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462
462화 유저 키우기 (6)
만인의 적. 악의 축. 사탄의 소굴…….
그 이외에도 존재하는 수없이 많은 부정적인 표현들로 묘사되곤 하는 회사.
(주)아르카디아.
회사 자체는 설립된 지 채 5년도 되지 않은 신생 기업이었지만, 이들이 저질러 온 수많은 만행과 업보 속에서 이들은 지금껏 그 어느 회사도 먹어 본 없는 욕을 한 몸에 받으며 세계 최강의 악질 회사로 거듭나고 있었다.
[유저는 닥치고 운영사인 우리가 하는 대로 따라라. 이것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갑질 아니겠습니까?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소비자들의 뜻을 무시하고 이런 식으로 마음대로 운영하는 걸 언제까지 두고만 봐야 하는 겁니까?] [갑질 금지법 제정하라! 가상현실 기술을 독점하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주)아르카디아를 국유화하자!]전 세계적으로, 수백만이 넘는 유저들이 거리에 나와 (주)아르카디아를 규탄하며 성토를 토해 내는 심각한 상황. 그 정도로 회사에 대한 유저들의 증오와 원한은 그 뿌리가 깊었다.
하지만, 평소에 악랄한 놈이 한 번 잘해 주면 크나큰 감동을 하는 것처럼…….
처음으로 뿌려 주는 이들의 달콤한 사료의 맛을 본 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 모든 분노가 지금 눈 녹듯이 빠르게 사라져 가고 있었다.
“야, 요새 왜 이렇게 회사 주변이 조용하냐?”
평소라면 퇴근 시간만을 노린 게릴라 시위로 아무도 집에 가지 못하는 상황을 연출하곤 했던 시위대. 이들의 격렬한 방해 공작 때문에 집에도 가지 못했던 적이 자주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최근에는 그러한 상황을 겪지 못했다.
“죄다 게임하느라 정신없나 보지.”
“쩝……. 하긴, 나라도 여기 나와서 시위할 시간에 서부로 이동해서 최대한 뽑아 먹긴 하겠다?”
동료 직원의 심드렁한 대답에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이던 직원. 그리고 그는 이내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갑자기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100배는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이걸 미쳤다고 해야 하는 건지…… 대단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
서부 대륙의 재앙, 키메라 군단에 나타난 이상 현상.
(주)아르카디아의 임직원들도 아르팬디아의 여론을 주시하며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뒤늦게 세부 데이터를 뜯어 본 후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획득 경험치가…… 100배 증가……?”
“이럴 수가……. 도대체 누가 이런 미친 짓을…….”
밸런스도, 그에 따른 후폭풍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그야말로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조치 사항. 하지만 이들은 이 변경이 최상층에서 내려온 것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저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아르카디아를 플레이 하는 모든 모험가 여러분. 저는 (주)아르카디아의 총괄 사장, 이미연입니다.]키메라들의 비정상적인 경험치 습득에 대해서 버그니 오류니 온갖 루머와 의견들이 분분하며 논란이 최고조에 이를 때 등장해 마이크를 잡은 이미연 사장.
그리고 그녀는, 수십억이 지켜보고 있을 생방송에서 처음으로 모두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아르카디아는 수많은 비밀과 위험이 숨겨져 있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이 비밀을 밝혀 내는 여러분의 행보에 따라 이 세상의 변화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지켜 왔습니다.] [무한한 자유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 그 대원칙에 따라 아무리 그 변화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개입하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이며, 많은 모험가 여러분이 감당할 수 없는 난이도에 소외되어 가고 불만을 느끼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회사에 몰려와 분노를 표출하는 모험가 여러분을 보며 우리의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지금껏 단 한 번도 대중 앞에 나서서 사과해 본 적 없던 이미연 사장. 그녀가 처음으로 고개 숙여 모두의 앞에서 진심 어린 얼굴로 사과의 뜻을 전하자 일순간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기자들은 미친 듯이 플래시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아르카디아는 모험가 여러분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지금껏 여러분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은 것에 대해서 반성하고 변화해 나가기 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을 수 있게 최대한 밸런스상의 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를 고민해 보고 개선책을 마련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구체적인 방안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지만, 앞으로는 잘하겠다는 이미연 사장의 약속. 그리고 그녀는 이내 모두가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한 답을 제공해 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아르카디아 내부에서 진행 중인 시나리오 중, 가장 많은 수의 유저가 참여 중인 서부 진영의 시나리오, ‘날개 달린 모든 것의 재앙’에서 등장하는 몬스터, ‘키메라’의 보상 경험치를 저의 직권으로 100배 상향했습니다.]완전한 거짓.
