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9
9화 슬라임이 너무 강해 (5)
아르카디아에서 마법사로 플레이를 하는 유린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스킬, 파이어 스피어가 B랭크로 상승하였습니다.] [대미지와 시전 속도가 향상되었습니다.] [마력 친화도가 1 상승하였습니다.] [지능이 5 상승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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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 서식지에서 발생한 알 수 없는 오류 덕분에 경이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20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오, 벌써 레벨 업이야?”
같이 사냥을 하던 파티원들이 빛무리에 둘러싸인 유린을 바라보며 축하의 말을 한마디씩 건네기 시작했다.
“축하해, 유린. 이제 20레벨대에 들어왔네.”
“이 기세로 가면 마법사 랭커도 노려 볼 만하겠는데?”
주위 사람들의 칭찬에 유린은 입에 걸리는 웃음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
“호호. 랭커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이렇게 사냥하다 보면 노려 볼 수도 있겠네요.”
“크크크…… 무슨 버그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꿀 같은 상황이야. 슬라임이 코볼트 놈들보다 더 경험치를 많이 준다니 말이야.”
알 수 없는 이유로 강력해져 버린 슬라임 서식지. 이곳은 초보자들에게는 충격과 공포 그리고 죽음의 공간일지 몰라도, 어느 정도 레벨을 올린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축복의 공간이었다.
“그냥 강해진 줄 알았는데, 몬스터 패턴은 그대로인데 경험치랑 골드는 늘어난다니. 이거 원, 당분간은 이 상태 그대로 유지되면 좋겠구먼.”
아르카디아는 몬스터 사냥과 전투는 그리 호락호락한 콘텐츠가 아니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상대하게 되는 몬스터들은 지능을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 변칙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 유저들을 곤경에 빠트리곤 했다. 특히 그들이 상대한 코볼트의 경우 더더욱 말이다.
“갑자기 숨어 있다 기습도 안 해. 무리로 몰려다니며 함정이나 설치하고, 눈치 보면서 독침이나 쏴 대고…… 어휴 그런 놈들 잡고 도대체 어떻게 레벨 업을 하려고 했던 건지. 어휴, 그 망할 놈들이랑 비교하면 이 녀석들은 양반이죠, 양반.”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유린. 그리고 그 말에 동감한다는 듯이 모두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저희처럼 냄새 맡고 몰려오는 고렙 유저도 점점 늘어나는 것 같은데, 최대한 빨리 레벨 업들 끝마치고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죠.”
유린의 말대로, 그들의 주변에서는 수없이 많은 유저의 파티가 이곳저곳에서 자리를 잡고 사냥을 하고 있었다. 절대 초보자로 보이지 않는 이들. 아마 어딘가에서 이들이 알고 있는 것과 같은 정보를 확인하고 레벨을 빨리 올리기 위해서 알음알음 찾아온 것이 분명했다.
슬슬 슬라임의 재생성 속도보다 유저들의 사냥 속도가 더 빨라지기 시작한 상황. 그를 증명하듯이 슬라임들의 시체가 벌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뀨우우우우…….”
이미 유저들의 기세에 압도당한 듯, 마치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한 슬라임이 처량한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파이어 랜스.”
그런 슬라임을 보며 유린은 일말의 주저함 없이 스킬을 영창 했다.
화르르륵
B랭크로 상승한 영향일까?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생성되어 날아간 화염의 창은 이전과 다르게 단 한 방에 슬라임의 몸을 꿰뚫어 버렸다.
“와…… 이제 한 방에 슬라임이 죽네?”
“방금 스킬 랭크 올라서 그런 것 같아요.”
“뭐? 스킬 랭크도 올랐어? 오늘 아주 그냥 계 탔네, 계 탔어.”
부러움에 찬 동료들의 시선을 즐기며 유린은 또 다른 희생양을 찾아 나섰다. 그녀를 마법사 랭커로 만들어 줄 소중하고 귀중한 경험치 덩어리를 말이다.
하지만…….
우우웅.
“뭐지?”
갑자기 울려 퍼지는 진동음에 유린의 파티를 비롯한 슬라임 서식지의 모든 유저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촤아아아악-
“뭐, 뭐야!”
“꺄아아악!”
