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Actor is Back RAW novel - Chapter (53)
악역의 조건 (3)
문이 열렸다.
환호성이 터졌고, 뒤따르던 배우들이 우르르 다음 방으로 들어간다.
이를 지켜보는 상황실의 상황은 정반대였다.
놀람과 당황, 그리고 심각한 분위기가 버무려져 섣불리 뭐라 말 꺼내는 이가 없었다.
“어, 어떡해요?”
김지회 작가의 말에 나주영 PD가 벌리고 있던 입을 수습한다.
“뭘 어떡해··· 진행해야지.”
나름 침착하게 답한 그가 다음 세트장 화면을 보다가 벌컥 의구심을 드러냈다.
“아니, 근데 진짜 뭐지? 이거 애들이 테스트 했잖아? 그치?”
“했죠. 전부 다 첫 스테이지부터 너무 어려운 거 아니냐고 걱정했어요. 여기서만 최소 벌칙 5번은 나오는 각이었는데······.”
시청자들이 보는데 지루함이 없도록 다양한 벌칙도 준비되어 있었다.
그런데 고작 하나 썼다. 앞에서 자신 있게 나서다가 광탈한 김형준에게.
“각도기 잘 못 댔다, 야. 저 세트장이 얼마짜린데···.”
“이제라도 쉬엄쉬엄하라고 할까요?”
걱정스러운 눈들을 보며 나주영 PD가 고갤 저었다.
“됐어. 자존심이 있지. 힌트 달라고 애걸복걸해도 모자랄 판에 우리가 살살해달라고 해?”
옆에서 김지회 작가도 그럴 필요 없다며 덧붙였다.
“다음 방부턴 난이도가 더 올라가니까 충분할 거예요.”
“그렇지, 맞아. 이제부터 충분히 벌칙 뽑아먹으면 돼.”
나주영 PD가 입술을 적시며 끄덕거렸다.
마음을 다잡은 그가 다음 미션을 설명하기 위해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근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
[두 번째 악역의 조건은 ‘자물쇠 따기’입니다.]다음 방은 음의 높낮이를 숫자로 치환하는 미션이었다.
배우들은 조금 헤매나 싶더니, 오래된 라디오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음악이 힌트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피아노를 칠 줄 아는 임세주와 온갖 소음공해 속에서도 음악을 외운 백승결이 협동하자 금세 방문이 열렸다.
그나마 여기선 머릿속에 있는 소리를 임세주가 해석하기 위해 노래까지 흥얼거리는 진풍경이 나오긴 했지만, 그럼에도 제작진이 생각한 시간의 배는 빨랐다.
“괜찮아. 괜찮아······.”
말과는 달리 제작진들의 얼굴이 점점 더 거무죽죽하게 변해간다.
[세 번째 악역의 조건은······.]이 시점에선 벌칙을 받은 김형준이 돌아왔다가, 5분을 못 버티고 다시 벌칙을 받으러 끌려갔다.
그리고 근육질의 안기훈과 백승결이 힘을 합쳐 이번엔 피지컬로 세 번째 방까지 클리어해버렸다.
“괜찮아, 괜찮······.”
나주영 PD가 긍정의 주문을 외우는 동안, 어느덧 배우들은 네 번째 방을 지나 다섯 번째 방까지 도착했다.
여기까지 깨면 정말 마지막 스테이지만 남은 상황.
“아냐, 아냐. 괜찮긴 무슨! 이제 안 괜찮아. 어떡하지···?”
나주영 PD가 조급한 얼굴로 고갤 홱 돌렸다. 그가 이 정도인데 다른 제작진이라고 괜찮을 리 없었다.
시즌2 첫 촬영이라고 다들 있는 힘, 없는 힘 다 끌어모아 준비했는데 컨텐츠 소모 속도가 물 뿌린 솜사탕이다.
“아직 2시간밖에······ 이, 이거 신기록이죠?”
“얌마, 뭘 좋은 거라고 기록 타령이야!”
조연출이 눈치 없이 떠드는 스태프 등짝을 후렸다.
“죄송합니다···.”
“아이고, 두야···.”
곡소리가 절로 난다.
카메라가 켜져 있다는 건 이제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아니,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휴, 나름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배려한답시고 각자 자신 있어 하는 분야를 조금씩 섞었는데, 그게 실수 일 줄이야···. 아니 누가 알았나? 이렇게 잘할 줄?”
김지회 작가가 고갤 뒤로 젖히며 사전 인터뷰를 떠올렸다.
‘운동 좋아합니다, 보다시피. 하하.’
‘피아노 치는 게 취미예요.’
‘수학 잘합니다. 학창시절에도 반에서 1등이었어요.’
여기까진 그렇다 쳐.
‘암기력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나쁘지 않아? 저게? 저건 그냥 무슨 천재 같—.
