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474
474화 엿 먹이기 (12)
[다음 뉴스입니다.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가상현실 게임, 아르카디아의 첫 번째 최종장 시나리오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주)아르카디아는 유저들의 노력을 통해 이룩해 낸 성과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뜻을 밝혔으며, 앞으로 남은 두 개의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지금과 같은 깊은 관심과 열정을 보여 주기를 기원한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주식, (주)아르카디아의 지분 15%를 손에 거머쥘 주인을 가리는 최종장 시나리오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기여도’라고 불리는 수치가 가장 높은 사람을 한 명 선정해서 그에게 모든 지분을 넘겨줄 것이라고 하며, 이에 그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격파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최종장 시나리오. 하지만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그 일이 결국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과연, 우리가 모르는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는 걸까요? 그리고, (주)아르카디아와 의문의 개발자들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이런 일들을 벌이고 있는 걸까요?]어느 채널을 돌려 보아도 연신 아르카디아와 최종장 시나리오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한 방송. 한낱 게임 속에서 벌어진 사건이었지만, 세계적인 기업, (주)아르카디아의 지분 15%가 걸려 있는 일이었기에 지상파와 공중파 할 것 없이 9시 뉴스의 메인 주제로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그리고, 아르카디아가 모두의 화젯거리로 떠오른 이 상황을 그 누구보다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는 민수. 이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자 원흉이나 다름없는 그는 연신 무어라 호들갑을 떨며 진지하게 이 상황을 앞에 두고 난상 토론을 벌이고 있는 방송을 지켜보며 의기양양한 어조로 잭에게 그거 보란 듯이 말했다.
“이거 봐. 내 말이 맞지? 지분을 15%나 걸어 버리니까 다들 아르카디아에 어마어마한 관심을 보이잖아. 사람들은 보상에나 관심 있지, 시나리오의 개연성 같은 건 딱히 상관 안 해.”
밑도 끝도 없이 일방적이고 독단적으로 시작된 종말 시나리오. 그로 인해서 유저들의 극심한 반발과 더불어 재앙에 가까운 수준의 이탈이 발생할 것이라는 잭의 우려와 다르게, 현재 집계되고 있는 아르카디아의 실시간 접속률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전보다 동시 접속자 수가 더 늘었을 정도였다.
[그거야 네가 만들어 놓은 그 엿 같은 시나리오에도 희망이 보이니까 그런 거잖아. 솔직히 그 녀석이 아니었다면 아르카디아 자체가 문 닫아야만 했을걸?]하지만 그런 민수의 말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듯이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답하는 잭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리고 도대체 왜 개연성을 보상으로 부여하는 걸 막아서는 건데? 네 녀석이 만들어 둔 판에서 덱스 그 녀석이 날뛰는 걸 보고 싶은 거 아니었어?]민수가 만들어 가는 종말의 무대에서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역할을 맡은 재영. 그런 그가 움직일 수 있도록 잭은 이번 시나리오의 클리어에 따른 보상으로 개연성을 부여해야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기여도를 그렇게 혼자 다 독식해 놓고 무슨 개연성을 또 받아? 이미 그 녀석이 시나리오에 미친 영향력에 따른 보상은 전부 기여도로 지급했으니 그걸로 끝이지.”
[그건 최고 관리자님의 말이 맞습니다. 해당 시나리오에 미친 영향력에 따른 보상은 기여도로 지급하는 것이 규칙입니다. 추가적인 개연성의 부여는 중복 보상이며, 적정한 교환비에 따라 기여도를 개연성으로 변환할 수 있기에 해당 조치는 합당하다고 판단됩니다.]이번 시나리오의 보상으로 무지막지한 기여도를 획득한 재영.
분명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는 보상이 차고 넘치는 것이 분명했지만, 그가 소진한 개연성과 남아 있는 개연성의 수치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잭은 이 첫 번째 시나리오의 결과가 재영에게는 손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본전도 못 건지는 상황인데…….’
10:1의 교환비.
