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468
468화 엿 먹이기 (6)
쿠우우우우웅.
거대한 굉음을 내는 마법 전함, 노틸러스.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의 그 함선은 딱 보기에도 복잡해 보이는 장치들이 가득했고, 빼곡하게 새겨져 있는 마법 회로에서 강렬한 빛을 반짝이면서 창공을 가르고 빠르게 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탑승해서 배를 기동하고 있는 검은 해적단의 최고 엘리트들.
처음 조작해 보는 함선이었지만, 이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수십 년을 타고 다닌 자신들의 배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빠르게 동부 해역으로 이동해 나가고 있었다.
“어이! 항로 똑바로 봐! 엉뚱한 곳에 도착하면 네놈부터 배 밖으로 던져 버린다!”
“크하하하! 빨라! 빠르다고!”
“으하하하하! 전진! 전지이이이이인!”
나갈 필요도 없는 갑판 위에 올라서서 미친 듯이 휘몰아치는 바람을 맨몸으로 맞으며 위험천만한 비행을 즐기고 있는 이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재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뭐 저런 놈들이 다 있어? 굳이 나가서 확인할 필요도 없다니까.”
밖이 전부 보이는 투명한 재질이지만, 강철보다도 단단한 아르덴탈 수정으로 완전히 감싸 놓은 함선의 전면부. 거기에 드래곤들이 직접 떡칠해 놓은 감지 마법과 위성 마법이 실시간으로 함선의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하고 그걸 또 환상 마법을 통해서 시각화해 놓았기 때문에, 검은 해적단의 선원들이 하고 있는 짓은 그저 빨리 뒈지고 싶어 환장한 이들의 만행에 불과했다.
“아마 오랫동안 항행을 하지 못해서 몸이 근질거려서 그렇겠지. 대륙 전체가 격변한 이후, 이런 식으로 출항을 하는 것은 처음이니 자네가 이해해 주게.”
그런 재영의 말에 클클거리며 답하는 해적왕 카를로스.
그리고 그는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연신 자신이 서 있는 함교를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재영에게 이미 몇 번이나 물었던 질문을 또다시 했다.
“정말 이 배를 우리에게 주겠다는 말인가? 아무리 봐도 평범한 함선은 아닌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공중을 부유하는 배는 내 평생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네.”
마법에 전혀 문외한인 카를로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식이 없는 이는 아니었기에, 이렇게 거대한 함선을 하늘 높이 뜰 수 있게 만든다는 것에, 그리고 보기만 해도 눈이 핑핑 돌아가는 복잡한 마법 수식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는 회로들 때문에 이 배가 절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은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이번 일만 잘 끝낸다면 못 줄 것도 없지. 어차피 나에게는 딱히 필요가 없는 물건이거든.”
엄밀히 말하자면, 비행선이나 우주 전함에 가까운 마법 전함, 노틸러스.
하지만, 철저하게 과학기술과 문명을 배제하는 이 아르카디아의 세계관 때문인지, 이 터무니없는 함선이 그저 일종의 ‘배’로 취급되고 있었다.
-최소 운용 인력: 50명.
-항해술 1 랭크. 대형 함선 운용 5랭크. 조타술 3랭크. 측량 2랭크 …….
최소 선원 수와 더불어 어마어마하게 높은 항해 관련 스킬을 요구하는 함선.
배와 관련한 어떤 선원도, 그리고 스킬은 더더욱 없는 재영에게 이 노틸러스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는 물건이었지만, 카를로스와 검은 해적단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가치 있는 보물이었다.
‘어차피 이 시나리오만 끝나면 쓸모도 없을 물건인데 뭐……. 이걸로 생색이나 내지.’
“그래도 아예 주는 건 아니고, 엄연히 ‘임대’니까 잘 알아 둬. 언제 갑자기 돌아와서 내놓으라고 할지도 모르니까. 그때 가서 아깝다고 입 씻으면 곤란하다?”
애초에 다시 돌려 달라고 할 일도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장난스러운 미소로 경고 아닌 경고를 던지는 재영. 하지만 카를로스는 단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크하하하하. 그럼. 언제든지 돌려 달라고 하면 곧장 돌려주겠네. 그건 걱정하지 말게.”
너무나도 흔쾌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카를로스. 그리고 그런 그의 반응에 재영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이 노틸러스를 운용하게 된다면 앞으로는 바다가 아니더라도 자유롭게 대륙 전역을 돌아다닐 수 있을 테니까 잘 운용해 봐. 파이 상단 쪽에도 언질을 이미 해 뒀어. 거기랑 협력해서 이 함선을 교역선으로 활용하면 앞으로 자금난에 시달릴 일은 없을 거야.”
