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끌어내리지 못할 높이까지 (5)
백승결을 집에 데려다준 김성운이 귀가하며 긴급 소집령을 내렸다.
그의 집 근처 삼겹살집에서 임현태와 김주철이 모였다.
고기 익는 소리가 지글지글 이어지고, 멍하니 불판 위를 바라보던 임현태가 기름 튀는 소리에 움츠러들며 말했다.
“그래도 승결이가 괜찮다니 다행이네요. 무지 걱정했는데.”
“뭐, 말은 괜찮다고 하는데··· 사실 모르지. 속이 어떤진.”
“하긴. 걔 겉으로 힘든 내색 잘 안 하긴 해요. 아주 어릴 때도 그랬었는데, 지금이라고 다를까.”
임현태가 주억거리며 혀를 내둘렀다.
“아무튼, 대단한 쉐끼. 어쩐지 종갓집 막내딸이랑 대원군으로 번 돈 어쨌냐고 물으니까 대답을 안 해주더라니.”
“진짜 대단한 형이에요···.”
열심히 고기를 뒤집던 김주철도 함께 감탄했다.
연기 때문인지, 백승결 때문인지 눈시울이 벌게져 있었다.
“그런 형한테 내가 대체 무슨 말을 했던 거야.”
“왜? 무슨 말을 했는데?”
“처음 만났을 때요. 제가 그랬거든요.
‘당신이 안다고? 잘못된 길인 줄 알면서도 걸어 들어가는 그 기분을? 태어날 때부터 갖고 태어난 곱상한 얼굴로 대접받고 제 능력인 양 으스대며 살았잖아. 그러면서 뭔가 아는 것처럼 굴지 말라고.’
······라고.
김주철이 백승결을 처음 만났을 때 나눴던 대화를 풀어냈다.
이야길 들은 김성운이 웃으며 그를 다독였다.
“네가 한창 날 서 있었을 때잖아.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나에 대해 아는 것처럼 말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우리 막내 많이 먹어.”
김주철의 고봉밥 위에 노릇하게 익은 삼겹살을 올린 김성운이 소주잔을 들어 올렸다.
비워지자마자 김주철이 얼른 잔을 채웠다.
“아무튼, 승결이는 할리우드 쪽 다음 미팅에 집중하라고 했어. 승결이가 기자회견을 할 것도 아니고, 할 일도 아니니까. 걔는 걔의 일을 하고. 그리고 나는···.”
잔을 부딪치고. 쭉 들이켠다.
그리고 말을 잇는다.
“내 일을 좀 해보려고.”
“팀장님 일이요?”
임현태의 물음에 김성운이 답했다.
“매니지먼트. 홍보팀이 알아보고는 있지만 솔직히 그쪽 팀은 본인들 일이 산더미잖아. 어디서 승결이를 공격하는 건지 깊게 파고들긴 여력이 없을 거야.”
“그렇죠. 관리하는 배우가 몇 명이야. 게다가 승결이 일로 하루 종일 전화가 불나고 있으니 뭐······.”
임현태의 말에 주억거리는 김성운.
그의 말대로 홍보팀은 너무 바쁘다.
그러니 직접 움직일 생각이었다.
“그래서 이제부턴 우리가 좀 알아보려고. 사실 댓글 테러는 이쪽 업계에서 유서가 깊지. 보통 홍보대행업체라는 간판을 건 놈들이 영화 별점 테러부터 이것저것 다 하는데, 그쪽부터 싹 뒤져봐야 할 것 같아.”
“우리 회사도 홍보대행업체 이용하고 있는데, 그쪽 직원 만나서 한 번 알아볼게요. 하람보단 작은 회사들하고 거래를 하니 그런 쪽으론 더 정보가 많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좋아. 고맙다. 넌 매니저는커녕 하람 직원도 아닌데.”
그러자 임현태가 고개를 내저었다.
“에이, 승결이 일인데 발 걷어붙여야죠. 그리고 제가 지금 영상을 몇 개 만들어놨는 줄 알아요? 이번 일 터지고 뮤튜브 업로드를 못 하고 있다구요···.”
웃으며 말을 시작한 그가 울상으로 끝맺었다.
김성운이 덧붙여 말했다.
“어느 업체인지 알아내기는 쉽지 않을 거야. 거기도 그쪽 룰이 있어서. 그래도 최대한 정보를 긁어모아 보자. 적어도 적이 누군진 알아야 대처가 가능하니까.”
그렇게 댓글 문제를 마무리 지은 김성운이 또 하나의 문제, 또 한 명의 적을 언급했다.
“그 다음으로, 이슈투데이 기자.”
