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74)
174화 불씨 (7)
로튼토마토 : 93
메타스코어 : 95
[설정도, 세계관도, 인물마저도 판타지였지만, 이야기만큼은 현실이었다.] [삐뚤어진 영웅이 어떻게 악당이 되고, 그리고 또 어떻게 영웅이 되며, 아버지가 되는가.] [사랑하는 이가 죽으며 악당이 되고, 사랑하는 이가 생기며 영웅이 된다.] [지키고자 했으나,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이가 비로소 지키고, 지켜지는 이야기······ 이보다 더 나은 한줄평이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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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는 아주 좋은 기준이 된다.
특히나 안전한 선택에 강박이 있다시피 한 대다수의 한국 사람들에겐 더더욱.
이런 점이 획일화된 취향을 만들고, 개인보다 집단을 중요시하게 만드는 등 여러 부작용을 만든다며 문제점으로 대두되기도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마냥 나쁜 효과만 있는 건 아니다.
후기란 건. 즉,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란 건 어쨌든 통계학이니까.
좋아하는 이들이 많으면, 당연히 나와도 맞을 확률이 높아지는 거야 당연하다.
바쁘디바쁜 현대사회에, 가장 효율적인 선택법일 수 있지 않겠나.
어쨌든, 한국의 그런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당신의 죽음을 막으면 2’의 영화사는 한국의 개봉을 조금 늦췄다.
물론 그 밖에도 수요일에 개봉해야 한다는 징크스(?)와 프로모션 및 사업적인 여러 이유들이 얽혀 있었지만, 그 핵심엔 이런 이유가 숨어 있었다.
그리고 그건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한국보다 이틀 먼저 개봉한 영화는 순식간에 가장 핫한 키워드로 떠올랐고, 한 페이지를 순식간에 채워버리는 후기의 행렬은 사람들을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가뜩이나 뒤처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한국인에게.
무려 한국인이 주인공을 맡은 할리우드 영화가, 미국에서 역대급 기록을 세우며 날아오르고 있다?
오랫동안 대척점에 서 있던 대중과 평론가의 호평을 동시에 받으며?
—이건 못 참지.
영화를 본 이들의 후기만큼이나 격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니 대체 어떻길래 반응이 저러냐. 나 진짜 현기증난다······.
—왜 우리만 개봉이 늦는 건데!
—우리만은 아니긴 함. 동아시아 나라들은 대부분 개봉이 늦음. 그나마 우리나란 일본이랑 중국보다 3일이나 더 빠르고.
—일침충, 팩트충들은 들어가 주시죠. 예민하니까.
—여러 이유가 있다고 들었음. 원래는 날짜변경선이랑 인구대비 영화 관람객 수 때문에 초반 집계에 좋은 영향을 미쳐서 외국 영화들 개봉일이 보통 빨랐는데, 아무래도 ‘당죽막’은 백승결이 주인공이다 보니 한국에서 흥행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라 굳이 먼저 개봉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 같······기는 개뿔. 그딴 거 모르겠고 얼른 영화관에 걸라고. 이미 파일 받은 거 다 안다고. 문 좀 열어보라니까?
다소 과격하기까지 한 한국팬들의 반응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졌다.
급기야 티켓 예약이 떴을 땐, 명품 브랜드의 오픈런을 방불케 했다.
아이맥스는 대부분의 좌석이 10분 만에 매진되었고, 일반관도 흔히 로열석이라 불리는 좋은 자리들은 어느 동네 할 것 없이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마침내 개봉 당일.
—시바. 이틀이 이렇게 안 갈 수가 있는 거냐.
—퇴근하자마자 간다···!
—하수네. 난 이거 보려고 반차냄.
—쯧쯧. 난 이미 극장 도착했다. 이거 보려고 내가 그리 취업이 안 됐나 보다. 백수 만세···.
—눈물 닦고 새끼야. 오늘만큼은 네가 승자다. 어깨 펴고 인마.
늦은 오후가 되었을 땐, 꽤 많은 이들이 파코스의 결말을 확인하게 되었다.
당연히 커뮤니티는 시끌시끌했다.
덕질은 작품이 끝나면서부터 시작되는 거라던 모 오타쿠의 말처럼, 결말을 확인한 이들이 많아질수록 점점 더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와··· 진짜 나 그 순간엔 미치는 줄. 1편에서 유일하게 지적받았던 게 스케일이었는데, 이번엔 그것마저 끝내주게 뽑았더라.
