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84
84화 나도 스트리머 할래 (1)
아르카디아의 초대형 커뮤니티 아르팬디아.
가상현실 서비스 아르카디아가 차근차근 전 세계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자 아르팬디아의 일일 방문자 수 역시 하루가 다르게 폭증하기 시작했다.
-특보. 아르카디아 가입자 수 10억 명 돌파. 실시간 접속률 2억 명 달성. 경이적인 쾌거.
-고사하는 게임과 PC 시장. 가상현실 산업의 태동과 변화하는 사회 모습.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가상현실 콘텐츠 시장. 100조 달러 가치의 진면목.
가상현실 산업 자체가 태동하며 점차 부흥기에 접어들었고,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속도가 붙어 덩치를 불리기 시작한 상황. 그로 인해서 수많은 이가 가상현실 성장에 따른 수혜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르카디아의 서비스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거대 IT 기업, 코퍼레이션 아르고스 역시 그러한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며 단단히 뒷받침을 해 주고 있었다.
[이제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창작의 영역이 일부 극소수의 사람이 아닌, 모든 대중에게 자유롭게 열려 있습니다. 우리 아르고스는 그러한 창작의 열정을 여러분 모두가 불태울 수 있도록,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널릴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그러면서 실제로 아르고스는 (주)아르카디아와의 협업을 통해 실시간으로 자신의 플레이 영상을 스트리밍 하며 인터넷에 송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그리고 영상을 감상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게임 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대화 시스템을 구축해서 적용해 버릴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그리고 그에 따른 변화는 가시적으로 곧장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 달 영상 광고 수입 인증한다.]익명으로 올라온 하나의 게시 글. 그 게시 글에는 종이 한 장을 찍은 사진만이 덩그러니 올려져 있었는데, 그 내용은 다름 아닌 영상에 붙는 광고 수입에 대한 정산서였다.
최종 정산금: $1,230,000
123만 달러가 찍혀 있는 종이. 그 게시 글은 올라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댓글 창이 화르르 타오르기 시작했다.
-와, 대박. 영상 수익 미쳤다.
-뭐야? 영상 올리는 거로 저렇게 많이 번다고?
-123만 원이 아니라 123만 달러? 미친 거 아님?
-ㄷㄷㄷ……. 이분 한 달에 아파트 한 채 사시는 분.
아르팬디아에 올리는 영상들. 어느 정도 조건을 만족하면 광고를 붙여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벌어들이는 금액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리고 그 원인은 바로 새롭게 서비스를 시작한 여러 국가에서 쏟아지기 시작하는 외국인들이었다.
-OMG. I love your video.
-это ерунда!! этот квест такой сложный.
-点击订阅.
-これは詐欺的に強いですね.
예전에는 한국이나 북미권 유저들만이 접속해서 즐겨 보던 아르팬디아의 영상들. 하지만 최근 13억 대국의 중국과 그에 못지않은 11억 인구의 인도, 거기에 국민의 80%가 아르카디아를 한다는 일본과 그 외 유럽 국가들까지.
이전과는 전혀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인구를 보유한 국가들이 차츰차츰 아르카디아의 서비스에 발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그 규모의 경제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커지기 시작했다.
-요즘 조회 수 왜 이렇게 빡세냐?
-인기 동영상으로 메인에 걸리려면 일주일 내로 영상 뷰 1억은 넘겨야 함.
-외국인이 많이 늘어서 그래. 특히 중국이랑 일본 쪽 유저들 화력이 장난 아니라더라.
-조회 수 늘어나는 건 좋은데, 댓글 창에 외국인들 댓글이 많아지니까 너무 지저분해지네.
예전에는 조회 수가 100만 늘어도 사이트 메인 배너에 인기 동영상으로 노출이 되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메인에 걸리는 조회 수가 말도 안 되게 늘어나 있었다.
-조회 수: 1억 2,812만 2,321회.
-조회 수: 1억 1,232만 9,891회.
-조회 수: 9,210만 2,312회.
.
.
.
기본적으로 1억 언저리의 조회 수를 획득해야만 상위권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높아져 버린 허들. 너도나도 영상을 올리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애를 쓰고 만든 영상일지라도 눈 깜짝할 새에 묻혀 버리기 일쑤였다.
이미 선점해서 여러 구독자와 인지도를 쌓아 둔 이들 말고는 감히 도전할 수 없는 벽이 만들어져 버린 아르팬디아. 하지만 그런데도 많은 이가 그 거대한 벽을 두들기며 도전하고 있었다.
