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502
502화 외전, 민수 유니버스 (2)
아수라의 소멸 이후.
매일같이 떠들썩하던 현실의 세상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갔다.
-(주)아르카디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한번 소비자 모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 발표. 최근 종말 시나리오와 관련한 후속 대책 논의.
-다른 기업과의 협력 프로그램과 가상현실 서비스 모두 안정적으로 제공 중. 그 어떤 중단이나 투자 철회는 없을 것.
-골드의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주)아르카디아의 자체적인 자산 매입 계획 발표. 자금 규모만 5,000억 달러로 추정.
이미연 사장을 비롯해 수많은 임직원이 밥 먹듯이 야근해 가며 온갖 현실의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고 안정을 되찾아가기 위해서 전력으로 고군분투한 결과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한 논란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또다시 이 환상적이고 너무나도 생동감 넘치는 가상의 세계에 빠져들고 또 열광하기 시작했지만, 그 평화는 그리 길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연 사장을 비롯해 (주)아르카디아 임직원들이 생각하던 것보다, 현실은 훨씬 더 미친 곳이었기 때문이다.
[긴급 속보입니다. 코퍼레이션 아르고스가 개발했던 스마트폰의 핵심 운영체제, 일명 ‘아르고스’에 모든 통신정보를 탈취하고 또 들여다볼 수 있는 해킹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다는 폭로가 사실로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정부의 ‘프리즘 프로젝트’라는 비밀 프로그램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제적인 초거대 스캔들로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르고스’의 핵심 개발자가 세간에 천재 소년으로 알려진 김민수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세계적인 기업인 코퍼레이션 아르고스, 아진 전자 그리고 실리코프 바이오 인더스트리를 비롯해 (주)아르카디아의 대주주이자 실소유주나 다름없는 존재라는 것이 알려져 엄청난 파란을 불러오고 있습니다.]아주 우연한 사건 속에서 밝혀진 김민수의 정체.
그리고 이어서 그는 러시아 정부의 극단적인 조치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오늘 북극해 인근 공해 상공에서 핵폭발이 감지되었습니다. 미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해당 핵 공격은 러시아의 소행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미국으로 이동 중이었던 김민수를 목표로 한 저열하고 극악무도한 암살 행위라고 미국 고위 관계자가 밝혔습니다.]오직 한 사람을 위해서 자행된 핵 공격.
그로 인해서 온갖 정신 나간 기행을 일삼고 현실을 혼란스럽게 어지럽히며 한때 가상 세계를 멸망에 이르게 할 뻔했던 아수라는 미쳐 버린 러시아의 빠꾸 없는 초강수로 인해서 죽음을 맞이했다. 아니, 맞이한 줄 알았다.
[X발, 아무리 내가 싫어도 그렇지 핵 쏴서 죽여 버리는 게 사람이 할 짓이에요?]무슨 예수도 아니고 죽은 지 정확히 일주일 뒤에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난 민수.
그리고 그는 러시아를 향해, 그리고 전 세계를 향해서 선언했다.
[지금부터 딱 48시간 줄게요. 러시아군은 48시간 내로 육해공을 가리지 말고 전부 무장해제 하고 완전히 해산하세요. 그리고 빅토르 대통령은 자진해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시고요. 만약 그렇지 않으면…….] [그것을 러시아의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러시아와의 즉각적인 전쟁에 돌입할 것입니다.]러시아 연방 VS 김민수.
한때 세계의 패권을 쥐고 뒤흔들었던 초강대국과 일개 한 개인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
한 인간이 국가를 이길 수는 없다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현실적인 명제를 앞에 두고 모두는 그 상황을 보고도 믿을 수 없었지만, 그 전쟁은 분명하게 민수의 승리였다.
[지니, 당장 대기 모드 해제하고 여기로 튀어 와.]직경만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의 대규모 비행체.
인간의 기술력을 아득히도 뛰어넘은, 우주 전함 골고디아.
도대체 언제, 어디서 만들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 초미래적인 전략 병기를 앞에 두고서는 그 어떤 국가도 감히 민수 한 사람에게 대항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지금부터 이 지구의 모든 대양과 하늘은 내가 지배합니다.] [만약 그게 꼬우면 한판 뜨든가.]그렇게 세상은 지금껏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상황에 놓이기 시작했다.
일개 한 사람이 가지기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거대한 힘에…… 세상에서 제일 미친 놈이 부리는 온갖 갑질에 휘둘리며 질질 끌려가는 기묘하고도 또 오묘한 상황에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누구도 그를 향해서 감히 비난할 수는 없었다.
