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61
61화 죽창대전 (9)
죽창대전 2회차가 종료된 후.
생각한 것보다 사람들의 여론은 호의적이었다.
-와, 이거 점점 재밌어지는데?
-그러게. 뭔가 중구난방이었던 1회차보다는 더 흥미진진했음.
-아, 내가 살아남았으면 진짜 재밌었을 것 같은데. 아쉽다.
너무 재밌고 나도 참여하지 못해서 아쉽다는 이야기들로 도배된 아르팬디아 커뮤니티. 게다가 여러 포털에 올라오는 게임 관련 기사에서도 호의적으로 이번 이벤트를 다루고 있었다.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죽창대전. 우승 유력 후보 리스트.]죽창대전 1회차는 대규모의 참여 인원 때문에 혼란 속에서 벌어졌다면, 이번에는 소수의 인원이 치열한 전략과 눈치 싸움 속에서 생존을 해 나가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특히 산발적으로 일어난 전투에서 두각을 드러낸 유저들이 있었고, 이 중에서 최후의 생존자로 남게 될 이가 누구인지 유력 후보들을 점쳐 봤다. 먼저…….
[충격, 단신으로 죽창 혁명단 몰살.] [신속의 검사, 카시야스. 그의 정체는?]여러 기사 중에서 가장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주제들. 그것은 바로 2회차에서 처음 그 존재를 드러낸 신속의 검사, 카시야스였다. 그는 이례적으로 이곳저곳에서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을 거부하지 않았고, 대중에게 그 모습을 직접 드러내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혔다.
[예전에 액션 RPG 게임을 많이 즐겨 해서 그런지 몰라도, 꽤 쉽던데요? 타이밍만 잘 맞추면 스킬을 연계해서 무한정 공격을 퍼부을 수도 있어요. 물론 그 사이사이에 평타도 많이 넣어 줘야 하지만요.] [아, 평타를 어떻게 치냐고요? 그냥 머릿속으로 제 움직임을 상상하고, 그렇게 움직이겠다고 몸을 움직이면 되더라고요. 현실에서는 하라고 해도 못 할 동작이긴 한데, 뭐…… 특수하게 보정이 되는지 가상현실에서는 되던데요?]중력과 물리법칙을 무시한 것만 같은 그의 몸놀림. 마치 스턴트맨을 연상시키는 그의 현란한 피지컬은 그야말로 일반인이 넘볼 수 있는 컨트롤의 영역을 아득히도 벗어나 있었다.
-와……. 아니, 그게 돼?
-인터뷰 영상 보고 따라 해 보려고 했는데, 절대 불가능함.
-기만이다! 기만! 저걸 어떻게 따라 해.
공중 삼 회전은 기본에, 벽을 타고 질주만 수백 미터는 넘게 해 대는 그의 피지컬. 그것을 보며 사람들은 뱁새가 황새 따라 하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현실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음……. 뭐, 제가 특별한 걸 수도 있지만, 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저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거기에 액션 게임을 많이 즐겨서 그런 부분에서 좀 더 특화된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것뿐. 아마 액션 게임을 즐겨 한 사람들이면 저랑 비슷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콤보와 스킬 연계가 제일 중요한 액션 게임. 그때의 경험을 한껏 살려 아르카디아에서 독보적인 힘을 선보이는 카시야스. 그에 대한 인터뷰가 널리 퍼지기 시작하면서 그를 맹목적으로 찬양하는 사람들까지 생길 정도였다.
-오오오. 콤보 어택이 최고시다…….
-아르카디아를 시작하려는 자, 일단 액션 게임의 최고봉, 데드 소울을 Ⅲ까지 완전 클리어 하고 오도록.
-고인물이 아니라 썩은 물. 아니, 석유가 된 자만이 오를 수 있는 경지다…….
단순한 강함이 아니라 화려한 연출 속에서 멋과 간지가 폭발했기에, 카시야스의 팬을 자청하는 사람들까지 생길 정도. 하지만 그런 폭발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주)아르카디아의 직원들은 그에게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콰앙 쾅.
“으아아아아아! 진짜 저 새끼는 뭔데!”
