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60)
160화 흉내자들 (3)
환호성. 박수. 휘파람.
이어지는 환호성. 박수. 휘파람.
그리고 또 환호성. 박······.
그냥 핸드폰 너머의 반응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세이디가 느끼고 있을 열기가 나에게도 전해질 정도였다.
한편, 호텔방. 내 옆에서도 이 연극의 전말을 모두 지켜본 세 사람이 난리를 치는 중이었다.
“연출 죽이네. 이게 영화지. 그치?”
“네, 매니저 하길 잘한 거 같아요. 저 소름 돋았어요.”
“내가 살다 살다 내 배우가 배넌 쇼에서 콩트하는 걸 보게 될 줄이야.”
마지막 김성운의 감상을 들으며 웃었다.
정확히는 세이디와 나, 그리고 방송국 관계자들 정도가 준비한 콩트였다.
배넌도 연기를 하며 도와줬지만, 그조차도 정확한 내용은 몰랐다.
전화가 올 거란 걸 아는 정도가 전부였던 거다. 그러니 지금 놀라워하는 배너의 반응도 실제였다.
—와···! 진짜 상상도 못 했던 소식이네요. 걱정 마세요, 승결. 정말 저 혼자만 알고 있을게요. 저 입 무거워요. 당신과는 달리.
배넌의 놀림에 내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서 그가 대뜸 묻는다.
—그나저나, 우리 쇼엔 언제 나와줄 거예요!
내가 황당해하며 답했다.
“불러야 가죠. 안 불렀는데 어떻게 가요?”
—당장 불러드릴게요. 어디로 연락하면 되죠?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바로 저도 전화해보죠. 내 핸드폰 좀 가져다줘요! 방청객 여러분들도 급한 연락 있으면 지금 이 자리에서 하세요. 오늘 쇼는 망해도 돼요. 세이디와 백승결, 그리고 크리스 감독의 차기작 소식을 한 번에 들었으니까요!
배넌이 특유의 능청으로 분위기를 한 번 더 띄웠다.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를 또다시 짚자, 다시 터져 나오는 환호성.
결국, 나는 다음에 출연할 것을 약속했고, 전화를 끊었다.
“폭탄은 떨궜고. 이제 우리는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네?”
김성운의 말에 빙그레 웃으며 끄덕였다.
연극은 끝났고, 이벤트는 터트렸다. 나는 무대에서 내려왔고, 이제 정말 관객들의 반응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며칠 후.
방송국이 방청객들에게 비밀유지를 부탁했지만, 그게 완벽하게 될 리 만무했다.
애초에 우리도 그걸 믿지 않았다. 오히려 그걸 역이용할 생각이었지.
예상대로 스멀스멀 소문이 퍼지는 걸 지켜보며, 기대감을 부풀렸다.
모두가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서 쇼를 보게 될 텐데, 어떤 반응이 나오게 될까.
아니나 다를까, 평소의 몇 배가 되는 이들이 티비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배넌 쇼, 세이디 모튼 편이 방영되었고.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쇼도.
우리의 이벤트도.
#
연극이 끝나고.
쇼를 본 관객들은 극장을 나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고, 나팔수가 되어 연극의 내용을 떠들었다.
—그러니까······ 2편이 나온다고?
그 결과, 연극을 보지 않은. 배넌 쇼를 시청하지 않은 이들까지도 세이디의 차기작 소식을 듣게 되었다. 동시에 백승결과 크리스 감독의 소식까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당신의 죽음을 막으면’을 재밌게 본 사람들도 모두가 인터넷에서 2편에 대한 떡밥을 굴리기 시작했다.
점점 빠르게, 그리고 크게.
덕분에 ‘당신의 죽음을 막으면2’가 전세계 유명 포털사이트들은 물론이고, SNS들까지 점령했다.
반응이 배를 넘어 제곱으로 늘어나는 건 이제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정말이지? ‘당신의 죽음을 막으면’ 내 최애 영화 중 하나인데, 진짜 속편 제작하는 거지?
—근데 속편이 어떻게 나오지? 디터랑 랜시 둘 다 죽었잖아? 주인공이 없는데?
—그 두 사람, 다시 나온다던데?
—그건 회상씬이라고 백승결이 못 박았고.
—혹시 디터랑 랜시 사이에 아이가······.
—있을 리가 없잖아.
—사실 상 그러면 1편에서 남은 건 한 사람뿐임.