백승결에 대해 익명에 제보를 받아 빚투를 터트린 장본인!
“이쪽도 한 번 들여다보긴 해야 할 것 같아. 대체 왜 이렇게 승결이를 못 괴롭혀 안달인지.”
“그 기자 이름이 뭐였죠?”
“박재형 기자라고······ 그동안 기사 쭉 훑어봤는데 기사가 아주 자극적이고 공격적이더라고. 그냥 칼춤 추는 망나니야. “
“회사 차원의 이야기는 소용이 없을까요?”
“이슈투데이 자체가 살짝 뒤가 없는 애들이라, 하람 이름으로 으름장을 놓는 것도 힘들어. 그러면 바로 그걸 기사로 쓸 놈들이지.”
김성운의 설명에 임현태가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고소가 답인가.”
“그건 더 복잡해져. 고소장을 상장이라고 표현하는 놈들이라···. 너네가 찔리니까 이러는 거지? 그러고 기사 쓸걸. 그러니 가장 좋은 건 고소보단······.”
잠시 고민하던 김성운이 짧게 답했다.
“거래지.”
이에 가만히 형들 얘기를 듣고 있던 김주철이 물었다.
“어떤 거래요?”
“글쎄. 놈들 목줄을 틀어쥘 수 있는 게 있으면 가장 좋긴 한데······.”
어쩐지 눈을 반짝이고 있는 김주철을 보며, 김성운이 말을 이었다.
“문제는 기자들의 목줄을 틀어쥘 만한 걸 어디서 구하냐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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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 왔어요.”
김주철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걱정 가득한 표정을 보았다.
그의 엄마였다.
그리고 걱정의 대상은 당연히 백승결.
“하루 종일 티비에서도 난리던데··· 괜찮대니?”
그 모습을 보며 김주철이 피식 웃었다.
“누가 보면 승결이 형이 엄마 아들인 것 같아.”
“응? 호호, 그것도 나쁘지 않은걸?”
“사실 나도. 그런 형 생기면 좋지. 흐흐.”
마주 보고서 실없이 웃던 김주철이 덧붙여 말했다.
“엄마가 걱정할 정도는 아니야. 형은 잘못한 것도 없을뿐더러, 이제 와 문제 될 것도 없더라고.”
“왜? 어떻게 된 건데?”
김성운이 자리에 앉아 간단하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백승결이 성인이 되면서부터 빚을 갚기 시작했고, 빚의 의무를 내려놓고도 모든 금액을 기어이 갚은 것까지.
엄마는 안타까움과 놀란 눈빛을 번갈아 갈아 끼우며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결국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자신과 같은 반응에 김주철이 웃었다.
“대단하지? 난 아무리 그래도 승결이 형처럼은 못 했을 것 같아.”
“절대 쉽지 않은 일이지.”
주억거리던 엄마가 이어서 말한다.
“그래도 그렇게 돈을 갚고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게 지금에 와선 엄청난 도움이 되겠네. 누가 욕할 수 있겠어. 아버지의 빚을 다 갚고, 그 사람들하고 돈독하게 지내기까지 한다는데.”
“그러니까. 정말 다행이지. 아예 이런 일이 안 생겼으면 더 좋았겠지만······.”
말끝을 흘리고, 엄마가 가져온 과일을 내려다보던 김주철이 무언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근데, 엄마. 솔직히 나 이번 일 터진 거 조금 기뻐.”
“뭐?”
갑작스러운 말에 엄마가 화들짝 놀라 바라본다.
이 인성 파탄 난 애가 정녕 내 자식이란 말인가.
뭐 이런 표정이었다.
그 얼굴을 보며 김주철이 크게 웃었다.
그렇게 한참을 웃다가 잔잔힌 미소를 띄운 채로 말을 이어간다.
“내가 언젠간 승결이 형한테 꼭 은혜를 갚아야지 했단 말이야. 근데 옆에서 매니저로 지켜보다 보니 그게 막막하더라고. 사람이 도울 게 없어. 너무 완벽해. 근데 이번엔······.”
그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어쩌면 내가 도울 일이 있을 것 같아.”
김성운과 임현태가 삼겹살집에서 전략회의(?)를 할 때도 김주철은 조용히 있었다.
그건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어서가 아니었다.
확신이 없었다.
그리고 허락이 필요했다.
지금처럼, 엄마의 허락이.
김주철이 뭘 하려는지 어느 정도 눈치를 챈 엄마가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네가 하려는 거, 나쁜 짓이야?”
나쁜 짓이냐고?
잠시 고민하던 김주철.
“아니. 그냥 오랜만에······.”
