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59
59화 죽창대전 (7)
죽창대전 제1회차.
30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참가자를 모은 이 이벤트는 사람들의 폭발적인 호응 속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하루라는 휴식의 시간을 가진 이후. 또다시 2회차를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호오…… 생각한 것보다 꽤 이변이 일어났군요.]이벤트를 진행하는 NPC, 도깨비.
그는 판타스틱 아일랜드의 상공에서 흥미롭다는 듯 안경을 쓴 채 길고 긴 두루마리를 읽으며 중얼거렸다.
[전체적으로 상위권 랭커들이 많이 살아남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중하위권에서 생존자가 많이 나왔군요.]살아남은 1,000명의 생존자.
그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유명한 랭커도 가득했지만, 의외로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중하위권의 이름 모를 유저들이었다.
“죽창! 죽창!”
“죽창 앞에 우리 모두가 평등하다!”
“우어어어어! 단결합시다, 동지들이여!”
마치 단합이라도 하듯, 머리에 어디에서 구한 것인지 모를 붉은색 머리띠를 한 이들. 그들을 바라보며 랭커 하나가 질린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으으으…… 저 미친놈들…….”
“왜요? 무슨 일 있었어요?”
그의 중얼거림을 들은 누군가가 묻자 랭커 하나가 답도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것들 진짜 그냥 미친놈들이에요. 그냥 인해전술 육탄전으로 죽창 들고 반자이 어택을 해 대는 놈들이에요. 정말 자기가 죽든 말든 일단 랭커로 보이는 사람들만 보이면 그냥 대놓고 달려드는데…… 어후, 걸리면 진짜 머리 아파요.”
“그래요……? 그래도 꽤 많이 살아남은 걸 보니까 전략이 통하긴 했나 보네…….”
“말도 말아요. 저놈들 원래 규모가 얼마나 컸는데요? 저 정도면 많이 줄어든 겁니다.”
죽창태평운동.
죽창으로 대륙을 평안케 하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모인 이들. 수만이 넘는 규모로 엄청난 세력을 만들었던 그들은 치열한 죽창대전 끝에 200명 정도로 그 세력이 급감했지만, 이제 1,000명이 남은 2회차에서는 감히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위협적인 집단이었다.
[호오…… 이거 제일 레벨이 낮은 이가 43이네요. 50도 넘지 못한 유저가 1회차 합격자 명단에 들었다니, 과연 이건 운인가요? 아니면 실력인가요?]눈에 이채를 띠며 의외라는 듯이 중얼거리는 도깨비. 그의 말에 뜨끔했는지, 안젤리나는 어색한 표정으로 슬며시 재영의 등 뒤로 숨어들었다.
[뭐…… 그건 2회차를 통해서 알아보도록 하죠. 키키키…….]그러면서 도깨비는 다시금 손가락을 튕겼다.
딱.
우우웅.
청명한 손가락 튕기는 소리와 함께 공명하듯 떨리는 죽창. 그리고 죽창에서는 이상한 붉은색의 기운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뭐지……?”
[먼저 제2차 죽창대전을 시작하기에 앞서…… 두 가지 긴급 변경 사항에 관해 설명하죠.]“변경 사항이 있다고?”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지?”
변경 사항이 있다는 말에 술렁거리기 시작한 사람들. 하지만 도깨비의 말을 듣고 재영과 안젤리나는 묘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에…… 일단 부정행위는 아니지만, 특정 스킬이 이번 죽창대전에서 너무 유리하다고 판단되어 일부를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죽창이 물리 공격만이 아니라 마법 공격의 판정까지 받을 수 있도록 변경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물리 공격의 무시 혹은 절대 방어와 같은 효과가 죽창에 적용되지 못한다는 말이죠.]“……?”
“물리 공격 무효화? 절대 방어? 그런 스킬들이 있었어?”
“와…… 그럼 진짜 개사기였겠네. 누구지?”
그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술렁이는 유저들.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 재영은 도깨비의 발표를 듣고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지었다.
“잠깐만…… 저건 완전 너 저격하는 패치 아냐?”
안젤리나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재영에게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그가 죽창으로부터 면역이라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안젤리나. 그녀는 이번 패치로 인해 재영의 가장 큰 메리트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대신 분노했다.
