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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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화 당신의 죽음을 막으면 (4)
손가락 하나로 무엇이든 평가할 수 있는 세상이다.
좋아요를 누를 수 있고, 평점을 높이거나 낮출 수도 있다.
참 편리한 세상이었다.
굳이 마음에 안드는 공연에 썩은 토마토를 집 밖으로 가지고 나가 던질 필요가 없으니.
냄새도 나지 않고, 어깨도 보호가 된다.
맥은 그 사실에 참으로 오랜만에 감사함을 느끼며 ‘로튼 토마토’를 열었다.
평론가들의 평가를 모아 볼 수 있는 영화 전문 사이트.
그곳에서 가장 화제인 것은 오늘 개봉한 ‘당신의 죽음을 막으면’이었다.
이 영화를 보고 만든 영상이 무려 천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맥은 근래 들어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는 것보다. 이 영화가 드디어 개봉했다는 사실 자체에 설렜다.
엠바고가 풀리며 속 빈 이야기가 아닌, 솔직한 평론들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평점의 역할을 하는 신선도는 89%.
비슷한 사이트인 메타크리틱에서도 평점 91점이 넘었지.
보통 로튼토마토 쪽이 점수가 높은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그만큼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다는 뜻.
게다가 점수가 개봉 직후에 비해 오히려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두 곳의 점수 모두 90을 넘는 대작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당연히 그가 기다리던 평론들도 많이 올라와 있었다.
엠바고가 풀리며 어떤 부분이 좋았다, 이 부분은 이렇게 생각한다, 같은 스포일러성 평론들 말이다.
맥은 눈을 반짝이며 모든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그가 기대했던 만큼 다양한 생각들이 담겨 있었다.
[랜시는 꿈이다. 디터는 그것을 지키려는 동심이다. 파코스는 이를 어떻게든 무너트리려는 사회다.]누군가는 꿈에 빗대어 설명하고.
[운명이 미래를 알려준다면 그 운명을 죽여야만 인간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누군가는 자유의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앎이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그것은 일종의 저주라는. 그래서 재앙이 저주가 아닌, 예언이 저주였다고.]누군가는 지식의 저주에 대해 설파하며.
[훌륭한 작품이니 어떤 영화인가 간보지 말고 그냥 보아라.]또 누군가는 모든 해석을 배제했다.
······이렇듯 수많은 이야기가 올라왔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파생되어 오갔다.
오락적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가, 작품성까지 겸비해 후일담으로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오갈 수 있다니!
영화의 엔딩크레딧마저 끝까지 보았지만, 영화는 아직 끝나지 않은 느낌이다.
모두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엔딩크레딧을 새로 쓰고 있었다.
그것들은 지난 2주 동안 꽤 많은 영화를 보고, 영상을 만들었던 그에게 새로운 영상 제작에 대한 욕구를 심어주었다.
하고 싶은 말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역시 ‘엔딩크레딧’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얘길 꼭 해야겠지.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
모두가 미친 연기를 보여주었다.
랜시를 지키려는 디터는 충분히 여자에 미쳐 아둔해진 남자로 묘사될 수 있었지만, 데이브는 연기로 그런 것을 몰아냈다.
랜시는 한없이 안타까운 인물로 비춰질 수 있었지만, 세이디는 그녀를 보다 진취적인 인물로 묘사했다.
마지막엔 디터와 함께 하겠다는, 본인이 선택한 죽음으로 최후를 맞이한다는 점이 더욱 매력적이었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파코스는······.
“복잡한 인물이지. 예고편 리뷰 때 예상했던 것처럼 이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기도 하고.”
그는 악인 같기도, 영웅 같기도 한 이중적인 인물이었다.
랜시를 쫓을 땐 악인 같았으나.
그 이후의 행동을 보면 예언을 받은 선지자 같았고.
화상을 입고서 광기에 사로잡혀 있을 땐 괴물 같았으며.
예언가를 죽일 때의 그는 비로소 영웅 같았다.
그 복잡한 연기를, 그는 간결하게 풀어냈다.
마치 아주 복잡한 원리를 한 줄로 정리하는 수학자 같았다.
맥이 낭낭하게 충전된 전자담배를 깊게 들이마셨다.
