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484
484화 승자 독식 (10)
언제나 무리를 만들며 자신들만의 세력을 공고히 하는 특성을 가진 사회적 동물인 인간.
혈연 중심의 씨족사회를 시작으로 종교, 민족, 국가, 사상이라는 여러 요소를 중심으로 통합해 가며 언제나 저마다의 세력을 만들어 왔기에 인류 역사상 언제나 통용되는 한 가지의 진리와도 같은 명제가 있었다.
한 명의 개인은 집단을 이길 수 없다.
언제나 집단으로 무리를 이룰 때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개개인의 역량을 넘어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인간의 특성. 그렇기에 제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지닌 불세출의 천재와 영웅들도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였다.
왜냐하면…… 한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변수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판을 뒤집어엎기에는 그 영향력이 너무나도 미약했기에. 하지만, 한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 이 아르카디아에서는 절대적인 진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그 당연한 상식을 깨부수고 있었다.
[야, 이 빌어먹을 변태 스토커 새끼들아.]시작부터 화끈하게 욕부터 박고 시작하는 덱스의 성명문.
그 거침없고 경멸과 혐오 가득한 어조로 시작되는 영상 속에서 그는 이곳저곳 어딘가에 숨어 있는 자유분방하고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예측 불허의 욕망 덩어리들에게 거침없이 날이 잔뜩 선 질책을 쏟아 내고 있었다.
[길드가 무너지게 생겼는데 길드원이라는 것들이 죄다 오합지졸이라도 된 것처럼 이곳저곳에 흩어져서 손가락 빨면서 구경이나 하고 있어? 그러고도 너희들이 덱팬무의 일원이라고 할 수나 있냐?] [이제부터 내가 너희들이 지켜야 할 대상이다. 그렇게 만날 내 팬티만 외쳐 대면서 난리 치던 것들이 조금 위험한 것 같다고 치사하게 뒤에 숨어 있을 생각이냐? 그럴 거면 길드 해산해라, 이 새끼들아.]3억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면서도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길드장이 겨우 도망만 다니는 참담한 현실을 꾸짖는 재영. 하지만, 그것을 실시간으로 바라보고 있는 덱팬무들은 전혀 자존심이 상하거나 하는 반응이 아니었다.
-저거 지금 칭호가…….
-??? 이거 실화 맞지?
-검은 팬티의…… 황제……?
-????
덱스의 머리 위에서 반짝거리고 있는 칭호.
도무지 그의 이야기에 집중하려고 해도, 너무 독특해서 눈을 떼고 싶어도 뗄 수 없는 그 지랄맞은 칭호를 보며 이들은 그 특유의 발작 스위치가 눌려 버리고 말았다.
-황제 폐하!!!!!!
-킹 갓 엠퍼러 블랙 팬티!!!!
-오오오! 드디어 진정한 우리의 왕께서 납시었다!!!
-정신 나갈 것 같애! 정신 나갈 것 같애! 정신 나갈 것 같애! 점심 나가서 먹을 것 같애!!!!!
-우리 임페라토르…… 드디어 오셨군요. 언제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아……. 죽어도 좋아……. 정말 그 날이 오고야 말았구나…….
-끼아아아아앙!!! 천세 천세 천천세! 검은 팬티의 황제에게 무한한 영광을!
그냥 등장만 해도 폭발적인 반응을 보일 텐데 거기에 이 덱팬무의 정체성(Identity)이나 다름없는 검은 팬티라는 단어가 들어간 수식언을 달고 나타난 덱스. 그리고 그 결과는 안 그래도 광기 어린 이들의 가슴속에 불을 지르는 수준이 아니라 네이팜탄을 투하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미친 짓이었다.
[이거 영상 본 놈들은 그 즉시 내가 있는 곳으로 모여라. 이 최종장 시나리오는 내가…… 아니, 우리가 차지하는 거다. 불참한 새끼들은 내가 가진 길드장의 권한으로 직접 영구 재가입 불가 탈퇴 처리로 한 놈도 빠짐없이 응징할 테니까 알아 둬라. 알겠냐?]마지막에 주옥(珠玉) 같은 협박까지 빠지지 않고 하며 도무지 어느 하나 지적할 만한 부분이 없는 폭군으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 준 재영. 그리고 그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옛썰! 마이 로드! 분부대로!
-나의 목숨을 황제 폐하에게!
-검은 팬티를 위하여!
-크큭……. 주군과 검은색 팬티의 명예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이거 이거…… 감히 우리 위대하시고 지엄하신 검은 팬티의 주인님을 건드려? 가만히 좌시할 수 없겠군!
