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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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화 할리우드 (1)
‘그 누구도 끌어내릴 수 없는 높이까지 올라가자.’
다음 목표이자, 작은 결심을 하고서 며칠이 흘렀다.
스케줄도 별로 없겠다, 체육관에 살다시피 하며 땀을 빼고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와 대본을 읽었다.
오늘도 똑같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동네를 달리고, 체육관에서 운동을 마치고, 요새 김주철이 안 보인다며 시무룩해 하는 관장님에 죄송하다 사과하고.
땀도 쫙 뺐겠다, 집에 가서 대본 읽다가 잠들면 딱이겠다 싶었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지난번에 쓰던 글이나 마저 써볼까 싶기도 하고.
그랬는데······.
“어 왔어? 우리도 방금 왔는데.”
김성운, 임현태, 김주철.
세 사람이 집주인처럼 들어앉아 있었다.
집주인이 객들의 인사를 받으며 현관문을 들어섰다.
“무슨 일이에요?”
“꼭 무슨 일이 있어야 오나.”
현태 형이 뻔뻔하게 답했다.
저 양반이야 자기 집 놔두고 우리 집에서 지박령 행세를 하기 일쑤니 그렇다 치고.
나머지 김성운과 김주철은 말도 없이 온 경우가 드물었기에 어색하게 자리에 앉았다.
김주철이 얼른 테이블 위에 회 한 접시를 올려놓는다.
그 사이, 현태 형은 익숙하게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냈다.
술은 마시지도 않는 나인데, 집 냉장고엔 술이 한 짝이다.
이게 집이야, 에어비앤비야···.
“뭔데······.”
“제2차 전략회의 날이야. 오늘은 특별히 너도 껴줬다.”
“여기 내 집이야.”
“네 집도 껴줬다.”
음. 오늘따라 말이 더 안 통하는군.
깔끔하게 포기하고 현태 형에게서 눈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열심히 회 포장을 뜯는 김주철을 보다가 김성운에게까지 시선이 흘러들었다.
그가 내 시선을 느꼈는지 설명을 시작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적이 누군진 알아야 하잖아?”
생각보다 거창하게.
그래서 잠자코 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여러모로 알아봤거든. 언제까지 홍보팀에만 맡겨놓고 기다릴 수는 없으니까.”
뭔가 덜미를 잡은 건가?
이 대목에선 살짝 흥미가 동했다.
높이 올라가는 건 올라가는 거고. 누가 내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지 정도는 궁금하단 말이지.
대충 짐작이 가는 곳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추측······.
“우선, 네 전소속사인 아티스 엔터.”
—이었지만 방금 현실이 됐네.
“그쪽에 분명 자체적으로 홍보팀도 있고, 하청을 주는 홍보대행사도 정해져 있는데, 우경철 본부장이 따로 거래하는 홍보대행사가 있다는 것 같더라고. 그것도 아주 작은 홍보대행사. 이거 느낌이 이상하지.”
“그러네요.”
“그래서 현태가 거기에 전화해서 좀 알아봤어. 뮤튜브 제작자인데 좋은 댓글 좀 달고 싶다. 그랬더니, 잘 못 찾아오셨다는 거야.”
“···?”
“여기부턴 현태야 네가 설명 좀 해봐.”
김성운이 바통을 넘기자 현태 형이 기다렸다는 듯 말을 잇는다.
내가 아까부터 계속 무시해서 입이 근질근질했나 보다.
“왜 잘 못 찾아오셨다고 했느냐. 이게 골때려. 선플이나 좋아요 같은 건 큰 의미가 없다는 거지. 새로운 영상 올리면 또 돈이 들고, 또 드는데. 돈을 쓴 만큼 사람들이 신경을 안 쓰니까. 그러더니 딱 잘라 말하더라. 더 좋은 방법을 제시해드리겠다고. 라이벌 채널 없냐고. 사람들이 선플이나 좋아요는 신경 안 써도, 악플에는 관심을 가져준다고.”
“설마···.”
“어느 정도의 돈만 주시면, 라이벌 채널이 멘탈이 나가 접을 정도로 악플을 달아줄 수는 있다고.”
“허···.”
현태 형의 말이 이어질수록 나는 경악을 했다.
저 얘길 익히 들었을 김성운도 또다시 혀를 내두른다.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그조차도 저런 반응을 보일 만큼 충격적이고 어처구니없는 영업(?)이었다.
“미쳤네요.”
“미친 업계인 줄은 알았지만, 점점 더 미쳐가는 줄은 나도 몰랐다.”
김성운이 고개를 내저으며 정리했다.
“일단 지금까지 알아본 바는 이 정도고. 이슈패치 기자 쪽도 알아보려고 했는데, 이쪽은 역시나 별것 없네. 우경철 본부장과의 접점도 안 보이고.”
