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30)
130화 끌어내리지 못할 높이까지 (2)
—헐, 진심 백승결이?
—백승결이 빚투라니······.
—기사 내용 다시 보고 오세요. 백승결 가족이라고 했지 백승결은 아님. 저 시기에 백승결은 고작 초등학생이었음.
—그럼 초딩 때 본인이 저지른 것도 아닌 일로 욕먹고 있는 거? 그건 좀 불쌍하네···.
—뭐가 불쌍함. 지금 돈 엄청 벌면서 잘 먹고 잘사는데. 돈 빌려주고 못 받은 그 피해자들 가족들이 훨씬 불쌍하지.
—이게 맞다. 그 사람들 중에 애들 있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을 텐데. 그것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좀 그렇긴 하네. 연좌제를 들이밀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티비에 나와서 잘 나가는 모습 보면 그 사람들 입장에선 승질나긴 할 듯.
—그래서 백승결이 상속 포기를 했다는 거임? 그러면 빌려준 돈들은 어떻게 받음?
—뭘 받아. 못 받았겠지.
기사를 올리자마자 댓글 창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조회수는 새로 고침을 할 때마다 앞자리 숫자가 훅훅 바뀌었고, 댓글 숫자는 배로 뛰었다.
칸 영화제의 여운으로 현재 화제성 최고인 백승결을 장작으로 쓴 덕분에.
순식간에 포털 사이트 전체에 화재가 번져나갔다.
그리고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
익명의 제보로 이 기사를 쓴 이슈 패치의 박 기자가 흐뭇하게 웃었다.
“화력 한 번 끝내주는구만.”
달달한 믹스커피를 홀짝이며 킬킬거리는 그의 옆으로 후배 기자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모니터 화면을 보며 입꼬릴 쭉 찢는 박 기자와는 다르게, 후배는 살짝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근데 이거 괜찮을까요?”
“뭐가?”
“익명의 제보만 믿고 터트리기엔 너무 센 내용 같아서요. 좀 더 조사해보고 확실하면 터트렸어도······.”
그러자 박 기자가 얼굴을 와락 구겼다.
“야, 야. 넌 그래도 3년 차 넘은 새끼가 답답하게 왜 그러냐. 이 바닥에선 돌다리 두들기다가 닭 쫓던 새 되는 거 알잖아? 아마추어처럼 왜 그래?”
미간을 좁히며 눈을 흘긴 그가 말을 이었다.
익명의 제보라기엔 목소리에 확신이 묻어났다.
마치 아는 이에게 들은 것처럼.
“그리고 내가 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게 있어서 자신 있게 터트린 거야. 뭐 자잘하게야 오류가 있을지 몰라도 그거 무서워서 기사 어떻게 할래? 미움받을 용기 모르냐.”
한심하다는 눈으로 후배를 보며 혀를 끌끌 차는 박 기자.
그리고 새로 고침.
훌쩍 뛰어오른 조회수와 댓글수를 바라보며 그가 이죽거렸다.
“뭐, 백승결 얘한텐 좀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 지금 완전 커리어 하이인데, 과거 소환 당해서 이미지 한 방에 나락 가게 생겼으니.”
물론 나락까진 안 갈 수도 있다.
너무 어린 나이이기도 했고, 제보자의 추측(?)처럼 상속 포기를 했다면 더더욱 자신의 잘못은 없는 상황.
하지만 이 바닥은 진실로 잘못해서 욕먹는 곳이 아니다.
욕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넘치니 그 건덕지를 준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지.
확실히 이미지에 타격은 갈 거다.
그러다 결국 백승결의 잘못이 아니라는 여론이 우세해질 수도 있겠지만, 한번 흠집이 난 이미지는 그렇게 쉽게 회복되지 않지.
악플러들은 이때다 싶어 그 흠집을 두고두고 파고들 테고.
‘그러니 잔인한 건 내가 아니라 악플러들이지. 난 그냥 먹이만 줬을 뿐이라고.’
그렇게 일말의 죄책감마저 씻어버린 박 기자가 경쾌하게 새로 고침을 또 한 번 눌렀다.
그새 불어난 조회수가 그의 입을 또 한 번 쭉 찢었다.
“안타깝지만 어쩌겠어~.”
그가 후배를 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우리 일이 그런걸.”
#
“이, 이거 어떡해요···?”
김주철이 패닉에 빠진 얼굴로 김성운을 보았다.
화면에 시선이 콱 박힌 김성운.
