛으로 쓰러진 십수 명의 유저들. 하지만 숨 돌릴 새도 없이 이들은 언제 죽었냐는 듯이 또다시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크크크…… 이제 신성력도 다 떨어졌나 봐?”
“내가 한 놈만 팬다 그랬지?”
“죽여 봤자 소용없다니까? 얌전히 죽어.”
서서히 주변을 좁혀 오는 악인 무리. 비록 레벨 격차가 심한 고위 사제라 해도, 수백 번을 죽여도 다시 살아나는 이들을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상급 사제, ‘내십자가는거대해’ 님을 처치하셨습니다.] [아이템, ‘아엘린의 눈물’을 획득하였습니다.]“오오오! 레어 아이템! 그것도 목걸이!”
“와…… 부럽다.”
“크크크, 나는 매직 아이템 먹었는데!”
“아! 왜 나는 잡템만 주냐? 이거 진짜 운빨망겜이네.”
현격한 레벨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집단으로 몰려다니며 악착같이 물고 늘어져 결국 반격에 성공하고야 마는 악 진영의 활약. 그 덕분에 마룬 왕국 내에서의 성 진영은 눈에 띄는 속도로 약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주도한 어둠의흑염룡, 아니 리치 아르게이머는 다시 부활한 죽음의 군대를 이끌고 천천히 행진하고 있었다.
8살의 허수아비 왕이 있는, 마룬 왕국의 왕도로 향해서.
“흐, 흐아앙! 이거 어떻게 해!”
성벽 너머 저 멀리에서 두 눈으로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당도한 죽음의 군대. 이를 본 제롬은 불안한 얼굴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기 시작했지만, 그에게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왕이시여, 지금이라도 당장 이 왕도를 탈출해야 합니다. 세인트 제국으로 피신해 일단 안전을 확보하고, 이후에 재정비해서 다시 탈환하는 것이…….”
“지금 왕인 나보고 백성들을 버리고 도망치라는 것이냐!”
“전하…… 지금 저희의 병력으로 저 죽음의 군대를 막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리치 아르게이머. 과거 대륙 전체를 모조리 집어삼켰던 그의 죽음의 군대. 비록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마룬 왕국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강력하게 커져 버린 이후였다.
“상대는 일반적인 네크로맨서가 아닙니다. 스켈레톤마저도 아처, 메이지, 워리어와 같은 상위 언데드들이며, 좀비, 구울, 변형체, 거기에 밴시와 듀라한, 데스나이트까지. 고위 언데들까지 생각하면…… 왕실 수비군으로는 잠깐 시간 끄는 정도가 다일 겁니다.”
“그, 그래도 많은 수의 모험가가 이 왕실을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치고 있지 않은가! 그들과 함께라면…….”
“왕이시여, 모험가들을 너무 믿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은 죽어도 부활해 다시 돌아오는 존재들. 그들을 믿고 자리를 지키다가 설사 패배해 왕께서 죽임을 당하신다면, 마룬 왕국은 그날로 멸망의 길을 걸을 것입니다.”
일인군단(一人軍團).
단 혼자서 국가와의 전쟁이 가능한 수준의 무력을 가진 자. 리치 아르게이머가 보여 주는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 붙어서 다가오는 모험가 유저들의 수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이럴 수가…… 신이시여…… 도대체 왜 마룬 왕국에 이런 고난을……!”
제롬 왕이 짧게 탄식했다. 하지만 자신을 데리고서 세인트 제국으로의 망명길을 떠날 준비를 하는 그의 신하들, 그들의 재촉 아닌 재촉에 그는 못 이기는 척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 * *
“음…… 이거 좀 촉박하겠는데…….”
여러 영지를 돌아다니며 죽음의 군대를 보강한 어둠의흑염룡. 그는 마지막 목적지, 마룬 왕실로 향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점에 난감해졌다.
[승리 조건]성(聖) 진영
-악인의 심판 (48,931,235/49,999,900)
-리치 아르게이머 처단 (0/1)
분명 일주일 전만 해도 600만 정도에서 그쳤던 수. 하지만 어느새 성 진영의 승리 조건인 5천만을 목전에 앞두고 있었다.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고 너무 안일하게 달려든 놈들 때문인가…….”
사망 페널티의 제거. 악 진영에 있어서 그것은 양날의 검이나 다름없었다. 사망해도 24시간 대기할 필요도 없이 즉각 부활해 다시 플레이를 할 수 있기에 너무나도 불필요한 죽음이 자주 발생했다.
“사제 하나 잡겠다고 천 번 넘게 죽으면서 싸운 놈도 있었으니 말 다 했지 뭐…….”
그가 바쁘게 돌아다니며 언데드 군단을 만드는 동안 이곳저곳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희생자 수를 늘려 준 악 진영의 유저들. 그 덕분에 퀘스트의 구도가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성 진영이 먼저 5,000만 명의 악인을 심판하거나.
혹은 악 진영이 마룬 왕실을 점령하거나.
어느 조건이든 먼저 목적을 달성하는 진영이 승리하게 되는 상황. 그야말로 시간 싸움이 되어 버린 탓에 어둠의흑염룡은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데스 필드.”
