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70
70화 루시드 드림 (3)
재균의 지난 학창 시절은 그렇게 유쾌하지 못했다.
“으…… 넌 도대체 왜 이렇게 못생겼냐?”
“야, 우냐? 어? 이 새끼 진짜 우네.”
“아, 얘랑 같은 짝이야. 진짜 최악!”
“미안한데 말 걸지 말아 줄래?”
반 친구들의 호감을 사기 어려운 외모, 거기에 행동 하나하나까지 찌질함이 묻어 나왔기에 자연스럽게 소위 좀 노는 일진들의 먹잇감이 되기에 십상이었다.
“야, 저놈이랑 어울리는 놈은 빵 셔틀 2호다. 알겠냐?”
적나라하게 그를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재균과 동급의 취급을 받을까 두려워 은근히 그를 무시하고 피했다. 그렇기에 언제나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은 재균에게는 고난의 시간이었다.
‘오늘은 무슨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지…….’
말 거는 이 하나 없이 홀로 책상에 앉아 시간을 죽이는 재균. 그는 언제부터인가 자신만의 세상 속에 파고들고는 했다.
소설에서 봐 왔던 판타지를, 영화에서 얼핏 봤던 공상과학을, 어느 날은 역사 교과서에 나온 치열한 전쟁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그는 매일같이 무언가를 상상하고 또 상상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공상의 세계 속에서 무수히 많은 상념과 이야기들을 떠올리다 보면 어느새 수업 시간이 되곤 했던 그의 학창 시절.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허무하게 사라진 그 수많은 상상의 나래들. 하지만 그러한 시간들은 절대 헛된 것이 아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악한 직원이 다급히 키보드를 조작하며 모니터에 나오는 수치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일반인이…… 그것도 처음 기기를 사용해 보는데 구현률이 저 정도라고……?”
아직도 화면에서는 괴수들을 피해 치열한 생존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계속해서 상영되고 있었다.
[키에에에에에엑!] [이거나 먹고 뒈져라!] [콰아앙. 퍼엉!]거대한 괴수의 손짓 하나에 빌딩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생존자들이 터트린 주유소의 유류 탱크가 폭발하는 화려한 광경까지. 그 모든 것이 현실이라고 착각될 정도로 자연스럽고 끊임없이, 매끄럽게 실시간으로 구현되고 있었다.
“와…… 장난 아니네.”
직접 루시드 드림을 체험해 본 재영은 보기만 해도 저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특히 배경 하나만 구현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데에만 해도 머리를 한계까지 쥐어짜이는 기분을 느꼈기에, 저렇게 실시간으로 거대한 규모의 구현력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이런 미친…….”
그러한 재영의 감상에 동의한다는 듯이 직원은 거의 식은땀까지 흘리며 재균의 작품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고는 정말 혼란스럽다는 눈빛으로 재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기, 학생. 저 친구 도대체 정체가 뭐야?”
“왜요?”
“루시드 드림이 인간의 상상력을 데이터로 구현해 주는 장치이긴 하지만, 저런 식으로 실시간으로 완벽한 이미지를 구현해 내는 건 불가능해. 너도 직접 체험해 보니까 알고 있잖아, 이게 얼마나 많은 심력을 소모하는지.”
“그건 그렇죠…….”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재영. 그도 그럴 것이, 직접 경험해 본 루시드 드림의 구현력은 조금만 사용해도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뇌에 꽤 많은 부담을 가져왔다.
“아르카디아의 수석 디자이너조차도 홍보 영상 만드는 데에만 3달을 허비했어. 그렇게 해서 만든 영상의 분량이 고작 15분이라고, 15분! 근데 네 친구는? 지금 저 친구가 만든 영상의 길이를 보라고!”
이미 10분을 넘어가는 재균의 영상의 타이머. 아르카디아의 개발진 중에서 수석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을 만큼 재능 있는 사람조차도 3달 동안 심혈을 기울여 작업한 수준의 분량을 그저 10분 만에 만들어 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아직도 계속해서 새로운 장면들이 실시간으로 구현되어 상영되고 있는 상황. 도대체 어디까지가 재균의 한계일지 가늠조차 안 되는 상황에 재영과 직원은 입을 벌린 채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오기 시작했다.