그때, 김주철이 슬그머니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혹시 이건 별건가요?”
식탁에 올려진 건 사진이었다.
처음 보는 얼굴의 남자가 찍힌 사진.
“박재형 기자가 여기저기 공사다망하더라고요.”
그 남자는 박재형 기자였다.
“접대도 많이 받는데. 자주 가는 곳이 여기예요. 심지어 제가 아는 형님이 관리하는 업장이죠. 얘기 들어보니까 자주 온대요. 그리고 여기에······.”
그리고 사진은 한 장이 아니었다. 밑에 여러 장이 있었고, 여러 얼굴들이 있었다.
그 중엔 낯익은 얼굴도 보였다.
“우경철 본부장. 이 사람도 자주 오고요.”
우리는 잠시 멍하니 김주철을 바라보았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김성운이었다.
“연결점이······ 만들어졌네?”
“익명의 제보자가 우경철 본부장일 확률이 꽤 높아졌네요.”
기사에 나온 익명의 제보자가 누굴지 줄곧 궁금했었는데.
그 의문이 어느 정도 풀리는 것 같았다.
우경철 본부장이라면, 아버지에게 빚이 많았다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테니까.
어떻게 모르겠나. 사업을 부추긴 사람이.
“그리고······.”
김주철이 다시 말을 이어간다.
이에 우리는 놀랐다.
뭐가 더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뭐가 또 있어?”
현태 형의 헛웃음 뒤로 내가 김주철을 빤히 바라보았다.
“너······.”
조금의 우려와 약간의 추궁을 담아서.
이내 김주철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걱정하시는 일 없어요. 다시 엮이지도 않을 거고요. 이번만 도움을 받은 거예요.”
그의 해명에 어느 정도 납득을 했다.
거짓말이 아니란 건 김주철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연기가 업인데 그걸 구분 못 할까. 특히나 김주철인데.
끄덕거리며 잠시 기다리자, 김주철이 다시 말을 이어간다.
“아무튼, 이 업장이 술만 파는 게 아니라 브로커 역할도 해주거든요. 그래서 박 기자가······ 하우스를 소개시켜달라고 했나 봐요.”
“하우스면······.”
불법도박.
생각지도 못한 엔딩이었다.
그제야 줄거리가 명확하게 그려졌다.
“도박으로 잃은 돈을 메꾸려고, 돈 받고 기사를 내는 거죠. 일개 기자 월급으로는 판돈이 턱도 없을 테니까.”
은근 뿌듯해하며 술술 정보를 풀어내는 김주철.
그 모습을 보며 우리는 벙쪄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건······ 경찰 불러야 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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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이가 큰일 했네.”
현태 형과 김주철이 먼저 집을 나서고.
남아있던 김성운이 헛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정보가 아니라 사건을 물어왔네요.”
“그러니까. 주철이한테 책 잡힐 짓 하면 안 되겠다, 야.”
그렇게 둘이서 쿡쿡대며 이야길 나눴다.
김성운도 슬슬 자리를 정리하며 계획을 말했다.
“내일 내가 회사 가서 잘 얘기해볼게.”
우리는 경찰을 부르지 않았다.
대신 이 사실을 하선경 대표에게 말하기로 했다.
그녀라면 이 정보를 제대로 이용할 방법도 알고 있을 테니까.
“그나저나, 우경철 본부장은 어쩔거야? 문제로 삼으려고 하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일단은 지켜보려고요.”
“더 참을 필요는 없어. 이 문제도 대표님과 얘길 해서······.”
김성운의 말에 내가 고갤 저었다.
“참는 게 아녜요. 기다리고 있어요. 그리고 아직 부족해요.”
이에 김성운이 나를 바라보다가 툭 하고 물었다.
“너, 그냥 제대로 한 방 먹이고 끝낼 생각이 아니구나?”
“로베노 카를렌(—격투기 세계챔피언)이 미국에서 만났을 때 그러더라고요. 제 타격 기술도 훌륭하지만, 특히 그라운드 기술이 끝내준다고.”
그저 때리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완전히 숨통을 조르겠다는 대답이었다.
씩 웃으며 답하자 김성운이 픽 하고 웃는다.
“역시 천사가 화나면 더 무서운 거라니까.”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브리프케이스를 집어 들고 현관으로 향하던 그가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돌아섰다.
“그분들, 내일 아침에 모여서 인터뷰한대.”
불쑥 나온 말이었지만, 그분들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진수네 아저씨를 비롯한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주었던 모두.
“네 들었어요.”
고갤 끄덕이자 김성운이 덧붙여 물었다.
“네가 바라는 건 없어? 최대한 반영해서 기사 내주겠다는데. 하고 싶은 말이라던가······.”
하고 싶은 말이라···.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뗐다.
“하고 싶은 말은 딱히 없고. 최대한, 대단한 일처럼 묘사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러자 김성운이 웃었다.