—그치. 백승결이 남았지.
—그리고 백승결도 대본을 받았으니 2편에 다시 나오는 게 확정이고. 그러면 혹시······.
2편에 대한 추측이 빗발치며 관심이 과열되었을 때쯤, 타이밍 좋게 기사 하나가 떴다.
혹시를 설마로.
설마를 현실로 바꾸는.
[‘당신의 죽음을 막으면’, 속편 개봉한다. 2편의 주인공은 백승결···> [파코스, 2편에선 주인공 되어 새로운 이야기의 서막을 연다> [백승결 할리우드에서의 첫 주연 확정, 성공할 수 있을까?> [크리스 감독, 속편 제작할 생각 없었다. 백승결의 인터뷰로 영감을 얻어···>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기사들.
2편에 대한 장작은 끊이지 않았고, 그에 따른 반응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파코스가 주인공이라고? 1편의 악당이?
—사실상 1편에서도 주인공이나 마찬가지였지. 특히 엔딩 장면에선.
—이야기가 더는 이어질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파코스가 주인공이면 또 모르겠다.
—최고의 선택인 듯, 1편과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게 가능하고, 동시에 조연이 주연으로 바뀌면서 이야기를 확 확장시킬 수 있으니까.
—진짜 무슨 내용일까. 정말 예언자를 죽인 파코스가 예언 능력 각성하려나?
—그건 너무 뇌절인 것 같은데. 차라리 파코스 본인이 또 다른 재앙이었다는 게 더 그럴듯해 보임.
—그것도 좀······.
—이거 확실히 어렵겠다. 크리스 감독 머리 터지고 있을 듯.
—그러니까. 이거 마음 놓고 기대하면 안 되는 게, 크리스 감독은 속편을 써본 적이 없음. 2편도 잘 만들 거라는 건 너무 희망편인 듯. 백승결이 주인공인 것도 양날의 검이고.
—그치. 1편 이기는 건 솔직히 다들 기대 안 할 듯. 팬들은 그냥 괜찮은 영화로 뽑아주기만 기다릴걸?
물론 모든 반응이 호의적이진 않았다.
팬들 중에서도 완벽한 작품이 속편을 도전하는 것에 걱정을 표하는 이들이 꽤나 많았다.
크리스 감독이 인터뷰한 것처럼 속편 제작을 염두하지 않았던 작품이라, 자칫 잘못하면 뇌절에 가까운 전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대와 우려 속에서 본격적인 2편 제작이 시작되었다.
이젠 영화 팬들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사랑했던 영화의 최후를.
#
한편, 안 감독은 이제 막 크랭크인에 들어간 신승찬 주연의 영화, ‘이태원 찻집’의 촬영을 마치고 잠시 대학로 극단 사무실을 들렀다가 다시 강을 건너 자신의 사무실로 퇴근했다.
‘아니, 출근인가······.’
‘이태원 찻집’ 촬영과 ‘흉내자들’ 연극 준비.
두 가질 동시에 할 수 있다고 큰소리 쳤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백승결이 물꼬를 튼 신승찬의 연기는 날이갈수록 정교해졌고, ‘흉내자들’의 대본에 푹 빠진 극단 단원들은 이 연극이 마지막인 것처럼 불태우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있자니 자신도 괜스레 뜨거워져 초반부터 스퍼트를 내고 있었다.
‘이러다, 나도 유작이 되겠어···.’
그럼에도 내일이면 또다시 불태우고 있을 자신을 떠올리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는 그였다.
이러고 싶어서 연극도 맡겠다고 한 건데, 정신력이든 체력이든 예전 같진 않네.
그런 생각을 하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여기도 어쩐지 분위기가 뜨거워져 있었다.
“대박, 진짜 개쩐다···.”
“그러니까. 미쳤네.”
누가 열애설이라도 터졌나.
“어, 감독님. 오셨어요?”
“그래··· 왔다. 근데 뭐가 미쳤는데?”
“백승결이요. 완전 미쳤어요.”
“복귀 이후로 지금까지 꾸준히 미쳤잖아. 뭘 새삼.”
“당죽막 2에서 주인공이래요.”
“···!”
놀란 안 감독의 반응을 보며 다시 한번 들끓는 직원들이었다.
“와, 저 지금 또 소름 돋은 거 보여요?”
“그니까. 할리우드 역대 흥행 수입에 드는 영화 시리즈에서 한국인이 주인공이라니. 개봉하면 바로 가서 본다.”
