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86)
186화 기억 (6)
또르륵— 탁!
소즈가 다시 한번 기울어지며 소리를 내고.
널찍한 상 위에는 해산물 위주의 정갈한 음식들이 차례대로 놓였다.
진수성찬이 차려졌지만, 양쪽 다 아직 한 수저도 뜨지 않았다.
우경철 본부장은 떠드느라.
최영기 실장은 그걸 듣느라.
한참을 떠들던 우경철 본부장이 웃으며 팔짱을 꼈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자신이 보일 패는 모두 보여주었는데, 구미가 당기지 않냐는 듯이.
잠자코 듣고 있던 최영기 실장이 옆에 내려놓은 명함을 도둑눈으로 슬쩍 확인하며 입을 열었다.
“우경철 본부장님?”
“네, 말씀하시죠.”
“그러니까 본부장님 말씀은······.”
톡, 톡.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끝을 늘리던 그가 물었다.
“하람과 재계약 하지 말고, 아티스로 오라는 제안을 하신 거죠,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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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철 본부장은 최영기 실장에 대해 들은 바가 꽤 있었다.
하람에 아주 불만이 많다지. 특히 백승결에겐 더더욱.
더 필요할 게 없었다. 이 두 가지면 끝이었다. 완벽하다.
적의 적은 동지라고 하지 않나.
이 얘길 들은 순간부터 최영기 실장은 그의 동지였다.
그러니 눈치 보고, 재고 따지고 할 필요가 없었다. 거침없이 그를 꼬드겼다.
좋은 제안을 줄 테니 아티스로 와라.
하람에서 몇 명 더 빼 올 생각이다. 이미 미팅도 마쳤다.
잘 생각해봐라. 지금 백승결보다 우선순위에 있을 수 있는 배우가 하람에 어딨겠냐.
신승찬은 하루 빨리 백승결의 그늘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현 상황을 적나라하게 요약하며, 하람에 계속 있어서는 답이 없다는 걸 느끼도록 유도했다.
신승찬이라는 줄이 인생의 동아줄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백승결이란 황금줄이 훨씬 더 높은 곳에서부터 내려와 너도나도 잡아타고 승천하니, 화나겠지. 열 받겠지.
그러니 분명 이 제안이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겠지.
아주 수월한 미팅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한 우경철 본부장이 여유롭게 최영기 실장의 대답(—감사 인사)을 기다리는데.
어째선지 넙죽 엎드려도 모자랄 최영기 실장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잔뜩 성난 목소리가 검푸른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다.
“하하, 민병화 이새끼.”
“···?”
민병화라면 자신과 인연이 있는 FHN 엔터 팀장이었다.
동시에, 자신에게 최영기 실장의 정보를 주고 소개까지 시켜준, 최영기 실장의 지인이기도 했다.
갑자기 자신 앞에서 지인 얘기는 왜 꺼내나 싶어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가 말을 잇는다.
“승찬이를 무슨 1등에 밀려 암 것도 못 하는 찐따로 말씀드려놨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열이 좀 많아서.”
최영기 실장이 옆에 놓인 찻잔을 집어 들어 입안에 털어 넣었다.
“와 씨, 따뜻하네? 뭐 이래, 음식점이.”
거칠게 잔을 내려놓은 그가 히죽 웃으며 우경철 본부장을 바라본다.
“아, 물론 본부장님 제안은 감사드립니다. 조건도 하람보다 분명 좋은 상황이고요. 승찬이한테도, 그리고 저한테도.”
“하하, 그럼요. 지금 연차에 아직도 팀장을 못 다신 게 말이 됩니까.”
“그러니까요. 백승결 매니저가 앞을 꽉 가로막고 있네요.”
고개를 내저으며 오만상을 찌푸리는 최영기 실장.
그가 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을 잠시 바라본다.
맛있어 보이긴 하다만······.
‘그래도 승결인 형 칭찬을 하던데요.’
하여간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새끼!
이내 시선을 떨어트리며 우경철 본부장을 불렀다.
“근데요, 본부장님.”
“네.”
“제안은 너무 너무 감사드린데요. 아까부터 조금 신경 쓰이는 게 있네요.”
“그래요? 그게 뭘까요? 말씀해보세요.”
이에 최영기 실장이 다시 한번 슬쩍 음식들을 훑는다.
후회하려나. 후회하겠지. 후한 연봉에 하람보다 훨씬 큰 회사의 팀장···.
차오르는 아쉬움을 떨치며, 그가 말했다.