죽창대전 2회차의 최종 생존자를 점검하는 과정. 그러한 과정에서 발견한 요주의 인물, 덱스. 그를 실시간 감지와 모니터링을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에 2회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안젤리나와 헤어진 다음 그가 향한 곳이 어디인지 2회차가 종료된 이후에야 그 목적지를 알 수 있었다.
“야! 저 독무의 안개! 저거 설정해 놓은 게 뭐였어?”
이성을 거의 반쯤 잃은 채 책상을 주먹으로 세차게 내리치며 발광하는 장태영 팀장. 핏발이 선 그의 눈에서 보이는 광기를 읽은 직원은 각 잡힌 모습으로 황급히 키보드를 놀리더니 이내 그가 원하는 답을 내놓았다.
“저희가 한 설정으로는…… 레벨 200대의 중독 상태 이상을 일으키는 맹독입니다.”
레벨 200대의 중독. 그 말은 레벨 200의 평균 능력치로는 10분을 생존해 버틸 수 있다는 의미이다. 현재 제2대륙의 최고 레벨이 160을 웃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 독가스 안에서 멀쩡할 수 있는 유저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장담할 수 있었다.
“그렇지? 근데 저 새끼는 뭐야?”
하지만 풀숲에 앉아 하품하며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덱스. 그의 주변을 가득 메운 독가스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혀 영향이 없다는 듯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고 있었다.
“그게…… 어쩌면 아이템 영향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유일 등급의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덱스. 그가 만들어 내는 아이템의 성능을 고려한다면 독 저항과 관련한 아이템을 착용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장태영 팀장의 찢어 죽일 눈빛에 황급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아이템 착용 제한 걸어 둔 거 잊었냐?”
“아…… 맞습니다. 죄송합니다.”
“…….”
순식간에 침묵에 빠진 사무실. 그런데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또 다른 추측을 꺼내 들었다.
“그…… 스킬 효과가 아닐까요?”
“스킬?”
“예……. 아이템 문제는 아니고, 그렇다고 저희가 설정해 두었던 독가스의 수준이 그렇게 낮은 것도 아니니…… 가장 가능성 높은 이유는 스킬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그 말에 잠깐 침묵하던 장태영 팀장. 그는 대답하고 난 후 조마조마해하는 직원을 바라보며 재차 물었다.
“레벨 200대의 중독을 일으키는 독에 완전 면역이 적용되려면 어떤 스킬이 어느 정도 등급 이상이어야 하는지 확인해.”
“알겠습니다.”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는 듯, 잠깐의 시간 동안 무언가를 입력하며 키보드를 놀리던 직원은 이내 고개를 갸웃하며 답했다.
“기본적인 독성 저항은 최소 3랭크 이상…… 상위급 저항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도 최소 5랭크 이상은 되어야 완전 면역이 적용됩니다.”
“3랭크라…… 지금 현재 유저가 그 정도 수준의 스킬 랭크를 보유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나?”
그 물음에 직원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절대 불가능합니다. 일반 공격 계열 스킬이라면 모르겠지만, 저항 스킬의 경우에는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런 고랭크에 오르는 건 말이 안 됩니다.”
F~A랭크와 9~1랭크까지 단계가 나뉜 스킬 랭크 시스템. A랭크까지는 몇 달 동안 열심히 수련하면 오를 수 있는 경지였지만, 숫자 랭크로 들어서면서부터는 하나하나 오르기까지 엄청난 인고의 시간을 수련에 매진해야 할 정도로 스킬 수련은 극악의 난이도와 노가다를 자랑했다. 특히 저항 계열의 경우는 더더욱 그랬다.
“오픈해서 지금까지 계속 중독 상태로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있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독에 관한 저항력이 3랭크까지 오르는 건 불가능합니다.”
정말 단호한 어조로 말하는 직원. 하지만 그런 직원의 말을 반박이라도 하는 듯, 너무나도 여유로운 태도로 낮잠을 때리려는 덱스를 보며 장태영 팀장은 부러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 강하게 이를 갈았다.
뿌드드득.
“근데! 왜 저 새끼는 저렇게 있는 거냐고! 으아아아아!”
제발, 부디 탈락하길 기원했던 존재. 그는 손가락 까닥 안 한 채 독가스에 숨어서 너무나도 편안하게 2회차를 통과했다는 사실이 장태영 팀장을 분노하게 했다.