“뭐야, 이게? 그런 조건을 이제야 마음대로 붙이는 게 어디 있어? 이건 완전 저격 패치잖아? 이러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거 아냐?”
버그도 핵도 아니고, 그저 게임 시스템을 정당하게 이용해서 당당하게 생존한 재영. 하지만 게임사는 그런 그의 꼼수를 인정하지 않은 채 철저하게 차단하기 시작했다.
[또한 특정 아이템들로 인해 심각한 밸런스 붕괴가 우려되어 2회차와 3회차에서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장비 아이템 중 무기를 제외한 장비는 일절 사용할 수 없으며, 오로지 본인의 실력과 죽창만을 가지고 서로 상대해야 합니다.]“뭐……?”
“그런 게 어딨어요! 장비 착용 금지라니!”
무기 외 장비 착용 금지.
이 두 번째 조치에 사람들의 불만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아니, 그래도 방어구도 착용 못 하게 하는 건 좀 심하죠. 어떻게 싸우라는 건데!”
그래도 고랭커들의 입장에서는 나름 장비발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받고 있었기에 무리를 지어 다니는 중하위 유저들을 상대하면서 수월함이 있었던 것인데, 이렇게 되어 버리면 더더욱 생존에 불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이들이었다.
“……이건 너 저격하는 내용 같은데?”
이번에는 재영이 안젤리나를 보며 중얼거렸지만, 장비 착용 금지라는 말에 충격을 받아 영혼이라도 빠져나간 듯 그녀는 멍하니 도깨비만 올려다볼 뿐이었다.
[키히히히히. 불만이라도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서 저로서도 어쩔 수 없군요.]자기는 아무런 힘이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는 도깨비. 그는 유저들의 불만은 듣지 않겠다는 듯 이내 또다시 카운트를 시작했다.
[자. 그럼 죽창대전 2회차, 시작해 볼까요? 5…… 4…… 3…… 2…… 1…… 시작!] [남은 생존자 수: 1,000명]1,000명 중 900명이 탈락하는 2회차. 그 시작의 선언이 내려지며 유저들은 또다시 순식간에 사라졌다. 소환되기 전에 있었던 각자의 위치로 말이다.
* * *
제2차 죽창대전의 시작.
그것을 지켜보는 장태영 팀장은 이전과는 달리 초조함이 가득했다.
“패치 적용은 제대로 됐어?”
“어…… 그런 것 같습니다.”
실시간으로 이벤트가 돌아가는 전황을 확인하는 장태영 팀장. 그의 곁에서는 (주)아르카디아의 한국 지부의 기획&개발을 총책임지는 강태훈 부장이 함께 이벤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 감시 대상 둘은 어떻게 하고 있나?”
“아직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둘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래…… 만약 움직이기 시작하면 바로 보고해.”
“예! 알겠습니다.”
강태훈 부장의 직접 지시에 직원들은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강태훈 부장은 회사 내에서 권명한 전무 다음이라 할 정도로 부서 대내외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였기 때문이고, 그가 직접 나섰다는 사실은 장태영 팀장마저도 긴장하게 만들 정도였다.
“저, 부장님……?”
“왜 그러나?”
최대한 조심스러운 어조로 강태훈 부장을 부른 장태영 팀장. 그는 어색한 듯 수차례 주저하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번에 제가 너무 흥분해서 실수한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안젤리나라는 유저가 착용하고 있는 장비 아이템들의 성능을 확인한 장태영 팀장. 그는 직접 기획부와 개발부를 찾아가 거의 책상을 엎다시피 하며 온갖 깽판을 쳤었다. 그리고 강태훈 부장이 직접 나서고 난 후에야 그는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니네. 그런 말도 안 되는 밸런스 파괴 아이템들로 애써 준비한 이벤트가 망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지. 다 이해한다네…….”
“아닙니다……. 정말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장태영 팀장을 옆에 두고 강태훈 부장은 상념에 잠겼다.
‘덱스라…….’
안젤리나가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들이 말이 되냐고 따지러 찾아온 장태영 팀장. 유일급 아이템의 또 다른 등장에 일전에 양창식 부장에게 보고받았던 사항에 대해서 떠올렸다.
경매장에 올라온 최초의 유일 등급 아이템, ‘피의 탐닉’.