가만히 보고 있자니 온몸을 넘어서 시공간이 뒤틀려 버리는 온갖 개소리들을 채팅으로 쏟아 내며 재영의 선언에 화답하는 덱팬무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르카디아의 대륙 곳곳에서 기묘한 현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
“오빠…… 저 사람 뭐야?”
“쉿. 말 걸지 마. 그냥 미친놈이잖아.”
너무나도 위풍당당하게 어딘가로 바쁘게 걸음을 옮기며 이동하고 있는 이들. 하지만 평범해 보이는 이들의 몸 어딘가에 묶여 있는 검은색 팬티를 본 사람들은 저마다 길을 걸어가다가도 한번씩 걸음을 멈추어 뒤를 돌아보며 기이한 눈빛으로 이들을 쳐다보고 수군거렸다.
과거, 하르멜 제국과 바말 제국의 전쟁을 종식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던 주역이자 검은색 팬티를 탐닉하는 광기 어린 이상성욕자들인 덱팬무.
그들이 또다시 자발적인 의지와 결의 속에서 총집결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진정한 군주이자 위대한 검은 팬티의 황제.
덱스를 위하여 말이다.
* * *
-긴급 속보! 칩거를 깨고 시나리오의 참전을 선언한 덱스!
-주인이 바뀐 덱팬무. 시나리오의 향방은?
-덱스의 성명문과 이에 열광하는 덱팬무들.
-검은 00의 황제. 과연 이 칭호의 실체는?
아르팬디아에 덱스의 영상이 공개된 지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주요 언론사의 긴급 속보로 관련 기사가 잔뜩 도배되어 상황. 그 내용과 발언의 수위, 덱팬무들의 반응, 그 어느 하나 공식적인 언론에서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적절하고 선정적이기 짝이 없었지만, (주)아르카디아의 지분, 15%를 가져갈 주인을 결정하는 중대한 상황이기에 너도나도 앞다투어 현재 상황을 너무나도 진지하게 보도하기 시작했다.
[덱팬무라는 길드가 가진 저력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합니다. 하지만, 그 결속력이 뒤떨어지기 때문에 지금까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는데 이번에 그 덱팬무의 정신적 지주이자 상징이나 다름없던 덱스가 길드장이 된 이상, 이번 시나리오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게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입니다.]검은색 팬티를 탐닉하는 변태 새끼들의 저력을 무시하지 말라는 전문가와.
[허허……. 아무리 그래도 현재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세계 길드 연합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다는 건 기우 아닙니까? 아무리 덱팬무가 가진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그 경쟁 상대인 세계 길드 연합은 승리 달성 요건인 80%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덱팬무가 아니더라도 기타 군소 길드들을 차근차근 장악해 나가기만 해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몇 주라도 전이었다면 모를까 그들이 뭘 해 보기에는 시간적 여유도 없을뿐더러 그럴 만한 기회도 없습니다.]이미 게임은 어찌해 볼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는 전문가의 치열한 난상 토론.
차마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을 이 기괴한 대화가 TV 방송에서…… 그것도 황금 시간대라고 할 수 있는 저녁 시간 지상파 방송으로 방영되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며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사악한 미소를 짓고 실실거리는 한 사람이 있었다.
“헤헤……. 결국 그 강을 건너 버리고 말았구나?”
팝콘을 우물거리며 핫초코를 연신 벌컥거리는 중학생의 모습을 한 희대의 악동.
김민수.
그는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검은 팬티의 황제라는 칭호를 머리에 달고 방송을 시작하는 재영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반복해서 감상하며 승리감에 찌든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러게 어디서 관리자한테 까불어? 나한테 엿을 먹이기에는 한참이나 멀었다, 애송이.”
오로지 재영을 엿 먹이기 위해서 이 모든 것을 설계하고 또 준비했던 민수.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어떻게든 뜯어말리려고 노력했던 잭은 정말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진짜…… 예전부터 느끼는 사실이지만 너는 정말 무서운 녀석이야.]자기 스스로 경멸하고 혐오하기 마지않는 그 변태 새끼들의 수장이라는 자리에 오르게 만든 민수. 그 사악하고 또 악랄하기 짝이 없는 그 잔머리에 잭은 또다시 그와 같은 편이라는 사실에 안도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뭐. 저 자식이 먼저 나한테 엿 먹이겠다고 시비 걸었잖아.”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는 듯이 대꾸하는 민수. 그리고 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평소에 주구장창 이야기하던 인생 지론을 펼쳤다.