제아무리 1급 관리 권한을 가진 이미연 사장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그저 내부 정보의 접속 권한일 뿐, 시스템 자체에 개입할 수 있는 그 어떠한 권한도, 의지도 그녀에게는 없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사람들.
그런 그들에게 이미연 사장은 이 터무니없는 변화가 바로 자신이 의도한 것이며, 지금까지 (주)아르카디아가 저질러 온 모든 만행(?)에 대한 사죄이자 보상이라고 포장하며 모두의 앞에서 선보이고 있었다.
[극단적인 조치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미 완전히 무너져 버린 게임 속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점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이번 시나리오가 모험가 여러분 모두에게 그저 무력하게 바라만 봐야 하는 재앙이 아니라, 여러분의 눈부신 성장의 기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모두의 앞에서 거짓말을 늘어놓은 이미연 사장.
실체적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런 그녀의 발언에 황당함을 금치 못했지만, 대부분은 그저 찬양 일색이었다.
-와……. 진짜 미쳤는데?
-버그나 오류가 아니라 진짜 100배 이벤트라고?
-잠깐만……. 아, X발. 나는 중앙 대륙 선택했는데, 그럼 이벤트 참가 못 하는 거냐?
-캭ㅋㅋㅋㅋ. 아직 시나리오 선택 안 한 관망충 소리 질럿!
-바로 서부로 달려갑니다. 이 망할 키메라 쉐리들…… 다 죽었다고 복창해라.
그렇게 순식간에 사그라든 (주)아르카디아에 대한 대중의 분노. 거기에 속속 빠져나가던 유저들이 거짓말처럼 다시 아르카디아에 복귀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직원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지 않냐? 최소한, 그 어마어마했던 유저들의 분노를 단 한 순간에 완전히 잠재웠잖아.”
유저들에게 친화적이었던 적이 없던 게임, 아르카디아.
무한한 자유와 무한한 가능성만을 표방하며 모든 것을 직접 구르고 부딪치며 배우라고 그저 저 드넓은 세상에 던져 넣기만 하는 이 게임이…… 처음으로 대다수의 소외된 유저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 주었다.
“그것도 그렇지만…… 나는 사장님께서 의도한 이 상황이 너무 소름 끼친다.”
“뭐……?”
“잘 생각해 봐. 지금 아르카디아에서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문제가 뭐였어? 전체적인 파워 밸런스의 극심한 양극화 문제였잖아.”
여느 RPG 게임이 그러하듯, 저마다 투자한 시간과 재화에 따라서 어느 정도 유저 간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 아르카디아. 하지만, 그 차이는 다른 그 어느 게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0.01%의 유저들이 시나리오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었지. 최근에는 온갖 기업들과 헤지 펀드들의 자금이 몰려들면서 길드 간의 갈등이 심화돼 특히나 일반 유저들에 대한 배척이 심해지고 있던 상태였고.”
오직 이긴 자만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 독식 구조.
힘과 뒷배가 없으면 언제나 손해를 감수해야만 하는 약육강식의 세상.
적당한 수준을 모르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극단적으로 변해 가는 이 격차를 (주)아르카디아 내부에서도 꽤 우려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꽤 있었다.
“그런데…… 사장님이 저지른 이 말도 안 되는 조치로 인해서 그 밸런스가 강제적으로 맞춰지고 있어. 그것도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유저들을 강제로 끌어올리는 상향 평준화 방식으로.”
