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470
470화 엿 먹이기 (8)
극대재앙 마도 결전 병기, 노틸러스.
신의 금속이라 불리는 미스릴을 비롯해 오리하르콘과 아다만티움…… 그 이외에도 수많은 마법적 처리가 되어 있는 희귀한 합금을 이용해 만들어진 이 함선은 분명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성능과 내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마법의 종주라고 불리는 드래곤과 마도 공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지평을 연 인간들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마법 회로들이 새겨지고 수백, 수천 가지가 넘는 온갖 마법이 내장된 함선.
하지만, 너무나도 뛰어난 성능 때문에 이 함선에는 치명적이고 아주 중대한 결점이 생겼다.
[최대 출력으로는 채 5분도 기동할 수가 없을 거야. 마나를 기반으로 모든 것이 작동되다 보니, 제대로 운용하면 현존하는 그 어떤 마나석으로도 이 녀석의 출력을 감당할 수가 없네.]최상급 마나석을 활용하더라도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마나를 잡아먹는 노틸러스. 그렇기에 아주 제한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본래의 힘을 100% 활용할 수 없는 계륵과도 같은 물건이었다. 물론, 그 치명적인 단점은 영겁의 심장을 장착한 순간부터 완전히 사라져 버렸지만 말이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저 드높은 창공을 가르며 대기를 찢어발기는 노틸러스. 후미에 거대한 흰색 꼬리를 만들어 가며 동쪽을 향해 마하 4.0이라는 무지막지한 속도로 날아가는 이 함선은 예상한 시간보다도 너무나도 빠르게 그 방대한 아르카디아의 대륙을 가로지르며 대륙의 동쪽 끝에 당도했다.
“이럴 수가…….”
“아아……. 신이시여…….”
“이런 게…… 우리가 타고 다닐 배라고……?”
“이것이…… 마법 공학의 힘이라는 건가……?”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결과.
하지만 검은 해적단은 바로 앞에 넘실거리고 있는 끝없이 펼쳐진 대양을 내려다보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불과 한 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수천 킬로미터는 떨어진 거리를 이동해 왔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말이다.
“뭐 그렇게 얼빠진 표정으로들 서 있어? 내가 빠르다고 말했잖아.”
모두가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멍하니 있는 이 와중에도 별일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하는 재영. 그리고 그는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아스트랄 드라이브의 내구성이 조금만 더 강했으면 이거보다 두 배는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을 텐데. 그건 좀 아쉽네.”
“……?”
“……?”
기존의 상식을 너무나도 가볍게 넘어서는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재영. 그런 그의 말에 모두가 얼음이 되어 버린 채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와……. 대충 예상은 했지만, 이거 진짜 괴물 같은 물건이네.”
“이런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비행이 가능하다니……. 정말이지…….”
“아버지의 신기라서 그런 건가?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지도 의문이긴 하네.”
이 아르카디아의 기본적인 세계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그렇기에 이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탄과 엘조차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연신 내뱉었다. 하지만, 그런 이들과는 전혀 다르게 태연하기 짝이 없는 재영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함선 밖으로 나섰다.
휘이이이잉.
수백 미터 위의 상공에서 불어닥치는 차가운 바람. 연신 얼굴을 할퀴고 지나가는 매서운 바람에 맞서 갑판을 걸어가는 재영은 이내 갑판 끝에서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본래 푸르른 빛이 아름다웠던 바다.
하지만, 아수라에 의해서 최종 시나리오가 시작된 이후로 흉물스럽게 깨어져 버린 하늘과 연신 음산한 기운을 뿜어내는 공허의 배경 속에서 그 바다는 음산하고 흉물스러운 기운을 뿜어내는 무언가로 변해 버린 상황이었다.
“…….”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리며 저 반대편에 펼쳐진 아르카디아의 대륙을 바라본 재영.
그런 그의 앞에는 본래라면 수많은 도시가 번성하고 많은 이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들었을 항구와 분주하게 바다의 파도를 헤쳐 나갔을 배들이 가득해야 했지만 이미 재앙에 의해서 파괴되어 버린 듯, 흉물스러운 폐허만이 덩그러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네놈들이 만든 세상이고, 네놈들의 노름판이라 이거지……?”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시작된 최종 시나리오, 종말.