그들이 서 있는 대지에서 갑자기 뿜어져 나오는 새까만 어둠의 기운. 보기만 해도 엄청나게 사악해 보이는 힘이 슬라임 서식지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분노하라, 이유 없이 희생된 나약한 존재들이여.]칠판을 긁는 듯이 소름 끼치는 목소리. 그 목소리가 마치 속삭이듯이 또렷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평화 속에서 살아가던 그대의 종족을, 그대를 죽이던 사악한 이들에게.]그리고 그 검은빛 기운들은 스멀스멀 슬라임들을 감싸더니, 빠르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피의 복수를.]복수를 외치는 것을 마지막으로 알 수 없는 기분 나쁜 목소리는 사라져 갔다. 의문의 어둠의 기운들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유린은 느낄 수 있었다.
“뭐지……?”
자신의 눈앞에서 통통 뛰어다니고 있는 이 슬라임들이 아까와 같은 슬라임들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뀨우우웅! 뀨우우우웅!”
통통-
통통-
“뭐, 뭐야, 이 녀석들?”
갑자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슬라임들. 여러 무리로 나뉘어 산발적으로 퍼져 있던 슬라임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어느 한 장소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뭉치기 시작했다. 마치 원래부터 하나의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젤리처럼 형체가 스르르 녹아내리며 거대한 무언가로 변화하고 있었다.
“마, 막아!”
뭔지는 모르겠지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불안감. 그 불안감 때문에 유린의 파티를 비롯한 여러 파티에서 화살을 비롯한 여러 마법을 슬라임들의 결집체에 날리기 시작했다.
피시식.
하지만 이들의 공격은 무의미하다는 듯 생채기 하나 없는 결집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유저들의 불편한 기다림 끝에, 슬라임들의 결집체는 하나의 외형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슬라임 서식지를 비롯한 초보자 마을에 상주하는 전체 유저에게 메시지창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초록빛 들판을 거닐며 평화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던 슬라임 종족.] [이들은 갑자기 나타난 인간들에 의해 이유도 없이 무참히 학살당했습니다.] [수없이 많은 인내 끝에 이들은 결론지었습니다. 이 이상의 인내는 필요치 않다고, 평화를 위해 우리는 싸워야 한다고.] [그렇기에 이들은 스스로를 희생했습니다. 자신들의 종족 전체를 이끌, 위대한 군주를 탄생시키기 위해서.]그리고 그런 그들의 앞에 나타난 것은 엄청나게 거대한 초록빛 슬라임이었다. 머리에 왕관을 쓰고 있는, 10층 건물 크기 정도는 되어 보이는 슬라임 말이다.
“뀨우우우우우우우우웅!”
콰아아앙.
울음소리만으로도 엄청난 충격파가 주변을 강타했다.
“크어어어억!”
“와, 죽을 뻔했어. 저거 뭐야? 무서워.”
“히이이익! 켈론! 켈론이 죽었어!”
체력이 낮은 직업군의 유저들은 그저 충격파만으로 죽어 버릴 정도로 압도적인 강력함을 뽐내는 거대한 슬라임. 그리고 그런 슬라임의 머리 위에 떠오른 텍스트를 본 유린의 입에서 침음성이 튀어나왔다.
[Lv. 100 킹 슬라임]“이런 미친…….”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유린은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이 죽이고 다닌 슬라임들이 인간을 극도로 적대시하는 보스급 몬스터로 재탄생했다는 것을.
그것도 Lv. 100의 범접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말이다.
* * *
“……탄, 뭘 한 거야?”
재영은 황당한 얼굴로 뻔뻔하게 머리 주변을 날아다니는 사탄에게 물었다.
“왜? 네가 말한 것처럼 슬라임을 강화해 줬잖아.”
“아니, 내가 강화해 달라고는 했지만, 저렇게 답도 없는 수준으로 만들어 달라고는…….”
뀨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앙-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거대한 포효 소리. 그리고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 같은 진동이 재영이 있는 곳을 덮쳤다. 하지만 날개를 퍼덕거리며 사탄은 정말 재밌다는 듯이 눈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크크큭…… 역시 아무리 최하급 생명체라도 살짝만 복수심을 일깨워도 효과는 엄청나다니까? 스스로 자신들의 군주를 탄생시키다니 말이야.”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리는 사탄의 말에 재영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복수심이라니?”
아직 이해를 못 한 듯한 표정의 재영을 보며 사탄은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했다.
“뭐긴, 아까 상황을 보니까 인간들이 슬라임들이 나타나는 족족 죽이고 있던데, 그걸 보고 슬쩍 슬라임들의 복수심을 일깨워 줬지. 네 녀석의 개연성을 조금 나눠 주면서 말이야.”
