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479
479화 승자 독식 (5)
(주)아르카디아의 총괄 사장 이미연.
그녀는 예상과는 정반대로 돌아가는 게임 속 시나리오로 인해서 갖은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지금 아르카디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걱정돼서 연락했네. 주변에서 여러 이상한 소문들이 들려오고 있네만…… 그냥 가만히 지켜봐도 되는 상황이 맞는가?] [그 미친 새끼가 또 무슨 짓을 벌이는지 모르겠는데요. 만약 진짜 애먼 자식들한테 지분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내가 직접 모가지를 뜯어 버릴 거라고 전해 주세요.] [으음……. 저도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조금 우려가 되기는 하는데요……. 미국 정부 쪽에서의 반응은 진짜 장난 아니에요. 힘드시겠지만 사장님이 민수 님을 잘 좀 설득해 주세요.]이준희 회장을 시작으로 제니카와 미하일에게서 걸려 오는 연락. 그리고 이들은 하나같이 최근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상황에 대해서 알려 오며 심각한 표정으로 경고했다.
[아르카디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 자체를 단순히 게임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주)아르카디아와 가상현실 산업에 대한 장악력을 손에 넣을 절호의 기회로 보는 자들이 있어요. 그리고 지금 파악된 바만 해도 그 세력의 규모는 상상 그 이상이에요.]블루록을 필두로 한 월스트리트.
로스차일드와 시티 오브 런던.
중국 공산당과 중동 그리고 러시아까지…….
저마다 막대한 자금과 권력을 틀어쥐고 있는 거대한 세력들이 모두가 가상현실 기술 하나에 완전히 결집하여 이번 시나리오를 클리어 하기 위해서 잡고 흔들고 있는 상황. 그리고 이러한 사태를 한국 정부라고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비서실장까지 직접 찾아와 이미연 사장과의 비밀 면담까지 요청할 정도였다.
“가장 바쁘신 분께서 이렇게 직접 찾아와서 만남을 요청하시다니……. 이거 정말 의외로군요.”
급작스러운 연락과 함께 찾아온 전기찬 행정부의 비서실장.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앉아 있는 그를 보며 이미연 사장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래서…… 대통령님께서 비서실장님을 직접 보내신 이유가 뭐죠? 최근 정부 측에서 저희에게 요청했던 사안은 특별히 없는 거로 알고 있는데요.”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 물어 오는 이미연 사장. 그 어조는 분명 부드러웠지만, 그녀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날이 서 있는 상태였다.
“굳이 이런 민감한 상황에서 저를 직접 찾아와서 전달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 있나요?”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초거대 회사 (주)아르카디아.
그렇기에 특정 국가나 정부의 고위 관료와의 만남은 최고 경영자라는 자리에 있는 이미연 사장으로서는 아무렇게나 넘길 수 없는 아주 민감한 사항이었다. 특히, 아르카디아의 지분이 걸린 최종장 시나리오가 진행 중인 지금으로서는 더더욱.
그리고, 이 만남이 사실 엄청난 부담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비서실장은 이미연 사장의 그 가시 돋친 물음에 살짝 움찔하더니 이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대통령님께서는 제가 이곳에 찾아온 사실을 모르고 계십니다. 이건 오직 제 개인의 충성심으로 진행되는 일이라는 점, 알아 두시기 바랍니다.”
“…….”
대통령의 사자(使者)가 아니라 개인으로 찾아온 것이라는 비서실장. 그의 말에 이미연 사장은 계속 말하라는 듯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가만히 침묵했다. 그러자 비서실장은 가슴팍에서 조심스럽게 몇 가지 종이를 꺼내 들더니 이미연 사장의 앞에 내려놓았다.
“이게…… 뭐죠?”
“최근 청와대 측에 입수된 비밀 첩보들입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탁자 위에 올려진 종이를 펼쳐 본 이미연 사장. 그리고 그 안에 적혀진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하자 비서실장은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현재 게임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두 번째 시나리오를 통해서 (주)아르카디아의 지분 15%를 획득하고, 이를 기반으로 가상현실 기술의 탈취와 더불어 경영권 장악에 필요한 여러 조치를 단계적으로 진행하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잠재적 적성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과 같은 우방 세력들도 모두 포함되죠.”