“와, 저게 뭐지?”
“신기하네. 홍보 영상인가?”
“가상현실로 만들어진 신작 게임인가?”
“가상현실 통합 제작기…… 루시드 드림? 이게 뭐지?”
영상미가 잔뜩 뿜어져 나오는 화려한 모니터의 영상에 흥미가 생긴 사람들이 이곳저곳에서 몰려오기 시작한 부스.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할 때, 때마침 재균이 구현하는 영상이 멈추고 제작 시스템이 종료되기 시작했다.
취이이익.
저장한다는 말과 압축 공기가 빠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서서히 열리는 루시드 드림.
그 안에서 재균이 천천히 걸어 나오고는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와, 이거 진짜 재밌다!”
그 말에 재영과 부스 직원은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재, 재밌다고?”
재밌다는 재균의 감상.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를 재영과 부스 직원은 알고 있었다.
고도의 상상력을 발현하고 이를 구현하는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막대한 심력을 소모한다. 그저 짤막한 영상물 하나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데만 해도 일반인은 탈진에 가까울 정도로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 행위.
하지만 단번에 십 분이 훌쩍 넘어가는 영상을 만들어 놓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멀쩡한 표정으로 나와, 재밌다며 반짝이는 눈으로 탄성을 내지르는 재균의 행동은 절대 정상인으로 봐 줄 수 없는 짓이었다.
그리고 그걸 그 누구보다도 정확히 알고 있는 아르카디아의 디자인&제작 부서의 직원. 매번 많은 인원이 달라붙어 피를 토하며 구현해 내려 고생했기에 그는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재균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기, 학생……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니?”
“저요? 임재균이라고 하는데 왜 그러시나요?”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을 한 채 이름을 물어 오는 직원. 그런 그의 표정에 재균은 살짝 당황한 듯 의아한 표정으로 그 물음에 답했다. 그러자 그 직원은 재균에게 명함 하나를 건네주며 물었다.
“혹시,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 없니?”
“네……?”
“너 정도라면 그냥 입사 지원만 하면 바로 통과…… 아니다, 전무님께 직접 보고드리면 그냥 바로 특별 채용으로 꽂아 넣을 수도 있어. 네가 수락만 하면 내가 지금 당장 팀장님께 말씀드려서…….”
갑자기 우리 회사에 들어오라며 혼자 흥분해서 김칫국을 한 사발도 아니고 트럭째로 들이마시고 있는 직원. 그는 재균의 의사를 물어볼 새도 없이 그냥 그의 취업을 기정사실화한 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 혼잣말로 미친 듯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저…… 자, 잠깐만요……. 그게 도대체 무슨……?”
“응? 괜찮지? 그럼 나 팀장님께 전화한다……?”
진짜 휴대폰을 꺼내 들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려고 하는 직원. 그런 그의 행동을 말리느라 재균은 한참 동안 진땀을 흘렸다.
* * *
한참 동안의 설득 끝에 일단은 부스 밖으로 빠져나온 재균. 그는 별일이 다 있다는 듯이 황당한 눈초리로 재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휴, 진짜 당황했네. 갑자기 무슨 취업이라고…….”
진짜 당황했는지 이마의 식은땀을 감추며 한숨을 내쉬는 재균을 바라보고 재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근데 왜 거절했어? 다른 곳도 아니고 아르카디아잖아. 너한테는 엄청난 기회 아냐?”
일개 직원으로 보이는 이가 눈이 돌아가 자신에게 권한도 없는 특채를 장담할 정도로 특출 난 재균의 능력. 진짜로 재균이 입사하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인생의 꽃길이 쫙 펼쳐질 것이 분명했지만, 그런데도 그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야, 내가 나이가 몇 살이라고 벌써 직장에서 일해? 아직은 그럴 때는 아닌 것 같아.”
이제 막 20살의 어엿한 성인이 된 재균. 아직 나이도 어린데 지금부터 일에 파묻혀 사는 회사원의 삶을 살아가고 싶지 않다는 듯, 그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말했다.
