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대중의 관심을 모으려면 (3)
‘흉내자들’의 아카데미 초청 소식은 며칠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축포를 빠르게 터트리기엔 아직 두 번의 심사가 더 남아 있었고, 또 워낙 믿기지 않는 일이라.
굿픽처스는 교차의 교차까지 면밀히 검증하고서 비로소 기사를 냈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몹시 불안해했다.
“그냥 제출 하고 나서 기사 낼 걸 그랬나? 괜히 부정 타면 어떡하지? 아니면 2차 심사에 올라가면 그때 알릴 걸 그랬나?”
“왜요. 아예 우리 영화 후보로 걸린 거 보고 기사 내시지.”
“그랬으면 확실하긴 했겠네.”
“아이구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내심 박 대표의 저런 과한 행동들이 이해가 가는 직원들이었다.
‘흉내자들’의 아카데미 후보작 선정은 그만큼 엄청난 일이었다.
아직 최종 선택을 받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의미가 크다.
‘눈속임’이 칸에 초청을 받았던 것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더 대단한 영역일지도 몰랐다.
안 감독이 한국에선 꽤나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할지라도 아직은 한국에서만 인지도 있는 내수용 감독인데다.
배우진도 주연만 놓고 보면 절대 화려하다 말할 수 없는, 그런 주조연 역전 캐스팅이니.
그래도 백승결이라는 최고 배우에 고하윤이라는 기대 배우, 이태관이라는 묵직한 악역과 화려한 미장센을 쏟아부은 ‘눈속임’과는 확실히 결이 달랐다.
게다가 아카데미엔 마이너한 상이랄 게 없지.
정말 분야별 정점만 뽑는 자리지 않나.
‘내달쯤에 칸에서는 연락 오는 걸 기대해봄 직하지 않나 싶었는데.’
그런데 전혀 예상도 못 한 곳에서 이렇게 터트려줄 줄이야.
그나마 이유를 찾아보자면 원작이 존재하는 작품이고, 그 원작이 연극이며, 그 연극이 잠깐이지만 미국에서도 화제였다는 것.
그것 덕분에 미국에서 비교적 순조롭게 개봉할 수 있었다는 것 정도일까.
너무 놀란 박 대표가 죄지은 사람처럼 어버버 하고 있지만, 이건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었고.
당연히 국내 반응은 엄청났다.
—아무래도 천광윤이랑 연극을 보러 왔던 해외 유명 편집장이라는 사람이랑 크리스 감독의 역할이 컸던 것 같음. 미국 개봉하자마자 사람들이 꽤 많이 몰렸다고 하더라고. 한인들 뿐만 아니라 관계자들이 퍽 궁금해 했나 봐.
—나 같아도 우리나라 최고 감독이 해외에서 보고 극찬한 연극이라고 하면 끌리긴 할 듯. 관계자라면 더더욱.
—심사하는 AMPAS 회원(아카데미 회원)들이 대부분 배우들이고, 흉내자들이 배우들을 위한 헌정 영화의 느낌이 나는 것도 한몫했을 듯.
—다 필요 없고, 일단 재밌어서지. 나 어제 보고 왔는데 진짜 잘 만든 영화더라. 원작을 봤는데도 이런 반응이 나오기 쉽지 않은데 말이지.
—원작이랑 결이 비슷하면서도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더 들어가 있는데, 그게 진짜 좋더라. 최태주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에 대해서도 더 많이 볼 수 있어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대학로에서 연극 무대에 서던 이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에 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 언더독의 반란 같은 스토리는 영화보다 더 영화처럼 대중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다른 후보작들 중에서도 한국인의 가슴에 불을 지핀 영화가 있었으니···.
—그나저나, 당죽막2은 거의 네 개 후보에 확정인 분위기던데.
바로, 당신의 죽음을 막으면 2.
—할리우드 영화가 상 못 받는다는 것도 옛말임. 시각효과상은 물론이고, 이번엔 각본상도 거의 확정이나 마찬가지란 얘기도 있던데.
—와, 그러면 백승결이 흉내자들 주연들이랑 아카데미 시상식 들어가는 장면 보는 건가? 개 설렌다···.
극장에 이어 OTT플랫폼에서도 업계를 살리는 건지 삼키는 건지 모를 흥행을 이어가는 파코스의 두 번째 영화가 오스카의 자격이 생긴 작품으로서 다음 심사를 기다렸다.
그로부터 며칠 후.