—이야기의 밀도도 미쳤음. 1편에 비해 오히려 장면이나 대사가 많아진 느낌?
—그러게. 돌이켜보니 내용 자체가 엄청 많았네. 볼 땐 넋 놓고 보느라 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는데.
—그 와중에 아역 너무 귀엽고···.
—연기도 잘하더라.
특히나 배우들.
그중에서도 백승결과 아역 배우 올리비아에 대한 이야기는 가장 큰 화두였다.
사실상 이야기의 중반부부턴 두 사람의 로드무비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존잼······. 결말 보고 나니 백승결 인터뷰가 한 번에 이해됨.
물론, 배우들만큼이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게 있었으니.
바로 영화의 결말이었다.
—이거 말하는 거지? 지키고자 했으나,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던 이가 비로소 지키고, 지켜지는 이야기.
—크으··· 이것보다 더 잘 설명할 수는 없을 듯.
—의아했던 행보들 다 납득시키고, 파코스 캐릭터를 존나 멋있게 만들고, 심지어 결말까지 완벽.
—확실히 결말은 진짜 여운 미치네.
—솔직히 난 새드엔딩 확정인 줄 알았는데.
—중반부까지만 해도 당연히 그럴 줄 알았지. 그랬는데······.
—크리스 감독 최고다 진짜······.
—그래서, 3편은 언제 개봉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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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셨어요, 감독님.”
정장 차림의 안 감독이 극단 사무실에 올라서자, 단원들이 그를 반겼다.
단장 김진태를 비롯한 가내수공업 단원들이 슬금슬금 안 감독 주변으로 모여든다.
늘 보고받는 입장이었던 안 감독은 독촉하는 눈빛을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어떻게 됐어요?”
못 참겠다는 듯 김진태가 묻는다.
“굿픽처스가 제작 계획 오픈했어. 이제 슬슬 기사도 뜨고, 투자자들도 모일 거야. 목표액은 일차적으론 50억.”
“50억······.”
100억짜리 영화가 판치는 세상에 그리 큼 금액은 아니었지만, 무명 연극 배우들이 대거 투입될 저예산 영화치고는 결코 쉽지 않은 금액이었다.
그나마 굿픽처스가 ‘대원군’ 등 소규모 투자로 대박 작품을 낸 경험이 많기에 높게 잡을 수 있었으리라.
안 감독이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웃었다.
“이제 우리 임무가 더 막중해졌어. 결국 이 50억을 채울 수 있느냐 없느냐는, 연극이 좋은 평가를 받느냐 아니냐에 달린 거니까.”
“그리고 그거 투자받아서 영화도 성공하면, 연극 쪽 OSMU도 활발해질 수 있고요?”
“그치. 그렇게 연극계가 다시 활발해지면 그만큼 배우들 간의 이동도 자유로워지겠지.”
“진짜 꿈같은 이야기네요.”
김진태의 말에 안 감독이 답했다.
“그 꿈, 꿔보자 한 번.”
마른 침을 삼키며 주억거리는 단원들.
“그러면 이제 슬슬 배우들에게도 영화 캐스팅에 대해서 말해야겠네요?”
“그렇지. 스케줄도 조율해야 하고. 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투자자들도 배우 캐스팅 관련해서도 관심을 보일 테니까.”
안 감독의 말에 김진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한다.
“연극 배우들로만 캐스팅하면······ 안 좋아하겠죠. 투자자들이.”
“아무래도 그렇겠지. 연극 배우들로만 캐스팅한 영화를 어떤 투자자가 좋아하겠어.”
남 일인 양 단호하게 답한 안 감독이 덧붙였다.
“근데 우리도 그럴 생각이 없거든.”
“네?”
“연극 배우들로만 캐스팅하진 않을 거라고.”
“그치만 작가님 조건이 배우들 그대로 영화화하는 거라고······.”
“맞아. 배우들은 모두 그대로 캐스팅 될 거야. 대신, 영화 버전에선 인물들이 늘어날 예정이야. 대부분 조연이지만, 그래도 거기엔 영화 배우들이 투입 될 거고.”
예상 못 한 전개에 단원들의 눈이 다시금 초롱초롱해졌다.
“누구요? 누가 투입되는데요?”
“일단 지금 대본이 들어간 배우들로는··· 이태관, 김상억, 이준혁, 신승찬, 고하윤, 유은하.”
“대박······. 그게 말이 돼요? 추가된 역할들은 대부분이 조연이라면서요. 다들 너무 급이 높은데?”