각자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플레이를 보여 주며 말이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BJ 영희예요. 오늘 제가 할 콘텐츠는 바로 합방 콘텐츠인데요! 랭킹 34위의 전사 브루스 님과 함께 저렙 유저 한 명을 데리고 슬라임을 사냥하러 갈 거예요!”
예쁜 외모와 귀여운 리액션으로 차츰차츰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영희. 겉으로 보기에는 어린 소녀 같은 인상을 주는 그녀. 하지만 그녀는 의외로 100레벨을 달성한 고렙 유저였다.
-슬라임은 조금 에바 아님?
-초보자 시절의 그 슬라임이 아닐 텐데……?
-80레벨이긴 해도…… 그 집단 다구리를 과연 두 명이서 버틸 수 있을까?
-재수 없게 킹 슬라임 만나면 그 즉시 압사당함. 그 새낀 잡으라고 만든 놈이 아니라니까.
그녀의 영상 콘텐츠 발표에 요란하게 댓글을 남기는 시청자들. 하지만 영희는 그들의 말에 굴하지 않고 자신 있는 눈빛으로 말했다.
“흥. 제가 또 한다면 하는 여자라고요. 그리고 브루스 님과 함께 가면 큰 문제 없을 거라고요! 그렇죠?”
슬라임 정도는 문제가 안 된다며 당당하게 말하는 영희. 그녀의 물음에 브루스 역시 문제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그럼요. 슬라임 같은 녀석들이야, 저 혼자서도 충분히 잡죠. 하하하.”
-며칠 전에도 그러다가 같이 데려간 유저 죽이고 도망치지 않았음?
-ㅋㅋㅋㅋ 맞음. 거미들 사이에 내버려 두고 도망쳤지.
-왜, 그런 게 재밌어서 보는 거잖아.
-하긴, 저런 근거 없는 자신감에 사고 치는 게 재밌긴 하지.
지난번의 뼈아픈 실패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 시청자들. 사실 이번 영상이 바로 저번의 치욕을 만회하기 위한 제2차 콘텐츠나 다름없었기에 영희는 얼굴까지 붉히며 선언했다.
“이이이! 이번엔 다를 거예요. 저번에는 제가 너무 거미 동굴의 특성을 무시해서 그랬던 거고, 슬라임들에 대해서는 대비를 철저히 했다고요. 그래서 브루스 님도 데리고 가는…….”
터벅터벅.
영희가 시청자들에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는 그 순간. 그녀와 브루스가 서 있던 길목으로 걸음을 옮기는 누군가가 나타났다.
-등장. 오늘의 희생양.
-두둥! 과연 슬라임에게 버려질 우리의 주인공은………?
-이 자식들, 무조건 실패하고 버려질 거라고 확신하고 있네. ㅋㅋㅋㅋㅋ
평범한 모험용 후드를 입고 있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유저라는 것을 순식간에 스캔한 영희는 무심한 표정으로 스쳐 지나가는 그를 불러 세우며 말했다.
“저, 저기요! 안녕하세요?”
멈칫.
그녀의 인사에 걸음을 멈추는 유저. 마치 무슨 용건이냐는 듯이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서서 그녀를 빤히 바라보는 그를 보며 영희는 살랑살랑 몸을 흔들며 매혹적으로 물었다.
“저, 혹시 바쁘시지 않으면…….”
-저거 또 나왔다. 귀여운 척 꼬리 흔들기.
-완전 구미호야, 구미호. 꼬리만 없었지.
-E 스킬 자제 좀요.
마치 여자 친구가 남자 친구에게 고백하는 것처럼 부끄러워하는 듯한 제스처를 하며 최대한 궁금증을 고조시킨 영희는 그에게 물었다.
“저희랑 슬라임 잡고 가실래요?”
-ㅋㅋㅋㅋㅋㅋ. 라면 먹어도 모자랄 것 같은 상황에 슬라임 잡재.
-저거 진짜 골 때리겠다.
-나랑 썸 타는 여자애가 라면 말고 슬라임 ㅇㅈㄹ 하면 기분이 어떨까?
하지만 영희와 시청자들은 몰랐다. 그녀가 잡아 세워 슬라임을 잡으러 가자고 물어본 대상이 바로, 그 슬라임과 유일하게 친구 먹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 * *
“저랑 슬라임 잡고 가실래요?”
갑자기 불러 세우더니 뜬금없이 황당한 제안을 하는 여성 유저. 재영이 황당함에 할 말을 잃고 가만히 서 있자 탄이 이상한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뭐야, 저 나사 빠진 인간은?”
