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할리우드 (2)
뭐지? 뭐가 문제지?
당황해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던 박 기자가 데구르르 눈알을 굴려댔다.
이내 바닥에 흩뿌려진 사진들에 시선이 닿았고.
‘시, 시발 뭐야.’
하마터면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그도 그럴 게,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게 자신의 사진이었기 때문.
생전 남의 사진을 찍어 보내 협박한 적은 있어도, 자신의 사진을 받아본 경험은 처음이기에, 박 기자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뭘 하고 다니는 거냐고 새끼야!”
이어지는 호통이 오히려 박 기자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그는 얼른 표정 관리부터 했다. 겉으로는 놀란 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
연예인 저격을 무수히, 아주 밥 먹듯이 많이 해왔고.
그 결과 또한 지켜보며 확성기 노릇을 해온 그였기에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뻔뻔해져야 한다.
태연하게, 뭐가 문제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되물어야 한다.
“아······ 뭐 접대받은 거 때문에 그래요?”
이거 그리 큰일 아니잖아. 흔한 일이잖아.
다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서였다고.
설사 대중들에게 알려진다고 해도 잠깐 욕하다가, 그럼 그렇지 하고 잊어버릴걸?
다짐하듯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 박 기자가 볼을 긁적거린다.
“기사 쓸 자료 뽑아내느라 술자리 가고 그런 거잖아요. 아휴, 그 양반들 아주 거기가 무슨 대나무숲도 아니고 거기서만 비밀을 얘기해요 아주. 하하핫.”
어느새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아주 잠깐 뿐이었지만.
“그니까, 박 기자야.”
편집장의 얼굴이 손아귀 안에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자료만 뽑아냈어야지.”
“······.”
“돈은 받지 말았어야지.”
“······.”
“그리고.”
툭—.
구겨진 사진 하나가 박 기자를 맞고 떨어져내렸다.
박 기자의 시선이 함께 떨어졌고······.
“···!”
그는 더 이상 태연한 척할 수 없었다.
“그 돈으로 도박은 하지 말았어야지. 아니, 찍히진 말았어야지!”
“어···어··· 이게.”
“지금 사장님이 하람 대표 만나서 어떤 수모를 당하고 왔는 줄 알아? 그 기 센 여자가 아주 으름장을 놓았다더라. 다시 한번 자기 배우 건들면 가만 안 있는다고. 이거 하람에서 터트리면 어쩔거야? 응?”
“그, 그게······.”
“내가 누누이 말하잖아. 망나니마냥 칼춤을 추려면 갑자기 칼 맞을 생각도 해야 한다고. 너 선 너무 넘었어. 돈 받은 거야 그렇다 쳐도 도박은 시발······ 우리 물어뜯으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놈들이 엔터뿐만 아니라 기자들 중에서도 얼마나 않은 줄 알아!?”
머리 끝까지 화가 난 편집장 앞에서 얼이 빠진 박 기자가 허겁지겁 태도를 바꾸었다.
“펴, 편집장님. 제가 다 수습을······.”
그러자 머리를 짚는 편집장.
“하아··· 됐어 새끼야. 수습은 내부인이 하는 거고.”
“네?”
그대로 편집장의 손이 그의 사원장을 우악스럽게 잡아챘다.
뚝. 줄이 끊어졌다.
“네가 총대 메는 거로 합의 봤다. 억울해는 말아라. 네가 키운 일이니까.”
“제, 제가요? 총대를요? 어떻······.”
순간 박 기자의 머릿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그가 얼른 핸드폰을 꺼내어 들여다보았다.
화면을 두드리는 그의 손이 파르르 떨려왔다.
[이슈패치, 금전적 대가를 받고 기사를 써준 자사 기자 B씨에 대해 해고 통보. 책임을 통감······> [이슈패치, 백승결에게 사과문 발표······> [익명의 제보라는 방패로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폭로. 공익을 위한 제보일까, 사익을 위한 저격일까>“어, 어···이게 무슨···.”
“도박 터져서 감방 가는 것보단 너도 이편이 낫잖아? 그래도 참 좋은 세상이야. 배우는 백승결, 이름 석자 바로 까는데. 기자는 B씨여서. 그래도 P씨라곤 안 했다. 마지막 배려니까 얼른 방 빼.”