본격적으로 배우부터 작가, 감독까지 전세계에 포진해 있는 AMPAS 회원들이 영화를 추려나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흉내자들’이 대만 영화 ‘터전’과의 열띤 경쟁 끝에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서 최종 탈락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모두가 담담하게 끄덕였다.
이미 2차까지 올라갔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기 때문.
그런데 동시에 각색상 후보에는 확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
모두가 놀랐다.
특별상을 못 받게 되어 아쉬워하는 통에, 본상을 받게 될지도 모르게 된 거다.
#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작은 카페.
어김없이 같은 곳, 같은 자리에 모인 각본가들이 커피잔을 기울였다.
오늘도 역시나 영화, 연극, 연기 이야기를 하면서.
자질구레한 스캔들부터 대형 사고, 그리고 화제의 인물이 한 주에도 수없이 터져대는 이곳이다 보니.
정말이지 주제 마를 날이 없는 그들이었다.
“아, 이번에 당신의 죽음을 막으면이 각본상에도 이름을 올렸던데?”
물론 그런 그들에게도 이 질문은 꽤 특별한 것이었다.
“허구한 날 시각효과상만 받던 헐리우드 영화에 웬일이래.”
“이제야 색안경을 벗는 건가?”
“정확히는 크리스 감독이 그 색안경을 벗겨버린 거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그토록 속 터져 하던 걸 자네가 이루는구먼.”
이어지는 칭찬들에 크리스 감독이 옅게 웃었다.
이어서 진심으로 축하하던 각본가들 중 한 명이 돌연 불만은 표한다.
“그나저나 이해가 안 가.”
“···?”
“남우주연상은 왜 아닌 건데. 아니, 그렇잖아. 작년에 파코스만큼 임팩트 있었던 역할이 있었냐고.”
“그야 그렇지만······.”
각본가들의 말에 크리스 감독이 작게 내뱉었다.
“너무 만화적인 인물이었던 거지.”
“흐음, 그런 걸 캐릭터성으로 봐줄 생각은 없는 건가.”
“그 문제만이 아닐 수도 있어. 예전부터 아카데미는 아시안들에게 박했으니까.”
다른 각본가의 의견에 쓰게 웃는 크리스 감독.
제일인 양 못내 아쉬워하던 각본가가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그 영화도 올라갔던데.”
“음?”
“자네가 추천한 영화. 흉내자들.”
그 말에 크리스 감독의 입가에 다시 미소가 걸렸다.
마찬가지로, 제일인 양.
“아, 맞아. 그것도 최종 후보에 올라갔지.”
“내가 크리스 감독의 추천을 늘 신뢰하긴 하지만, 이번에 그 신뢰가 더 커졌어. 재밌는 영화였지. 원작을 다시 공연한다면 한국에 여행을 가야 하나 고민이 될 정도로.”
“그 정도였다고?”
“아직 안 본 거야? 꼭 보라니까. 그걸 보면 아시안들에게 박한 아카데미가 왜 외국어 영화상뿐만 아니라 각색상 후보에도 이 영화를 올렸는지 단번에 이해가 간다고.”
“각색상이란 말이지··· 각색상.”
그 정도였냐며 감탄하던 각본가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래, 각색상이었다.
누군가는 이 상의 이름만 보고 그다지 큰 상이 아닐 것이라 짐작할지 모르지만.
그건 정말 모르는 소리였다.
적어도 아카데미에선 가장 위상이 높은 상인 BIG5에 각본상과 동등한 위치로 여겨지는 상이니까.
다만 원작이 있다는 점이 각본상과 다를 뿐이었다.
“좋은 작품이야. 미국 내에서 홍보가 안 되어 큰 이슈가 되진 못했지만, 모를 일이지.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게 된다면 달라질지도.”
크리스 감독의 말에 각본가들이 주억거렸다.
오스카 상을 받는다는 건 전 세계 최고를 가리는 영화제에서 어느 방면으로든 정점을 찍었다는 걸 뜻하기도 하니까.
특히나 칸이나 베를린과는 달리 대중적인 부분도 포용한다는 점에서 대중들의 신뢰는 엄청났다.
실제로 후보작에 오르는 것만으로 이미 매출이 달라지고 있을 터.
“그나저나, 백승결 배우는 언제 도착한다던가”
또 다른 각본가가 다시 새로운 주제를 꺼냈다.
모두가 흥미로운 듯 백승결의 지인인 크리스 감독을 본다.
“아니, 지난번 수다 떤 게 좀 재밌었어야지. 가끔은 그렇게 젊은 피를 수혈받을 필요도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확실히 그 친구가 연극에 대한 이해도가 남다르긴 했어.”
