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63
63화 죽창대전 (11)
아르카디아의 공식 커뮤니티 사이트 아르팬디아.
아르팬디아에 접속한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되는 마지막 죽창대전의 진행 상황을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과연 누가 이길까?
-죽창! 죽창!
-카시야스가 1등 하려나? 진짜 전투 능력 장난 아니던데…….
-다른 랭커들도 그렇게 만만하진 않은 것 같은데, 글쎄다…….
경기가 시작되자 벌써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를 점치며 뜨겁게 분위기가 고조되는 채팅창. 하지만 첫 번째 탈락자가 발생하는 그 과정이 스트리밍으로 생생히 송출되고 난 후. 눈으로 읽기도 힘들 정도로 빠르게 올라오던 채팅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순식간에 멈췄다.
-……?
-방금 저거 뭐야?
불과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벌어진 전투. 그 전투 과정을 생생히 지켜본 이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폭발적으로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뭐야! 저거! 저게 말이 돼?
-미친, 방금 봤어? 사용한 무기만 해도 레이피어, 대검, 롱소드, 헤비 실드, 단검, 해머…… 도대체 몇 개야?
-스킬은 또 뭐고? 전투 스킬만 해도 최소 14개는 썼어!
-저거 누구임? 처음 보는 유저인데?
비현실적인 몸놀림을 보여 주며 물 흐르듯 조화롭게 온갖 스킬과 연계 공격을 일시에 폭발적으로 박아 넣는 그 장면은, 그야말로 일방적인 폭행이었다. 상대 유저를 반격할 틈도 주지 않고 순식간에 탈락시킨 그의 엄청난 실력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그리고 모두가 그의 존재를 궁금해하고 있을 때, 하나의 메시지 로그가 화면 전체에 떠올랐다.
[플레이어 ‘덱스’ 님이 플레이어 ‘페일맛맥주’ 님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덱스? 그 덱스?
-진짜……? 구라 아니고 리얼 그 덱스야?
고가인 접속기를 구매하면서까지 아르카디아를 플레이 하는 유저들. 그들 대부분은 과거에도 여러 종류의 게임을 즐겨 왔었기에 ‘덱스’라는 이름이 가진 위상을 익히 알고 있었다.
일인무적.
은둔고수.
괴물 같은 피지컬과 악마 같은 전략의 소유자.
그의 닉네임이 이번 죽창대전의 플레이어로 언급되자 채팅장은 이전 분위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후끈 달아올랐다.
-덱스다! 덱스가 돌아왔다!
-어이, 어이! 믿고 있었다고! 그 게임 폐인이 가상현실을 그냥 지나갈 리가 없지!
-와! 대박! 형! 저 진짜 광팬이에요!
-오늘도 외칩니다! 덱멘~~!!!
-야! 다 때려쳐! 이건 무조건 덱스가 우승이다!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채팅들. 너무 많은 내용이 한 번에 쏟아지기 시작하자 읽을 새도 없이 글들이 순식간에 위로 묻혀 버리는 포화 상태에 이를 정도로 사람들은 열광했다.
프로 게이머들을 농락할 정도의 수준을 가졌지만 절대 그 신상을 드러내지 않는 베일 속의 존재. 지독한 게임 중독이자 동시에 하늘이 내려 준 희대의 게임 천재, 덱스.
그의 화려한 귀환을 말이다.
* * *
[플레이어 ‘덱스’ 님이 플레이어 ‘보라색맛났어’ 님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촤악.
“하…… 이거 진짜 거슬리네.”
한 명 한 명 탈락시킬 때마다 들려오는 알림음과 하늘에 떠오르는 텍스트창. 이걸 의도하지 않았지만, 덱스는 자신의 닉네임이 아르카디아의 유저들에게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깝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100명만 남아서 그런가? 하나하나 탈락할 때마다 너무 과하게 알려 주네.”
이전 1회차나 2회차의 경우는 특별한 안내가 없어서 자유로운 플레이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매 순간 자신을 지켜보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자 여간 껄끄러운 게 아니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겠지만.”
난세의 방랑가라는 히든 클래스를 플레이 하고 있는 그.
하지만 강신을 통해 천상의 힘을 끌어다 쓰고 있는 재영은 철저히 올 웨폰 마스터로서의 모습만을 보여 주고 있었다.
“헤에…… 주인, 너 겉보기와는 다르구나?”
“역시, 평범한 존재는 아니었군요.”
“응? 갑자기?”
뒤에서 그의 전투를 계속 지켜보던 탄과 엘이 내뱉은 감상평. 그것을 들은 재영은 뜬금없는 둘의 칭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 너처럼 잘 싸우는 인간은 내 지독하게 긴 악생(惡生)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어. 그리고 지금 최대한의 능력을 끌어낸 것도 아니잖아?”
“그 전투 능력과 감각도 그렇지만…… 그 만병지왕을 완벽하게 다루는 마력 컨트롤은 도대체 뭐죠? 만병지왕의 창시자인 칼립소조차도 그런 식으로 전투 순간순간마다 바꾸는 형태 변화는 불가능해요.”
