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91
91화 나도 스트리머 할래 (8)
아이플러스 엔터테인먼트.
지엠 그룹의 마케팅 부서에서 떨어져 나온 인력들이 모여 창업한 소규모 회사였다. 같은 부서에서 몇 년을 같이 호흡을 맞춰 온 이들. 그렇기에 그들은 서로의 얼굴만 봐도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알아챌 수 있을 정도였다.
“대표님? 이 영상…….”
“대박이지?”
영상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 이어지는 침묵. 누군가가 침을 꿀꺽 삼키더니 침묵을 깨고 입을 열자 조서욱 대표가 그의 소감을 대신 말해 주었다. 그리고 갑자기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진짜 미쳤어요! 영상 안에 도대체 중점적으로 보여 줘야 하는 곳만 몇 군데야?”
“이거 그냥 편집 없이 원본으로 나가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겠는데요?”
“드워프들의 숨겨진 도시를 최초로 공개하는 영상이라니……! 꺄! 미쳤어!”
십수억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가상현실 게임, 아르카디아. 국적이나 인종, 성별, 나이와 상관없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게임 산업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중이었기에, 이들은 재영이 자신들에게 건네준 영상의 가치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자, 조금 분위기가 너무 흥분된 것 같으니까 일단 다들 진정하고 제대로 논의를 먼저 해 보자. 이 영상, 다들 어떻게 생각해?”
조서욱 대표의 말에 눈을 빛내는 직원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말했다.
“이건 흥행에 절대 실패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BJ들의 자극적인 미션 수행 영상이나 이미 밝혀져 있는 고난도 던전 공략 영상과는 다르게, 숨겨져 있는 아르카디아의 지역들을 최초로 공개하는 상징성이 담겨 있는 영상이니까요.”
독창성. 그리고 차별성.
드워프 일족이 사는 숨겨진 도시, 샌드 오브 포지.
재영이 플레이 하면서 의식한 것은 아니었지만, 드워프들의 도시인 그곳을 돌아다니며 찍은 영상 속 여러 부분에서 이들은 주목할 만한 요소들을 발견했다.
“도시의 규모나 드워프들의 특성 역시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사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과의 우호적인 교류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신의 축복을 받아 뛰어난 손재주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드워프 종족. 드워프라면 단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자신만의 공방을 운영하며 온갖 뛰어난 품질의 장비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영상 속에서 재영은 실질적으로 이들과의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아, 우리 공방을 둘러보러 왔나? 우리의 친우라면 내가 만든 작품을 사용하는 데 부족함이 없지. 천천히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녀석이 있으면 말해 주게나.]드워프제 장비.
수백 년 전에 풀린 매물들을 마지막으로, 새로운 공급원이 말라 버린 이들의 제작품이 다시 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 무기상들의 눈을 뒤집히게 만들어 버릴 이러한 내용과 더불어 대장장이 유저들을 흥분시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아. 요즘 일손이 너무 부족해. 혹시 자네 주변에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대장장이는 없나? 자네의 추천이라면 인간이어도 상관없을 것 같긴 한데…….]드워프 공방에서 일하며 그들의 제작 기술을 배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는 대사까지. 이 영상을 보며 추론해 낼 수 있는 몇 가지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자동으로 머리에 떠오르는 공통적인 생각이 있었다.
‘여기를 선점하기만 하면 엄청난 이득이겠는데……?’
단 하나도 공개되지 않은 숨겨진 퀘스트들과 비밀스러운 장소들. 이미 수많은 유저가 신나게 씹고 뜯고 맛본 다른 공개된 지역과는 다르게 그 모든 것이 베일에 둘러싸인 드워프들의 도시. 엄청난 이슈를 몰고 올 것이 확실한 이 영상을 손에 쥔 조서욱 대표와 휘하 직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진짜…… 최고의 작품으로 만들어야겠네요.”
신생 엔터테인먼트 회사, 아이플러스.
이들의 첫 번째 포트폴리오를 장식할 역사적인 영상은 그렇게 탄생되었다.
* * *
아르팬디아와 아르카디아가 세상에 출시되고 난 이후. 세상엔 자연스러운 변화의 흐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요즘은 옛날과 다르게 사람들이 이미지나 글로 된 내용은 도통 잘 안 읽어 봅니다. 이게 최근 들어서 나타난 현상인데요. 이제는 뭐든 영상으로 만들어서 제공하는 게 대세인 시대가 되어 버렸네요. 나이가 많이 든 저로서는 따라가기 힘든 유행인 것 같습니다. 허허허.]어느 한 교수가 방송에 나와 논평한 것처럼, 영상물이 이미지를 대체하며 인터넷에서 빠르게 그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었다. 과거 글에서 이미지로 넘어갔던 초창기 컴퓨터 시대처럼, 이제 이미지에서 영상으로 그 주류가 빠르게 바뀌어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영상 제작자들로서도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닐 수 없었다.