연기를 뿜어내며 그가 모니터에 새로운 창을 띄웠다.
[이번 영화를 통해 크리스 감독의 업적이 두 개나 늘어났습니다.]그곳에 새 영상에 쓰일 스크립트를 적기 시작한다.
[‘당신의 죽음을 막으면’을 만든 것이 그 첫 번째고. 그다음이 바로······.]그는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작부터 못 박았다.
[백승결이란 배우를 할리우드에 소개했다는 것.]#
[백승결이 분량에 대해 말 돌리는 이유 뻔하지 않냐? 비중이 별로 없으니까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걸 다 보여줬느니 저런 변명하는 거지.]—···?
—???
—작성자 양반, 다리 괜찮아? 헛다리 짚던데
—저게 비중이 없는 거면 어쩌란 거죠? 1인극을 하라는 건가.
.
.
.
[해당 게시물을 찾을 수 없습니다]“결국, 글삭했네.”
영화 개봉 전 인터뷰를 두고 온갖 음해를 펼치던 게시물이 사라졌다.
화면을 바라보던 하람 홍보팀 직원이 고소하다는 듯 입꼬릴 올렸다.
그 뒤로 홍보팀장이 다가왔다.
“어떤 글?”
“지난번에 비중 가지고 궁예질 하던 놈이요. 개봉하고 물음표 찍히기 시작하니까 삭제해버렸네요.”
“쪽팔린 줄은 아는 놈인가 보네.”
“그쵸. 갱생이 가능한 친구였어요.”
홍보팀장의 말에 씩 웃은 직원이 다음 타켓을 찾아 북마크를 펼쳤다.
‘당신의 죽음을 막으면’이 개봉하면 반응을 보려고 저장해둔 게시물, 댓글, 기사들이 수두룩이었다.
“자, 다음 게시물을 볼까.”
폴더명은 데스노트.
이를 본 홍보팀장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미국 현지 반응은 좀 어때?”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어요. 로튼토마토 90%에 메타스코어 92점. 둘 다 90 돌파했네요. 평론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 두 배 이상 쏟아지고. 당분간은 적수가 없겠는데요?”
직원의 말대로였다.
이보다 더 어떻게 좋을 수 있을까.
해외 반응이 뜨거워질수록, 국내 반응은 앞으로 더욱 불타오를 게 분명했다.
할리우드에서 초대박이 난 영화에, 한국계 미국인도 아닌 한국인 배우가 거의 주인공급으로 출연을 했고, 엄청나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건 못 참지.
홍보팀장이 뿌듯한 얼굴로 주억거리던 그때.
누군가 홍보팀을 방문했다.
그쪽으로 고갤 돌린 홍보팀장이 살짝 놀라며 그쪽으로 다가갔다.
“대표님.”
하선경 대표가 홍보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직원들을 다시 앉히며 물었다.
“다들 바빠요?”
“아뇨! 아니, 그러니까 아닌 건 아닌데···.”
바쁘다고 하기도,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기도 뭐한 상황에 당황한 직원이 직진과 후진을 반복한다.
이에 박장대소한 하선경 대표가 회의 테이블에 앉았다.
“아니, 방 안에서 혼자 신나하는 게 청승맞더라고요.”
“아이고, 잘 오셨어요!”
“저희랑 같이 노시죠!”
“야, 그래도 대표님한테 회사에서 놀자고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
“그럼 같이 일하실래요? 홍보팀 인턴으로 받아드릴게요.”
“오, 두 번째 인턴이네.”
홍보팀 직원들의 농담에 하선경 대표가 갸우뚱한다.
“두 번째요?”
“승결 배우가 첫 번째거든요. 인턴인데 가장 유능한 에이스죠.”
직원의 말을 알아들은 그녀가 다시 한번 크게 웃었다.
홍보팀 입장에선 저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의도를 했든 그렇지 않든, 백승결이 홍보팀의 역할까지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
그것도 꽤 대단하게.
“저도 분발해야겠네요. 대표야말로 제2의 홍보팀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럼 저흰 뭐하구요. 저희 일도 남겨주셔야죠.”
홍보팀장이 하선경 대표 앞 자리에 앉으며 말하는데,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인을 확인한 그녀가 하선경 대표에게 말했다.