“어떻게, 글은 좀 쓰고 있다던가? 우리가 그때 그렇게 설득을 했는데 말이야.”
어째선지 질문에 답은 안 하고 쿡쿡 웃는 크리스 감독.
그 모습을 이상하게 바라보던 각본가가 갑자기 손가락을 튕기며 들썩거렸다.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군!”
“뭐? 왜? 무슨 일인가?”
“그 친구, 2편의 각본에도 이름을 올렸잖아?”
“오···!”
“사실상 각본상을 받게 되면 자네와 공동 수상 아닌가?”
각본가들의 눈이 반짝였다.
이마저도 이미 생각하고 있었는지 크리스 감독의 표정은 평온했다.
다만 그 호수 같은 눈빛 위에서 잘게 파동하고 있는 건 그 너머에서 오는 기대감이었다.
“그렇겠네. 각본과 각색··· 어쩌면······.”
#
“연극을 원작으로 두고 있는 ‘흉내자들’이 아카데미 각색상 부문 후보작에 올라 미국내에서도 큰 화제이다. 과연 원작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우리에겐 당죽막이란 줄임말로 익숙한 당신의 죽음을 막으면 2편 또한 블록버스터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4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우리는 백승결과 ‘흉내자들’의 주역들을 시상식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홍보팀 직원 한 명이 나팔수가 되어 기사를 쭉 읊자, 나머지 직원들이 흐뭇한 얼굴로 우리쪽을 바라본다.
“꾀꼬리 같은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읽어줘서 고마워, 이 대리. 담배는 좀 줄이고.”
“뉍.”
직원의 경례를 받으며 다가온 홍보팀장.
갑자기 이게 뭔가 황당할 것도 없었다.
그것이 홍보팀이니까.
오늘은 또 무슨 컨셉인가 바라보는데, 팔짱을 낀 홍보팀장이 내게 말했다.
“이런, 이런, 이런. ‘흉내자들’의 주역에도 백 배우 이름이 숨겨져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면 어떨지 너무 궁금해지네.”
뒤에서 홍보팀 직원들은 음율을 섞어 ‘궁금해! 짜릿해! 최고야!’를 외친다.
오늘의 장르는 아무래도 뮤지컬······.
황당함에 이전까지 황당해하던 것을 그만두고 새로 황당해졌다.
피식 웃다가 그사이 컨셉이 옅어진 홍보팀장에게 말했다.
“신기하네요. 정말 이런 타이밍이 올 줄이야.”
내가 ‘흉내자들’의 작가라는 걸 공개하려고 할 때, 조용히 나를 불러 기다려보자고 했던 홍보팀장이었다.
대체 몇 수를 내다본 걸까.
“우리야 뭐 일어날법한 일은 다 찍어두는 거지. 물론 백 배우 덕분에 그 일어날 일이라는 게 몇 배는 늘었고, 덕분에 우리 상상력까지 커졌달까. 매주 백 배우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돼. 음, 되고 말고.”
홍보팀장의 설명에 그저 웃었다.
어쩐지 살기가 느껴져서.
“내가 다 떨리네. 한국 쪽 언론은 우리한테 맡기고, 잘 다녀와.”
빙그레 미소 지으며 격려한 홍보팀장이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김성운을 바라본다.
“아 참, 김 팀장님. 그나저나 안 감독이나, 그쪽 배우들 잘 봐줘요.”
“흉내자들 쪽이요?”
“네. 기사도 낼 겸 며칠 전에 한 번 만났는데, 다들 아주 얼어 붙어있더라고요. 가서 어버버하면 안 되죠. 거기가 얼마나 약육강식인데. 얕잡아 보이면 안 돼.”
이에 김성운이 끄덕였다.
“굿픽처스 쪽에서 스태프들이 따라간다곤 하지만, 아무래도 걱정이 되긴 하네요. 알겠어요. 신경 쓸게요.”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우리는 이른 아침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더 먼 곳,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LA로 가기 위해서.
수많은 기자들이 공항에 몰려와 우리를 배웅했다.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 못해 안타깝다는 이야기와 각본상을 받게 된다면 크리스 감독과 함께 올라설 것이냐는 등의 질문들이 배웅 인사로 남겨졌다.
그들에게 나는 지금 파코스를 맡은 배우이자 당신의 죽음을 막으면2의 각본을 공동 집필한 각본가였다.
그들이 맞았다. 적어도 나는 지금 그 두 가지 역할로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 가는 길이었다.
물론, 돌아올 땐 하나가 더 늘 수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