돈 앞에서는 적도 동맹도 모두 하나 되어 위 아더 월드를 외치고 있는 기묘한 상황.
이미 아르고스의 통합 감시망을 통해서 대략적인 이들의 계획을 받아 대략적인 그림을 파악한 이미연 사장에게는 그다지 감흥이 없는 이야기지만, 비서실장은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손을 부들부들 떨며 열변을 토했다.
“지금 사장님의 회사는 전 세계의 공격을 받는 상태입니다. 만에 하나, 중국에…… 아니, 타국에 경영권이 넘어가게 된다면, 이는 국익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당장이라도 그 터무니없는 시나리오를 중단하고 지분 양도에 관한 약속을 철회하셔야 합니다.”
“…….”
“물론 시나리오의 일방적인 중단으로 많은 비난과 질타가 쏟아지겠지만, 그것은 잠깐의 소나기일 뿐입니다. 소나기가 싫다고 풍파가 회사 전체를 뒤집어엎게 하지 마십시오.”
이미 적나라하게 (주)아르카디아를 집어삼키겠다고 선언한 세계. 그걸 알기에 비서실장은 지금이라도 당장 이 최종 시나리오를 멈추기를 바랐다.
물론, 그것은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무지(無知) 속에서 벌어진 생떼나 다름없었지만 말이다.
“쿡…….”
가만히 듣고 있다 자기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린 이미연 사장. 그런 그녀의 웃음을 보며 비서실장은 황당한 표정을 짓다 이내 불쾌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금 제가 하는 말이 장난 같습니까?”
국가 기밀을 몰래 반출하는 위험천만한 일까지 감행하며 현 상황의 심각성을 경고했지만, 전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은 이미연 사장. 하지만 그녀는 매서운 비서실장의 눈빛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아니요. 비서실장님이나 한국 정부가 이번 일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는 정보가 아니었지만 말이죠.”
“뭐, 뭐요……?”
“일단…… 제가 한번 맞혀 보죠. 비서실장님은 단순히 이런 식으로 권고가 아니라 강제로 이번 시나리오를 종료시키고 싶었을 거예요. 아무리 민간 기업에 관여할 명분이 없다 하더라도 없는 법과 규정까지 만들어서라도 가상현실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지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상황은 막아서고 싶었겠죠.”
“…….”
“하지만…… 그런 극단적인 조치를 대통령님께서 거부하셨죠?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비밀리에 개인적으로 기밀 정보까지 챙겨 들고 와서 저에게 호소하지 않았겠죠. 공식적인 채널을 통했을 거예요.”
현 대한민국 정부를 이끄는 전기찬 대통령.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 (주)아르카디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 정신 나간 상황들은 이미연 사장을 압박한다 해서 막아 낼 수 있는 일도 아니며 또 그녀가 원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김민수.
가상현실 기술을 개발한 핵심 개발자이자 이 모든 사태를 만들어 낸 주인공. 그의 의지로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은 말려 봤자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수차례 경험적으로 체득했기에 모두가 그저 두 손 모아 기도하며 방관하고 있는 상황. 고작 비서실장 따위가 주제넘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준의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비서실장님이 말하는 대로 제가 웃으면서 전 세계에다 대고 ‘헤헤. 이 모든 게 사실 전부 장난이었어요. 사실 지분을 넘기는 것도 전부 거짓말이었어요. 시나리오는 여기서 끝내고 모두 무효로 할게요.’라고 말하면 그냥 이 모든 게 없던 일이 될 것 같나요?”
그저 한 사람의 재미를 위해서 벌이고 있는 일이라고 하기는 이미 정신 나간 수준으로 규모가 커진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이제는 모든 것을 없던 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랬다가는 농담이 아니라 역사에 기록될 희대의 사기극으로 전례 없을 어마어마한 소송 폭탄이 벌어짐과 더불어 몇몇 특정 국가에는 극단적인 조처를 감행할 빌미를 주기 십상이었으니까.