그가 기사를 쭉 훑어보고, 이어서 댓글까지 확인하더니 툭 내뱉었다.
“······그러게.”
“심각한 일, 아닌가요?”
생각보다 덤덤해 보이는 김성운의 반응에 김주철이 물었다.
김성운이 핸드폰을 돌려주며 끄덕거렸다.
“가벼운 일은 아니지.”
“그, 그럼 어떡하죠?”
김성운이 대답 대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지금 승결이 어디 있댔지?”
“그, 지난번에 옛 인연이라고 했던 그분들 만나러 갔는데······.”
“마침 잘됐네.”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김주철이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그를 올려다보았다.
“승결이랑 통화 좀 하고 올게.”
“네, 네···.”
그렇게 김성운이 카페테리아에서 사라지고.
김주철이 걱정 한가득한 눈으로 핸드폰을 뒤적거렸다.
기사가 분신술이라도 쓰는 것마냥 늘어나고 있었다.
이런 걸 뭐라고 하더라······어뷰징?
김주철이 이마를 벅벅 긁으며 분통을 터트린다.
그리고 남아있는 두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홍보팀장과 1팀장.
그들도 이번 일에 분명 적잖이 충격을 받았······.
“결국, 터지네요.”
“한 번쯤 얘기가 나올 거라곤 생각했잖아. 이렇게 악의적일 줄은 몰랐지만.”
“그리고 이렇게 뒤늦게 터질 줄도 몰랐죠.”
음?
김주철이 눈을 끔뻑거렸다.
대화의 분위기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하람에서 승결이 형의 빚 문제를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이어지는 그들의 대화에 귀을 기울였다.
“그나저나 냄새가 난다, 냄새가 나.”
“그쵸? 확실히······ 댓글로 장난친 쪽에서 이것도 터트린 거 같네요. 댓글도 고소가 어려운 수위로 살살 건드려서 얄미웠는데, 이젠 정말 밉네요. 커피를 확···!”
“어어, 진정해 진정.”
커피잔을 쥐고 들썩이는 홍보팀장을 말린 1팀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턱을 문질렀다.
“이쯤 되면 최 실장, 그 녀석이 벌일 사이즈는 아닌 것 같고. 그럼 전소속사일 확률이 더 높아지는데······기사를 쓴 놈은 이슈패치의 박재형 기자라······.”
두 사람은 범인 찾기에 돌입한다.
이미 범인을 특정하고 유죄추정의 원칙(?)으로 퍼즐을 맞추는 것 같긴 하지만···.
김주철은 그 모습을 보며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자신이 도울 수 있는 건 없을까 싶어서.
‘그나저나······ 좀 이상하긴 하네.’
팀장님도 그렇고.
앞에 두 사람도 그렇고.
모두가 지금 터진 문제에 대해 대응을 하고는 있지만.
생각보다 격하게 반응하고 있진 않았다.
지금 솔직히 엄청 심각한 상황 아닌가?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 같던데, 다 들고 일어나면 어떡해?
그러면 진짜 승결이 형 이미지에 큰 타격이 생길 텐데?
와씨, 어떡하지?
그렇기에 김주철은 홍보팀장과 1팀장의 반응에 점점 더 의아해졌다.
왜 이렇게 다들 침착한 거야?
······뭐지?
#
“얼굴이 어떻게 점점 더 좋아져~.”
프라이빗한 음식점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나의 옛 인연.
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옛’은 빼야 하나.
“아저씨도 그러신데요. 뭘.”
“야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루하루 늙어간다. 하루하루 늙어가.”
인사를 나누며 자리에 앉았다.
기다란 테이블이 꽉 찰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였다.
하루하루 늙어간다며 엄살을 피우던 진수네 아저씨에게 먼저 물었다.
“진수는 잘 지내죠?”
“걔? 말도 마. 형 보고 싶다고 난리다. 생전 지 부모한텐 보고 싶단 소리도 안 하는 놈이.”
“상암에서 현중은행 다닌다고 했죠? 한 번 들러야겠네요.”
“걔가 뭐 카드니 적금이니 만들어달라고 해도 절대 들어주지 마. 그런 건 가족끼리도 해주는 게 아니야.”
그 말에 옆에 앉아 있던 이씨 아저씨가 가족끼리는 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며 되물었다.
“그래서 형님도 안 만들어줬슈?”
“응. 그래서 나도 안 만들었지.”
“에이, 그건 너무하네~.”
“맞아요. 진수 섭섭하겠다.”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그 모습을 보며 한참을 웃다가 내가 말했다.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야죠.”