달깍.
그 순간, 최대한 늦게 나길 바랐던 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 방으로 가는 문마저 열린 거다.
이번 미션에서의 주된 활약을 보인 건 이진욱. 확실히 그를 겨냥해서 만든 방이긴 했다. 수학을 잘한다는 얘기에 준비한 미션이었지. 그런데······.
“와, 이번에도 승결 배우가 큰 역할을 했네요.”
“저 공식을 어떻게 아는 거야? 대학에서도 이과들이나 배우는 거라며.”
“저 공식, 쓰임은 다르지만 시즌1에서 잠깐 나오긴 했는데 그걸 본 게 아닐까요?”
“악의 링 서귀혼데? 지금 엄청 바쁠 텐데? 그런 배우가 기출문제를 공부해왔다고?”
“공부까진 아닐 수 있죠. 저 정도 암기력이면 슥 보면 기억하겠구만.”
이쯤 되자 시청자마냥 감탄을 내뱉는 제작진이었다.
프로그램 걱정은 걱정이고, 점점 더 놀라운 건 어쩔 수가 없다.
잠자코 듣고 있던 나주영 PD가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잔뜩 상기된 얼굴로 그가 목소릴 높였다.
“아니, 뭔데? 배우 맞아? 멘사 회원이야? 카이스트 나왔어? 체대생이야? 아니······.”
자신도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흘리며, 그가 절규했다.
“왜 백승결만 붙으면 문제가 쉽게 풀리는 건데!”
#
······방문이 열렸다.
이제 마지막이다! 라며 신나하던 배우들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익숙한 방이었다.
“어? 이 방··· 대기실 아녜요?”
임세주의 말처럼 이곳은 우리가 안대를 찼던 대기실이었다.
결국, 처음 머물렀던 곳으로 돌아온 거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대기실 중앙에 마트에서 사용하는 카트가 덩그러니 있다는 것 정도.
“이거 그건가? 애비우스의 띠!”
“푸핫! 애비가 아니라 뫼비우스요. 여기서 왜 아버질 찾아요.”
“아잇, 바, 발음이 샜어.”
“지금은 너무 정확하신데?”
배우들이 여유롭게 말을 주고받으며 웃는다.
들어올 땐 안대에 수갑까지, 영락없는 죄수였는데.
지금은 야유회라도 온 분위기다.
수월하게 여기까지 왔으니, 앞으로도 그럴 거라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여섯 번째 악역의 조건은 ‘증거인멸’입니다.]이 방의 미션이 공개되며 분위기가 수직 낙하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이 방은 여러분들이 잠시 머물렀던 대기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그때의 대기실은 아닙니다. 그때 없었던 물건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죠. 지금부터 여러분들은 새로 추가된 물건들을 찾아 가운데 놓인 카트에 회수하셔야 합니다. 그럼 제안시간, 30분 드리겠습니다. 그 안에 미션을 완수하지 못하시거나, 모두가 벌칙을 받게 되면 무시무시한 단체 벌칙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나주영 PD의 목소리가 끊어지고, 티비가 켜지며 타이머가 떠올랐다.
어쩐지 대기실에 티비야 그렇다 쳐도 뭔 잡동사니들이 이렇게 많나 했더니······.
“에이, 이걸 어떻게 찾아!”
“이건 너무 억지다. 몇 시간 전 거를 어떻게 알아.”
“사람들이 배우는 무조건 관찰력도 뛰어나고 기억력도 좋은 줄 알더라.”
“우리가 너무 잘해서 불안하셨나?”
모두가 황당한 미션에 난감해 하고 있을 때, 세 번째 벌칙까지 마친 김형준이 돌아왔다.
“그, 저 왔습니다. 제가 미션을 못 들어서 그런데, 뭘 해야 한다고요?”
미션을 수행하는 시간보다 벌칙을 받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그는 마지막 방에서라도 뭔가 해야 한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아, 나 이건 확실히 알아. 이 그림 여기 없었어요.”
“형준 씨, 괜찮겠어요?”
“확실합니다. 제가 이런 눈썰미는 좋거든요. 하핫.”
말려야 하나···.
하지만 그럴 새도 없이 액자를 집어 카트에 던져넣는 김형준.
그리고 다시 끌려갔다.
“······.”
모두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자포자기한 김형준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안기훈이 말했다.
“일단 우리가 엄청 빠르게 여기까지 왔으니 시간은 많아요. 여유롭게 생각해보죠.”
그의 말처럼, 우리는 각자 여유를 가지고 대기실을 둘러보기로 했다.
다들 ‘이게 아까도 여기 있었나?’하고 눈을 굴리는데, 나는 머리를 열심히 굴리는 중이다.