“자꾸 승찬이가 백승결보다 능력이 부족해서 도망가야 한다는 것처럼 말씀을 하시니까, 참 기분이 묘하네요.”
“아, 아닙니다. 도망가야 한다는 게 아니라, 하람이 백승결한테만 신경을 쓸 테니까······.”
“도망가야 한다?”
“아뇨, 아니죠. 하핫, 저는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오해가 좀 있으신 것 같은데···.”
“아, 그리고 하나만 더요.”
최영기 실장이 검지를 세우며 우경철 본부장의 말을 끊는다.
“지금 보아하니 뭐 하람에서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거나, 재계약이 다가온다거나, 재계약 예정인 배우들 패키지로 묶어서 싹 데려가려고 하시는 거 같은데······.”
그리고 예상과 다른 반응에 땀을 뻘뻘 흘리는 우경철 본부장에게 되물었다.
“승찬이가 무슨 마트 떨이도 아니고 그런 노땅들하고 같이 묶여 가져갈 수 있는 사이즈로 보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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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미친 거야?
“뭐가.”
—아티스를 까? 야, 너 뭐 돼? 아티스가 자본이 하람의 몇 배인데!
“왜 우병··· 아, 이름도 기억 안나네. 아무튼 본부장이 이 일 도와주면 너도 한 자리 주겠다고 하디? 넌 나랑 사적으로 한 얘길 잘도 갖다 바쳤더라?”
—하람한테 존나 열 받는다며. 백승결은 꼴 보기도 싫고 팀장들도 엿 같다며. 내가 이 얘길 전해줬으니 본부장님도 너한테 동아줄 내려준 거 아냐.
“그니까 그게 마음에 안 든다고. 지가 뭔데 동아줄이니 뭐니 하면서 구해주는 척을 해. 우리가 뭐 백승결 하나 때문에 아무 것도 못하는 것 마냥.
—틀린 말은 아니···.
“닥쳐라. 다음에 나 만났을 때 죽빵부터 맞기 싫으면.”
—너 싸움 존나 못 하잖—.
뚝.
최영기 실장이 전화를 끊었다.
화가 나는데 내심 후회도 된다.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크게 심호흡 한 번 하고 차에서 내린다.
신승찬의 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 마당을 가로지르며 화를 가라앉···.
“무슨 일 있어요? 표정이 안 좋은데.”
잔뜩 구기고 있던 표정을 화들짝 펴져 옆을 돌아봤다.
마당에 이것저것 키우기 시작한 신승찬이 호스를 손에 들고 이쪽을 보고 있었다.
“해, 햇빛이 너무 쎄네.”
“흐린데, 날씨?”
“그래서 그런지 몸이 쑤셔서.”
“···?”
재빠른 태세 전환에 신승찬이 갸우뚱한다.
하지만 늘 탐탁지 않은 것 투성인 최영기 실장이기에, 그러려니 하며 호스를 내려놓는다.
최영기 실장이 어기적어기적 다가가 괜히 감탄했다.
“꽃 많이 피웠네.”
“애초에 펴져 있는 걸 사 왔는데.”
“······.”
“그것도 일주일 전에.”
“크흠, 근데 그동안 왜 못 봤지.”
목덜미를 긁적이며 최영기 실장이 마당에 놓인 철제 의자에 앉았다.
둥그런 테이블 위에 올려진 종이 뭉치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자신을 퍽 난처한 상황에 몰아넣은, ‘흉내자들’의 대본이었다.
승찬이가 저걸 하겠다고 했으니 재계약은 자연스러운 수순.
애초에 자신이 아티스로 가고 싶어 했어도 신승찬이 절대 오케이 했을 리가 없었던 거다.
마음에 안 드는 작품이다.
저 대본 때문에 홍보팀장한테 또 하나 잡혀서 옴팡지게 당하고 있지······.
아씨, 그냥 나만이라도 아티스에 가겠다고 할 걸 그랬나. 연봉도 50%나 올려준다고 그랬는데!
스윽—.
최영기 실장이 대본을 집어 들고 요리조리 훑으며 툭 물었다.
“이게, 그렇게 재밌어?”
“네.”
“이태원 찻집보다도 더?”
“개인적으로는 훨씬요.”
만지작거리던 대본을 내려놓고 최영기 실장이 물었다.
“승찬아. 너 여기 계속 있을 거지?”
“이 집이요?”
“아니, 하람에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두 눈을 깜빡거리던 신승찬이 이내 무언가를 깨달은 듯 ‘아···’하고 입을 벌렸다.
“나 계약 끝나가는구나.”