촤아아악.
그를 중심으로 넓게 퍼져 나가는 검은색의 기운. 모든 땅이 검게 물들며 한층 죽음의 기운이 가득해지고 있을 때, 흑염룡은 수많은 스킬을 남발했다.
“검은 밤의 축제.”
“죽은 자들의 속삭임.”
“원혼 강령.”
“죽은 영혼의 갈망.”
“생명의 증오.”
언데드들을 강화하는 고위급 버프들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한층 더 강한 기세를 내뿜는 죽음의 군단. 그들을 바라보며 어둠의흑염룡은 불타오르는 안광으로 굳건히 세워진 성벽을 향해 외쳤다.
“전군, 진군!”
“온다! 성 진영 유저 여러분! 모두 모이세요!”
“100만! 100만 명만 더 죽이면 우리 승리입니다!”
“절대 뚫리지 마세요! 시간만 더 끌면 무조건 우리가 이깁니다!”
왕이 도망갔음에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전의를 다지는 성 진영 유저들과 왕실 수비군. 하지만 그들의 치열한 결전은 얼마 되지 않아서 결국 패배로 끝나고 말았다.
“이게 마룬 왕실의 권좌인가…….”
수많은 수비 세력을 전부 무찌르고 왕실 내부로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들어온 어둠의흑염룡. 그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하지만 아무도 그 자리를 지키지 않고 덩그러니 남아 있는 호화로운 의자를 보며 중얼거렸다.
“흥. 왕이란 놈이 도망을 갈 줄이야. 그럴 줄 알았으면 완전히 포위해 두는 거였는데.”
이미 오래전에 왕성을 탈출한 왕. 그를 추격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을 알기에 어둠의흑염룡은 천천히 그 마룬 왕국의 권좌를 향해 다가갔다.
[마룬 왕국의 권좌에 앉았습니다.] [마룬 왕국의 권좌가 당신을 새로운 주인으로 인정합니다.] [마룬 왕국을 완전히 점령하였습니다.] [연계 퀘스트, ‘마녀사냥’에서 악 진영이 승리 조건을 달성하셨습니다.] [악 진영이 승리했습니다.] [악 진영의 사망 페널티가 다시 활성화됩니다. 플레이에 주의하세요.] [칭호, ‘황금 권좌의 주인’을 획득하셨습니다.] [마룬 왕국에 대한 통치권을 획득하셨습니다.]순식간에 쏟아지는 메시지들. 그것을 보며 흑염룡은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으아아아! 성공했다!’
우연한 기회로 그의 손에 주어진 강력한 힘. 그 힘을 최대한 활용해 자신이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은 흑염룡은 왕이 되어 마룬 왕국을 통치할 권한을 획득할 수 있었다.
‘왕이 되었으니 내가 뽑아낼 수 있는 돈만 해도…….’
예전 컴퓨터로 된 RPG 게임에서조차도 성 하나만 먹어도 창출되는 부가 수익이 몇 천은 가뿐하게 넘어갈 정도로 엄청나다. 그것도 수십 명이 넘는 이들이 함께 힘을 합해서 이룰 수 있는 어려운 위업이었지만, 여기 이 가상현실 게임에 존재하는 일국(一國)을 그는 단신으로 장악했다. 그렇기에 모든 이익을 홀로 독식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모르긴 몰라도 억 단위는 우스울 정도로 많은 이익을 뽑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의 행복 회로를 풀가동하고 있는 그 순간, 갑자기 누군가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왕 되니까 좋냐?”
“누, 누구냐!”
기척도 느끼지 못했는데, 바로 옆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본 어둠의흑염룡은 본능적으로 마법을 날렸다. 순간적으로 발동된 5개의 공격 마법. 하지만 상대는 전혀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으며 말했다.
“아드리넨의 발걸음.”
하지만 가볍게 흑염룡의 공격을 회피해 낸 그. 여유로운 표정으로 검을 들고 있는 것을 보며 흑염룡은 만만치 않은 강적을 만났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잘 날뛰었지? 솔직히 밸런스 붕괴 수준으로 강한 힘 얻고 나라 하나까지 접수했으면 만족해야지. 히든 클래스도 얻었잖아? 여기서 더 먹으려고 하면 너 배 터져 죽어.”
“그, 그게 무슨……? 네놈! 무슨 목적이야!”
자신이 히든 클래스로 전직한 것까지,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은 의문의 사내. 하지만 흑염룡의 수많은 물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검을 고쳐 쥐고는 말했다.
“이제 신데렐라의 마법이 풀릴 시간이야.”
카앙.
[거대한 신성이 플레이어를 옭아맵니다.] [‘영원의 종막’이 플레이어를 심판의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상태 이상, 필살(必殺)의 낙인이 새겨집니다.] [리치, 아르게이머의 영혼이 경악합니다.]“이, 이게 무슨…….”
순식간에 떠오르는 메시지들에 흑염룡이 당황해 어쩔 줄 몰라 우물대는 그 순간. 재영은 찬란하게 빛나는 광휘의 검을 들고 서서히 그에게 걸어오며 미소 지었다.
“뭐긴 뭐야? 빌려준 힘 다시 수금하러 온 사채업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