엘리스의 자체적이고 자율적인 분석과 판단 아래 결정된 비율이기에 잭은 이에 대해서 그 어떠한 항변이나 이의 제기도 하지 못했다. 어차피 그래 봤자 엘리스가 이해도 제대로 하지 못할 수백, 수천 장의 페이지에 적힌 무수히 많은 복잡한 그래프와 수식 속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들이밀어 본전도 찾지 못하게 될 것이 분명했기에, 잭은 복잡한 심경 속에서 에둘러 화제를 돌렸다.
[그건 그렇고…… 그래서 두 번째 시나리오는 도대체 뭔데? 또 무슨 정신 나간 걸 준비해서 모두를 엿 먹이려고 하는 거야?]첫 번째 시나리오가 종료되고 시작된 일주일간의 강제적인 휴식기.
그 짧은 휴식 시간 동안 아르카디아의 내부에서는 첫 번째 종말이 끝나고 남은 후폭풍들을 처리하느라 대륙 전체가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상태였지만 다음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할 민수는 너무나도 여유 가득한 자태로 노닥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아, 다음 시나리오는 이미 다 구상해 놨어.”
[뭐……? 언제?]아직 시간이 남았다고 빈둥거리는 중인가 싶었는데 이미 시나리오의 구상이 다 마무리되었다는 말에 깜짝 놀란 얼굴로 되묻는 잭. 그런 그에게 민수는 히죽 웃어 보이며 딴소리를 해 대기 시작했다.
“내가 잠깐 첫 번째 재앙의 결과를 파악해 봤는데…… 너무 불공평하더라고.”
[뭐가 불공평해……?]“기여도가 너무 한 사람에게 편중되어 있어. 안 그래도 지분 15%를 준다니까 눈 돌아가서 이 시나리오에 많은 것을 걸고 뛰어든 금융계 큰손들도 꽤 많은 거로 알고 있는데, 그런 대형 기업들이나 길드와 같은 세력들에게도 조금은 희망을 줘야 하지 않을까 싶었거든. 이를테면…… 패자부활전 같은 거라고 할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민수를 지그시 바라보는 잭. 하지만 이내 눈앞에 떠오른 민수의 두 번째 재앙의 내용을 살펴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두 번째 재앙…… 승자 독식(勝者獨食)?]승자 독식.
Winner Take All.
“여러 단체끼리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해서 서로가 보유하고 있는 기여도를 합산할 수 있도록 하는 거야. 원만하게 평화적인 합의를 봐서 기여도를 획득할 수도, 아니면 전쟁을 선포해서 상대의 거점을 점령해서 강제적으로 기여도를 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거지. 처음에는 서로 뭐, 편을 먹고 상대와 싸우면서 나아가겠지만…… 결국 모든 기여도를 독식하는 한 세력이 나타나게 되겠지, 뭐.”
무한 경쟁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현상.
그걸 이 아르카디아에서 구현하려는 민수가 제시하는 두 번째 시나리오의 규칙은 단순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이런 거네……?]하루에도 조 단위의 돈을 우습게 벌어들이는 사기적인 기업의 지분이 자그마치 15%나 걸린 문제. 그렇기에 미묘하게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의도하는 이 시나리오가 절대 평화적이고 행복한 결말로 끝날 일은 절대 없었다.
“에이 뭐, 이 시나리오가 행복한 결말로 끝날지, 아니면 불행한 결말로 끝날지는 유저들에게 달린 몫이지. 난 뭐가 되었든 클리어 조건만 마무리되면 그걸로 땡이야.”
하지만 그런 잭의 말에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맞받아치는 민수. 그런 그의 말에 잭은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잠깐 바라보고는 이어서 물었다.
[……클리어 조건이 뭔데?]“그 어떤 길드든, 이 아르카디아에 존재하는 길드의 80%를 규합하기.”