“착각하지 마세요, 비서실장님. 아무리 (주)아르카디아의 지분의 33.3%를 대한민국이 모국인 아진 전자가 보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회사는 미합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입니다. 미국 행정부에서조차 요구한 적 없는 그런 극단적인 조치를 이 한국에서 들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네요. (주)아르카디아는 어느 특정 국가의 지시나 명령을 받지 않는 완전한 민간 기업입니다. 비서실장님이 국익을 우선시해서 한 조언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저에게는 전혀 고려할 대상이 아닙니다.”
“…….”
생각보다 강경한 이미연 사장의 입장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비서실장. 그런 그의 반응을 힐끗 살펴보던 이미연 사장은 이내 나지막하게 말했다.
“오늘의 만남은 없었던 것으로 하죠. 비서실장님께서 저에게 보여 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앞으로 이 회사에서 벌어질 일은 저와 이 회사의 임직원들이 감당해야 할 문제이니 그냥 믿고 지금처럼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그, 그래 주시겠습니까……?”
기밀 정보의 유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겠다는 이미연 사장의 말에 조금은 화색이 된 비서실장. 그런 그에게 이미연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그럼요. 아, 그 대신 한 가지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
“부, 부탁 말입니까……?”
“그게…… 안 그래도 회사에서 이번 두 번째 시나리오와 관련해서 유력한 승리 후보들…… 다시 말해서 말씀하신 그 ‘배후 세력’들을 모아다가 만찬 행사를 진행하려고 하는데요. 현 상황과 참석하는 사람들의 신분들을 고려한다면 가능한 비밀리에 조용한 곳에서 하고 싶거든요. 그런데 딱히 적당한 장소가 없어서 안 그래도 고심하고 있었는데…….”
무언가 바라는 게 있다는 듯이 말꼬리를 길게 끌며 중얼거리는 이미연 사장. 그러자 비서실장은 딱지치기로 그 자리를 딴 게 아니라는 듯이 순식간에 그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고는 큰 목소리로 소리치듯 즉시 답했다.
“그, 그렇다면 외교 공관은 어떻습니까?”
외부인이 자유롭게 들락거리는 최고급 호화 호텔과는 다르게 철저하게 보안이 유지되는 외교 공관. 그곳의 연회장을 활용한다면 최대한 조용하게 외부 노출 없이 만찬을 진행할 수 있는 데다가 비서실장으로서는 최대한 옆에서 그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앞으로의 대비책을 고심할 수도 있었기에 그 둘에게는 서로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최소한 (주)아르카디아를 비롯해 가상현실 기술을 장악하려는 이들이 누구인지를 파악할 수는 있겠지…….’
이 암울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무엇인가를 해 보려고 발버둥을 치는 비서실장과 이미연 사장. 그 둘의 뜻이 처음으로 맞은 듯, 이미연 사장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감사하죠. 해당 일정과 참석 인원의 규모에 관해서는 차후에 따로 공식 채널을 통해 전달할 테니 비서실장님이 중간에 신경 좀 써 주시길 부탁드려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드리죠.”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 짧은 약수 끝에 돌아선 비서실장.
하지만 그는 문득 밀려드는 궁금증에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만찬 행사를 진행하는 겁니까……?”
지금껏 단 한 번도 이런 행사를 한 적이 없었기에, 그리고 자신의 요청은 거절하면서 또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 같은 이미연 사장을 보며 비서실장은 무언가 헷갈리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음……. 비서실장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뭐 엄청 복잡한 계획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나중에 회사 지분을 가질 대주주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니 안면을 트자는 의미가 있기도 하고…… 또…….”
“또……?”
“아니, 아니에요. 그게 전부죠, 뭐.”
무언가를 더 말하려다가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씩 웃어 보이는 이미연 사장. 그녀는 의아한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는 비서실장을 보면서 차마 이 행사를 열려는 진짜 이유는 이야기하지 못했다.
자신의 팬티를 탐닉하는 이상성욕자들을 피해 게임을 접으려는 한 사람을 달래고 어떻게든 마음을 바꿔 보려는…….
그녀의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애절한 노력 중 하나라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