[중국에서 시작된 좀비 바이러스…… 일명 어보미네이션을 막은 것이 누구입니까? 뭐가 되었든 김민수가 아니었다면 아마 인류는 그 지독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감염체들에 의해서 멸망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멸망했을 것이 확실합니다. 중국 사태와 관련해서 비난받고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은 전적으로 생화학 무기를 개발한 중국의 지도부입니다.] [김민수가 비록 예측 불허의 성격에 쪼잔하고 치졸해서 가끔은 그 행동이 너무 극단적이라고는 하지만, 결과만 두고 본다면 긍정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사단장의 과장된 표현 하나를 트집 잡아서 북한으로 단독으로 쳐들어가 휴전 상태의 한국전쟁을 다시 강제로 개전시키고 자기 멋대로 무력 통일 시키지 않았습니까? 물론 통일을 미끼로 두고 협박해서 병역 문제를 얼렁뚱땅 넘어갔다는 비난 여론도 있지만 말입니다.] [아니, 그렇게 민수가 싫으면 뭐, 아르고스 시스템 안 쓸 겁니까? 가상현실 서비스를 포기하고 살아갈 자신은 있습니까? 아니면 돌핀 해운의 워프 게이트라도 포기할 수 있겠어요? 좋으나 싫으나 우리는 그가 만들어 낸 발명품과 기술의 찬란한 수혜를 받으며 그 풍요를 영위하고 있습니다. 물론 김민수가 미친놈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다른 나라는 몰라도 한국인이면 그를 비난하면 안 되지요.]적대하고 배척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너무 깊이 뿌리박힌 그의 유산과 업적들.
민수라는 한 사람이 만들어 낸 수많은 초-미래적인 과학기술과 발명품들이 끝없는 혁신을 만들어 내며 인류 전체를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발전시키며 엄청난 진보를 이루어 내고 있었기에 그 어떤 국가도…… 심지어 미국마저도 섣불리 그의 심기조차 거슬리게 하지 못했다.
“어후……. 저 미친놈은 진짜 여전하네…….”
길거리에 있는 전광판에서 커다랗게 반짝이고 있는 민수의 얼굴.
그리고 그 밑에는 마치 광고라도 하듯이 휘황찬란한 텍스트로 무언가 적혀 있었다.
[당신이 사는 나라가 X 같은가요? 지도자라는 새끼가 병X인 것 같나요? 그렇다면 뛰어나고 공명정대한 인공지능이 통치하는 테란 연방으로 오세요! 이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 보세요! 지금 신청하면 공짜로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단, 한번 이주하면 최소 5년 이상은 화성에 의무 거주 해야 합니다.
지구 전체를 손아귀에 쥐고 온갖 깽판과 갑질을 부리던 그.
그리고 결국에는 유럽, 미국, 한국…… 나라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에서 갈 곳 없는 난민과 불법체류자를 모조리 긁어모아 기어코 화성에다 자신만의 나라를 세워 버린 민수. 테란 연방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이름의 국가를 만들고 또 홍보하고 있는 것을 보며 재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었지만, 그의 옆에서 팔짱을 끼고 있던 한 사람은 생각이 달랐다.
“왜, 그래도 저기 꽤 살기 좋다는 이야기도 많던데.”
(주)아르카디아의 총괄 사장, 이미연. 한때는 비밀 친구(?)였던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그 관계가 더더욱 발전해 이제는 재영과 평생을 약속한 사람으로서 애정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 그럼 우리도 저기 시민권 신청해 볼까? 저 미친놈이 좋아할 것 같긴 한데.”
“음……. 아무리 거기가 살기 좋아도 난 지구가 좋은 것 같은데…….”
재영의 말에 무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던 이미연 사장. 그리고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자신의 배를 매만지며 말했다.
“그리고 우리 아이도 일단 지구에서 태어나야지. 부모는 모두 지구인인데 자식만 화성인이면 그것도 이상하지 않아?”
“그럴 줄 알았다.”
미연의 말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재영은 문득 시간을 확인하고는 그녀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얼른 가자, 영화 시간 다 됐다.”
“어머. 벌써 다 됐어?”
“어. 서두르지 않으면 이러다 늦을 수도 있겠는데?”
다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던 두 사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레드 카펫 그리고 어마어마한 군중이 가득 모인 광경이 이들 앞에 펼쳐졌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
“드디어……! 드디어……! 이 대작의 최종장이!”
“난…… 이제 죽어도 좋아!”
“NINJA!!!!! NINJA!!!!!!! Oh! Fantastic!!!!!”
메카 공룡과 로봇 고양이 그리고 닌자의 코스프레를 한 수많은 양덕들이 가득 모여 요란하게 소리치며 난리를 부리고 있는 이곳에서는 사방에서 카메라가 연신 플래시를 터트리고 있었다.