1년에 작품 1, 2개 씩은 꾸준히 했던 터라 말 그대로 시간이 녹은 듯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냐며 감탄인지 탄식인지 모를 한숨을 내뱉은 신승찬이 덧붙여 말한다.
“난 있고 싶어요.”
“······.”
“실장님은요?”
최영기 실장이 ‘나?’라고 되물으며 내심 놀란다.
남아있고 싶다는 대답을 들을 줄은 예상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되물어 볼 줄은 전혀 몰랐다.
멍하니 신승찬을 바라보던 최영기 실장이 희미하게 웃으며 주억거렸다.
“됐다, 그럼.”
“···?”
“재계약 도장 찍자.”
“······또 뭐 했죠?”
눈을 게슴츠레 뜨고 의심하는 신승찬에 최영기 실장이 눈에 띄게 당황하며 손을 휘저었다.
“야, 하긴 뭘 해. 요즘 내 별명이 회사에서 뭔 줄 아냐? 존 스노우야. 아무것도 모른다고. 너 존 스노우 알지?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배신자.”
“내, 내가? 야 내가 무슨 배신자야.”
뜨끔한 최영기 실장이 펄쩍 뛰었다.
“아뇨, 존 스노우요.”
“걔가··· 배신자야? 주인공이라던데? 뭐, 왜. 뭘 그렇게 봐.”
그런 최영기 실장을 빤히 바라보던 신승찬이 길쭉한 다리를 꼬며 물었다.
“오늘 미팅했다면서요. 누구 만나고 온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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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죽음을 막으면 2’가 영광의 끝자락에서 마지막 힘을 쥐어짜고 있었다.
영화관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걱정이었다.
영화가 내려가는 순간, 영화관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던 중력이 사라질 테니까.
어서 다른 대작 영화가 ‘당신의 죽음을 막으면’의 자리를 반만이라도 채워주길 바랐지만.
돈을 쏟아부어 만든 기대작들이 오던 관객들도 내쫓는 판이었다.
그래놓고 무책임하게 얼른 OTT 플랫폼으로 들어가겠다고 포스터를 내려버린다.
이런 상황이니 관계자들은 ‘당신의 죽음을 막으면 2’를 죽어도 못 보낼 수밖에.
그렇게 영화가 장기집권을 이어가는 사이, 한국의 작은 극장에선 언더독 하나가 나타나 연극판을 뒤집고 있었다.
티켓이 풀리자마자 연일 매진을 시키며 연극에 관심이 없는 이들조차 발걸음을 닿게 한 ‘흉내자들’.
작품의 영화화를 원하는 목소리에 드디어 매니지먼트 하람이 답했기 때문이다.
답변은 yes도, no도 아닌.
Already.
영화화는 애초부터 예정되어 있었고, 이미 촬영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사람들에게 밝혀졌다.
관계자들은 하람의 과감함에 혀를 내둘렀고.
연극계는 ‘흉내자들’이 영화화에 성공해 새로운 판을 만들어주길 기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팬들은 영화화 소식에 환호하며 떡밥을 굴린다.
어느새 누군가 가상캐스팅까지 포토샵으로 이쁘게 만들어 올렸다.
화려한 가상캐스팅 목록을 본 팬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잠깐만, 지금 상철 역에 아이돌? 그 다리 다친 거 숨기고 꾸역꾸역 해보려고 하다가 최태주한테 들켜서 서럽게 울 때, 그 연기를 아이돌한테 맡기자고?
—왜 이미지 잘 맞는 것 같은데.
—이렇게 잘생긴 애가 몇 년째 스턴트 배우를 하는 거부터가 에러지. 이것도 외모역전 세계관이냐.
—스턴트 배우 몸이 너무 마른 거 아니냐. 심지어 상철이를 대역으로 쓰는 최태주는 꽤 덩치 있는데······.
—그래도 몇몇은 진짜 찰떡이긴 하다.
—어디가. 전혀 안 어울림.
—그냥 가상캐스팅 누가 만들어 온 거 가지고 겁나 싸우네.
—그러니까 오피셜 나온 거 하나도 없는데 왜들 그래. 시작부터 배를 산으로 보내려고 아주···. 이럴 거면 차라리 연극 배우들 고대로 데려와서 찍었으면.
—오, 나쁘지 않아. 그러고 보면 연극 배우진 대부분이 영화 촬영도 해본 경험 있는 거 같은데?
—나쁘지 않기는. 그건 말도 안 되지. 무슨 독립영화냐고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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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이왜진???
—이걸, 이렇게 캐스팅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