깜빡이도 없이 그냥 들어와서는 같이 슬라임 잡으러 가자는 여성 유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이 같이 사냥을 하자는 소리에 재영이 살짝 경계심을 피워 내려고 하는 그 순간. 그런 낌새를 눈치챘는지 그녀는 생글거리는 얼굴로 재영에게 말했다.
“아,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 방송 영상 콘텐츠 하고 있는데요. 그게 저레벨 유저를 데리고 슬라임 잡으러 가는 거라서요. 그래서 물어본 거니까 너무 이상한 생각 하지 마세요.”
방송을 찍고 있다고 말하는 영희. 그런 그녀가 장착하고 있는 아이템을 빠르게 훑어본 재영은 무심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슬라임 잡기에는…… 두 명으로는 조금 힘들어 보이는데요?”
과거 초보자 마을에서 벌어진 사태 이후. 80레벨대로 조정된 슬라임들. 하지만 레벨과 다르게 동레벨대의 유저들이 슬라임을 사냥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뀨우우우웅웅!”
“뀨우우우! 뀨우!”
슬라임들의 고유 특성, 동족 의식.
한 마리의 슬라임이 공격받으면 그 주변에 수십, 수백 마리의 슬라임이 동시에 몰려들어 와 자신의 동료를 공격한 대상에게 일제히 공격하는 습성을 가졌기에, 세 명이 슬라임을 잡으러 간다는 말은 곧 죽으러 간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100레벨대 마법사 유저고, 여기 이분은…… 자그마치 134레벨의 랭커라고요.”
“반갑습니다. 브루스라고 해요.”
영희의 소개에 손을 흔들며 친근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내. 착용하고 있는 장비를 보아하니 전사로 보이는 그. 그리고 재영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서 힘들어 보인다는 건데……?’
물리 공격에 대한 저항력이 유독 높은 슬라임들. 그들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마법 대미지를 단시간에 폭발적으로 넣을 수 있는 마법사들이 잔뜩 모인 파티여야 하는데, 대체 전사 한 명과 마법사 한 명을 데리고 뭘 하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재영이었다.
“예? 저희가 버스 제대로 태워 드릴게요. 같이 가요. 네?”
이상한 비음이 섞인 목소리로 애교를 부리며 재영을 연신 설득하는 영희. 그런 그녀의 반응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재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정말요? 꺄아! 감사해요!”
재영이 그녀의 제안을 수락하자 반색하며 좋아하는 영희. 하지만 그런 재영을 보며 탄과 엘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마디씩 했다.
“……주인, 제정신이야?”
“현명하지 못한 선택 같군요. 수호천사로서 조언하자면, 저런 인간은 멀리하는 것이 좋아요.”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 냄새가 물씬 풍기는 두 사람. 그냥 나사가 풀린 건지 아니면 숨겨진 의도가 있는 건지 아직 판단하기는 어려웠기에 미심쩍은 눈빛으로 탄과 엘이 이야기했지만, 재영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건 나도 알아.”
“그런데 왜……?”
알고 있으면서 제안을 수락한 재영. 그런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탄이 바라보았다.
“그냥……? 오랜만에 슬라임 놈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도 확인하고, 또 성능을 확인할 게 좀 있거든.”
묘한 미소를 지으며 볼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재영. 그런 그에게 영희가 신이 나는지 활기찬 목소리로 물어 왔다.
“아이디 말씀해 주시겠어요? 제가 초대 보낼게요!”
그 말에 재영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초코파이조아.”
“헤…… 독특한 아이디네요. 초대 보낼게요!”
[마법사영희께서 파티에 초대하였습니다. 이를 수락하시겠습니까? Y/N]초코파이조아.
분명히 누군지 모를, 재영이 과거에 죽인 이름 모를 초보자 중 하나의 아이디였지만 파티 수락을 물어 오는 시스템창이 재영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재영은 그 메시지를 수락하며 정상적으로 저 둘과 파티 관계가 맺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초코파이 님, 그럼 바로 출발하시겠어요?”
“그러죠…….”
파티가 맺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아무런 의심 없이 길을 나서는 브루스와 영희. 그런 둘의 뒤에서 재영은 자신의 실험이 예상대로 맞아떨어진 사실에 미소 지었다.
신화급 아이템, 기만자의 가면.
그것은 단순히 다른 사람의 외형으로 모습을 바꾸어 주는 수준이 아니었다.
아르카디아 시스템에 등록된 유저 정보까지 숨기고 전혀 다른 타인으로 위장할 수 있는 사기적인 아이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