그대로 쌩하니 나가버리는 편집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박 기자가 불현듯 스치는 생각에 다시 기사를 훑었다.
가장 마지막 줄.
기사의 작성자를 확인한 그가 고갤 돌렸다.
그곳엔 자신의 후배가 앉아 있었다.
“너, 너··· 너 이새끼!”
박 기자가 곧장 후배에게 달려들었다.
의자에 앉아 있던 그의 멱상을 잡고 흔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후배는 태연한 얼굴로 입을 쭉 찢었다.
“안타깝지만 어쩌겠어요.”
그리고 자신에게 이 모든 걸 알려준 선배를 올려다보았다.
“우리 일이 그런걸.”
#
제2차 전략회의(?) 다음날부터 다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옛 인연들의 인터뷰로 나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급증했고, 그 상황에 김주철의 활약으로 하선경 대표가 직접 움직였다.
녀석이 알아 온 정보는 우리에겐 그저 상대를 공격할 무기 정도로 보였지만.
하선경 대표 손에 쥐어지니 김성운이 말했던 목줄이 되었다.
상대를 움켜쥐고 앞으로도 하람을 못 건드리게 하는 목줄 말이다.
‘위치에 따라 정보의 가치도 달라진다는 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구나.’
나는 이번의 상황을 남의 이야기인 것처럼 한발자국 떨어져 살펴보았다.
더 높은 곳에 올라서기로 목표했으니까.
그만큼 정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매니지먼트의 중요성도 대두되었다.
하람이라는 울타리가 있기에 최선의 대처가 가능했지.
그만큼 나를 지탱하는 하람과 주변인들의 능력도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그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함께 성장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그 누구도 끌어내릴 수 없는 높이까지 올라서는 것은.
어쨌든, 나에 대한 빚투로 덮여있던 포털사이트가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그리고 물갈이되어 이슈패치에 대한 논란과 나에 대한 우호적인 기사로 채워졌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기사가 하나 있었다.
[오명을 벗은 백승결, 차기작 소식은······?>지금까지 한 작품 끝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던 주제가, 이렇게나 반가울 수가!
흐뭇하게 웃으며 우유 한잔을 따랐다.
그리고 한강이 어렴풋이 보이는 유사 한강뷰 테라스에 앉아 대본을 펼쳤다.
[당신의 죽음을 막으면>할리우드 유명 감독인 크리스 디벗의 손을 거쳐 영상으로 탄생할 얇은 대본.
그저 앞부분의 내용만 담긴 쪽대본이었다. 아직 나는 확정된 배우가 아니니까. 이런 식으로 대본 유출을 막는 것은 할리우드에서 흔한 일이었다. 할리우드의 보안수준 실화냐.
시놉시스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짧은 대본.
이미 1회독에서 모두 외워버리고 이제는 이면지마냥 캐릭터 분석과 내 생각을 적고서, 그것만으로 부족해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나만의 추측으로 빈공간을 모두 덮어버렸다.
사건이 터진 뒤로 좀처럼 대본에 집중하기 어려웠는데, 모두의 도움 덕분에 이젠 다시 오디션 준비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그 사이, 5차 오디션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
한편, 푸른물 영화사와 손을 잡은 ‘범죄인도자’의 윤 감독은 극심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투자자들 중에서도 가장 큰손이라 할 수 있는 여러 인베스트먼트 회사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자신을 빙 둘러싸고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데, 죄다 영화의 완성도와는 동떨어진 얘기들 뿐이었다.
익숙했다. 이 영화의 가능성이 어떻고, 시사하는 바가 뭐고, 완성도가 어떻고, 그딴 건 안중에도 없는······.
마치 카지노의 게임 테이블에 둘러앉은 것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자리.
그들의 눈에 ‘범죄인도자’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오로지 성공과 실패라는 결과로 나뉠 뿐이었다.
‘젠장, 이럴 거면 감독이 아니라 무당을 앉히지 그랬어. 내가 성공할지 안 할지 어떻게 아냐고.’