“크리스 감독이 뽕맛을 안다니까.”
이에 안 감독이 머리를 짚었다. 푹 숙인 고개 아래에서 아쉬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젠 화성이 아니라 더 먼 곳으로 가버렸네.”
한탄하는 그의 반응에 직원 중 한 명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게 왜요?”
“꼭 한 번 같이 작업하고 싶었거든. 근데 이제 어려울 것 같네. 아 그때, 복귀하자마자 같이했어야 하는 건데···!”
몇 년 전의 일까지 되짚으며 아쉬워하는 그를 보며 직원들이 자작하게 위로를 건넸다.
“그래도 너무 아쉬워 마세요. 사람 일 모르는 거잖아요.”
“그래요. 갑자기 어떤 우연한 계기로 함께 작업할 일이 생길지 어떻게 알아요.”
“갑자기 어떤 우연한 계기가 어디서 뚝 떨어지냐. 이제 행성이 달라서 얼굴 보는 것도 어려워졌지 뭐. 좀 더 지나면 아예 은하계가 다를지도.”
“은하계가 달라도 뭐 컨택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잖아요?”
“뭐로 할 건데?”
“인터넷으로? 아니면 인맥? 하람 대표님이랑 ‘흉내자들’로 친해지셨으니까요.”
잠시 혹했던 안 감독이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웃었다.
“퍽이나. 너네가 하선경 대표를 못 봐서 그래. 그 양반 공과 사 엄청 철저해. 에이, 더 이상 백승결 얘기 하지마. 신포도 하자. 어차피 백승결 출연료 줄 돈도 없어. 1인극도 아니고 영화 제작비를 다 갖다 바칠 순 없잖아? 됐어. 시다, 셔.”
손을 휘휘 젓는 안 감독에 낄낄거리던 직원들이 그의 바람대로 화제를 전환했다.
“그럼 막간을 이용해서 차기작 얘기나 좀 할까요, 우리?”
“웬일이냐. ‘이태원 찻집’ 이제 촬영 시작했다면서 좀 쉬자고 할 땐 언제고.”
현장에서 뛰는 촬영팀과는 달리, 사무실 직원들은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한다.
크랭크인 직전까지가 가장 바쁘고, 오히려 촬영이 시작되면 시간이 남지. 그러다 개봉 직전부터 다시 바빠지고.
그러니 직원들은 이제야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기였다.
그 상황에 안 감독이 슬쩍 ‘흉내자들’ 대본을 줬고, 원성을 듣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먼저 얘길 하자고 화두를 열 줄이야.
말을 꺼낸 직원만이 아니었다. ‘선생님, 숙제 검사 안 했는데요!’라고 외친 반장마냥 원망의 눈초리가 창궐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에서 모두가 흥미로운 눈을 모았다.
“좋아요. 저도 이 대본에 대해 할 말 많았는데.”
“저도요. 안 그래도 감독님 오시면 이거 얘기 좀 하자고 하려 했어요.”
하나둘 몰려드는 직원들.
결국, 안 감독은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뜨거워졌고, 회의실로 향했다.
“이 대본 보고 극단에선 뭐래요? 결말에 대해선요?”
오늘도 잠깐 들렀다가 온 극단, 가내수공업.
‘흉내자들’에 대한 그곳의 반응을 전달하자, 직원들은 저항 없이 주억거렸다.
“저희랑 크게 다를 게 없네요.”
“아무래도 그렇지. ‘흉내자들’은 걔네들 말마따나 ‘우리의 이야기니까’.”
다시 말하지만, 이곳에 모든 직원들은 현장직과는 달리 엔지니어들이 아니다.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을 준비하며 마케팅을 하는.
과거엔 배우와 연출가를 꿈꿨던 이들.
그러니 이들에게도 ‘흉내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였다.
“좋은 작품인 건 분명해요. 보는 내내 흥분될 정도였어요. 결말에선··· 오만 감정이 다 터져나왔고요. 이게 어떻게 연극으로 만들어질까. 또 우리는 어떻게 영화로 만들까. 그 생각하다가 밤샐 정도로 좋았어요.”
과거 배우를 꿈꿨던, 그리고 이들 중 가장 먼저 포기했던.
고참 직원이 덧붙여 물었다.
“그래서 너무 궁금해요. 대체 누구예요? 이 작가. 뭐 하는 사람이길래 이런 글을 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