‘바로 해도 되나?’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으니까··· 그렇게 하는 게 맞을까? 근데 너무 일찍 끝나는 거 같은데? 그냥 좀 기다려볼까?
복잡하다. 복잡해.
연기가 제일 쉬웠어요,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건 그냥 최선을 다하면 됐는데, 예능은 분량 걱정이란 걸 해야 하니···.
그런 생각들을 하다가 문득 느껴지는 시선들에 고갤 돌렸다.
모두가 날 바라보고 있었다. 뭐가 좀 보이냐는 듯.
저 눈빛들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소년가장이라도 된 기분이다.
“거봐, 승결이도 표정 안 좋잖아. 이건 확실히 너도 어렵지?”
“하긴, 그렇겠죠. 이건 맞추라고 낸 미션이 아닌데.”
“그러니까요. 힌트 무조건 쓰라고 만든 방이네.”
“그럼 힌트 쓸까요?”
“뭘 시킬 줄 알고요. 무서운데······.”
그렇게 두 번 힌트를 썼고.
세 명이 벌칙으로 끌려갔다.
결국, 남은 건 나, 임세주, 안기훈 이렇게 세 사람.
“이러다 다 끌려가면 어떻게 되는 거지?”
“아까 단체벌칙이 있을 거라고 하지 않았나?”
안기훈의 말에 끄덕였다. 심지어 무시무시한 단체벌칙이라고 했지.
“그럼 기회는 세 번이네. 신중해야겠다.”
그렇게 말해놓고, 둘 다 섣불리 뭔가를 선택하지 못한다.
이 정도면 신중이 아니라 그냥 아무것도 안하는 중이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찬장 위에 있던 작은 화분과 조약돌을 손에 들었다.
그리고 그들을 불렀다.
“카트 가지고 저 따라와 주시겠어요?”
“응?”
돌아본 그들이 내 손에 들린 물건들을 확인하고는 ‘설마’하는 얼굴로 날 본다.
“너··· 뭐가 없었는지 알아?”
“네, 알아요.”
“전부?”
끄덕이자 안기훈이 허,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릴 냈다.
임세주는 안 믿긴다는 표정으로 다가왔다.
“에이, 이걸 안다고요? 말도 안 돼······.”
망설임은 없었다. 들고 있던 물건들을 카트 안에 넣었다.
텅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시선이 홱 문 쪽으로 향했다.
광부들은 들어오지 않았다.
정답이란 소리였다.
두 사람이 다시 날 돌아봤을 땐, 꽤나 충격받은 얼굴들이었다.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진 임세주가 묻는다.
“….진심?”
응, 진심.
#
촬영이 한창인 폐광, 바로 밑에 위치한 주차장.
배우와 스타일리스트 정도만 올려보낸 매니저들이 간만에 여유를 즐기는 중이었다.
등산객들을 위한 정자에 모여 수다 삼매경이다.
자연스레 업계와 업무 얘기가 오간다.
회사 얘기로 물꼬를 트고, 담당하고 있는 배우들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임세주’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에 오르자 머리를 바짝 자른 남자가 연신 부럽다는 소릴 내뱉는다. 김형준의 매니저였다.
“부럽긴. 다이어트한다고 얼마나 예민한지······. 졸지에 나도 같이 식단 중이다. 그래서 가방에 몰래 이런 걸 숨겨 다니지. 이렇게 쉴 때 먹으려고.”
임세주 매니저가 각종 빵들을 꺼내며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좋죠? 좋겠지. 임세주면··· 그냥 보기만 해도 흐뭇하겠다.”
“개뿔이.”
“좋으면서.”
김형준 매니저의 말에 임세주 매니저가 피식 웃으며 고갤 흔들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중에선 성운이 형이 제일 좋지 않겠냐. 백승결이 완전 날아올랐는데.”
그 말에 김형준 매니저의 표정이 꿈틀거렸다.
“그거 솔직히 드라마빨 아녜요?.”
“에이, 그것도 무시 못 하기야 하겠다만, 일단 연기가 좋잖아. 불쌍한 역할로 굳혀지던 이미지도 완전히 깨고. 솔직히 세주는 그걸 못해서 악역으로 굳어진 케이스라, 난 그게 부럽더라.”
동조 대신 돌아온 씁쓸한 말투에 그가 불편한 표정으로 갸웃거렸다.
“아, 난 그 친구 연기 잘하는지 모르겠던데. 솔직히 우리 형준이 형이 했어도 그거보다······.”
“뭘 몰라?”
때마침 차에서 통화를 마친 김성운이 돌아왔다.
얼른 입을 닫으며 눈치를 보는 김형준 매니저.
평온한 얼굴에 안도한 다른 매니저들이 어물쩍 넘어가며 화제를 돌렸다.
“팀장님, 이거 좀 드세요. 상진이 형이 가져온 거예요.”