“그리고 아르카디아에 입사하게 되면 거기서 서비스하는 게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 거 아냐? 직원인 이상 지금처럼 오래 하지는 못하게 될 텐데, 그러고 싶지는 않아.”
아르카디아를 플레이 하는 한 명의 유저로서 행동과 플레이에 제약이 심한 직원이 되기 싫다는 재균의 말. 그런 그의 생각에 재영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네 선택인데 그럴 수 있지.”
정확하게 어떤 혜택이 있다고는 말해 주지 않았지만, 아르카디아의 신입 사원으로 들어가게 되면 받게 되는 연봉만 해도 기본적으로 억이 넘어간다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퍼지고 있는 상황.
그렇기에 재영의 가치관으로는 저렇게 단숨에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제의를 거절할 수 있는 재균의 깡은 그야말로 존경해야 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물론 재균이 그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너무나도 어린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너랑 학교 다니는 것도 재밌고, 또 채연이도 볼 수 있잖아…….”
자기가 말하면서도 민망한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웅얼거리며 말하는 재균. 그런 그의 말에 재영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 아직도 포기 안 했냐?”
이미 점찍었다는 듯 채연의 주변을 계속해서 맴돌며 경쟁자들을 견제하는 태수. 아직 사귄다는 이야기는 나돌고 있지 않았지만, 주변에는 이미 둘이 사귈 거라는 것을 확정하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당사자는 아는지 모르는지 잘 모르겠지만, 채연조차도 스스럼없이 대하고 있는 태수. 그렇기에 재균의 입장에서는 괜히 둘 사이에 끼여서 삼각관계를 만들었다가 괜히 상처만 받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될 공산이 매우 컸다. 하지만 재균은 그런 현실을 부정하는지 재영의 말에 고개를 격하게 저으며 말했다.
“그건 절대 안 돼! 태수 그 자식이 얼마나 나쁜 놈인데…… 그놈이랑 채연이 사귀는 건…… 절대…… 절대 안 돼.”
마치 애지중지 키운 딸자식을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 알 수 없는 놈팡이에게 시집 보내는 아버지 같은 느낌으로 말하고 있는 재균.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본 재영은 루시드 드림으로 과부하된 것같이 지끈지끈 머리가 아파 왔다.
“에휴…… 그래, 알겠다. 일단 시간을 너무 허비한 것 같은데 빨리 돌아가자. 네 말마따나 채연이 걔가 태수랑 뭐 하고 있을지 알 게 뭐야?”
“헛! 맞다! 그걸 왜 이제야 말해!”
그 말에 채연을 지금껏 내팽개쳤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고는 화들짝 놀라 허겁지겁 달려가는 재균. 그리고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재영. 그는 정말 피곤한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고는 중얼거렸다.
“저 답답이가 그래도 특출 난 면이 있긴 했네…….”
모든 분야에서 특출 나기는커녕 평균 이하의 수준을 보여 주는 재균. 재영이 대학교에서 사귄 몇 안 되는 친구 중 하나이긴 했지만, 사회성과 외모 그리고 신체적 능력에서는 정말 눈물이 절로 나올 정도로 뒤떨어졌다.
“진짜 눈치만 조금이라도 더 있었으면 훨씬 나았을 텐데.”
가끔가다 재영조차 받아 주기 힘든 재균의 최악의 단점.
그것은 바로 눈치가 더럽게 없다는 사실이었다.
지금처럼 저렇게 뻔히 보이는 둘의 꽁냥거림을 알아채지 못하고 채연에 대한 마음을 포기하지 못해 옆에서 얼쩡거리며 기회를 노리는 걸 보고 있으면, 고구마를 마치 계란과 함께 연속으로 수십 개는 퍼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 빡칠 때도 있다.
“하아…… 나중에 따로 이야기 좀 해 봐야겠네.”
별로 채연과 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친구 된 도리로서 언제까지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콩깍지를 쓰게 한 채로 방치할 수 없었던 재영. 그는 조용히 채연과 이야기해 관계를 정립해 놓겠다는 다짐을 하며 천천히 재균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재영 본인이 저 빌어먹을 삼각관계에 어떻게 끼어들게 될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