이 아르카디아에서 유일하게 비행이 가능한 아티팩트.
그것도 수천 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고, 수백…… 수천 톤의 물자를 나를 수 있는 규모로 제작된 초대형 함선이었기에 굳이 전투가 아니더라도 그 활용성은 무궁무진했다.
“자네…… 설마 내가 했던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 캐러비안의 미래를 책임질 함선이라는 재영의 말. 그것을 듣고 무언가 잔뜩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의 카를로스는 한참을 멍하니 있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네.”
진심이 담긴 카를로스의 말. 그는 진심으로 눈앞에 있는 모험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자네는…… 나의…… 아니, 이 캐러비안의 구원자네…….”
또 낯부끄러운 상황을 연출하려는 카를로스.
하지만, 그 순간 들려오는 경고음에 그는 하던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삐이이이이이이이.]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마법 알람.
불쾌감이 드는 그 날카로운 소리에 모두가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그 누구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아, 이거? 마나가 다 떨어져 간다는 소리야.”
수백 미터에 달하는 금속 동체를 공중에 떠올리고, 수백, 수천 가지의 마법이 상호작용 하며 실시간으로 가동되고 있는 노틸러스.
모든 것이 마나로 운용되고 있었기에 이 함선의 별명은, 마나 먹는 하마였다.
“여기 이거 보이지?”
카를로스를 비롯해 몇 명의 선원들을 데리고 함선 중심부에 자리한 동력 기관이자 코어에 온 재영. 그리고 그는 그 코어의 보호 판넬을 열어 강렬하게 빛을 뿜어내는 푸른색 마나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에 마나석을 넣어서 이 함선을 운용할 수 있어. 중급부터 최상급까지 전부 다 운용 가능하기는 한데…… 일단 초기 실험을 해 본 결과로는 중급은 효율이 너무 낮아서 비행 중에 마나석이 다 바닥나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면 쓰지 마. 최소 상급부터라고 생각하면 돼.”
“마, 마나석 말인가?”
가장 희소하고 또 가장 가치 있는 자원.
마나석.
그중에서도 상급과 최상급 마나석 하나가 가지는 가치를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카를로스는 그 말에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계산기가 두드려지면서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지금은 전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최상급 마나석을 쓰고 있지만, 뭐 그냥 단순 비행 정도면 상급으로도 충분하니까 너무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고.”
“그런가…….”
재영의 말 한마디에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카를로스의 표정.
그런 그의 표정을 보고 재영은 킥킥거리고 웃으며 최상급 마나석 하나를 꺼내 들었다.
“서비스로 창고에 마나석들 섭섭하지 않을 정도로 챙겨 놨으니까 앞으로 몇 년은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교체할 때는 여기서 이런 식으로 마나석을 일단 꽂고…….”
하지만 재영은 마나가 거의 소진되어 불안정하게 빛을 내는 마나석을 바라본 후, 자신이 손에 쥐고 있는 마나석을 내려다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왜 그러는가……?”
갑작스러운 재영의 이상행동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카를로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혼잣말로 무언가를 중얼거릴 뿐이었다.
“마나석……? 잠깐만…… 그럼 그것도 되려나……?”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재영.
그리고 그는 이내 인벤토리를 열어서 최근에 받은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우우우우웅.
“주인, 그건 갑자기 왜 꺼내?”
“설마…… 그걸로……?”
중앙 대륙의 재앙, 데클렌.
그가 죽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유산, 영겁의 심장.
등급조차 존재하지 않는, 규격과 상식을 벗어난 그 물건을 꺼내 들자 탄은 의아한 눈으로 재영을 바라보았고, 엘은 무언가를 눈치챈 듯이 딱딱하게 얼굴을 굳혔다.
“그러고 보니…… 내가 왜 이걸 계속 마법 재료로만 생각하고 있었지? 어떻게 보면…… 이건 그냥 무한의 건전지 같은 거잖아?”
계속 옆에서 이걸로 자신들의 신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시끄럽게 떽떽거리던 탄과 엘.
그런 그 둘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제작에 필요한 재료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이 영겁의 심장이 가진 본질이 아니었다.
무한.
말 그대로 끝이 존재하지 않는…… 그야말로 한계가 없는 마나의 원천.
충전도, 교체도 필요 없는, 그야말로 이 거대한 아티팩트에게 무한한 동력을 선사해 줄 수 있는 그 심장을 손에 들고, 재영은 혹시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우우우웅.