그가 느릿하게 덧붙인다.
“옛 인연들 만나는 거야. 승결이 형처럼.”
그러자 엄마가 작게 웃었다.
이내 다시 굳은 얼굴로 말한다.
“핑계 좋네. 그럼, 만나고 와.”
“정말?”
“대신 자주 만나진 말고. 너도 그 뭐야··· 술집 말고 샤브샤브집. 이런 데서 보고.”
허락이 떨어졌다.
김주철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다.
그러다 유턴.
엄마에게 안겨 고맙다고 덩실거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달칵.
문을 닫고서 전화를 걸었다.
이윽고 핸드폰 너머의 공기가 바뀌며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게 누구야?
“어, 잘 지냈어?”
—······.
잠깐의 정적 뒤로 김주철이 말했다.
“한번 보자.”
—와씨. 나 이 대사 꼭 쳐보고 싶었는데.
“뭐?”
—돌아왔구나! 김주철이···!
빽 소리 지리는 친구 녀석에 김주철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뭐라는 거냐. 나 안 돌아가.”
—엥? 매니저 일 짤린 거 아니야?
“짤리긴 무슨···. 그리고 짤려도 안 돌아가.”
단호하게 말한 김주철이 본론을 꺼내 들었다.
“나 뭐 하나만 물어보려고. 너 아직도 사설탐정 그거 하고 있지?”
—하고 있지. 이게 은근 쏠쏠해요.
“제대로 하고 있는 건 맞아? 야매 아니고?”
—어머나? 얘가 오랜만에 전화해서 내 직업의식을 건드리네. 장난 아니라니까? 경찰보다 우리가 빨라. 빠르기만 해? 아니, 아주 깊~지.
“그래봤자, 깡패 부업이지. 직업의식은 개뿔.”
—지 그만뒀다고 아주 말을 함부로······.”
“나 의뢰 하나만 할게.”
—어서 오세요. 고객님.
빠른 태세전환에 김주철이 피식 웃었다.
—농담이고. 뭔 의뢰 싹이나. 부탁쯤으로 하자. 말만 해.
“내가 진짜 존경하는 형이 있는데. 그 형한테 기자 한 명이 자꾸 똥을 묻히려고 난리야. 그래서, 걔한텐 뭐가 묻어있나 궁금해서.”
—기자라···. 어디까지 알고 싶은데?
“말했잖아. 진짜 존경하는 형이라고.”
김주철이 낮게 으르렁거리자, 핸드폰 건너에서 손가락 튕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케이. 빤스 색까지.
#
탁.
이미 외워버린 대본을 앞부분만 여러 번 넘기다가 결국 덮었다.
캐릭터 분석이라도 해보려고 했건만, 머릿속이 뒤엉켜 집중이 안 됐다.
김성운 앞에서 괜찮은 척하긴 했지만, 싱숭생숭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화가 나는 것도 마찬가지.
‘꽤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배우로 돌아오겠다고 결심했을 때.
나는 나를 돌아보았다.
솔직히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힘들었고, 열심히 살았고, 열심히 갚았다.
그러니 부끄럽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이 무색하게, 나는 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대본을 소파 옆에 치워놓고 시선을 돌렸다.
베란다. 정확히는 그 한구석에 쌓아둔 상자들 쪽으로.
그 안쪽에 버리지 못한 사진 하나가 있었다.
“참··· 오래도 괴롭히시네요.”
무슨 원죄도 아니고 말이야.
언제까지 괴롭힐 건지.
하지만 난 더 이상 그 낙인 속에 살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 결심은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그걸 위해 노력하겠지.
그리고 그걸 방해하는 사람들 또한 끊임없이 나타날 거다.
‘겁 많고 작은 놈들이 이 바닥에 똘똘 뭉쳐서 어깨 놀이를 하거든. 마음에 안 드는 놈 끌어내리려고 별 지랄을 다 해.’
문득, 과거 KNS 시상식장에서 유종원 피디가 했던 말이 떠오르는 건.
단순히 이 일의 배후에 우경철 본부장이 있을 것 같다는 추측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또 제2, 제3의 우경철 본부장이 되어 나타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
비로소, 다음 목표가 생긴 것 같았다.
‘아무것도 포기하지 말자.’
모든 걸 포기해봤다.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
그랬더니 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고.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다.
그러니 그 어떤 것도 포기하지 말고.
‘올라가자.’
높이.
더 높이.
그게 내가 좋아하는 연기를 지킬 길이라면.
기꺼이 끝까지 올라가 보자.
절대. 그 누구도······.
끌어내리지 못할 높이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