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87
87화 나도 스트리머 할래 (4)
파괴자(Destoryer)의 일상물.
이 채널에 올라온 영상은 두 개뿐이었다.
채광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공략형 영상.
지엠 상단이 꾸미던 음모에 대한 폭로형 영상.
하지만 그 두 영상 모두 아르카디아와 현실에서 엄청난 이슈를 몰고 왔었기에, 그의 채널은 많은 유저의 뇌리에 단단히 박혔다.
-이 새끼야, 너 때문에 광산 노예가 되어 버렸잖아. 책임져.
-님, 뭐라고 안 할 테니까 솔직히 말해 보세요. 미하일 남작한테 돈 먹었죠. 그쵸?
-ㅋㅋㅋㅋㅋ. 멋모르는 초보자들 완전히 엿 먹이는 영상이네.
물론 첫 번째 영상으로 제대로 엿 먹은 사람들 때문에 댓글은 욕설이나 저주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두 번째 영상 덕분에 기자와 같은 이들도 가끔 새로운 영상이 올라왔나 기웃거리는 채널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채널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 호기심에 한번 영상을 눌러 본 이들은 하나같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미친……? 이게 뭐야……?”
[뀨우우우웅! 뀨웅!]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며 귀여운 울음소리를 내는 슬라임들. 그들이 통통 뛰어다니고 있었는데, 놀라운 것은 그 규모였다.
[뀨우우우우웅!]슬라임 서식지를 빼곡히 메운 슬라임들. 과거 수만 명이 넘는 초보자도 거뜬히 수용했던 거대한 평원이 죄다 슬라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슬라임이 모여 있는 것처럼, 그 규모는 감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
-이거 지금 무슨 상황임?
알림이 떠서 우연히 재영의 영상으로 넘어온 이들. 이들은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슬라임의 규모에 얼이 빠져서 물어 왔지만, 이미 실시간 채팅창은 앞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유저들에 의해 아비규환에 빠져 있었다.
-미친? 슬라임들의 구원자라고? 저런 칭호는 도대체 어떻게 얻은 거야?
-잠깐만, 저거 지금 슬라임들 통솔하는 거 맞지?
-킹 슬라임까지 등장했어. 이거 뭐야? 왜 슬라임들이 애교 부리고 있는데!
-저게 가능해? 아니, 그보다 직업이 전사라며!
영희의 스트리밍 방송을 보다가 호기심에 넘어온 시청자들. 전후 사정을 모조리 꿰고 있는 그들은 갑자기 돌변한 슬라임들의 반응을 보며 경악했고, 재영이 지금 뭘 하려는지 깨닫고는 패닉에 빠졌다.
-설마 아까 한 소리가 그럼 정말로……?
-자, 잠깐만, 그게 가능하다고? 진짜 저 슬라임들을 데리고……?
-저기요? 님들? 설명 좀……. 지금 이게 무슨 상황임?
패닉에 빠진 기존 시청자와 상황 파악이 덜 된 신규 시청자들이 뒤섞여 아비규환이 된 댓글창. 그 순간 재영의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모였으면 가자, 오크들 혼내 주러.] [뀨우우우우우웅!]재영의 말에 일제히 포효하며 어디론가 움직이기 시작한 슬라임들. 그들이 향한 곳은 바로 슬라임들의 영역 바로 옆에 있는 오크들의 군락지였다.
[취이이익. 취익. 슬라임들, 꺼져라. 여기는 우리 영역…….] [뀨아아아앙!] [콰콰쾅.]거대한 나무로 지은 목책. 그 위에 서 있는 보초병은 슬라임 몇 마리가 접근하기 시작하자 시큰둥하게 경고를 했지만, 그들의 머리 위로 날아 온 것은 킹 슬라임의 거대한 몸체였다.
[취, 취이이이익! 뭐, 뭐야?]슬라임 서식지와 바로 그 경계를 같이하고 있던 오크 군락지. 그렇기에 하루에도 몇 번씩 무리를 벗어난 슬라임과의 충돌이 벌어지곤 했다. 하지만 영역에 대한 보호 본능이 가장 강한 슬라임들의 군주, 킹 슬라임. 그가 직접 모습을 드러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그가 육중한 몸으로 한 방에 오크 군락지의 목책을 박살 내자 오크들은 입을 쩍 벌린 채 얼어붙었다.
[뀨우웅! 뀨우!] [뀨아아아아아아아앙!]포효하는 킹 슬라임과 오크 군락지 안으로의 진입을 시도하는 헤아릴 수 없는 규모의 슬라임들. 그 순간 오크들 역시 깨달았다. 지금 이 상황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소규모의 충돌이 아니라, 기습적으로 시작된 슬라임들의 총공세라는 것을 말이다.