그것 역시 사기라는 말이 절로 입에서 튀어나올 정도로 엄청난 성능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섣부른 조치로 아이템을 압수당하고도 그 피해 당사자의 반응은 너무 태연했다.
[아…… 그거 그냥 가지세요. 비슷한 거 더 만들어서 팔면 되죠, 뭐.]당사자는 몰랐겠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정말 심장이 열 번은 철렁 내려앉을 불안한 소리. 그리고 그때의 그 다짐이 사실이라는 듯, 유일 아이템이 3개나 다른 유저에게 들어가 있었다.
“일단 안젤리나라도 중요하지만, 덱스라는 유저를 집중적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저기는 우리 모니터링 권한에도 벗어나 있는, 그야말로 유령 같은 존재니까.”
“알겠습니다.”
모니터링 대상에도 빠지는 권한 외의 존재들. 거의 극소수지만, 3명 정도 확인된 이들은 (주)아르카디아에서도 거의 근황 파악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바로 화면에 나타나고 있는 덱스였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아마 제작 계열 유저일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안젤리나의 경우 기존의 아이템을 가져다 변형을 한 것을 보면 아마 강화 쪽에 특화된 생산 계열 유저일 확률이 높아.”
숨겨져 있는 히든 클래스를 얻었다고 추정하는 강태훈 부장. 하지만 정말 확실한 유저 정보를 열람해 알아낸 사실이 아닌, 그저 플레이 방식을 통한 유추였기에 그는 이번 죽창대전을 통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끌어낼 생각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이번 긴급 패치는 본사에서 허용해 줘서 더 큰 논란은 종식한 것 같습니다.”
물리 공격력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재영 그리고 아이템으로 모조리 밀어 버리는 안젤리나. 이 둘의 악용점을 파악하고 이를 제한하기 위해 반나절을 궁리한 이들이 대안을 내고 적용한 패치. 하지만 이걸 위해서 권명한 전무를 비롯한 강태훈 부장은 꽤 큰 손실을 보았다.
[긴급 패치의 사유가 적합하지 않습니다.]악용이라고는 하지만, 인공지능 엘리스(Alice)가 보기에는 전혀 부정행위가 아닌 이 둘의 문제. 하지만 권명한 전무는 이 패치를 밀어붙였다.
“패치를 위한 관리 권한이 부족한 건가?”
[3급 관리자, 권명한 전무. 권한은 충족됩니다.]“그렇다면 관리자의 직권을 발동해 이번 긴급 패치를 적용하겠네.”
관리자의 권한을 이용해 긴급 패치를 요청한 권명한 전무. 그 말에 엘리스는 이 패치가 특정 유저들에게 불합리한 페널티를 주게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를 승인했다.
[권한 충족. 관리자 직권 발동, 긴급 패치 내용을 적용합니다.]“고맙네.”
그녀가 원하는 방향은 아니었지만, 제 뜻대로 이행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는 권명한 전무. 하지만 그녀는 무미건조한 어조로 그에게 답변했다.
[관리자의 직권을 사용하였으나, 저의 판단 기준으로는 부당한 패치입니다. 이에 따른 페널티가 일부 부여될 수 있습니다.]페널티가 부여될 수 있다는 살벌한 마지막 말을 남기는 엘리스. 그 페널티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권명한 전무 역시 이번 죽창대전의 이벤트가 성황리에 끝나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였기에 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저 상태로 3회차까지 넘어가 마지막까지 살아남게 된다면…….”
아마 전 세계에서 관심 있게 지켜볼 죽창대전 3회차의 마지막 대전.
그 치열하고 숨 막히는 대전 속에서 1서클 마법을 무제한으로 난사하는 안젤리나.
남의 죽창을 무시한 채 자신의 죽창으로 모두를 찔러 대는 덱스.
이 둘의 깽판을 전 세계가 지켜본다면 어떤 후폭풍이 몰아칠지 상상이 갔기에 그는 선택했다. 인공지능 엘리스에게 밉보이는 것을 감수하고 이 둘을 탈락시키는 방향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아무도 몰랐다.
덱스는 덱스라는 그 존재만으로도, 우주 밸런스 파괴급이고.
그가 상상의 범주 외의 게임 천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