-하암……. 노잼.
-대충 스킵 하고 봤는데, 별거 없네요……. 좀 더 성의 있게 영상을 만들어야죠.
-내 인생의 15분 돌려줘라……. 진짜 시간 아깝다.
다른 것들에 비해 영상 제작과 편집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노력 대비 사람들의 반응이 처참하거나 조회 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그들은 매번 점점 더 자극적이고 흥미 위주의 영상을 만들어 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시청자들의 눈 역시 계속해서 높아져만 갔다.
-요즘 영상들 재미없는 듯.
-죄다 비슷비슷하고 다 아는 내용 가지고 재탕 삼탕 뇌절까지 해 버리니까 볼 게 없다.
-동감. 좀 참신하고 아무도 못 하는 그런 걸 보고 싶은 건데.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르나?
자신들이 기대하는 그런 영상이 별로 없다고 투덜대는 시청자들. 하지만 그들의 불평 가득한 댓글에는 언제나 BJ들을 옹호하는 자들의 핀잔이 달리곤 했다.
-저기요, 무슨 히든 클래스나 히든 퀘스트가 뉘 집 누렁이 이름인 줄 아세요? 어쩌다가 우연한 기회에 발견되는 것들이니까 ‘히든’이 붙는 건데 그런 것만 매일 어떻게 올려요?
-ㅋㅋㅋㅋㅋ. 그렇게 불만이면 네가 직접 영상 찍어 보든가.
-꼬우면 그런 영상만 올리는 BJ 채널로 가든가. 여기 물 흐리지 말고 꺼지셈.
그렇게 매일같이 신선함에 목말라하며 무수히 많은 채널을 이곳저곳 방황하는 시청자들. 하지만 이런 그들에게 성지와도 같은 유일한 채널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재영이 만든 채널, 파괴자의 일상물이었다.
-매일 영상 안 올라와도 좋다……. 신선하기만 해라.
-갓직히 여기 채널 영상이 제일 재밌음.
-ㅇㅈ. 영상 업로드 주기가 불규칙해서 그렇지, 내용 자체는 여기가 최고임.
-ㅋㅋㅋㅋ. 슬라임 귀여워~!
고작 3개의 영상이 올라온 것이 다였지만, 하나하나의 파급력이 너무 강력했기에 신선함을 추구하는 아르팬디아의 유목민들에게는 자신들의 목마름을 해소해 주는 오아시스와도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그런 재영의 채널에 새로운 영상이 올라왔다.
-파괴자 영상 새로 뜸!
-뭐? 진짜로?
-바로 달려갑니다. ㅅㄱ.
영상이 올라왔다는 알림이 뜨자마자 순식간에 몰려든 수만 명의 시청자. 그들은 영상을 열어 보고는 경악했다.
-드, 드워프라고?
-실화냐? 뭐야, 이게?
-잠깐만…… 여긴 어딘데? 진짜로?
지하 깊숙한 동굴 속으로 보이는 배경. 한참을 걸어가고 난 후에 공개된 드워프들의 최후의 도시. 샌드 오브 포지가 그 모습을 드러내자 댓글창은 과도한 트래픽으로 폭주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발견자!
-미친! 미발견 지역? 그것도 드워프들의 도시라고?
-이런 씨발! 이거 진짜야?
-와, 나! 도대체 어떻게 게임하고 있는 건데?
-그런데 지워진 내용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마치 공개할 수 없다는 듯, 일부러 지운 흔적이 많은 영상. 누군가를 알 있는 부분들은 전부 모자이크나 마스킹 처리가 되어 있었고, 이름을 특정해서 부르는 부분들은 전부 삐- 처리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많은 조각이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까탈스러운 입맛을 가진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것에는 충분했다.
[드워프들과 신뢰 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퀘스트 완료.] [샌드 오브 포즈에 대한 출입 권한을 획득하셨습니다.] [샌드 오브 포지가 개방됩니다.] [차후 인간과 드워프 간의 정식적인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칭호, ‘드워프들의 친우’를 획득하였습니다.]칭호를 얻었다는 말과 함께 샌드 오브 포지가 개방되었다는 메시지. 거기에 인간과 드워프 간의 교류가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문구에 희망과 기대감 가득한 댓글이 가득 달리기 시작했다.
-드워프와의 거래? 이건 못 참지
-저기 어디야? 나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간다.
-아니, 이걸 이렇게 끊는다고? 위치 정보도 알려 줘야지.