“김 팀장님이에요.”
그리고 화면 녹화를 누르며 화상통화로 전환했다.
전화를 받은 화면엔 김성운과 백승결이 나란히 떠올라 있었다.
—웬 화상···어, 대표님?
“오랜만에요.”
빙긋 웃는 그녀를 보며 두 사람이 인사했다.
언뜻 보이는 배경에 하선경 대표가 물었다.
“지금은 런던?”
—맞습니다.
“그러면 한국까지 몇 개국이 남은 거죠?”
—파리랑 홍콩······ 세 개 남았네요.
“곧 있으면 한국에 오겠네요. 오면 축하 파티라도 열죠.”
그녀의 말에 끄덕이는 두 사람.
하선경 대표의 시선이 지금껏 답하던 김성운에게서 백승결에게로 옮겨갔다.
‘그럼 회사에서 상황을 정리하는 사이에 저도 할리우드에서 보여줄게요. 논란과 이슈의 연속인, 과거가 썩 유쾌하지 않은 제가 어째서 연기를 계속 해야만 하는지.’
이전에 백승결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리며 그녀가 입꼬릴 말아 올렸다.
“확실히, 보여줬네요. 어째서 계속해야만 하는지.”
이에 백승결이 빙그레 웃었다.
“이제 시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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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봉 전부터 전 세계를 돌고 있었다.
타이트한 일정의 연속이라 몸이 꽤나 지쳤지만, 그럼에도 즐거웠다.
세계 여행을 하는 기분도 기분이지만, 자연스레 만나는 팬들 덕분이었다.
누군가는 나를 서귀호로, 또 누군가는 진기원으로, 오태구로, 이인호로······.
그렇게 알게 되었고, 내 팬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 사실 자체가 기분이 좋은 건, 단순히 내 연기가 그만큼 훌륭했구나··· 하는 만족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때의 내가 기억되고 있다는 게 기뻤다.
서귀호였던 나.
진기원이었던 나.
오태구였던 나.
이인호였던 나.
시간이 꽤나 흘렀는데도 모든 캐릭터들이 기억되고 있었다.
그러니 나는 궁금했다.
지금의 나는······.
파코스는 어떻게 기억될지.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다.
마침내 투어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일정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바로 한국.
나는 환향을 위해 비행기에 올라탔다.
이미 수차례 그랬던 것처럼 김성운의 태블릿을 빌려 미리 다운 받아둔 대본을 읽었다.
그러다 더 이상 읽을 게 없어지면 목에 깁스 같은 목베개를 두르고 잘 준비 중인 김성운에게 태블릿을 돌려주고서 노트북을 펼친다.
화면을 열자마자 어제 홍콩 호텔방에서 쓰던 시나리오가 나타났다.
김미옥 작가의 권유로 시작한 글쓰기.
글의 완성도를 떠나서 확실히 배우 생활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먼저, 대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해졌다.
그동안은 이 작품이 끌리느냐 아니냐에 중점을 뒀다.
감에만 의존을 했던 거다.
여전히 그건 크게 변함이 없지만 한 작품을 아주 잘게 해체해 다각도에서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당신의 죽음을 막으면’도 다시 보이더라.
다양하게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더 많은 관점들이 보이는 작품이었다.
‘······나도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웃긴 일이다. 나는 작가도 아닌데 말이지.
어쨌든.
아주 조금씩, 꾸준히 글을 써왔다.
방법은 간단했다.
가상의 인물에 몰입하고 연기하며 만들어진.
백승결만으로는 결코 느끼지 못했을 수많은 감정의 부산물들을 한데 모아놓고.
그것들을 엮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거다.
나는 이런 과정에 나름대로 이름을 붙였다.
‘매듭’.
그렇게 내가 했던 연기에 ‘매듭’을 지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확실히 또 다른 느낌이다.
배우로서 연기를 하는 게, 미지의 숲에 있는 나무 한 그루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것 같다면.
이건, 마치 미지의 숲 자체를 그리는 기분이랄까.
“······.”
나는 그렇게 세상마저 불을 끄고 고요해진, 9천 미터 상공.
세상의 천장에서.
작은 불만 켜놓고서 키보드를 두드렸다.
타닥, 타닥······.
모닥불의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