[뭐……? 80%……? 뭐, 무슨 전 세계 길드를 상대로 통일이라도 하라는 거야?]그 규모는 달랐지만, 이 아르카디아에 존재하는 길드만 해도 최소 수백, 수천만 개가 넘는 상황. 그렇기에 상식적으로 생각하자면 민수가 제안하는 그 조건은 달성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리고, 그게 도대체 종말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건데?]모든 걸 다 떠나서 종말이라는 테마와는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은 두 번째 시나리오. 하지만, 민수는 시나리오랑 전혀 상관없다는 잭의 말에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조금은 진지한 얼굴로 잭에게 답했다.
“관계가 없다니? 그거야말로 네가 이 시나리오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있는 거야.”
[뭐……?]“너, 아직도 아르카디아의 지분을 그저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는 주식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지? 그 15%를 얻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불사할 수 있는 이들이 온 세상에 가득하다는 걸 생각해 보면 그런 말 안 나올걸?”
이 지구상에서 어마어마한 전략적, 기술적 가치가 있는 (주)아르카디아의 지분. 그것을 차지하는 최종 승자를 가리기 위해서 벌어질 어마어마한 권모술수와 그 속에서 벌어질 더러운 진흙탕 싸움을 기대하고 있다는 듯이 민수는 히죽 웃으며 중얼거렸다.
“앞에서는 웃으면서 손을 맞잡고 있더라도 분명 뒤에서는 칼을 숨긴 채 언제 뒤통수를 쳐야 할지 고민할 거야. 서로를 위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상대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게 되겠지. 그리고 그렇게 서로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계속해서 그 끝없는 탐욕 속에서 진흙탕을 구르다가 결국에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너무나도 달콤한 보상.
그렇기에 단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피를 흘리고 모두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피해 속에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떠올리며, 민수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모두가 자멸하고 말겠지.”
[너…….]“하지만, 내가 이 시나리오에서 보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야. 그 결말은 너무나도 당연한 인간의 본성일뿐더러 재미라고는 하나도 없는 진부하기 짝이 없는 클리셰 범벅의 고구마 가득한 양판소 정도에 지나지 않거든.”
무어라 입을 열려는 잭의 말을 끊으며 자신의 의도는 그게 아니라고 말하는 민수. 그리고 그는 이내 TV를 이리저리 돌려 보며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모두가 서로 왕이 되겠다고 날뛰며 다투는 그 혼란한 난세의 순간에는 언제나 그 누구도 감히 대항할 수 없는 절대 군주가 필요한 법이지. 어중간하게 강한 것이 아니라, 저항하거나 반기를 들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압도적인 강함으로 모두를 압도하는 철인 통치를 할 수 있는 그러한 절대자가 말이야.”
[……?]여전히 그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잭. 하지만 민수는 그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내가 구상한 시나리오는 분명 끝없이 펼쳐지는 전쟁 속에서 모두가 자멸하는 결과를 가지고 오겠지. 하지만, 그러지 않고 해피엔딩으로 만들 수 있는 선택지는 분명 있어. 내가 생각한 대로 흘러간다면 아주 약간의 피해 속에서 매우 평화적으로 시나리오를 끝낼 수 있겠지.”
“다만, 그 당사자가 과연 그런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도대체 그게 무슨…….]뭔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정말 사악하고 치졸한 계획을 꾸민 것 같은 민수.
자신을 엿 먹인 이에게 크고 우람한 엿으로 되돌려줄 때마다 보여 주던 그 특유의 사악한 미소와 장난기 가득한 눈빛을 보며 잭은 묘하게 밀려드는 불안감에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나한테 엿을 먹이겠다고 했지……?”
재영이 자신에게 엿을 먹이겠다고 선언하는 그 순간을 똑똑히 기억하는 민수. 은혜는 잊어도 원한은 백배로 갚는다는 인생 신조를 갖고 살아가는 그 치졸함이 어디 가지 않았기에, 그는 특별히 재영을 위해 준비한 이번 시나리오를 들고 어디 해 보라는 듯이 히죽 웃으며 중얼거렸다.
“너야말로 어디 한번 제대로 엿 먹어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