[취이익! 비상! 비상!] [공격이다! 취익! 전부 전투 준비!] [슬라임들이…… 취익! 취이익! 우리를 공격한다!]목책이 부서지고 난 이후에야 사태를 파악하고는 우왕좌왕하는 오크들. 비상을 알리는 뿔피리의 웅장한 중저음이 울려 퍼지고 오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그 순간. 실시간으로 영상을 멍하니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똑똑히 들었다. 초코파이조아, 아니 재영의 사악한 목소리를 말이다.
[가자, 애들아. 땅따먹기 하러.] [뀨아아아아아앙!]킹 슬라임의 포효와 함께 그렇게 시작되었다. 슬라임 종족의 대부흥기를 이끌, 슬라임 최초의 영역 확장 전쟁이 말이다.
* * *
영희와 브루스.
이 둘은 눈앞에서 생생하게 벌어지는 장면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하염없이 지켜만 보고 있었다.
“뀨우우우웅!”
방금까지만 해도 자신들이 사냥하고 있던 슬라임들. 그들이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모여 일사불란하게 바로 옆 동네에 있는 오크 군락지를 향해 쳐들어가고 있는 장면을 말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도무지 현실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황당한 상황. 하지만 영희의 실시간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 수는 거짓이 아니었다.
-현재 시청자 수: 0명
제로. 다른 말로는 빵.
저번에 벌어진 사고 때문에 떨어졌던 시청자 수를 거의 회복했던 상황에서 어찌해 볼 새도 없이 시청자들이 모조리 다른 채널로 이탈해 버렸다. 슬라임들을 데리고 오크 군락지로 쳐들어가는 저 미친놈에게로 말이다.
“이걸 어떻게 이겨…….”
순식간에 시청자 전부를 빼앗긴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하지만 그녀는 억울하거나 분한 감정이 전혀 들지 않았다. 지금껏 객관적으로 봐도 나쁘지 않은 외모와 귀여운 애교로 많은 이의 호감을 사며 시청자들을 끌어모은 영희.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녀가 찍는 영상들의 콘텐츠는 그렇게 흥미롭거나 재미가 있지는 않았다.
다시 말해서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그런저런 영상. 하지만 지금 저 초코파이조아가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있는 영상은 달랐다.
“뀨우우우우웅!”
투캉. 콰콰쾅.
“취이익…… 군단장님은 아직이신가!”
“취이이익! 막아! 이 이상 슬라임들이 들어오면 안 된다!”
“뀨우웅! 뀨우!”
뚫려 버린 목책에 달려들어 다시 방어선을 구축하려는 오크들. 그리고 그 방어선을 뚫고 들어가려는 슬라임들과 육중한 몸으로 지진을 일으키며 깽판을 치고 있는 킹 슬라임. 지금껏 보지 못한 두 종족의 치열한 영역 다툼은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그런 흥미로운 영상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생각처럼, 재영의 영상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오크들 당황한 것 봐라.
-슬라임들이 옛날 슬라임 같지 않지? 오크들 단단히 혼나는 거 봐라.
-초보자 마을 박살 난 것처럼 오크 군락지도 개박살 나는 거임?
-엌ㅋㅋㅋㅋㅋㅋ. 슬라임이 아니라 아주 그냥 슬기즈칸이네.
-옛날에는 슬라임이 불쌍했는데…… 이제는 오크가 더 불쌍하네.
귀엽고 초롱초롱한 외모의 슬라임. 아르카디아의 최약체로 동정심을 자아내는 이들은 어디로 가고, 인해전술로 오크들의 군락지를 밀어 버리고 있는 슬라임들. 이들의 군세는 가히 유라시아 대륙을 정벌한 몽골제국이 연상될 정도로 거대했다.
“취, 취이이익! 이게 지금 무슨 짓이냐!”
오크 군단장과 그가 이끄는 최정예 울프 라이더들의 출현. 하지만 갑작스러운 기습에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탓인지, 그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다.
-보스 몹 출현. 오크 군단장이다.
-무지 당황한 것 같은데? 얼굴 똥 씹은 거 봐라.
-ㅋㅋㅋㅋㅋ. 오크 군단장 레벨 130대 아님? 네임드 몬스터인데 너무 위엄이 안 서네.
-지랄. 네가 평상시에 오크 군단장 만나 봐라. 포스 지린다.
육체적인 능력은 뛰어나지만 지능이 비교적 많이 떨어지는 아둔한 몬스터로 분류되는 오크. 하지만 오크 군단장은 달랐다. 뛰어난 육체적 능력과 더불어 뛰어난 지략과 판단력을 가지고 수만 마리의 오크들을 통솔할 수 있는 네임드 몬스터였다. 그리고 그런 오크 군단장이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은 다시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취이이익! 슬라임들이여, 지금 너희는 자랑스러운…… 취이이익! 하늘망치 부족의 군락지를 침범했다. 지금 당장 물러서지 않으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취익! 당장 물러나라!”