“어, 나도 차에 뭐 좀 있어서 같이 먹으려고 가져왔는데.”
손에 들고 있던 봉지를 빵 더미 위에 올리는 김성운.
맛동산이었다.
“하핫, 이거 뭐예요?”
“배우 간식.”
매니저들이 허허 웃으며 맛동산을 무슨 외국 과자인 것처럼 요리조리 살핀다.
“백 배우, 이런 거 좋아해요? 진짜 의외네.”
“오, 진짜 오랜만에 본다. 이거 존맛이긴 하지.”
“근데 이거 먹어도 돼요? 우리 세주는 아주 난리 나는데.”
“아까 승결이가 입 심심하면 먹으라고 준 거야. 여기 산골이라 편의점도 없을 것 같다고.”
“크으, 배려심 있는 친구네. 딱 봐도 사람이 선하게 생겼어···. 라고 하는데 서귀호 떠오르면서 그건 또 아닌가 싶네.”
“서귀호는 그냥 미쳤죠.”
“그래서 룸6 시즌2를 모르는 사람들이 유입되고 있더라고요. 반대로 악의 링 안 봤던 룸6 팬들도 그쪽으로 유입되고.”
“확실히 화제성이······.”
이어지는 말들에 김성운이 덧붙였다.
“더 필요해.”
“이거보다 더요? 욕심도 많으셔.”
“승결이 목표가 좀 높거든.”
“아, 그 시상식에서 말했던 거요? 해별이 이름 뛰어넘겠다고 한 거.”
그는 빙그레 웃을 뿐, 끄덕이지 않았다.
그건 어디까지나 승결이의 첫 번째 목표였으니까.
그다음이 뭔지는 김성운도 묻지 않았다.
언젠가 녀석이 먼저 말해줄 거라 생각했고.
그러니 느긋하게 기다리며 당장 도울 수 있는 것들을 하면 될 일이었다.
한편, 백승결에 대한 관심이 매니저들 사이에서 쏟아지는 사이.
말없이 빵만 먹던 김형준 매니저가 툭 물었다.
“그나저나, 그 친구 좀 웃겨요? 예능 하기엔 뭐랄까. 진지한 느낌이던데?”
“그치. 진지할 땐 진지하지. 근데 또 꽤 웃겨. 딱 우습지 않을 정도만.”
김성운이 맛동산 하나를 아그작 씹으며 말했다.
그 모습에 잠시 움찔했던 김형준 매니저가 괜히 걱정하는 척, 말을 이어간다.
“근데 여기선 웃기기보단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텐데. 그게 배우한텐 훨씬 좋아요. 형준이 형 봐요. 시즌1에서 활약하고, 덕분에 다음 작품에서 바로 좋은 역할 물었잖아요.”
“아, 그랬어?”
말꼬릴 올린 김성운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근데, 그거 김형준 배우 연기랑 역할이 따로 논다고 말 많지 않았나?”
“네? 그건······ 아니 팀장님. 그래도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런 거 보면 드라마빨이란 게 참 허상이야? 그치?”
“······.”
아까 백승결 얘기한 걸 들었구나!
그대로 김형준 매니저의 입이 잠겼다.
김성운의 표정이 너무 싸늘해서 자연스레 시선이 바닥을 향한다.
“전 그냥 제 생각을······ 아닙니다. 죄송해요.”
사과를 받아낸 김성운이 그를 빤히 바라본다.
최영기 실장이야 같은 팀이니 몇 번 참았지만, 이게 원래 김성운의 성격이었다.
그가 김형준 매니저의 어깰 두어 번 두드렸다.
그걸로 끝. 금세 개운해진 얼굴로 김성운이 말했다.
“그나저나, 언제 끝나려나.”
잠시 얼어붙었던 공기가 환기되자, 다른 매니저들도 얼른 한마디씩 얹었다.
“같이 올라간 스타일리스트한테 물어볼까요?”
“근데 이거 오래 촬영한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누구는 9시간까지 찍어봤대요.”
“그건 진짜 딱 한 번. 다른 촬영은 그 정도까지 아니었대요. 뭐, 그래도 최소 5, 6시간은 걸린다고 하던데···.”
시간을 확인해 보니 아직 촬영 들어간 지 3시간이 채 안 됐다.
“으아, 그럼 한숨 자야 하나?”
그때 임세주 매니저의 핸드폰이 울린다.
다들 별 신경 안 쓰고 자리를 정리하다가 그의 목소리에 붙들렸다.
“어, 세주야.”
쉬는 시간인가? 하는 눈초리가 모여드는데, 임세주 매니저가 미간을 찌푸린다.
그리고 다른 매니저들을 보면서 어안이 벙벙한 목소릴 냈다.
“끝났다고? 벌써?”