-아…… 이렇게 애타게 만들고 혼자 독식하겠다는 건가?
-하…… 돌겠네. 저거 잘만 하면 완전 대박일 것 같은데…….
미공개 지역. 그것도 드워프라는 이종족의 도시였기에 먼저 저곳에 도착해 조금만 선점해도 온갖 달콤한 꿀을 빨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시청자들은 애가 타기 시작했다.
-어? 파괴자 채널 소속사 생겼어?
-그러게? 최근에 계약했나 본데…… 아이플러스? 처음 들어 보는데…….
영상 제작과 그에 따른 여러 문제를 대신 처리해 주는 매니지먼트. 그런 회사와 계약이 되어 있다는 것을 영상 말미에 확인한 이들은 누구 하나 가릴 것 없이 지체하지 않고 전화기를 들었다.
“예, 거기 아이플러스죠? 최근에 올린 드워프들의 도시 영상에 대해 물어볼 게 있어서 그러는데요…….”
그렇게 아이플러스는 지금껏 겪어 보지 않은 문의 전화의 폭주에 온갖 곤욕을 치렀다. 도시에 대한 정보부터 시작해서 파괴자 채널의 주인, 재영의 개인적인 신상 정보까지. 정말 많은 것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고 전화하고 직접 사무실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을 진땀을 흘리며 물리고 나서야 조서욱 대표는 깨달을 수 있었다.
도대체 왜 재영이 그렇게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해 병적으로 질색하며 계약서에 그런 무리한 조항을 집어넣은 건지 말이다.
“하아…… 영상의 파급력이 장난 아닐 거라고 알고 있긴 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수준일 줄은 몰랐네…….”
기자들을 포함해서 순위권 길드와 유명 BJ 스트리머, 거기에 랭커들까지 사무실의 문을 두드리며 드워프들의 도시에 대한 관련 정보를 물어 오는 상황. 아이플러스 입장에서는 감히 무시할 수 없는 이들이 직접 찾아와 압박을 주는 탓에, 조서욱 대표는 날이 더운 것도 아닌데 셔츠가 땀으로 푹 젖어 있을 정도였다.
위이이잉.
사람들을 보내고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인 순간 갑자기 울리는 전화기. 조서욱 대표는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며 전화를 받았다.
“네, 고객님! 무슨 일이신가요?”
[아, 다름이 아니라 영상 잘 봤다고 말씀드리려고요. 제가 따로 요청한 것도 없는데 편집 잘해 놓으셨더라고요. 감사해요.]개인 정보 노출에 질색하는 재영이기에 눈치껏 재영을 비롯해 함께 있던 동료의 정보까지 지워 둔 상황. 그것이 꽤 마음에 드는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재영의 목소리에는 만족감이 묻어 나왔다.
“아닙니다. 저희가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요. 만족하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아, 그래서 말인데요. 영상 하나 더 메일로 보냈으니까 확인해 보시고, 그것까지 추가로 작업해서 올려 주시겠어요? 아이템 자체에 대한 정보는 숨기지 마시고요.]“예? 아이템이요?”
재영의 요구 조건이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이해가 안 되는 조서욱 대표. 하지만 재영은 자기가 할 말만 다 끝내고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아마 영상 보시면 제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거예요. 그럼 이만 끊을게요.]“저건 또 무슨 소리지……?”
묘한 지시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컴퓨터 앞에 앉아 메일을 열어 보는 그. 다운로드를 받는 와중에 직원 하나가 그에게 커피를 하나 건네주었다.
“대표님, 커피 드시면서 하세요.”
“으응……? 아, 고마워.”
아무 생각 없이 커피를 홀짝이며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는 조서욱 대표. 하지만 그는 영상에서 나오는 광경을 무심코 보다가 마지막에 보인 아이템 설명에 커피를 뿜어 냈다.
“푸, 푸우웃!”
“대, 대표님? 괜찮으세요?”
조서욱 대표의 입에서 분사되는 검은색의 액체. 커피 특유의 향이 이곳저곳에서 피어오르며 코를 찔러 왔지만, 그는 멍하니 모니터 화면만을 응시할 뿐이었다.
[불카누스의 망치 – 신화]이글거리는 붉은색의 텍스트로 적혀 있는 신화 등급의 아이템.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조서욱 대표가 지금 보고 있는 영상에 나와 있는 아이템은 신화 등급이었다.
“이런 미친…….”
이미 드워프들이 사는 도시의 최초 공개로 유저 전체가 떠들썩한 상황에서 무심하게 재영이 던져 준 영상. 그것은 다름 아닌 사상 최초의 신화 아이템의 공개 영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