자신의 손에서 그 끝없는 마나를 품고 아직도 살아 있는 것처럼 맥동하는 데클렌의 심장.
그것을 천천히 노틸러스의 코어에 가져다 대며 재영은 중얼거렸다.
“이것도 되려나?”
무한한 자유.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
이 환상의 세계가 주구장창 밀어붙이는 그 모토.
그 때문에 이 말도 안 되는 심장이 탄생했으며, 이 세계관을 완전히 붕괴시키는 비행 함선도 탄생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 재영은 너무나도 기대에 가득 찬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손안에서 미친 듯이 떨리는 그 심장을 코어 한복판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엘리스의 그 방대한 연산회로는 수백, 수천…… 아니, 수만 가지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셀 수 없는 무수히 많은 논리연산과 검증을 통한 판단을 고심했다.
[경고. 치명적인 변수 발생.] [에러. 불가능. 용인될 수 없는 설정.]기존의 설정에서 완전히 벗어난 규격 외의 물건.
그녀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그리고 그로 인해서 파생되는 수많은 파괴적인 변수들 속에서…… 결국 그녀로서도 단 한 번도 내린 적 없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긴급 점검 실시. 아르카디아의 모든 시간 동결.]쿠웅.
그녀의 비상 조치로 동결된 아르카디아.
하지만, 모두가 얼어붙은 그 와중에서도 재영은 홀로 움직일 수 있었다.
“뭐지……?”
완전히 얼음이 되어 버린 카를로스와 그의 부하들. 그리고 탄과 엘조차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 것을 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릴 때.
재영의 등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와……. 너 진짜 대박이다. 원래부터 악마적인 수준으로 창의적인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네.”
“……?”
황급히 고개를 돌린 재영의 앞에 등장한 의문의 아이.
이제 막 중학생 정도 수준으로 보이는, 황금빛 머리칼과 눈동자를 가진 그는 경이롭다는 표정으로 재영을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지금도 충분히 밸런스는 완전히 붕괴 상태인데, 여기서 더 박살 내 버리면 도대체 어떻게 수습하라는 거야? 제발 적당히 좀 하면 안 되냐?”
마치 자신을 오랫동안 관찰해 온 것처럼 이야기하는 그. 그리고 그 순간, 재영은 그의 정체를 알아챌 수 있었다.
“너…… 네놈이 그 개발자구나?”
모든 시간이 정지된 상태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존재. 그리고 마치 자신을 이미 오래전부터 알아 왔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재영은 확신에 찬 어조로 물었지만, 그는 너무나도 단호한 어조로 부정했다.
“아니? 내가 어딜 봐서 그런 미친놈으로 보이냐?”
“뭐……?”
그런 오해를 받는 것도 억울하다는 듯이 잔뜩 얼굴을 찌푸린 그. 하지만 무언가 말을 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연신 우물거리던 그는 이내 짜증을 팍 내며 허공에 대고 소리쳤다.
“아, 알았어. 별다른 이야기 안 할 테니까 잔소리 좀 하지 마, 엘리스.”
마치 미친놈처럼 혼잣말로 떠들던 의문의 아이. 하지만 그는 이내 헛기침을 하고는 재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개발자는 아니야.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설계자(Architect)에 더 가깝지.”
“도대체 무슨 소리야……?”
“나도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허락된 내용이 그리 많지는 않네. 모습을 드러낸 것만 해도 어떻게 보면 월권행위에 가깝기는 하거든.”
무언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는 그. 하지만 이내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말했다.
“딱 두 가지만 말할게. 첫째. 나는 일단 너를 응원해. 너한테 절대, 절대 엿 먹고 싶지 않으니까 제발 좀 참아 주라. 진짜 너무 억울해서 미칠 것 같다.”
진짜로 믿어 주라는 듯이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간절한 눈빛을 보내며 중얼거리는 그. 그리고 그는 이내 말을 이어 갔다.
“그리고…… 방금 네가 벌인 짓은 본래라면 절대 허락하지 않겠지만…… 상황이 상황인 점을 고려해서, 그리고 엄밀히 따지자면 잘못된 건 아니기에 이 망할 놈의 시나리오가 끝나는 순간까지는 허락할게.”
“……?”
그 말에 정말 많은 것을 물어보고 싶은 표정을 짓는 재영. 하지만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잭은 너무나도 애처로운 미소를 지으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부디, 이 재앙으로부터 우리 모두를 구원할 수 있기를.”
마치 자신도 피해자라는 듯한 의미심장한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