힘의 주인이 되는 존재조차 경악하며 ‘뭐야, 저건? 저게 내 힘이라고?’라며 소리칠 정도로, 효율을 말도 안 되는 수준까지 극한으로 끌어내는 재영의 능력. 그것을 본 탄과 엘은 지금껏 자신들이 따라다닌 존재에 대한 평가를 다시 내렸다.
“뭐야? 낯간지러운 소리 좀 하지 마.”
하지만 당사자는 쑥스러운 듯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플레이어 ‘카시야스’ 님이 플레이어 ‘안티태제’ 님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플레이어 ‘카시야스’ 님이 플레이어 ‘시바견시바’ 님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플레이어 ‘키사야스’ 님이 플레이어 ‘달빛전사’ 님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재영이 잠깐 노닥거리는 사이에 떠오르는 알림음과 메시지창. 이제 죽창대전의 남은 생존자 카운트가 10에 도달하게 되자, 판타스틱 아일랜드 상공에서 대회를 구경하고 있던 도깨비가 신이 난 목소리로 외쳤다.
[드디어 이 죽창대전의 승자가 정해지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군요! 과연 남은 10명의 생존자 중 누가 최후의 승리자가 될까요? 키키키키키키.]그 말과 함께 섬 하늘을 가득 메우며 나타나는 영상. 살아남은 10인의 모습이 가득 나타난 그 영상에서 재영은 이번 3회차에서 목표물로 삼았던 대상, 카시야스의 모습을 보고 진한 미소를 지었다.
“몸풀기는 이제 이 정도로 된 것 같고…… 슬슬 본게임을 시작해 볼까?”
이제 완벽하게 몸에 익은 칼립소의 힘. 재영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콤보들을 연계하고 구상하며 천천히 섬의 중앙을 향해 걸어갔다.
과거의 인연과의 추억 가득한 한판을 기대하며 말이다.
* * *
이번 죽창대전의 모든 것을 총괄하고 책임지던 장태영 팀장.
그는 1회차부터 계속 자신의 심경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집중 감시 대상 ‘덱스’가 활약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감상하면서 괴성을 질렀다.
“뭐야! 도대체 저 새끼는 뭐냐고!”
콰앙 쾅 쾅 쾅.
분노에 휩싸인 장태영 팀장. 그는 광기 어린 외침으로 기괴한 괴성을 내지르며 연신 책상을 거세게 내려치고 있었다.
“직업이 도대체 뭐길래 저런 말도 안 되는 플레이가 가능하냐고!”
1회차에서 보여 준 물리 대미지의 무효화 능력. 그리고 밸런스 따위는 완전히 개나 줘 버리는 유일 등급의 아이템 제작 능력.
2회차에 뿌려진 독가스를 마치 산소처럼 자유롭게 흡입하며 낮잠을 때리는 독성 저항 능력.
이것만 봐도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직업을 가지고 어떻게 굴러먹었기에 저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의문이었지만, 지금 3회차에서 보여 주는 그의 모습은 장태영 팀장을 미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저…… 팀장님.”
“뭐야?!”
자신을 부르는 부하 직원을 향해 고개를 휙 돌린 장태영 팀장. 부하 직원은 그의 눈빛에서 스멀스멀 퍼져 나오는 광기와 살의에 움츠러들고는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그, 그게…… 저 유저의 직업을 확인한 것 같습니다.”
“뭐라고? 정말?”
그 말에 후다닥 달려가서 그가 들고 있는 보고서를 빼앗듯이 낚아챈 장태영 팀장. 그는 차근차근 보고서의 내용을 훑어보고는 중얼거렸다.
“히든 클래스, 올 웨폰 마스터(All Weapon Master)?”
“예……. 영상에 나온 전투 방법을 확인해 본 바로는 그 화제의 유저인 ‘카시야스’와 정말 흡사한 플레이를 보여 주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더 파 보았습니다.”
정보 열람이 철저하게 제한된 ‘덱스’와 다르게 접근이 자유로운 ‘카시야스’. 부하 직원은 그가 가진 직업을 확인하고 더 깊숙이 데이터를 파고드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카시야스가 플레이 하고 있는 ‘파이터’ 직업을 보유한 유저만이 얻을 수 있는 상위의 히든 클래스, ‘올 웨폰 마스터’의 스킬들과 매우 흡사합니다.”
올 웨폰 마스터라는 직업이 가진 특수 스킬, 만병지왕.
만병지왕을 이용해 순간순간마다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무기를 들고 전투를 벌이고 있는 모습. 그리고 전투 과정에서 보여 준 엄청난 전투 감각과 극한의 피지컬을 요구하는 미친 컨트롤 덕분에 그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잠깐만, 그럼 그 이전에 보여 줬던 모습들은 뭔데?”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올 웨폰 마스터라는 히든 클래스와 아주 유사한 전투 방식을 보여 주는 덱스. 장태영 팀장 역시 그의 플레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부하 직원이 느낀 확신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지만, 역시 그가 보여 줬던 1회차와 2회차의 플레이는 여전히 설명되지 않고 있었다.