그 어떤 논의나 합의도 없이, 그저 게임 전체의 존망을 걸고 시작된 일방적이고 폭압적인 시나리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 둔 무대의 등장인물로 충실하게 맡은 역할을 해내고 있었지만, 재영은 지금 이 순간 누구도 예상한 적 없던 돌발 행동을 시작했다.
-덱스다!!!
-오. 웬일로 또 방송 켰지?
-뭐임? 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임?
아무 말 없이 그저 방송을 켠 재영. 그리고 곧이어 어마어마한 수의 시청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일전 방송에서 했던 진심 어린 경고 때문이었는지 평상시와 다르게 난잡한 분위기로 채팅을 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무슨 상황인지 누가 설명 좀.
-도대체 저 거대한 함선은 뭐냐? 어떻게 공중에 떠 있는 거냐?
-뭐야, 저건……. 이번에는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드높은 창공을 배경으로 서 있는 재영. 그리고 그가 서 있는 거대한 금속의 함선을 보며 모두가 의아함과 불길함이 가득한 질문을 쏟아 내고 있는 그 순간.
“저는 지금 이 자리에서 여러분 모두에게 한 가지 사실을 고백하려고 해요.”
재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가장 처음, 아르카디아에 접속해서 플레이를 즐기던 저는 아주 우연한 기회로 히든 클래스를 얻게 되었죠. 난세의 방랑가라고 하는 아주 독특하면서도 엿 같은 직업을.”
히든 클래스, 난세의 방랑가(Bard of Anarchy).
그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자신의 직업명을 밝히는 재영의 이 돌발 상황에 채팅창은 미친 듯이 폭주하기 시작했지만, 그는 단 하나의 채팅도 읽지 않은 채 꿋꿋하게 자신이 할 말만을 이어 갔다.
“이 직업으로 플레이 하는 동안 수많은 의구심이 들었었죠. 레벨도 존재하지 않는…… 마치 약이라도 거하게 빨고 만든 것 같은 이딴 직업을 어떤 놈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하지만, 이제는 그 이유를 알아요.”
개연성이라는 말도 안 되는 사기적인 힘을 부여하고, 온갖 미션이라는 이름으로 정신 나간 기행을 강요하던 개발자들. 그리고 이 최종장이라는 시나리오에서 노골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그들의 존재 덕분에 재영은 확신했다.
“우리는 그저 그 망할 개발자라는 새끼들의 장난감에 불과했던 겁니다. 다시 말해서 돈은 돈대로 가져다 바치고, 그들 앞에서 같잖은 재롱이나 떨고 있는 광대나 다름없었다는 거죠.”
이 세상을 만들고 또 운영하는 핵심 주체들. 이들이야말로 이 아르카디아에서 벌어진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유저들의 분노를 한 몸에 받아야 할 빌어먹을 개새끼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들이 이 세상을 만들었고, 실질적인 가상현실의 모든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우리 모두를 우롱하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자기 멋대로 주물럭거릴 수 있는 자격이 있습니까? 무한한 자유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 그딴 건 개나 줘 버리라고 하죠. 우리가 원하는 건 평화와 안정을 기반으로 한 질서지, 이런 무질서와 혼란이 가득한 방종이 아닙니다.”
“게임 속에서 벌어지는 말도 안 되는 사건들 속에서는 (주)아르카디아의 임직원들조차도 불쌍한 피해자이고 가련한 희생자일 뿐입니다. 고기 방패로 이들을 앞세우고 뒤에 숨어있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수많은 만행을 저지른 이들. 특히, 이 아르카디아의 세계관에서 ‘아수라’라고 불리는 이에게 우리는 모든 분노를 쏟아야 합니다.”
모두에게 진정한 적이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일깨워 주는 재영. 그리고 누가 무어라 할 새도 없이 그는 수십억이 볼 영상 속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목표를 밝혔다.