“당연히 그래야지. 실제로 엄청 대단한 일이고. 누가 너처럼 그 상황에 그럴 수 있겠어.”
“그래서 절대 쉽게 요구해선 안 될 일인 걸 말했으면 좋겠어요.”
이어지는 말에 자신이 예상한 전개와 다른 듯 김성운이 갸우뚱했다.
“저 때문에 이게 옳은 일로 포장되는 건 원치 않아서요.”
그제야 이해한 듯 아, 하고 입을 벌리는 김성운.
그에게 빙그레 웃으며 덧붙였다.
“모두가 저처럼 부모의 짐을 짊어져야 하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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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러면 백승결 배우가 성인이 되자마자 먼저 찾아왔다는 건가요?
A. 그랬죠. 이제 막 술집에 들어갈 수 있게 된 녀석이 술잔을 따르면서 그러더군요. 이제 자신이 갚겠다고.
Q. 그때 심정이 어떠셨습니까.
A. 솔직히 복잡한 감정이 들었죠. 이 자리를 빌려 분명히 말하지만, 승결이가 한 행동은 결코 당연한 게 아니거든요. 그 아이엔 어떤 의무도 없었어요. 그럼에도 저희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 애 아버지가 돈을 빌려서 안 갚으면서 저희도 빚이 불어났거든요. 돈 몇백만 원이 간절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절반 이상을 갚았을 때 상속을 포기하겠다고 말하더군요.
Q. 그러면 지금은 절반 정도가 갚아졌다는 말씀이신 건가요?
A. 아뇨. 다 갚았습니다.
Q. 네? 그게 무슨···.
A. 저희도 딱 지금 기자님 같은 반응이었죠. 상속 포기를 하겠다면서 빚은 다 갚는다고 말했으니까요.
Q. 대체 왜 그런···.
A. 그 아이는 자유를 원했어요.
Q. 자유······.
A. 그런데 대체 이게 뭡니까. 우린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익명의 제보자니 뭐니 하면서 기자들 입에 승결이가 빚쟁이마냥 거론되는 겁니까.
Q. ······.
A. 스무 살짜리가 그토록 원했던 게······ 고작 자유였다고요.
인터뷰가 하나 올라왔다.
백승결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주었었다는 이들과의 대화 내용이었다.
그들이 밝힌 팩트는 이러했다.
백승결의 아버지가 돈을 빌렸고.
그것을 백승결이 택배 일을 하며 절반 이상 갚았다.
그리고 상속 포기 후에도 배우 일을 하면서 나머지를 모두 갚았다.
그 금액이 억대이다.
그리고 그들이 덧붙인 말은 한결같았다.
‘우리는 그가 이제라도 자유를 얻고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하길 바란다.’
이렇듯 피해자라 불리우던 이들이 나서자, 댓글 반응도 다시금 불타올랐다.
—상속 포기까지 다 했는데, 빚을 갚았다? 이게 말이 되나?
—호구네. 존나 멋진 호구.
—역시 중립기어 박길 잘했네. 기레기 선동질에 넘어갔던 분들 다 어디 가셨나?
—아역 때 갑자기 연기 못했던 이유도 어느 정도 가정환경 영향이 있을 듯.
—그러네. 아버지가 자기 이름 팔아서 사업한다고 돈 빌리고 다니고··· 끔찍하다.
—이래도 백승결 욕을 할 수 있는 사람?
—아니, 익명의 제보자가 존나 웃기네.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고 뇌피셜로 제보한 거임? 왜? 갑자기 백승결 잘나가니까 배 아파서?
백승결을 지지하던 이들은 거 보라며 들썩였고.
비난하던 이들은 어디론가 쏙 사라져버렸다.
박 기자는 그런 상황을 보며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흘렸다.
“참 내. 아주 다들 욕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찬양들이야.”
그가 미간을 찌푸리다가, 이내 이마를 다림질하며 조소했다.
“뭐 어때. 우리야 조회수 낭낭하게 빨았으니 끝이지.”
그는 늘 이런 식이었다.
아님 말고.
그럼 끝이다. 문제 따위 없었다.
익명의 제보라는 안전장치까지 걸어놨으니, 여차하면 우리도 몰랐다, 사과 하면 되는 거다.
어차피 사과할 일도 없겠지만.
‘게다가 이번 일은 페이가 아주 쏠쏠······.’
그때였다.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익숙한 얼굴. 이슈패치의 편집장이었다.
“어, 편집장님. 아침부터 어쩐 일······.”
그가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로 받아친 건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
“너 뭐하는 새끼야.”
“네?”
거친 목소리에 박 기자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편집장의 손에서 손바닥만한 사진들이 팍하고 비산했다.
“너 이 새끼, 취재하랬더니 어디서 뭘 하고 다니는 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