“일단 좋아……. 저 새끼가 그 올 웨폰 마스터라 하는 히든 클래스라 치자고……. 그 말은 우리의 유력 우승 후보인 카시야스의 상위 직업 격인 히든 클래스가 바로 저놈이라는 거지?”
“……예.”
장태영 팀장의 물음에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부하 직원. 그 잔혹하고 비정한 현실에 그의 얼굴은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X발…….”
장태영 팀장은 평소에 믿지 않는 신에게 빌었다.
이번 죽창대전에서 카시야스가 부디, 저 가증스러운, 꼼수만 남발하며 자신을 엿 먹이는 새끼를 철저하게 밟아 주고 당당하게 우승을 쟁취하기를.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했다.
* * *
죽창대전 3회차.
[남은 생존자 수: 2명]치이이이이이익
어느새 밀려온 독가스가 섬 중앙의 공터만을 남기고 전체를 잠식했을 때.
그 빈터에서는 오직 두 명의 유저만이 서로를 마주 보며 서 있었다.
카시야스.
덱스.
처음 대면한 상황이지만, 서로를 익히 알고 있다는 듯이 둘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 실력은 여전하네? 마지막까지 살아남고.”
“……어디로 사라졌나 했더니, 역시 아르카디아를 하고 있었나?”
밝은 미소를 짓는 여유로운 태도의 재영과 다르게 긴장한 듯 굳은 얼굴로 그를 주시하고 있는 카시야스. 둘의 대치 상황을 보고 있는 관중들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발광하고 있었다.
-키야! 이게 진짜 자강두천이지!
-과연 카시야스는 과거 이카루스 때의 설욕을 풀 수 있을까?
-무슨 소리야! 만년 2등짜리가 어딜 감히 1등을 넘봐?
-덱멘~ 나는 당신을 믿습니다!
-햐……. 역사적인 승부가 여기서 또 이루어지네
과거 이카루스를 플레이 했던 유저들을 통해 이 둘 사이의 미묘한 라이벌 관계가 퍼져 나간 상태. 모두가 흥미진진하게 팝콘을 뜯으며 이 둘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어떻게…… 이카루스 시절보다는 실력은 좀 늘었어?”
살짝 무시하는 듯한 재영의 물음. 그 물음에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 듯 카시야스는 얼굴을 실룩거리며 애써 냉정하게 답했다.
“……역시 그 자신감은 여전하군. 이번에는 그때와 많이 다를 것이다.”
철컥.
이카루스를 플레이 하던 시절 매번 거대한 벽을 느끼며 좌절했던 카시야스.
하지만 그는 이번만큼은 반드시 그 거대한 벽을 뛰어넘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검을 들었다.
“호오…… 그런데 그 무기들은 뭐야? 신기하네.”
카시야스의 등에 단단히 고정된 채로 있는 다양한 종류의 무기들을 본 재영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파이터(Fighter).
어떤 무기든 손에 잡히는 대로 사용하며 적과 생과 사를 겨루는 전투를 벌이는 투사. 그런 직업에 맞게 다양한 무기를 상황에 따라 신속히 전환하며 싸워야 했기에, 그의 몸에는 온갖 무기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 재영에게, 카시야스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순식간에 달려들어 대검을 휘둘렀다.
채앵.
그의 대검이 재영을 반으로 가르려는 순간, 순식간에 그의 손에 나타난 거대한 대검이 카시야스의 공격을 막아 냈다.
휘리릭.
하지만 그걸 예상했다는 듯 한순간에 대검을 놓은 채 공중에서 몸을 회전하며, 어딘가에서 꺼낸 단검으로 재영의 목을 찌르려는 그 순간.
카앙.
재영 역시 똑같이 어딘가에서 꺼낸 단검으로 그 공격을 막아 냈다.
카앙.
카앙.
카앙.
그 이후로도 수차례 새로운 무기들로 허를 찌르고 반복되는 공격들.
하지만 재영은 그때마다 카시야스와 똑같은 무기로 그 공격들을 응수하며 막아 냈다.
퍼억.
그리고 오히려 그의 빈틈을 노리며 기습적으로 날린 재영의 발차기.
그것에 제대로 몸통을 가격당해 수 미터 날아간 카시야스는 땅바닥을 구르고서도 순식간에 일어나 전투태세를 취한 채 경악한 눈으로 재영을 쳐다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야, 그렇게 느리게 무기를 전환하면 어떻게 하냐? 눈에 다 보이잖아.”
마치 이게 최선이냐는 듯이 질책하는 것 같은 눈빛을 보내는 재영. 그는 실망했다는 어조로 카시야스에게 말했다.
“좀 더 어떻게 안 돼? 변칙적으로 들어와야지, 그렇게 콤보 넣으려고 하면 그게 들어가냐?”
오히려 자신에게 훈수까지 두며 투덜대는 그를 보며 카시야스는 또다시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카루스 종합 전투 랭킹 만년 1위. 역대 최고 전투 랭킹 1위로 빛나던 전투의 신.
덱스라는 거대한 벽의 존재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