“그래서 저는 이 다시 없을 최고의 게임을 자기들의 개인적인 사리사욕을 위해서 망치고 있는 그들의 시나리오를 깨부수기 위해서 제가 가진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원할 겁니다. 이 이상 이 아르카디아를 어지럽힐 수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이 망할 시나리오를 클리어 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그렇기에 여러분 모두 앞에서 떳떳하게 제가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밝히는 바입니다. 이 이상 그 아수라의 농간에 휘말리지 마십시오. (주)아르카디아는 우리의 적이 아닙니다. 그 뒤에 숨어 있는 빌어먹을 개발자라는 작자가 진정한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자 핵심입니다.”
[앞으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깽판 쳐 보세요. 제가 지금 그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과거, 난세의 방랑가로 전직하는 그 순간, 재영의 귓가에 들려왔던 개발자의 속삭임.
그때의 그 순간을 기억하며, 재영은 묘하게 밀려오는 아이러니함에 작게 미소를 지으며 이내 이 영상을 보고 있을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오늘 이 순간부터 우리는 이 아르카디아의 세상에 진정한 자유를 가져오기 위한 싸움을 시작하는 겁니다! 개발자라는 이유로 막대한 권한을 휘두르며 게임을 어지럽히고 있는 그들을 이 세계에서 축출하고, 혁명의 깃발을 휘날리며, 모험가들이 그리고 (주)아르카디아가…… 나아가 이 아르카디아에 살아가는 수많은 NPC가 진정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겁니다. 우리 모두의 손으로!”
혁명. Revolution. 쿠데타.
모두에게 투쟁을 통해서 지금의 이 비정상적으로 뒤틀린 세계를 구하자고 선언했지만, 그의 이야기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상반됐다.
-검은색 검은색 검은색 검은색 검은색!!!!!!!!
-덱스! 덱스! 덱스! 덱스!
-혁명이다! 혁명!!!!
-못 살겠다! 갈아엎자!
무지성으로 검은색만을 외치는 덱팬무와 재영의 말에 동조되어 새로운 혁명을 일으키자는 가슴만큼은 뜨거운 이상주의자들과.
-아니, 운영자들이랑 싸워서 뭘 어떻게 이기자는 건데?
-ㅋㅋㅋㅋ. 게임 좀 잘하는 건 알겠는데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님?
-현실적으로 저게 말이 되는 소리임? 어떻게 일개 유저가 개발자를 이김?
-아니, 도대체 저런 터무니없는 소리에 동조하는 애들은 뭐냐? 생각이 없나?
상식을 가지고 그 누구보다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현실주의자들.
이들의 완전히 다른 반응들이 혼재되어 시끄러워진 채팅창을 가만히 바라보던 재영.
하지만, 얼마나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손을 들며 무언가 신호를 보내자 거대한 진동음이 모두의 귓가에 똑똑히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혁명을 위해서,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는 이 첫 번째 종말 시나리오의 마지막 남은 재앙을 보란 듯이 박살 낼 것입니다. 가엘 연방의 마법 공학자들이 게슈탈트의 잔해를 역설계해서 잠도 자지 않고 만들어 낸 이 결전 병기, 노틸러스를 통해서.”
-??? 게슈탈트……? 그게 갑자기 여기서 왜 나와?
-그러니까……. 지금 우주 전함을 다시 만들었다는 소리임?
-ㅋㅋㅋㅋㅋ. X발. 저건 말이 되고?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 순간에도 계속해서 그 외형을 변화하고 있는 노틸러스. 그 거대한 동체의 선미가 반으로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거대하고 우람한 푸른빛의 길쭉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
-잠깐, 저거 설마……?
케르베니안을 비롯해 여러 드래곤의 레어를 탈탈 털어서 만들어 낸 미스릴로 만든 이 함선의 최강 그리고 최악의 무기.
최상급 마법 함포.
그것을 보며 모두가 경악하며 채팅을 쏟아 내기도 전에, 그 함포에 장전되어 있던 최상급 마나석은 이내 불길한 붉은빛을 내며 공명하기 시작하더니 곧 강렬한 빛무리를 쏘아 내며 저 멀리 망망대해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굉음과 함께 솟구쳐 오르는 바다.
마치 바다와 하늘이 뒤바뀐 것 같은 그 폭발적이고 장엄한 광경을 배경으로, 재영은 경악한 얼굴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 개발자들을 향해 가운데 있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리며 선언했다.
“지금부터 이 게임은 내가 접수한다, 이 망할 개발자 새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