그야말로 99.9%의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축포를 터트리며 환호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조치. 그리고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게다가…… 유저 모두에게 거대한 희망을 심어 주었어. 모두가 힘을 합치면 저 말도 안 되는 재앙을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그것도 누군가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즐겁게 시나리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제발 시나리오에 참여해 달라는 말뿐인 캠페인이 아니라, 스스로 뛰어들게 만드는 천재적인 발상. 물론, 그렇다고 경험치 100배 이벤트가 정상이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미쳐야만 할 수 있을 법한 짓으로 눈앞에 직면했던 그 엄청난 위기를 단숨에 해소해 버린 이미연 사장의 뛰어난 역량을 이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사장은 아무나 다는 게 아니었구나.”
“난 나이가 너무 어려서 무슨 낙하산인 줄 알았는데, 실력파였네.”
“전에 죽창대전 기획안 제안했을 때는 진짜 미친 건가 싶었는데…….”
이제 30대 초반에 불과한 여성으로서 전 세계적인 기업의 수장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미연.
이미 50대를 넘어가는 어마어마한 경륜과 경험을 자랑하는 임원들 사이에서 언제나 묘한 무시와 천시를 받았었지만, 지금 이 순간 수많은 이들의 뇌리에 그녀에 대한 평가가 새롭게 내려지기 시작했다.
조금은 독특하고 정신 나간 기행을 반복하지만…….
그 누구보다 회사를, 그리고 이 가상의 세계를 사랑하는 뛰어난 인재이자 (주)아르카디아와 자신들을 이끄는 지도자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기적을 만들어 낸 존재는 따로 있으며…… 이미 또 다른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 * *
아르카디아의 동부.
푸른빛의 바닷물이 넘실거리는,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바다를 바라보며 재영은 물었다.
“그러니까…… 레비아탄인지 뭔지 하는 바다뱀이 여기 어딘가에 숨어 있다고?”
“네. 저도 정확한 위치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이 일대에서 분명하게 그 기운은 느껴져요.”
“흠……. 쉽지 않겠네…….”
판게아 업데이트 이후, 하나로 완전히 합쳐진 통합 대륙.
그 거대한 대륙을 사방으로 가득 메우고 있는 망망대해는 감히 그 끝을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드넓었다.
“지형적으로 일단 불리하네. 어디 있는지 찾는 것도 문제고, 설사 찾는다고 하더라도 물속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는 녀석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는 것도 그렇고…….”
수중 전투가 강제되는 필드.
육지에서는 제아무리 뛰어난 강자라 하더라도 물이 가득한 이 환경에서는 심각한 전투력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기에 재영은 조금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푸르른 바다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음……. 차라리 드래곤 놈들한테 이 녀석을 처치해 달라고 부탁할 걸 그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막상 와서 상황을 살펴보니 밀려드는 아쉬움. 하지만, 드래곤은 이제 이 첫 번째 재앙에서 자신들의 모든 역할을 끝마친 상태였다.
[모든 것을 부패하게 만드는 성물, ‘역병의 근원’이 제거되었습니다.] [북쪽 대륙의 재앙이 클리어되었습니다.] [남은 재앙은 모두 2개입니다.]불과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성공적으로 북부를 잠식해 나가던 재앙을 처치한 드래곤. 이들은 그 방대한 북부 어딘가에 숨어 있던 역병의 근원을 찾아냈다.
아주 자그마한 크기의 평범해 보이던 곰 인형.
얼핏 보기에는 아이가 가지고 놀다 버리고 간 것 같은…… 그 누구도 눈길조차 주지 않을 잡동사니의 모습으로 위장해 있던 그 성물을 어떻게 알아낸 것인지 모르겠지만, 완전히 파괴한 덕분에 재영은 골드리안에게 그 어떤 아쉬운 소리도 할 수 없었다.
“보자……. 과연 누가 이 재앙을 처치하기에 가장 적합할까…….”
그렇기에 다른 공략법을 모색해야만 하는 상황. 하지만 그의 고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 그렇게 하면 쉽게 처리할 수 있겠구나?”
“응? 주인, 뭐 좋은 생각 있어?”
손가락을 튕기며 음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재영을 바라보고 궁금함을 참지 못하며 묻는 탄.
그런 그에게 재영은 너무나도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지형이 바다면 딱 제격인 녀석들이 있잖아, 내 말도 잘 들을 충직한 놈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