“지, 진정하십시오. 그래도 그 안젤리나라는 유저는 탈락하지 않았습니까?”
빈곤함의 세트를 가지고 있는 안젤리나. 여전히 사기적인 무기를 들고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싸웠던 그녀지만, 온전한 세트를 착용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우연히 마주친 랭커와의 전투에서 고군분투했지만, 저서클 마법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결국 탈락하고야 말았다.
“그 여자애는 상관없었어! 난 저 새끼가 탈락하길 바랐다고!”
안젤리나에게 말도 안 되는 아이템을 손에 쥐여 준 존재. 실낱같은 정보 하나까지도 완전히 접근이 차단된 미지의 존재였기에 그가 느끼는 불안감은 더더욱 컸다.
“저…… 팀장님?”
“왜!”
“그…… 뭐가 되었든 일단 저 독가스 관련한 규칙은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러다 3회차에서 저런 식으로 또 해 버리게 되면…….”
100명의 최정예 유저들끼리 벌이는 치열한 생존 전쟁.
그 숨 막히는 긴박한 전투에서 승리를 쟁취한 최후의 생존자가 환호하며 승자로서의 영광과 보상을 쟁취하려는 그때. 만약 분명 혼자 남았는데 게임이 끝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남은 생존자 수: 2명]분명 생존자는 존재한다고 하지만, 섬 중앙에까지 몰려든 독가스가 사방에 퍼진 좁디좁은 공간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또 다른 상대를 찾는 최후의 승자. 결국 상대를 찾지 못한 채 섬 전체를 완전히 잠식한 독가스에 서서히 죽어 가게 되는 그.
그리고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는 유저들과 독가스 속에 숨어 손가락 까딱 안 하고 여유롭게 최후의 승자로 남아 보상을 챙기는 덱스의 모습을 상상한 장태영 팀장은, 끔찍하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며 소리쳤다.
“안 돼! 그건 절대 안 돼!”
그 말에 또다시 강태훈 부장에게 달려간 장태영 팀장. 그의 강력한 주장 때문에 죽창대전 3회차의 규칙은 또다시 바뀌게 되었다.
[3급 관리자, 권명한 전무. 관리자 직권 행사.] [독무의 안개의 등급 조절. 최상급.] [저항 스킬 무효화 추가.] [최고 레벨의 중독 상태 이상 부여.] [관리자의 직권을 사용하였으나, 특정 인원을 저격한 부당한 추가 패치입니다.] [경고. 이에 따른 부수적인 페널티가 가중됩니다.]여간 마음에 안 드는지, 권명한 전무의 직권 행사에 경고를 날리는 인공지능 엘리스. 하지만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답답하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변명하듯 중얼거렸다.
“부당해도 어떻게 하겠나? 우리의 취지와는 다르게 흘러가는데.”
[사전에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대비책을 마련해 두는 것을 권장합니다.]인간이 아니기에 누구에게나 공명정대하고 철저한 원칙주의자인 인공지능 엘리스.
그녀는 사전에 기획하지 않은, 특정 유저에게 불리한 패치를 계속해서 적용하는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지, 날 선 반응을 보이며 권명한 전무에게 경고했다.
[현재 관리자님 권한으로 이루어진 부당한 직권 패치가 2회 누적되었습니다. 추가적인 부당한 직권 패치 발동 시 그 요청이 거부당할 수 있으며, 상부에 보고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현재 투아웃이라는 살벌한 멘트를 날리는 엘리스. 그런 그녀의 말에 권명한 전무는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약속하지. 이 이벤트와 관련해서 이게 정말 마지막 패치일 걸세.”
[알겠습니다. 그 약속,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 놓도록 하겠습니다.]용건이 끝났다는 듯 모니터 화면이 꺼지고 사라지는 엘리스. 권명한 전무는 꺼진 모니터를 잠깐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이걸로 끝이군, 이 망할 이벤트도…….”
이제 마지막 한 회차만 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권명한 전무는 몰랐다.
방금 엘리스와 했던 이게 마지막이라는 약속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미친 짓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덱스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기인.
일인무적이라는 위명을 가진 게임 천재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