“대본만 들어간 거야. 아직 확정은 아니고.”
“그래도요. 그중에 한 명만 오케이 해도 대박일 거 같은데.”
“그리고 확정된 배우로는 천광윤 선배님.”
“···?”
훅 들어온 말에 잠시 벙찐 표정들이.
“···!”
이내 놀람으로 번졌다.
“에에에?!”
“아니, 그분이······ 왜요?”
국민배우의 등장에 정신을 못 차리는 단원들.
이런 반응을 예상한 안 감독이 흡족해하며 낄낄거린다.
한참을 웃던 그가 말했다.
“좋은 작품이라서.”
짧게 답한 그가 더 중요한 말을 뒤에 붙인다.
“그리고 그분도 너희들만큼이나 연극무대를 애정하시거든.”
그 말에 모두가 감격하는 사이, 물 한잔을 비운 안 감독이 테이블 위에 올려진 캘린더를 집어 들었다.
“근데 말이야.”
그의 시선이 수요일, 오늘에 콱 박혀 있다.
“하아, 갑자기 빡치네.”
“예···?”
갑작스런 온도차에 단원들이 당황하자 안 감독이 말을 잇는다.
“인간적으로 우리가 그래도 연기와 무대를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대작 영화가 개봉했으면 바로 봐줘야 하는 거 아니냐? 맞잖아?”
“그렇······.”
답하려던 단원들이 하나둘 그 말의 뜻을 눈치챈다.
“설마···.”
“그렇죠! 맞습니다!”
“옳소!”
반색하며 환호하는 단원들을 보며 안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일어나. 영화 보러 가자.”
#
성난 파코스의 질주는 걸음마다 피가 뿌려졌다.
‘재앙’이라는 별명답게 테메우스13구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신 정부 ‘레보’의 의원들은 점점 다가오는 재앙에 공포를 느꼈다.
처음엔 콧방귀를 꼈지만, 그렇게 마지막 숨을 뱉은 의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핵전쟁 때도 자신들의 죽음은 고려하지 않았던, 그렇기에 서슴없이 버튼을 누를 수 있었던 그들이 단 한 사람을 두려워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신 정부를 표방하는 옛 기득권층.
세상이 멸망해도 위치는 그대로인 그들의 힘은 크고 견고했다.
그들은 파코스 목에 현상금이라는 갈고리를 걸었고.
파코스가 그들에게 가까워질수록, 그에게 드리우는 죽음의 그림자도 짙어졌다.
결국, 놈들이 사정거리에 들어왔을 때, 그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인 것이다.
하지만 파코스는 개의치 않고 거침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함정인 줄 알면서도, 놈들을 잡으려면 그 속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그렇게.
⌜결국, 온 건가.⌟
레보의 최고위원을 만날 수 있었다.
붉은 절벽 위에 앉은 한 남자.
테메우스 13구역의 최고 권력자인 그가 땅처럼 메마른 눈으로 파코스를 내려다본다.
⌜이상한 자라는 얘긴 들었지만, 생각보다 더하군.⌟
그가 근엄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 감히 설치는 것도, 홀로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도.⌟
⌜네 눈엔 지금 내가 혼자로 보이나 봐?⌟
⌜그 얘기도 들었지. 미친놈이 사지로 딸을 데리고 다닌다고.⌟
⌜딸······.⌟
⌜베에?⌟
옆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소녀를 파코스가 지그시 응시한다.
큼직한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놈을 보며.
⌜병신인가. 인종이 다르잖아.⌟
⌜누가 그걸 몰라서··· 크흠. 아무튼.⌟
헛기침으로 분위기를 바꾼 최고위원이 다시 오만한 눈으로 파코스를 내려다본다.
⌜이런다고 뭐가 바뀐다고 생각하나? 그럴 리도 없겠지만 설령 자네가 여기서 나를 죽인다고 해도, 그다음엔? 전 세계를 다 돌아다니며 추궁할건가?⌟
⌜그것도 괜찮군.⌟
⌜미친놈이 확실하네.⌟
더 이상 말이 안 통한다고 느꼈는지 최고위원이 손을 휘저었다.
⌜죽여라.⌟
그 한마디에 움직이는 수십의 무장한 군인들.
파코스가 소녀를 품에 안아 들었다.
철컥—.
그녀가 떨어지지 않게 버클을 바짝 채우고, 다가오는 적들에게로 돌진한다.
대단원의 막을 내릴, 마지막 전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