-역사에 다시 없을 대기록을 세운 희대의 역작이 대미를 장식한다.
-귀 없는 고양이 로봇의 우주 대침공의 최종장, 영화 시사회 오늘 개최.
-10편에 걸친 대장정. 가슴이 웅장해지고 눈물이 절로 나오는 화려한 피날레를 맞이하다!
개봉 전부터 이미 어마어마한 대중과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기대감을 사 오던 재균의 작품.
귀 없는 고양이 로봇의 우주 대침공.
그 마지막 10번째 최종장을 위한 시사회 티켓을 받아 든 재영은 아직도 혼란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난 아직도 도대체 왜 이 영화가 재밌다고 저렇게 난리를 치는지 이유를 통 모르겠어.”
“음……. 나도 솔직히 첫 화는 괜찮은 것 같았는데 3화 정도부터는 별로더라고.”
“너도?”
“어. 9편까지 다 보기는 했는데, 너무 이야기가 복잡해서 별로더라고. 멀티 버스랑 시간 여행 나오면서 너무 헷갈리더라. 메카 브리키오 사우르스가 사실 메카 티라노의 부모라고 할 때부터 뭔가 이상하더라고. 어떻게 초식 공룡이 육식 공룡의 부모가 될 수 있는데?”
“그건 어쩔 수 없어. 저 자식도 뒷일 생각 안 하고 막 싸지른 것들이라 아마 억지로 스토리 짜내느라 만날 진땀 흘렸을걸? 만드는 건 한 일주일도 안 걸리는데 이야기 만드는 데만 거진 1년 걸렸을 거야.”
1절에 2절, 3절을 넘어서 거기에 뇌절에 치도리까지 써 버린 재균. 이미 스토리는 막장을 넘어 이해는커녕 설명조차 할 수 없는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되어 버렸지만, 이상하게도 대중은 그런 그의 작품을 보며 열광하고 또 열광했다.
“아무튼…… 그 영화가 이렇게까지 인기가 많은 걸 보면 참 신기하긴 해.”
“그건 신기한 걸 넘어서 이상한 거야.”
재균이 만든 것이 아니었다면 때려죽여도 오지 않았을 시사회. 엄청난 인파를 뚫고 들어가 재균이 특별히 마련해 준 VIP석에 들어선 재영과 미연은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어머? 대통령님?”
“채연이……?”
“오랜만이군. 잘 지냈나?”
“꺄아! 재영아! 잘 지냈어?”
전기찬 대통령과 그녀의 하나뿐인 친손녀 전채연.
이미연 사장은 전기찬 대통령과 재영은 채연과 인연이 각각 있었기에 이들은 서로 저마다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너희 둘 결혼은 도대체 언제 하냐?”
“그러게! 아마 조만간일 것 같은데?”
“늦었지만 임신 축하하네.”
“호호호. 감사합니다.”
“그래서, 요즘 너는 뭐 하면서 지내? 아르카디아에서도 요즘은 조용하던데?”
“뭐 나야…… 그냥 대충 농사 좀 지으면서 쉬엄쉬엄 하고 있지.”
서로 간의 근황을 이야기하며 담소를 나누던 네 사람. 서로가 웃음꽃을 피우며 연신 도란도란 떠들고 있던 사이, 미연은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다는 듯이 손뼉을 치며 물었다.
“어머. 그러고 보니 대통령님도 내일 행사에 초대받으셨겠네요?”
“테란 연방과의 공식적인 게이트 연결 행사 말인가? 물론, 받았지.”
“참석하실 건가요?”
“그럼. 그 녀석이 꼭 오라고 초대장까지 주면서 영상통화로 언질까지 했는데 어떻게 하나. 뒷방 늙은이가 할 것도 없는데 얼굴이라도 비쳐 줘야지.”
“하긴, 대통령님은 정계 은퇴한 지도 한세월인데 아직도 전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유명 인사이니 테란 연방 시민권자 모집하는 데에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네요.”
“클클……. 하여간 그 민수 녀석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 놈인지 모르겠어.”
“뭐…… 원래 그랬잖아요. 엉뚱하고 또 제멋대로에…… 당돌하고 싹퉁바가지 없는 꼬맹이에 불과하지만…….”
아무리 그가 세상에서 제일 가는 미친놈이라고 해도, 아무리 민수가 저지른 수많은 일들 때문에 골머리를 싸매고 수많은 고통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미연은 그를 원망하거나 미워할 수 없었다.
“그래도, 저는 민수가 너무 고마워요.”
무언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피식 웃는 이미연.
그녀는 자신의 옆에서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는 재영을 바라보고 너무나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가 아니었다면, 저는 이런 멋있고 완벽한 남편을 만나지 못했을 거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