맘 같아선 좁쌀이라도 던지며 ‘복비나 두둑하게 내놓고 썩 꺼져라!’ 라고 소리치고 싶은 윤 감독이었다.
물론 투자자들이 펼친 학익진 한 가운데의 와키자카 마냥 벌벌 떨고 있는 그에겐 ‘아 시발 꿈’같은 이이기였지만.
“근데 말이야. 윤 감독.”
머리가 반쯤 벗겨진 대표 한 명이 팔짱을 끼며 잠깐의 정적을 깨버렸다.
‘이제 그만 가겠네.’라는 작별인사를 기대했던 윤 감독은 죽을 맛이었다.
대체 ‘근데 말이야’를 몇 번 하는 거야. 그만 좀 가라고!
“하하, 네, 대표님. 말씀하세요.”
머리와 입이 따로 노는 그에게 대표가 물었다.
“주인공이 빨리 정해져야 우리도 좀 안심을 하지 않겠어요?”
윤 감독은 자신의 빈혈기를 의심했다.
머리가 빙글빙글 돈다.
이야기도 빙글빙글 돈다.
지금까지 몇 명의 배우를 물어다 줬는데, 죄다 까버렸잖아!
그럼 니들이 원하는 배우를 데려오던가.
지들이 스폰하는 여배우는 주조연 자리에 아주 척척 꽂아넣더니···!
“안 그래도 지금 20대 중 후반의 가장 핫한 배우들로만 컨택 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마음에 드는 배우로······.”
그러자 또 다른 대표가 말을 끊고 끼어들었다.
“지금까지 윤 감독이 말한 배우들이 다 조금 어중간한 감이 있어요. 잘 알잖아, 이 바닥 주인공 배우만 잘 골라도 반은 먹고 가는 거.”
이쯤되자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 윤 감독이었다.
어쩌라는 건가!
그때 그의 정신을 300의 사절단마냥 발로 퍽 차버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백승결이 빚투도 다 해결되어 가던데.”
“아······ 예?”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라는 표정의 윤 감독에게 머리가 반쯤 벗겨진 대표가 헛기침을 하며 말을 잇는다.
“심지어 큰 잡음 없이 오히려 응원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고 말이야.”
“그러게요. 우리가 아주 큰 오해를 했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건실한 청년이었잖아.”
“매스컴에서도 차기작에 대해 관심이 아주 많더라고요. 지금 딱 우리 영화를 선택하면 화제성에 아주 좋을 것 같은데. 다시 컨택을 해보는 건 어때요 윤 감독?”
그의 말에 모두가 동조하기 시작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잘했다며, 똥 피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격려했던 그 투자자들이 말이다.
윤 감독의 머릿속이 멍해져 간다.
그렇다고 언젠 싫다며! 라고 말할 수도 없었고, 이미 마지막 만남에서 백승결한테 별소릴 다 해버렸다고 이실직고할 수는 더더욱 없었다.
“저희가 근데 지금 후보 배우들이 아직 많으니까······.”
사색이 된 윤 감독이 그들의 의견을 자연스럽게 흘리려고 했지만.
“그중에 백승결보다 나은 배우가 없잖아. 갑자기 그런 배우가 나타날 리도 없고.”
본론을 꺼낸 그들은 단호했다.
“근데 말입니다··· 한 번 엎어진 배우를 다시 데려온다는 게······.”
“거 참. 근데 말입니다. 근데 말입니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아? 윤 감독,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 아니었어? 능력 있는 사람이잖아. 안 그래?”
“······.”
윤 감독이 입을 닫고서 다른 대표들을 살폈다.
모두 그 말에 동조하고 있었다.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번 잘 말해보라고, 윤 감독. 그래야 우리도 투자를 더 하든 말든 결정을 하지. 회사에서도 윤 감독한테 이렇게 투자하는 거에 불만의 목소리가 은근 들려와요.”
······화려해 보이는 성배를 목전에 들이미는 대표들.
윤 감독도 알았다.
이건 필시 독이 들었다. 독이든 성배다.
“하하······ 노력해보겠습니다.”
하지만 그걸 마실 수밖에 없는 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