물밀 듯이 군락지 안으로 들어와 오크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슬라임들. 그 슬라임들은 오크 군단장의 말에 공격을 멈추고는 초롱초롱한 눈을 일제히 킹 슬라임에게로 돌렸다.
“뀨우웅?”
의미를 알 수 없는 슬라임 특유의 귀여운 울음소리.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그 울음소리는 다르게 들렸다.
‘형님, 어떻게 할까요? 한 번만 봐 달라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원 코인만 달란다.
-저거는 못 참지. 딱 봐도 블러핑인데.
-설마 이렇게 물러나지는 않겠지?
딱 봐도 전열을 재정비할 시간을 벌려고 하는 것 같은 오크 군단장. 실제로 그가 큰 목소리로 슬라임들에게 무어라 말을 하는 와중에도 군락지 저 뒤편에서는 수많은 오크가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취이이익! 슬라임들의 군주여, 지금 우리를 공격하는 게, 취익! 영역에 대한 다툼 때문인가? 물론 우리에게 다가오는 슬라임들을 우리가 먼저 공격한 건 사실이지만, 취익! 고작 그런 사소한 일 때문에 종족 전체가 피를 흘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제라도, 취이이익…….”
킹 슬라임과 협상을 시도하려는 오크 군단장. 그가 온갖 미사여구를 붙이며 킹 슬라임을 설득하려 했지만, 킹 슬라임은 그저 초롱초롱한 눈을 위로 올려다보며 물었다.
“뀨?”
마치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는 것 같은 킹 슬라임. 그 순간 오크 군단장은 보았다. 킹 슬라임 머리 위에 올려져 있는 왕관. 그리고 그 옆에 비스듬하게 기대고 서 있는 한 명의 인간을 말이다.
“취이이익……. 인간……?”
재영을 발견한 오크 군단장의 얼굴에는 혼란스러움이 가득했다. 인간들과의 치열한 전투에서 자신들의 영역과 자유를 쟁취한 슬라임들. 그렇기에 과거의 악연 때문에 슬라임들은 인간을 싫어했다. 자신들의 서식지에 들어오는 인간은 일단 공격부터 할 정도로 말이다.
“뀨우우웅-.”
그런데 킹 슬라임의 머리 위에서 한가로이 서 있는 인간. 오크 군단장은 애정 가득한 눈빛을 보내며 마치 그에게 허락을 구하는 것 같은 킹 슬라임의 행동을 보고는 깨달았다, 바로 저 인간이 지금 슬라임들의 이상행동의 원흉이라는 것을.
“이, 인간! 설마 지금 슬라임들이 이러는 게……? 취이이익!”
오크와 절대 함께 융화될 수 없는 종족인 인간. 아르카디아의 드넓은 대륙의 대부분을 차지하고도 모자라 언제나 호시탐탐 오크들의 영역까지도 차지하려는 탐욕스러운 족속들. 그런 욕망 가득한 인간이 슬라임들의 군주, 킹 슬라임과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오크 군단장은 깨달았다. 인간들이 드디어 그 야욕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말이다.
“인간들! 취이익! 네놈들이 결국 본색을 보이고 말았구나! 취이이익! 슬라임들까지 이용해서 우리의 영역을 빼앗으려 하다니! 그러고도 네놈들이 무사할 것 같으냐!”
뭔가 자기 마음대로 이상한 결론을 내린 것 같은 오크 군단장. 그런 그의 말에 재영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기 저 오크가 뭐라고 하는 거야?”
“나도 모르지. 그냥 자기 영역 침범했다고 뭐라고 하는 거 아냐?”
“무슨 본색을 보였다는데?”
“이것 봐 주인, 내가 무슨 오크도 아니고, 쟤가 말하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아들어?”
“쩝…… 그건 맞네…….”
황당하다는 듯이 쏘아붙이는 탄의 말에 재영은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채팅창에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며 미소 지었다.
-진격! 진격!
-슬라임들아, 초보자 마을 박살 낸 것처럼 오크 군락지도 박살 내 주라.
-ㅋㅋㅋㅋㅋㅋ. 진짜 슬라임들이 세계관 최강자들이네.
-킹-갓-슬라임 등장.
자신들이 당한 게 있어서인지, 내심 오크들의 군락지를 박살 내 주기 바라는 시청자들의 강렬한 열망이 느껴졌다. 그리고 재영은 그런 모든 이의 염원을 담아 킹 슬라임에게 말했다.
“전원 진격. 모조리 밀어 버리자.”
“뀨아아아아아아앙!”
“뀨우우웅! 뀨우우우웅!”
그렇게 오크들은 하루아침에 자신들의 터전을 잃어버렸다. 갑작스럽게 쳐들어온 슬라임들의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