“원래 은혜는 잊어도 원한은 백배로 갚는다고, 먼저 전쟁을 선포했으면 그에 화답해 주는 게 인지상정이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함무라비 법전의 그 지론을 누구보다 착실하고 성실히 실천하고 있는 민수. 그런 그의 뻔뻔한 태도에 잭은 피곤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에휴……. 그래. 그래야 너답지.]“뭐…… 그래도 너나 이미연 누나한테는 좋은 상황 아니야? 너희 둘은 개인적으로 저 녀석이 최종적인 승자가 되어서 아르카디아의 지분을 가져가기를 원했잖아.”
[그건 그렇긴 하지만…….]민수의 말에 떨떠름하게 답하는 잭.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그는 덱스가 참전한다고 해서 이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지 조금은 의문이었다.
[엘리스, 지금 상황에서 덱팬무가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은 어떻게 돼?]과거의 계산과는 다른 중대한 변수의 등장.
어딘가에 숨어 있던 덱팬무들의 머릿속 발작 스위치를 빠짐없이 눌러 버린 덱스의 행보 때문에 기존의 그 복잡했던 계산이 완전히 어그러져 버린 엘리스는 새롭게 시나리오의 흐름을 분석해 가며 잭의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덱팬무의 추가적인 결집과 덱스라는 개인의 적극적인 참전을 가정한다면 현재 상황에서 승리할 확률은 50%입니다.]50%.
기존의 처참한 승률에서 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높아진 상황. 하지만, 여러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미 눈앞에 승리를 두고 있는 세계 길드 연합의 진척도를 보고 있자면 덱팬무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만은 않았다.
[음……. 애매한데…….]확정적인 승리도, 그렇다고 확정적인 패배도 아닌 예측 불허의 상황. 아주 미묘하고 사소한 변수 속에서도 승패가 갈릴 수 있기에 잭은 인상을 찌푸리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뭘 그러고 있어? 어차피 이번 시나리오로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닌데 뭐.”
[뭐……?]“잊었어? 이 시나리오를 누가 끝내든 아직 한 번의 시나리오가 더 남은 거?”
민수에게 약속된 세 번의 재앙.
이 승자 독식에서 설사 덱스가 패배한다 하더라도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남아 있었기에 그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가 이기든 사실 상관이 없는 게…… 사실 내가 준비해 둔 마지막 시나리오는 저 자식이 아니고서야 클리어 자체가 그냥 불가능한 수준일걸?”
[뭐……?]벌써 세 번째 시나리오를 준비했다는 말에, 그리고 이미 덱스를 최후의 승자로 점찍었다는 말에 잭은 깜짝 놀란 눈으로 민수를 쳐다보았다.
“뭘 그렇게 놀라? 내가 미쳤다고 본 적도 없는 저 세계 길드 연합이니 뭐니 하는 놈들한테 지분 넘어가게 하겠어? 그랬다가는 유진이 온갖 잔소리하는 걸 넘어서서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에서 지랄할 게 뻔한데?”
이 상황을 즐기면서도 기본적인 생각과 양심이라는 것은 있는 민수. 미국이 두 눈 뜨고 미국의 패권을 상징하는 것과 같은 이 가상현실의 기술이 적성국인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곳에 흘러 들어가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이미 그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해 둔 상태였다.
“온갖 잡다한 어중이떠중이가 모여 있는 녀석들보다는 차라리 저 물욕이나 세상사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게임광이 가져가는 게 낫지. 애초에 저 녀석은 지분 가져가도 딱히 회사 일에 간섭하거나 딴지를 걸 만한 녀석은 아니잖아?”
[그건 그렇긴 하지…….]그런 민수의 이야기에 딱히 불만이 없는 잭. 그래도 앞뒤 생각 없는 완전 미친놈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오히려 의외라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순간 이어지는 민수의 말에 잭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얼어붙었다.
“게다가…… 이제 누나도 좀 괜찮은 남자 만나서 시집갈 때가 됐잖아? 언제까지 저렇게 일에 치여서 혼자 있게 놔둘 거야? 나라도 사랑의 큐피트 역할을 좀 해 줘야지.”
[뭐……? 그, 그게 무슨 소리야……?]빙글빙글 웃으며 너무나도 충격적인 소리를 해 대는 민수.
하지만 완전히 얼어붙어 버린 잭을 향해서 민수는 괜찮지 않냐는 듯이 씩 웃으며 물었다.
“괜찮지 않아? (주)아르카디아의 지분을 15%나 가지고 있는 대주주와 (주)아르카디아를 총괄하는 사장님의 로맨스. 둘이 아주 딱 어울리는 환상의 커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그 순간, 잭은 민수에 대해 한 조금이나마 생각이 있는 녀석이었다는 평가를 곧장 수정했다. 이 새끼는 그냥 미친놈이 아니라, 진짜 광기에 찌들어 있는 진짜진짜 미친놈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