“넌 너무 착해서 탈이야.”
“제가요?”
그의 말에 내가 헛웃음을 머금었다.
충무로 인쇄 공장 사람들이 들으면 아마 격하게 끄덕거릴 이야기였다.
이 사람들 말에 동의하는 건 절대 아니고···.
‘승결이가 착하긴 하지. 착할 때만.’
그러면서 놀리겠지.
얘한텐 보이는 거에 현혹되면 안된다고.
삼발이(—세발 오토바이)가 얘만 보면 어쩌구 저쩌구······.
단골 레파토리를 돌릴 게 뻔하다. 뻔해.
‘다들 또 보고 싶네. 여기 음식, 좋아할 거 같은데.’
조만간 그들과도 식사 자리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하며 다시 지금 만나는 사람들에 집중했다.
이쪽은 정말 오랜만이라 다른 사람들의 근황도 궁금했다.
진수네 아저씨를 시작으로 쭉 돌아가며 물어보려는데 때마침 핸드폰이 울려댄다.
화면을 보니 김성운이었다.
“네, 팀장님.”
—잠깐 통화 가능해?
받자마자 넘어오는 목소리.
평소와는 사뭇 다른 목소리에 눈치껏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만요.”
양해를 구하자 사람들이 얼른 가라며 손짓한다.
잠시 방에서 나와 화장실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난리가 난 지금의 상황을 전해 들었다.
“······올 게 왔네요.”
—그러게. 혹시 안 오나 기대했는데. 세상에 비밀이 없네.
“죄송해요.”
—뭐가 죄송해. 우리한테까지 비밀로 하고 계약한 것도 아니고, 첫 미팅 때 다 터놓고 얘기했는데. 그리고 솔직히 비밀로 했어도 뭐. 네가 진 빚도 아니잖아?
그래, 아버지가 진 빚이지.
남이 아닌, 내 아버지···.
—기사를 보니 제보자가 있다는데, 예상가는 사람 있어?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친척들이었다.
그동안 연락 한 번 안 하던 양반들이.
심지어 엄마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던 그 사람들이.
배우로 복귀하고 나서부터 자랑스럽다느니 그런 연락을 해오는 게 싫어 모두 차단했으니까.
그리고 또 누가 있을까.
—혹시 돈을 빌려줬던 분들은···.
“그분들은 아녜요.”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김성운이 ‘그렇겠지···’라며 몇 가지 이야길 덧붙였다.
너무 걱정 말라는 것과 집 근처나 회사 근처로 기자들이 몰려들 수 있다는 것.
이따가 보자는 말을 남기고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각종 채소와 고기가 테이블에 쫙 세팅되어 있었다.
육수는 보글보글 끓고, 이제 고기를 담갔다 빼는 일만 남아있었다.
“왜 다들 안 드시고 계셨어요. 얼른 먹어요, 우리. 맛있겠다~.”
손을 비비며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분위기가 영 이상했다.
진수네 아저씨가 꼬롬한 눈초리로 날 바라본다.
“너 무슨 일 있는 거야?”
“네? 아뇨. 별일 없어요.”
애써 고개를 젓는데, 그가 덧붙여 말했다.
“근데 지금 진수가 이상한 소릴 하네.”
“···왜요?”
“네가 빚투인지 뭔지. 그런 게 터졌다고. 형 괜찮냐고 연락 왔어. 일단 걔도 상사가 불러서 얼른 끊긴 했는데··· 승결이 너 빚졌어?”
아무래도 고기는 좀 이따 넣어야 할 것 같지.
이쯤 되니 더는 속일 수도 없었다.
결국, 포기하고 이실직고했다.
“아뇨. 아버지가 빌렸던 돈이요.”
그러자 걱정스러운 눈으로 날 보던 사람들의 표정이 굉장히 이상한 소릴 들었다는 듯 괴상하게 변해갔다.
아들의 전화를 받고 날 추궁하던 진수네 아저씨도 갸우뚱한다.
“죽은 아버지가 유령이 되어서까지 돈을 빌리진 않았을 거고······ 설마, 네 아버지가 예전에 빌렸던 거?”
“네.”
“그럼, 진짜 이상하네? 그치? 그잖아?”
진수네 아저씨가 고갤 돌리며 나머지 사람들을 훑는다.
모두가 그의 말에 동의하는지 끄덕거렸다.
이윽고, 진수네 아저씨가 다시 날 보며 물었다.
“우리가 빌려준 사람들인데, 누가 그딴 제보를 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