“뭐……?”
“개연성이 역시 강력하긴 해. 얼마 주지도 않았는데 아예 종족 자체가 한 단계 진화해 버렸잖아? 조금만 더 있었으면 아주 그냥 마계의 종족으로 편입해도 될 정도였겠는데 말이야.”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는 사탄. 복수심에 불타 미쳐 날뛰는 슬라임들이 어지간히도 마음에 든 것 같았다. 물론 그들 때문에 날벼락을 맞은 인간들은 엄청난 고초를 치르고 있었지만 말이다.
“크윽…… 막아! 뚫리면 안 돼!”
“뀨아아아아앙!”
콰앙. 콰앙.
“너무, 너무 많습니다! 게다가 이 자식들 단순히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필사적으로 슬라임들을 막아서는 유저와 NPC들. 분노에 가득 찬 슬라임들의 공세에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은 이들의 표정만 봐도 쉽게 눈치챌 수 있을 정도였다.
[메인 시나리오, Act. 1 태동하는 잊힌 어둠이 시작되었습니다.] [연계 퀘스트, ‘초보자 살인마를 잡아라!’가 삭제됩니다.] [연계 퀘스트, ‘슬라임의 분노’가 생성되었습니다.]아르카디아 대륙 이곳저곳에서 플레이에 열중하던 유저들. 이들은 갑자기 날아온 퀘스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메인 시나리오?”
“뭐야, 이게?”
하지만 내용을 확인한 후 이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제는 잊힌 고대의 사악한 어둠. 그 어둠의 존재가 슬라임들의 잠들어 있는 분노를 일깨웠도다. 분노에 휩싸인 슬라임들이 인간들의 터전을 흔적도 없이 파괴하려 한다. 이들의 공격을 막고 우리의 터전을 지켜라.
[승리 조건]-초보자 마을 수호(남은 시간: 2일 23시간 57분 24초.)
-킹 슬라임 처치 0/1
[패배 조건]-초보자 마을의 수호석 파괴 0/1
뜬금없이 날아온 퀘스트. 그것도 황당하기 그지없었지만, 그 내용은 더욱 무지막지했다.
“무슨 소리야? 초보자 마을이 영구적으로 파괴된다니?”
아르카디아를 시작하는 유저 모두가 거쳐 지나가는 초보자 마을. 오픈 초기인 지금은 아직 이곳에 터전을 두고 있는 유저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만큼 미지의 아르카디아 대륙에서 가장 많은 정보가 밝혀진 곳이기도 하고, 빠른 성장과 캐릭터 육성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마을이 사라진다?
컴퓨터로 일반적인 RPG 게임을 해 왔던 유저들은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뀨우우우웅!”
하지만 수호석으로 추정되는, 초보자 마을 중심부에 위치한 광장에 갑자기 나타난 영롱한 크리스털. 그리고 마치 그것을 노리는 듯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초보자 마을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는 슬라임 무리를 보면서 지금 상황이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깨달을 수 있었다.
“막아!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새끼들이 접근 못 하게 막아야 해!”
“이런 씨발, 갑자기 이게 뭔 지랄이야!”
그 이후로 시작된 유저들과 슬라임들의 치열한 공성전. 그것을 초보자 마을 안에서 한 명의 유저로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쩔 거야?”
“뭘?”
사탄의 물음에 재영이 무슨 소리냐는 듯이 되물었다.
“지금 모두가 저 슬라임들을 막아서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이잖아. 네가 그냥 저 수호석을 몰래 부숴 버리면 이 모든 걸 끝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치 그러기를 은근히 바라는 듯 눈을 빛내며 사악한 미소를 짓는 사탄. 하지만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재영은 시큰둥하게 고개를 돌리며 답했다.
“일단은…… 지켜볼 생각이야.”
“지켜본다고?”
재영의 말에 사탄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깨달았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아, 최후의 순간까지 기다렸다가 그 희망을 처절하게 박살 내겠다는 거야? 크크큭…… 너 진짜 사악한 놈이었구나?”
정말 재미있다는 듯 좋아하는 그를 뒤로하고서 재영은 눈앞에 정신없이 쏟아지는 메시지창을 바라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초보자를 살해했습니다.] [개연성을 1 획득하였습니다.] [초보자를 살해했습니다.] [개연성을 1 획득하였습니다.] [초보자를 살해했습니다.] [개연성을 1 획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